의문의 사건
'어서 오십시오, 볼스토르'
눈앞에 들어온 건 나무로 되어있는 표지판이었다.
"드디어 볼스토르로 온 것 같군"
표지판을 확인한 샤콘이 일행에게 말하자 모두 들뜬 듯이 보였다.
마이던 은 기분 나쁜 꿈을 뒤로하고 여관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일단 여관부터 가죠, 여기서 적어도 하루 정돈 묵어야 할 것 같네요."
"근데 대장 사람이 많아 보이진 않은데요?"
"아마 다들 시장 쪽에 있을 거야, 여관부터 들르고 시장 쪽으로 가보면 될 거야"
피온은 아침인데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졌지만 볼스토르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장사를 하기에 마이던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마차는 텅 빈 길을 천천히 움직이다 여관처럼 보이는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이곳이 여관인 거 같은데 일단 내려보자"
여관처럼 보이는 건물 앞에서 멈춘 마차를 놔두고 일행은 마차에서 내렸고 길을 둘러보았다.
어째서인지 인기척이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장터로 향해 인기척이 없다고 하기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거.. 뭔가 좀 이상하지?"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데요?"
마르티와 스콜이 이 상황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상함을 느낀 건 마이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뭔가 너무 이상한데.. 일단 여관의 방도 잡을 겸 무슨 일인 건지 물어보자"
마이던은 일단 숙소를 해결할 생각이었고 여관에 사람이 있다면 이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되는 것이기에 여기 있을때까지 머무를 곳을 우선순위로 생각한 것이다.
마이던이 여관의 문을 열자 문에 달려있던 종이 딸랑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다.
"어서 오세요."
딸랑 거리는 종소리 사이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만 왠지 그 목소리엔 힘이 없지만 한편으론 그들을 반기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반기는 듯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은 힘이 없다는 것이 얼굴에 적나라하게 나타나있었다.
그녀의 뒤로 보이는 여관의 풍경은 모던하고 따뜻한 느낌과는 상반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방 하나 잡으려고 하는데요. 큰 방으로요."
"다행이네요. 방은 차고 넘쳐서요. 가장 큰 방으로 드릴게요."
주인장으로 보이는 여성은 키 보관함의 가장 윗부분에 걸려있는 '특실'이라고 적혀있는 방 키를 건냈다.
마이던이 그녀에게 방 키를 받아 들자 뒤에 서있던 샤콘이 소리치며 물었다.
"어이! 주인장! 물을 게 있소, 동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왜인지 인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데?"
샤콘이 버럭 소리치며 묻자 놀랐는지 흠칫거렸지만 이내 진정됐는지 침울해져 샤콘의 물음에 답했다.
"그게.. 저희도 잘은 모르겠지만 며칠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어요. 밤 사이에 사라지더라고요. 저희 남편도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혼자 여관을 보고 있어요."
뜬금없는 대답에 모두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감쪽같이 없어지다니, 그런 일이 가능한가? 이내 주인장 부인이 마이던을 보며 물었다.
"그쪽에 계신 분은 기사 같으신데 저희들을 도와주실 수 있나요? 왕도에 도움을 청했지만 답이 없어요. 부탁드릴게요.."
며칠 전이라니.. 말이던 은 의문이 들었다.
분명 그가 출발하기 전 그 누구도 이런 일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볼스토르는 여러 물자를 왕도에 보내는 계약도 맺었었다.
며칠 전이면 물자도 오지 않았다는 것인데 왜 황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일까? 마이던은 그녀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얼굴을 보니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분명 샤콘은 그냥 해야 할 일만 하자고 할 것이 분명하지만 마이던은 이 일을 거절한다면 이 여정 내내 이 분의 얼굴이 계속 맴돌 것 같아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예, 저희가 사라진 분들을 꼭 찾아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이던은 고민 끝에 말을 꺼냈다.
이 후 받은 방 키를 들고 방으로 향해 들고 있던 작은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피온과 스콜에게 길가에 서있는 마차를 옮겨달라 부탁했다.
부탁을 한 후엔 침대에 걸터앉아 잠깐 쉬려는 찰나 샤콘이 마이던의 멱살을 잡았다.
"너! 미쳤어?! 뭐 때문에 이런 일을 받아! 그냥 있는 사람들한테서 정보만 얻어내면 되잖아!!"
