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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라이트노벨판 에픽세븐 모험 스토리 리메이크


원작 |

투고 | 없어요 그런거

제1장 새로운 시작


 그러고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성역 근처의 어느 한 여관에서 한 소녀가 자고 있는 누군가의 머리를 빗질하고 있었다.

“룰룰루~ 랄라~ 오늘도 머리를~ 쓱싹쓱싹~ 빗질을 해드려야지~ 리본도~ 달고~ 이렇게~ ​귀​엽​게​.​.​.​.​.​.​음​?​!​”​

소녀는 자고 있는 누군가의 미동에 낌새를 느낀다.

“어라, 방금 성약의 계승자님이 움직이신 것 같은데...”

그러자 라스가 눈을 뜨자 목에 달린 거대한 리본에 옴짝달싹 못한다.

“뭐, 뭐야. 이 엄청난 리본은...? 무겁잖아!!!”

라스가 아등바등 발버둥치자 이를 지켜본 다른 소녀가 깜짝 놀란다.

“헉...눈을 떠버렸어요! 내일은 내가 가지고 놀...아니 돌봐 드릴 차례였는데...”

깜짝 놀란 소녀는 라스가 리본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자 떼 내어한다.

“무거워서 못 일어나시는 듯 하니 리본은 떼어드릴게요. 이래봬도 메루링, 소녀장사랄까나~”

메루링은 거대한 리본을 아무렇지도 않게 단숨에 떼 내어들자 라스는 침대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너희...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무슨 짓을...”

그러자 라스는 주변의 환경을 보자 뭔가 이상하게 느낀다.

“그나저나 여긴...어디지? 마신과 전쟁 중이라기엔 너무 ​평​화​로​운​데​.​.​.​.​.​.​?​”​

“마신전쟁은 이미 끝났달까나~ 마신은 20년 전에 신수와 계승자님들. 그리고 ‘디에네’ 여왕님께서 ​물​리​치​셨​답​니​다​!​!​”​

“맞아요. ‘디에네’ 여왕님은 어린 소녀이셨는데도 모두를 이끌어 마신전쟁에서 승리하셨죠!! 멋있어라~”

메루링과 프린은 20년 전 마신전쟁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

“‘디에네’라는 사람이? 아니. 그보다 마신이 이미 사라졌다고?!”

“네에~ 라스 님은 마신이 공격해오는 데도 쿨쿨 잠만 자다 왕성에서 쫓겨나 여기 오신 거랍니다아~ 그~래~서~ 라스 님이 우리 상단에 지급해야 할 숙박료와 관리비는요오~ 이 정도?”

이어링은 라스가 묵은 만큼 기간의 계산을 보여주자 라스는 그대로 얼굴이 굳었다.

“걱정 마세요오~ 대금은 성약의 계승자님이 아니라, 이곳에 당신을 맡긴 ‘디에네’ 님께 청구할 거니까요오~”

“뭐가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라스는 혼란을 뒤로한 채 곧바로 세 자매 상단한테 질문한다.

“‘디에네’라는 사람이 마신을 물리친 데다, 나를 여기 맡겼다고?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

“여왕님이시니 당연히 성에 계시죠! 라스 님이 깨어나셨으니 곧 ‘티렐 성’에서 사람이 올 거예요!! 디체 님께서 성약의 계승자님이 바로 오늘!! 눈을 뜨리라 예고하셨으니 라스 님을 맞을 준비는 벌써 끝냈을걸요?”

프린이 한참 얘기하자 머리 묶은 무사로 보이는 한 누군가가 들어선다.

“이봐. ‘성약의 계승자’를 찾으러 왔는데, 여기 있나?”

“아앗~!! 말하자마자 오셨네요!!”

라스는 들어온 이를 바라보자 곧바로 알아본다.

“...!!!! 빌트레드잖아?”

“......? 성약의 계승자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빌트레드는 자기를 어떻게 알아봤는지 의아해한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왕성 사람들이 얼른 당신을 데려오라 난리야. 당장 ‘티렐 성’으로 가자고.”

“뭐? 지금 바로? 기다려!!”

빌트레드가 나서자 라스는 다급히 챙겨 따라 나간다.

“라스 님~!! 디에네 님께 우리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라스 님을 보살폈는지 잘 말씀해주셔야 해요~ 꼭이요~~”

프린은 라스를 향해 안부를 전해달라고 외친다.



