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시골 집 그 용사


마지막 그의 한마디


마이던은 쓰러진 샤콘의 시체를 껴안으며 울부짖었고 아마르는 차마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울고 있는 마이던의 뒤에선 빛을 내던 날개는 사라지며 검은 성검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바다에선 큰 물방울이 올라왔으며 그 물방울 안엔 사라진 사람들이 있었으며 물방울은 갈라져 사라진 사람들을 각자의 집으로 보낸 것 같았다. 
마을에선 축제 분위기였지만.. 마이던은.. 아마르는 기뻐할 수 없었다. 
마이던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아마르도 어찌 햐야 할지 몰랐기에 쓰러진 이들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시간이 좀 흐르자 쓰러졌던 이들이 일어났다. 
"크.."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난 이는 마르티였고 그녀 또한 샤콘의 시체를 보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 그저 같이 슬퍼하며 침묵을 지킬뿐이었다. 
마르티를 이어 일어난 사람은 피온과 스콜이었다. 
둘은 샤콘의 시체를 보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는지 엉엉 울며 마이던에게 다가가 껴안을 뿐이었다. 
마이던을 껴안는 스콜을 보며 피온은 눈물을 참는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마르티가 피온을 안아주자 그제서야 소리 내어 울었다. 
마지막에 일어난 건 포쉬었다. 
그녀가 일어나자 본건 슬픔에 잠겨있는 이들이었다. 
그녀는 샤콘의 시체에 조용히 다가가 기도를 내려주곤 말했다. 
"이제.. 보내드리자.." 
보내주자는 말이 이리도 아픈 건지 몰랐다. 
들은 이들이 아픈 만큼 포쉬는 이 한마디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이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은 샤콘의 시체를 잔잔하게 흐르는 바다에 보내주었다. 
그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볼스토르의 방식을 쓴 것뿐이었다. 
샤콘의 시체는 바다를 따라 흐르고 흐르다, 
결국 바닷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많이 춥고 쓸쓸하겠지만 우리는 당신을 기억할게요. 바다를 볼 때마다.. 용맹했던 당신을 기억할게요.. 
그를 보내주었지만 그들은 바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눈과 다리는 떨어지지 않았고 그저 넓은 바다만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지켜보다 해가 떨어져 바다를 붉게 만들자 그들은 그제서야 발 길을 돌릴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서로 알고 있는 것 일 것이다. 
그에 죽음에 대해 아직은.. 아직은 아무 말 하지 말자고, 지금은 그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자고 조용히 눈물 흘리자고.. 
샤콘이라면 뭘 우냐고 혼냈을까? 아마 그랬겠지.. 
조용히 걸으니 여관에 다다르게 되었다. 
아마르는 작별 인사를 건넸다.
"내일 떠나시는 건가요..?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집으로 가보죠.." 
인사를 한 아마르는 조용히 뒤돌아 자신의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남은 이들은 조용히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름답게 울리는 종소리.. 하지만 어쩐지 샤콘의 마지막을 기리는 소리 같았다. 
그들이 들어오자 여관 주인아주머니는 그들을 반겨주었다. 
"아!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그이가 돌아왔어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웃으며 연신 고맙다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마이던은 웃으며 똑같이 고개를 숙인 후 계단에 오르려는데 그녀가 불러 세웠다. 
"저기! 그 파란 머리를 하신 분은 어디에 계시나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이들의 마음을 후벼팠다.. 
마이던은 조용히 입을 열어 답했다. 
"그는.. 멀리 떠났습니다.. 높은 곳으로요.." 
이 말을 하는 마이던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눈엔 눈물이 고인 상태였다. 
그의 표정을 보고 여관 주인아주머니도 안 것인지 눈을 감고 기도를 해주었다. 
이들은 묵던 방으로 돌아와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마이던과 같이 방을 쓰던 이는 이는 샤콘이었다. 
그의 침대 옆자리엔 샤콘의 짐들이 있었다. 
마이던은 그 짐들을 정리하다 그가 챙긴 백팩을 발견하고 그 백팩을 열어보았다. 
칫솔, 수건, 옷 등 갖가지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좀 더 뒤져보니 작은 공간 안에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종이는 편지 봉투에 들어있었다. 