큰 소리가 들리자 다른 방에 있던 마르티와 포쉬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고 마이던의 멱살을 잡고 있는 샤콘을 말리려 포쉬가 샤콘의 손을 잡고 때어놓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거 같았다.
"샤콘 씨, 이러지 말아요! 마르티 씨! 좀 도와줘요!"
힘에 붙인 포쉬가 마르티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마르티는 그저 등을 벽에 기대곤 팔짱을 낀 채 지켜볼 뿐이었다.
"아냐 포쉬, 위험할지 모르니깐 잠깐 물러나 있어."
마이던이 포쉬에게 물러나라 말하곤 그저 샤콘의 눈을 응시할 뿐이었다.
한참을 쳐다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제 독단으로 이 일을 정한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보를 얻으려면 한정되어 있는 인원보단 더 많은 인원에게 얻는 정보가 많을 겁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벌인 일이니 도와달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힘으로 해결하도록 하죠."
마이던이 말을 끝냈지만 화가 가라앉지 않은 샤콘은 멱살을 놓지 않았다.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마르티가 다가와 샤콘의 팔을 때어놓곤 말했다.
"어이 상어 양반, 마이던이 혼자 벌인 일 혼자 짊어진다잖아, 도와줄 인원만 도와주고 남은 인원은 할 일 하면 되지, 화 좀 삭여"
마르티가 샤콘에게 한 마디 하자, 샤콘은 그제야 화를 삭이곤 '알았다'라고 퉁명하게 한 마디 던질 뿐이었다.
상황이 정리될 무렵 피온과 샤콘이 들어왔고 스콜이 밝게 말했다.
"대장! 마차 다 옮겼어요! 이번에도 갑자기 말이 확 생기더니 알아서 비키더라고요!! 근데.. 왜들 그러고 서 계세요?"
스콜이 말을 하자 샤콘이 스콜에게 화를 냈다.
"지도는? 지도 받아오라 했잖아!"
"그럼요! 도와드린다니깐 바로 주시던데요? 피온 형이 들고 있어요."
스콜이 말을 하자마자 피온이 들고 있던 지도를 뺏곤 지도를 펼쳐 벽에 걸었다.
"일이 늘어버렸으니 작전을 다시 세워야지, 다시 말하지만 잘나신 대장님을 도와줄 생각 없어, 그러니 난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 시장으로 간다."
당부하듯이 말한 샤콘의 목소리엔 마치 편가르니 하는 어린이 같은 느낌이 있었다.
샤콘의 눈치를 보던 피온이 마이던에게 다가가 물었다.
"대장.. 샤콘 대장이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화가 엄청 나신 거 같은데.."
"아무 일도 없었어, 걱정하지 마."
피온에게 따스하게 말했지만 샤콘과 마이던 둘 다 화 때문에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마이던은 정도가 심한 듯 보였다.
마이던은 화가 나도 겉으론 표현하지 않고 표정으로만 드러나는 인물이기에 더욱 그런 듯 보였다.
이내 마이던은 피온에게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
"피온 미안한데 샤콘 대장이랑 같이 용사에 대한 정보 좀 얻어줄 수 있니?"
마이던은 분명 웃으며 말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무서워 보였다. 피온은 그런 마이던의 얼굴을 보곤 그의 얼굴이 '사악해 보여..'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피온은 마지못해 "네.. 샤콘 대장이랑 같이 갈게요.."라고 한 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저 상어 양반이랑 나도 같이 가지, 저 양반 혼자 가면 시민 멱살도 잡고 난리 날 거 같아."
마이던과 피온이 대화를 끝낸 후 마르티가 먼저 나서서 샤콘과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콜이 "저도 같이 갈게요."라고 말하자
포쉬와 스콜이 "그럼 저흰 마이던 대장과 함께 할게요."라며 같이 말했다.
이렇게 포쉬와 스콜이 말함으로써 팀이 정해졌다.
샤콘 팀은 마치 마르티와 피온이 샤콘이 사고 친 후 뒷수습을 할 것 같았고 마이던의 팀은 나름 밸런스 있는 팀이 되었다.
"그럼, 함께 움직일 팀은 정해졌으니 각자 팀을 나눠 할 일을 정하도록 하죠."
마이던이 우선순위로 할 일을 잡아주자 샤콘이 마르티와 피온을 불렀고 포쉬와 스콜은 마이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이던 대장, 그럼 저흰 어디로 향하는 게 좋을까요?"