상단 여관에서 나온 뒤. 라스는 빌트레드 손에 이끌려간다.

“자, 잠깐만. 빌트레드. 무작정 끌고 가지 말고 일단 얘기부터 좀...!!”

“뭐야? 왜 자꾸 예전부터 날 알던 사람처럼 굴지?”

그러자 빌트레드는 라스에 대해 의심해한다.

“혹시 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었나? ....아니, 너는 몇백 년간 쭉 잠들어있었으니 그것도 아닐 테고.”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엮여있어, 미안해.”

라스는 차마 말 못할 곤란한 사정에 말을 아낀다.

“그래, 뭐. 나도 네가 순순히 말해주리라 생각하진 않았어. 성약의 계승자께서는 우리들에게 알려주면 안 되는 ‘비밀’ 같은 게 많으실 테지.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지금 무척 혼란스러워서 말이야. 몇 가지를 물어보고 싶은데, 네가 아는 대로 대답해줄 수 있을까?”

“그 정도야 도와줄 수 있지만... 계속 이렇게 서서 얘기할 생각이야? 웬만하면 성으로 가면서 이야기하자고. 오랜만에 눈을 떴다 해서, 걷는 법이나 검 잡는 법까지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으​음​.​.​.​아​마​도​?​ 하하...”

라스는 빌트레드의 말에 당황해서 일단 헛웃음이라도 내자 그를 지켜본 빌트레드는 곧이어 미소를 짓는다.

“......우리 성약의 계승자님. 참 든든도 하셔라. 됐어. 기본적인 건 내가 알려줄 테니, 일단 가자!!”

라스와 빌트레드는 티렐 성을 향해 동행한다. 왕성에 향하면서도 라스는 계속 빌트레드에게 질문한다.

“우선, 지금이 몇 년도인지 알려주겠어?”

“원년 기준으로 462년.”

그러더니 라스는 생각한다.

‘내가 마신전쟁에서 패배한 날로부터 20년 뒤야. 역시 세계가 복구된 뒤 바로 일어난 게 아니구나.’

그러면서 라스는 빌트레드를 쳐다본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빌트레드는 이전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걸. 바로 어제 만난 듯해.’

빌트레드는 라스가 자기를 쳐다보자 뭐라 한다.

“뭘 뚫어져라 보고 있어? 설마 이 몸에게 반했나? 그건 곤란해.”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군.’

라스는 곧이어 물어본다.

“마신을 물리쳤다는 건 이 땅에서 완전히 제거했다는 말이야?”

“아니. 마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는 성약의 계승자뿐이라며. 소멸시키는 대신, ‘밤의 일족’이 목숨을 대가로 ‘봉인’만 시켜놓은 상태야.”

빌트레드가 설명하자 라스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디에네가 너를 부르는 거니, ‘티렐 성’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으라고.”

라스는 걸으면서도 한참동안 의문을 품으며 궁금해 한다.

‘이 세계는 예전과 다른 점이 너무 많아. 왜지? 그 동안 일이 있었던 걸까. 디체에게 물어봐도 대답이 없으니... 내가 잠든 사이 마신을 물리쳤다는 ‘디에네’란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을까?’

그러자 라스는 무언가 떠오른다.

“아! 저기 잠깐, 빌트레드.”

라스가 다시 한 번 물어보자 빌트레드는 한숨 쉬며 질리려한다.

“하아...또 뭔데?”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내 신수, 알카서스는 어디 있지?”

라스는 데리고 다니던 신수 알카서스가 안보이자 의아해한다.

“그러고 보니 알카서스가 없군...”

“알키...아니, 알카서스를 알아?”

“뭐. 이래저래 전설로 듣기도 했고. 너랑 달리, 네 신수는 제때 깨어나 마신과 싸웠거든.”

“알키가 그렇게 장한 짓을 했단 말이야? 만나면 칭찬해줘야겠네.”

라스는 자기가 잠든 사이에 자신의 신수가 마신전쟁에서 활약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미소를 짓는다.

“그 시절 들어간 군것질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모두 다 주인이 일어나면 갚을 거라며 네 앞으로 돌려놨어.”

그러자 라스는 다시 표정이 굳는다.

​“​.​.​.​.​.​.​칭​찬​은​ 취소. 다시 만나면 꼭 쥐어박아 주겠어.”

“사이 좋아보이네. 뭐 그럼 어찌 됐든~ 빨리 신수를 찾고......”