조심스레 열어보니 위에 크게 유서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이던은 위에서부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깔끔하게 써져있는 글씨들을 읽이 시작했다. '내일부터 꽤나 위험한 일을 하게 되기에 유서를 쓴다. 언 듯 듣기론 멍청한 3번대 기사단장 양반과 우리 팀의 막내인 피온과 스콜, 여사제, 모험가라고 한다. 너희 중 누가 읽을지 모르지만 실력 꽤나 좋은 너희들이기에 이걸 읽는다면 너희보다 덜떨어진 못난 내가 억지로 너희들의 뒤를 쫓다 발을 헛딛여 넘어진 거겠지, 그러니 나 같은 게 죽었다 해서 울면서 수분 낭비할 필요 없다. 그냥 내 시체를 사람들 눈에 안 띄게 만 해다오, 땅에 묻든, 불로 태우든, 물에 버리든 아무거나 해다오, 여기부턴 사적인 얘기 좀 하마, 난 롤에서 태어났다. 작은 집에 없는 살림.. 하지만 괜찮았지, 착한 어머니, 꿈을 좇는 아버지, 멋있는 집이었지, 따뜻하고 포근하고, 하지만 비극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시작됐지, 어머니를 때리고 날 쥐 잡듯 패고.. 어느 날을 기점으로 아버진 술만 달고 살았어, 폭력 또한 끊이지 않았지, 내 생일날 나의 어머니는 생일이라며 다른 아이들처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폭신하고 따뜻한 빵을 구워주셨지, 그날 아버지란 작자는 술을 잔뜩 퍼마시곤 어머니를 때렸지, 그리곤 나에게 손을 대려고 하자 어머니는 칼로 아버지를 찔렀지, 그 후 어머니는 날 팔았어, 정확히는 날 보호하신 거겠지, 그 후론 난 사람들과 연을 쌓지 않았어 누가 다치는 게 싫어서, 안 좋은 일에 엮이는 게 싫어서, 그래서 난 사람들한테 정을 주지 않기 위해 난 날카로운 말투를 사용했지, 그렇기에 너희에게도 쌀쌀맞게 대했겠지, 그래도 너흰 날 잘 대해주겠지, 같이 있는 건 내 돈이 보관되어 있는 '통장'이다. 그걸 어머니를 찾아 전해다오, 전하면서.. 못난 아들이 이제서야 효도 한 번 하겠다고 전해다오. 추신:돈을 맡기면 보관도 해주고 불려준다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아? 은행이라는 시스템은 참 신기한 거 같아.. 아닌가 바보인 건가?' 
마이던은 이 유서를 읽자 눈에서 눈물이 흘러 샤콘의 유서를 적셔나갔다. 
그리곤 유서 안을 뒤져보니 그의 '통장'이 들어있었다. 
마이던은 유서와 '통장'을 소중하게 보관해 꼭 샤콘 어머니께 정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이던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지쳐 잠에 들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 보인 건 여관방 침대가 아닌 어두운 공간이었다. 
마이던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은걸 보곤 꿈이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볼스토르를 들어오기 전에 이런 곳에서 누군가가 죽는 꿈을 꿨는데..' 
마이던은 자신이 꾼 악몽을 걱정하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잠에서 깨고 싶어도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네.. 일단 걸을까..' 
마이던은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천천히 걸으며 샤콘이 죽게 된 장면을 생각했다. 
미련에 잠겨 그때 그랬으면 이어댔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차라리 하지 않겠다 했으면 어땠을까 하며 후회했다.
잡생각에 빠져 걸으니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고 잔디가 자라며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리곤 바람을 타며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와" "여기야 여기" "어서 놀자" 등등 천진난만해 보이는 목소리가 부는 바람을 타고 귀에 들어왔다. 
좀 더 걸으니 다리가 보였다. 
마이던이 다리를 본 순간 갑자기 밝았던 분위기가 다 사라지더니 다리와 마이던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뭐.. 뭐지?" 
마이던은 당황했지만 다리 위로 빛 한 줄기가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저.. 빛은 대체 뭐지?" 
마이던은 호기심에 다리 위로 내리는 빛에 다가갔다. 
그 빛이 비치는 건 울고 있는 한 남자아이였다. 
아마 목소리의 주인공 같았다. 
