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자
폭발과 안개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 샤콘 일행을 만나고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어쩌다 함께하게 된 아마르라는 자가 2대 용사의 후손이라는 사실이었다.
모두에게 자신이 후손임을 밝힌 아마르는 밝게 웃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들은 자들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용사의 후손이 바로 눈앞에 있다.
분명 그에게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분명 2대 용사의 아내와 아들은 죽었을 터 그 또한 아내와 아들이 죽고 적과 싸우다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가 후손이라는 말인가, 샤콘도 아마르의 말이 거짓이라 생각했는지 콧방귀를 뀌곤 그에게 말했다.
"네가 용사의 후손이라고? 웃기는 소리 하는구만, 네가 용사의 후손이란 걸 증명해 보던가!"
샤콘은 아마르에게 소리쳤고 아마르는 그런 그가 우스웠는지 무시하려는 것 같았지만 무시하려는 아마르에게 샤콘은 아마르의 어깨에 손을 댔고 손을 댄 샤콘은 뒤로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아마르는 날아간 샤콘에게 다가가 손을 건네며 물었다.
"이 정도면 증명된 거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하지만 샤콘은 오히려 손을 건넨 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곤 혀를 차 버렸다.
그리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뭐야 대체.. 젠장.."
샤콘은 아직 손을 건네는 아마르를 무시한 채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곤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하는 수 없다는 듯 아마르를 인정하곤 팔짱을 끼곤 약간 뒤로 빠져있었다.
분명 샤콘이라면 화를 내겠지만 딱히 그런 모습은 없었다.
아마 아마르를 더 건드리지 않는 게 정보를 더 얻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거 같았다.
"아마르 씨가 용사의 후손이시라고요? 하지만.. 용사의 아들은 죽었다고.."
마이던이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로 인해 2대 용사의 아내와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마르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마이던을 이상한 눈으로 포쉬와 스콜이 쳐다보았다.
"마이던 대장, 설마 어렸을 때 2대 용사의 전설이라는 책 안 봤어요?"
스콜의 질문에 마이던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포쉬는 책의 이야기를 읊어주었다.
"책에 의하면 2대 용사는 아들이 2명 있었어, 마왕이 쳐들어온 그날, 둘째와 용사의 친구는 잠시 다른 곳에 일을 하러 갔고 첫째는 2대 용사와 함께 있었고 둘째는 용사의 친구분과 같이 갔다고 하지, 그렇기에 2대 용사와 그의 아내, 아들 중 첫째는 죽음을 맞이하고 둘째는 살아남아 용사의 후손인 걸 숨긴 채 살았다고 해"
포쉬의 말에 아마르와 스콜은 아는 듯하였지만 피온과 마르티, 마이던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샤콘은 그런 사실 따위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샤콘은 아마르에게 질문했다.
"네가 용사의 후손이라는 건 마을 사람들은 모르는 건가?"
"예,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게 좋으니까요."
"그래서 물어보면 다들 대답을 안 한 거구먼.."
마을 사람들이 모른다면 황제는 어떻게 볼스토르에 용사의 후손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고 그 사실을 마이던 일행에게 알려준 것일까.. 쌓여가는 의문은 커져갔지만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후에 이야기다.
"아마르 씨, 이런 말씀드리긴 죄송하지만 저희에게 용사에 관한 정보를 주실 수 있나요?"
마이던은 조심스럽게 아마르에게 물어보았다.
"저도 아는 거 많이 없지만 저희 아버지가 남기신 책이 있는데 그거라도 보여드리죠."
마이던의 부탁을 들은 아마르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마이던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일단 지금 딱히 없으니 저희 집으로 가시죠, 거기서 저희 아버지가 남기신 책을 보는 게 좋겠네요."
마이던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아마르는 모두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외관은 꽤나 아름다운 2층으로 이루어진 양옥 집이 있었다.
"여기가 제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안에는 저의 아버지가 계시니 조심해서 들어가죠."
아마르는 계단을 올라 문을 두들겼고 안에선 걸걸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르냐? 뭘 노크하고 있어! 그냥 들어와!"
그 남성의 성격은 불 보듯 뻔했다.
왜냐면 동료 중에도 저런 성격을 너무나도 보여주는 이가 있으나 모두 알 거라 생각하니 언급은 따로 않겠다.
아무튼 동료 중 누군가를 닮은 그 남자의 말을 들은 아마르는 문을 열며 말했다.
"요번에 어쩌다 함께하게 된 동료들이에요."
아마르는 그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을 보며 마이던 일행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서두로 들어오던 마이던과 피온, 스콜은 정중히 인사를 하며 들어왔고 뒤따라 들어오던 샤콘과 마르티, 포쉬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들어왔다.