“으아아아아아아! 만났어! 만! 났! 어! 세상에! 진짜 성약의 계승자예요!!! 우와아아아!”

저 멀리 맞은편에서 묶은 머리한 아이가 이쪽을 보고 외치며 놀라워해한다.

“아이테르 왕자님. 체통을 지키세요.”

그 아이 곁에는 한 엘프가 있었다.

“윽, 왕자님? 게다가 ​이​세​리​아​까​지​.​.​.​”​

빌트레드는 이들을 보자 갑자기 당황해한다.

“왕자님? 그게 ​무​슨​.​.​.​.​.​.​으​악​!​”​

아이가 달려와서 라스를 덮치자 그대로 넘어진다.

“진짜 성약의 계승자님이에요! 으아아아! 저 너무너무... 너무너무 기대했어요! 이 순간을요! 저~ 기~ 만져봐도 되나요? 네? 네? ......손 잡아도 돼요? 안아봐도 돼요? 네?”

아이는 라스에게 조르면서 달라붙는다.

“뭐야 이 꼬맹이는~! 떨어져, 떨어져!!”

라스는 모르는 꼬마에게서 벗어나려한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성약의 계승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제라 성검기사단 부단장, ‘이세리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성왕국 이제라의 왕자, ‘아이테르’님 이십니다.”

그러자 같이 따라온 엘프가 다가와 정중히 자기 소개한다.

“내가 성약의 계승자를 데리러 갈 거란 얘기를 어디서 주워듣고 따라왔나 보네. 곤란하게 됐어...”

빌트레드는 이들이 마중 나오자 골치 아프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왕자님을 호위해야 하니 이 근처에 있는 마물부터 마저 정리해야겠군. 이세리아, 성약의 계승자님을 부탁해. 나는 왕자님 쪽을 맡지.”

“알겠습니다.”

“아니, 나도 충분히 내 몫은 한다고. 성약의 계승자를 뭐로 보고...”

그러고서 얼마 뒤 라스와 이세리아는 제각각 마물들을 쓸어낸다.

“오~ 꽤 하는데 그래?”

이를 지켜보던 빌트레드가 의외의 칭찬을 한다. 그러나 라스는 무언가의 어색함을 느낀다.

‘이상해... 감각이 돌아왔는데도 이전과 같은 힘은 쓸 수가 없어. 역시...뭔가가 잘못됐어. 이 세상은 이전 세계와 너무 많이 달라.’

“우와아아아!!! 머, 멋있어요! 엄~청 강해요! 역시 굉장해요! 와아~ 생각만큼은 아닌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요. 에헷.”

뒤에서 지켜본 아이테르가 대단해한다.

“이 꼬마 왕자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냉정한 소리를 하네.”

“에헤헤. 저 있잖아요, 성약의 계승자님이랑 같이 모험을 할래요! 멋진 동료들을 모아서, 마신을 없애고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그러자 이세리아가 진실을 얘기한다.

“왕자님. 마신은 여왕님과 여러 기사님들이 이미 힘을 합쳐 물리치셨답니다.”

“아앗!! 그럼 ‘성약의 계승자’님은요? 그때 뭘 하고 있었나요?”

​“​나​는​.​.​.​음​.​.​.​.​.​.​자​고​.​.​.​.​.​.​있​었​다​는​데​.​.​.​.​.​.​”​

라스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다.

“맞습니다. 세계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성약의 계승자님은 계속 눈을 뜨지 않으셨죠.”

“세계의 존망이 달린 순간에도 태평하게 잠들어있을 수 있다니! 역시 ‘성약의 계승자’님!! 대단해요! 저는 꿈도 못 꿀 일이에요! 저도 동료로 삼아주세요! 검술이 됐든 잠자는 법이 됐든 열심히 배울게요, 라스 님~~~!!”

아이테르가 라스한테 조르는 모습을 지켜본 빌트레드가 비웃자 이세리아는 다그친다.

​“​.​.​.​.​.​.​빌​트​레​드​ 경. 웃지 말고 어떻게 좀 해 보시죠.”

그러자 빌트레드는 헛기침을 내며 웃음기를 가라앉힌다.

“음, 흠...왕자님. 여왕님께서 성약의 계승자님을 기다리고 계시니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겠습니다.”

“자, 들으셨죠, 아이테르 님? 어차피 왕궁에서 다시 만날 테니 저희는 돌아가도록 합시다.”