스콜이 마이던에게 물었고 마이던은 조용히 지도를 유심히 보다 지도 한편을 가리키곤 말했다.
"우선 2대 용사의 석상으로 향하자, 그 후 시장가나 가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는 걸로 하자."
마이던의 말대로라면 바다 끝자락에 있는 석상으로 갔다가 바다를 중간에서 다시 번화가로 들어오게 되었다. 마이던 팀은 사라진 사람에 대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왜 2대 용사의 석상으로 향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 포쉬가 마이던에게 물었다.
"저기.. 마이던 왜 굳이 석상으로 향하려는 거야?"
마이던은 짐을 꾸리며 포쉬에게 대답했다.
"그건 가면서 말해줄게 일단 각자 짐을 간단하게 챙기고 아래에서 만나자."
포쉬에게 대답을 해주곤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마이던이 내려가자 포쉬와 스콜도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반면 샤콘은 피온과 마르티에게 당장 내려가자고 말을 하곤 바로 내려간 듯이 보였다.
아래로 내려가 있던 마이던은 문을 나서기 전 주인 아주머니께 정보를 얻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저기..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남편분이 사라질 때 무슨 말씀을 하셨다거나 어디로 향한지 보셨나요?"
"남편이 한 말이요? 뭐라고 말했는지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부름을 받았다고 했어요. 어디로 향한진 잘.. 죄송해요.. 이 정도밖에 정보가 없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마이던이 얼추 정보를 얻자 위에서 마르티와 피온이 내려왔다.
마이던은 내려오는 마르티와 피온에게 말을 건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조심하고 나중에 모이면 정보 공유하자."
마이던이 이렇게 말하자 마르티는 "정보를 얻을 수나 있을지 싶다"라고 했고 피온은 "네, 최대한 얻어볼게요."라며 문을 나섰다.
문을 나선 마르티와 피온 그리고 이미 그 둘을 두고 한참을 걸어가버린 샤콘을 창문 너머로 보다 보니 위에서 포쉬와 스콜이 내려왔다.
"대~~장, 뭐 하세요~?"
"미안, 마이던 우리가 좀 늦었지?"
위에서 내려온 스콜은 마이던이 창가에 딱 붙어 창밖을 보는 게 이상해 보였던 거 같고 포쉬는 사과를 먼저 건넸다.
"좀 챙길게 많아서 시간이 꽤나 걸렸네."
"너무 그러지 마 챙겨야 할게 많다는 건 그만큼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거잖아?"
마이던은 연신 사과하는 포쉬를 다독이며 다시금 의지를 불태웠고 문에 손을 가져다 대며 포쉬와 스콜에게 가자고 말하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조심히 다녀오라며 무운을 빌어주셨다.
그렇기에 의지가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간 밖은 다시 보아도 너무나도 공허했다.
이 공허함은 마치 개미 한 마리는커녕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바닷속 깊디깊은 심해와도 같았다.
"저기.. 대장, 저만 이 느낌이 무서운 거 아니죠?"
너무나도 조용한 거리는 왠지 모를 공포감을 주었다.
이미 스콜은 그 공포감을 온몸으로 느낀느것 같았다.
"하하, 무서워하지 마 스콜, 무슨 일이라고 생기면 내가 지켜주마."
마이던이 스콜을 안심시키기 위해 농담 삼아 말을 던졌지만 그 또한 이 공포를 쉽사리 이길 수 없었다.
그 또한 이 거리의 고요함에 왠지 모를 공포를 느끼고 있었고 스콜 또한 마이던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느꼈기에 크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런 둘을 본 포쉬가 괜찮을 거라며 다독여 주었다.
"왜들 그리 무서워해요. 크게 걱정 말아요. 저도 있으니까요."
둘을 다독여 주는 포쉬의 말에선 포근함이 느껴졌고 그런 그녀의 뒤에선 따스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따스하다 못해 타들어 가버릴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공포는 눈 녹듯 사라졌다.
마이던은 아마도 그녀가 마법을 이용해 공포를 날려준 게 아닐까 하며 넘어갔다.
"포쉬 덕분에 공포도 사 그러 들었으니 용사의 상을 향해 가볼까!"
"갑시다!!"
포쉬 덕분에 마이던과 스콜의 공포는 사라졌고 셋은 용사의 상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