'왜 이 아이가 있는 거지?' 
마이던은 의문을 가졌지만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했다. 
"왜 날 때리는 거야..?" 
"왜 날 팔아넘겼어..?" 
"아냐.. 난 모두와 친해지고 싶어.." 
"날.. 욕하지 말아 줘.." 
그 아이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용으로 보아 샤콘의 어릴 적 모습인 것 같았다. 
전신이 회색빛인 아이.. 빛을 받고 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두운 회색을 띠고 있는 아이.. 이 아이가..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고 대신 희생한 그 샤콘인 걸까? 
마이던은 뻣엇던 손을 뒤로 빼며 주먹을 주었다가 용기를 내 그 소년의 어깨에 가져다 댔다. 
마이던의 손이 그 소년의 어깨에 올라가자 그 소년의 어깨에 색이 생겨났다. 
하늘색의 티를 입고 있는지 그의 어깨는 하늘색을 띠고 있었다. 
그 소년은 얼굴을 들어 마이던을 쳐다보았다. 
"아.. 안녕?" 
마이던은 눈물이 맺혀있는 소년에게 인사를 건네자 소년은 마이던에 게 달려들어 안겼다. 
"마이던!!" 
그 소년은 안겨서 울 뿐이라 마이던은 당황했지만 그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자 소년의 들은 색을 되찾아 하늘빛을 띄며 검은 줄이 보였다. 
티에 새겨진 무늬 같았다. 
좀 진정된 것인지 소년은 마이던을 안고 있던 손을 풀고 마이던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살았구나.. 다행이다.. 그리고 그 녀석을 죽이고 동료들도 살려구나.. 새로운 용사님." 어린 모습에 성격도 달랐디만 샤콘이다. 마이던은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샤콘 씨 덕분입니다.. 당신이 절 살려주셔서.. 모두를 지킬 수 있었어요.." 
마이던의 말을 들은 샤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모두에게 모질게 대했어, 물론 너희들에게도.. 날 싫어하는 건 당연해.. 미움받을 짓을 했으니 당연한 거지.. 내가 널 구한 건.. 그저.. 사과 같은 거야,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정받는 널 구함으로써 구원받으려고 했지.." 
샤콘은 침울해져 말했다. 
하지만 마이던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전 샤콘 씨를 싫어하지 않았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닮고 싶었어요. 피온이랑 스콜도 항상 화는 많지만 좋은 분이라고 말했는걸요, 그리고.. 당신이 죽었을 때 모두들 진심으로 슬퍼했어요." 
마이던의 얘기로 인해 샤콘은 점점 자신의 색을 찾아갔다. 
샤콘은 울며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사실.. 모두에게 잘해주고 싶었어! 모두와 웃고 떠들며 지내고 싶었어! 하지만.. 사람을 못 받아서인지 주는 법도 잘 몰라서.. 화만 내고 까칠하게 모두를 대했어.. 미안해.. " 
진심을 전한 샤콘은 자신의 색을 다 찾아갔지만 단 한 곳 색을 찾지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마음 있었다. 
마이던도 그걸 아는지 샤콘을 안아주며 말했다. 
"샤콘 씨는 알게 모르게 사랑받고 있었어요. 당신의 어머니께, 동료들에게, 우리에게, 모두 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하며 의지했어요. 당신은 우리에게 있어 힘이 되어주셨어요. 자책하지 않으셔도 돼요." 
샤콘의 마음은 마이던의 말에 의해 색을 되찾고 밝게 빛을 냈다. 
그러자 샤콘은 천천히 사라져갔다. 
"가시는.. 거죠..?" 
"응, 하지만 지켜볼게, 응원할게,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목숨 바쳐 구한 사람이니깐," 
샤콘은 점점 사라져가며 말했다. 
마이던은 사라져가는 샤콘을 보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샤콘은 그런 그를 보며 웃어주었다. 
마지막 그 모습처럼, 뒤돈 그는 죽기 전 그 모습을 띄며 사라졌다.
"고마워.." 
얼굴을 드니 샤콘은 다 사라지고 없었고 마지막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눈을 뜨니 여관의 천장이 보였고 눈에선 눈물이 흐르며 손엔 샤콘의 유서 하나가 들려있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