“으으... 그러면서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제가 아무리 눈치가 없대도 그게 애 취급이라는 사실은 안다구요~!”

아이테르는 자기가 어리다고 하지 말라며 투덜댄다.



“치이... 어차피 내가 없어도 왕국은 잘 돌아갈 텐데!! 왜 그렇게 빨리 왕성으로 가자는 거예요~~”

아이테르는 라스 일행이 서둘러 왕성을 향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확실히 방해하는 왕자님이 없으면 더 잘 돌아가긴 하겠......”

그러자 이세리아가 빌트레드의 발을 콱 밟는다.

“으앗! 이세리아. 내 발을 그렇게 밟으면, 아, 아.”

“그~러~니~까~ ‘성약의 계승자’님이랑 같이 있게 해 줘요. 네? 네네? 네?”

아이테르는 왕성에 가는 대신에 라스와 같이 있고 싶다고 간절히 졸라댄다.

“어쩔 수 없네. 그렇다면 나는 알키...아니, 내 신수를 찾던 중이었으니까... 신수를 찾는 일을 도와주면 옆에 있는 걸 허락해줄게.”

그러자 이세리아가 화들짝 놀란다.

“지금 무슨 말을...왕자님께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니에요!! 할래요!! 저 열심히 찾을게요!”

아이테르는 라스의 조건에 단숨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앗, 아니지. 신수를 찾으면 왕성으로 가야 하니까 못 찾는 편이 좋겠어요! 신수가 제 눈에 띈다면 평생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둬둘래요!”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무서운 소리를 하는군.”

이세리아는 어떻게든 아이테르를 말리려한다.

“아이테르 님! 성약의 계승자님의 얼굴만 뵈고 돌아가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과잉보호야, 이세리아. 너랑 내가 있는데 왕자님이 위험할 일이 뭐가 있어.”

빌트레드는 그냥 넘어가자고 한다.

“하지만..!!”

“아아~ 이렇게 말다툼할 시간에 신수를 찾는 게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는 길 아니겠어? 가자고.”

라스 일행이 신수를 찾으러 떠나자 이세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정말이지.”

이세리아는 어쩔 수없이 신수 찾으러 동행하게 된다.



라스와 그의 일행들은 신수를 찾아다니게 된다.

“라스 님, 라스 님. ‘신수’는 ‘성약의 계승자’님처럼 생명의 여신 디체 님께서 이 세상을 위해 특별히 만든 존재이죠? 신수랑 계약한 사람은 엄청엄청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던데, 저도 라스 님의 신수랑 계약하면 엄청엄청 강해질 수 있을까요?”

아이테르는 신수에 대해 관심이 있어 궁금해 한다.

“그렇긴 한데, 신수는 계승자가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을 수 없어. 알키는 나랑 이미 계약을 했으니까 다른 신수를 알아보라고.”

신수를 찾으면서도 아이테르는 계속 물어본다.

“그러면, 그러면, 라스 님의 신수는 어떻게 생겼나요? 엄청나게 크고 무시무시하겠죠?”

“에...아니. 그런 애들도 있긴 한데, 알키는 평소에는 좀 뚱뚱한 고양이 같달까...”

“뚱뚱한 고양이라구요? 흐음...... 아!!”

아이테르는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가리킨다.

“저 고양이처럼 말씀이시죠?”

“그래, 저 ​고​양​이​처​럼​.​.​.​.​.​.​.​.​.​ 음?”

라스는 뚱뚱한 푸른 고양이를 자세하게 보더니 자신이 찾고 있던 신수를 드디어 발견하게 된다.

​“​아​아​아​아​아​앗​!​!​!​ ​찾​았​다​!​!​!​!​!​!​!​”​

그러자 신수는 깜짝 놀라 도망친다.

“아아아앗!!! ​들​켜​버​렸​다​요​!​!​!​!​!​!​!​”​

“거기 서!! 알카서스!!!”

라스는 도망치는 알키를 뒤쫓는다.

“거기 서라니까!!! 도망가지 마!!!!”

“주인이 알키 찾으면 쥐어박는다 하지 않았음요!!! 아픈 건 싫음!!!”

알키는 라스가 자신을 찾는다면 쥐어박는다고 하여 경계한다.

“으아앗!! 너, 내가 찾는 소리를 듣고도 안 나왔다고?? 괘씸죄로 20대 정도는 더 ​때​려​줘​야​겠​어​.​.​.​!​”​

그러자 알키는 더욱더 흥분해한다.