그렇게 들어오는 일행을 날카롭게 노려보았고 이내 입에 물려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며 아마르에게 물었다.
"야 인마, 넌 아직도 그 일에 매달려있냐? 정당히 좀 해라."
아마 그가 말하는 그 일은 요번에 일어난 주민이 사라진 일인 거 같았다.
저렇게 콕 집어서 말하는 걸 보면 아마르가 저 사건에 개입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마르는 평소에도 있는 일인 듯 창문을 열어젖히며 말했다.
"저도 미친놈 마냥 알아보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요번에 사건을 해결해 줄 기사님들이 왕도에서 오셨어요."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손부채로 날려보내며 아마르는 마이던을 가리켰다.
하지만 아마르가 말하기도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마르의 아버지는 마이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이던은 저 남성의 눈빛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저 눈빛은 상대의 능력을 어림짐작하는 눈이었다.
저 눈빛에 지면 상대가 아래로 볼 것이 뻔했기에 그 또한 아마르의 아버지를 빤히 쳐다봤다.
"일단 여기 서 있는 것도 그러니 2층으로 가실까요?"
아마르는 아버지와 마이던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마이던 뒤에 쭈뼛쭈뼛 서있는 일행을 보며 말하곤 마이던의 어깨를 툭 치며 윙크를 날렸다.
이내 아마르의 아버지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곤 한 번에 내뱉으며 말했다.
"위에서 시끄럽게 하지 마라"
그 한 마디로 느낄 수 있는 건 그가 아마르 때문에 한 수 접고 들어갔다는 게 느껴졌다.
위로 올라가면서 아마르는 마이던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죄송해요. 마이던 씨, 저희 아버지는 상대를 평가하는 게 버릇인 분이라."
마이던에게 말하자 아래에서 아마르의 아버지가 소리쳤다.
"야! 인마! 뭐라고!"
하지만 아마르는 익숙한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나쁜 분은 아니에요. 이해하시죠?"
"그럼요. 저도 익숙합니다. 제가 속한 3번대 기사단은 오합지졸이란 소릴 들으니 기사단장인 저는 무시당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요."
마이던도 그런 시선이 익숙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래에선 작게나마
"저 자식들이"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아마르는 그 말 역시 무시하곤 본인의 방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깔끔한 방안이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 있으세요. 잠깐 차를 가져오죠."
아마르는 넓고 깔끔한 방구석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아마르 씨! 침대에 앉아있어도 되나요?"
스콜은 아마르에게 물었고 아마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콜은 신나서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아마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콜은 신나서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아마르는 뛰어든 장면은 못 본듯했다.
"남자 방 치곤 꽤나 깔끔하네"
"그러게요. 정돈이 너무 잘되어 있네요."
마이던과 포쉬, 마르티는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샤콘은 창문 너머를 보고 있었고 피온과 스콜은 침대에 앉아있었다.
스콜은 거의 누워있다시피 했지만 앉아있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이다.
몇 분 후 아마르는 차 5잔과 코코아 2잔을 쟁반에 들고 왔다.
"여기 볼스토르에서 유명한 차입니다. 드셔보시죠. 스콜군과 피온군은 코코아로 준비했으니 이걸 드시길"
아마르는 소파에 앉아있는 이들에게 차를 건네주고 이후 스콜과 피온에게 코코아를 주었다.
마이던은 차를 받아들곤 한 모금 마셔보았다.
첫 맛은 은은하게 입에 퍼졌고 입에 머금으면 머금을수록 고급 진 맛이 퍼졌다.
차 맛을 본 마이던 이 차의 이름을 물으려고 하자 샤콘이 아마르에게 말했다.
"이봐, 차도 좋지만 우린 차 마시러 온 게 아니야. 책이나 보여주지?"
역시 목적만을 위해 움직이는 샤콘은 아마르에게 책을 보여 달라고 강요했다.
분명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인 그가 기분 나빠할 어투에 태도여서 거절을 하거나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오히려 샤콘에게 웃어 보이며 잠시 잊기라도 한 듯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중얼거리며 책장이며 서랍 등을 뒤지기 시작했다.
중얼거림의 내용은
'아 맞다, 맞아, 그걸 잊어먹었네, 음 여기에 있을 텐데, 아닌가? 여긴가? 아! 여기였네!'라며 중얼거렸고 책을 찾아내곤 먼지를 털어내곤 마이던에게 건넸다.
샤콘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저렇게 중요한 책을 어디가 보관했었는지도 모르다니 최악이군'이라며 투덜댔다.
"용사에 관한 정보 중 어느 것이 필요하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보시죠."
책을 받아든 마이던에 게 아마르가 얘기했고 마이던은 표지가 오래되어 색이 변하고 먼지를 털어내도 잘 털리지 않는 책을 펼쳐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