​“​.​.​.​!​!​!​!​!​!​!​!​ 애완동물 보호협회에 신고할 것임!!! 동물애호가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임!!!!”

곧이어 일행들이 뒤따라온다.

“우와아아 이 털뭉치가 라스 님의 신수인가요? 귀 만져봐도 돼요? 안아봐도 돼요??”

아이테르는 신수를 보고 흥미를 느낀다.

“아이테르 님, 이상한 생물은 가까이 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세리아가 주의하자 알키는 다시 한 번 화낸다.

“이상한 생물이라니!! 이상한 뾰족귀한테 그런 말 듣고싶지 않은 것임!!!!!”

“그러는 알키 네 귀도 뾰족하잖아!!”

“흥, 모른다요!! 나는 이제 자유롭게 살 것이다요!! 사람들한테 간식이나 얻어먹으면서 빈둥대며 살 것임!!”

그러면서 알키는 그대로 줄행랑친다.

“기다려 알카서스!!!”

라스가 뒤쫓아 가자 이세리아는 이들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형편없군. 성약의 계승자도, 그의 신수도. 한때나마 저런 사람을 믿고 기다린 나 자신이 한심해지는 기분이야.’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이세리아? 성약의 계승자한테 반하기라도 했어?”

뒤에서 빌트레드가 가만히 지켜보던 이세리아에게 물어본다.

“시시껄렁한 소리는 그만두세요, 빌트레드 경. 서둘러 저들을 쫓아가도록 하죠.”

곧이어 이세리아와 빌트레드도 뒤따라간다.



알키가 붙잡히지 않으려고 멀리 떨어져 도망치려하자 라스는 다른 방법을 쓰려한다.

“이런... 쓸데없이 재빠르기만 한 녀석... 안되겠다. 혹시 너희 과자나 사탕 같은 거 가지고 있어?”

그러자 이세리아가 사탕 뭉치를 꺼내든다.

“아이테르 님이 착한 일을 할 때마다 하나씩 주라고 찰스 님한테 받은 사탕이...”

이번엔 아이테르가 흥분해한다.

“뭐라구요오? 어린애 취급도 정도가 있지!!! 전 이제 애가 아니거든요? 사탕 따위는 전~혀 필요 없거든요!”

“좋아. 이걸로 저 녀석을 꾀어내자고.”

라스는 사탕 뭉치를 들고 알키한테 다가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알키, ​아​니​.​.​.​알​카​서​스​.​ 미안해.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 봐... 주인도 없이 오랜 시간을 혼자 보내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사과의 의미로 사탕도 잔뜩 준비했어. 이제 그만 날 용서하고 돌아와 줄래?”

그러더니 알키는 사탕 뭉치를 보고서는 마음이 흔들린다.

“...주인, 알키 안 때릴 것임?”

“안 때릴게. ‘성약의 계승자’의 이름을 걸고.”

한참 망설인 끝에 결국 알키는 라스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돌아온다.

“흠... 주인이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용서해주겠음. 절대 사탕이 먹고 싶어서가 아님!!”

“그래. 잘 ​생​각​했​.​.​.​.​다​아​아​아​!​!​!​ 드디어 잡았네!!!”

라스는 돌아온 알키를 쌔게 잡아 안았다.

“뭐임!!!! 약속했잖음!!! 알키 안 때리겠다고 ​약​속​했​잖​음​!​!​!​!​!​!​ 으아아앙~ 그 천사 같은 얼굴에 속는 게 아닌데!!!!! 으악!!!!”

“와아아, 저게 바로 ‘사기’지요? 실제로는 처음 봐요!!! 역시 성약의 계승자님!!!!! 대단하다!!!”

아이테르는 라스의 센스에 놀라워한다.

“난 약속대로 때리지 않았어. 대신 감격에 찬 포옹을 찐~~~~~~하게 했을 뿐이지.”

​“​으​으​.​.​.​.​.​.​사​기​꾼​.​.​.​ 목 졸려 죽는줄 알았다요... 훌쩍... ​아​프​다​요​.​.​.​훌​쩍​.​.​.​하​지​만​ 사탕 ​맛​있​다​요​.​.​.​.​.​.​”​

알키는 사탕을 먹으며 눈물을 달랜다.



“자. 그럼 신수도 찾았으니 ‘티렐 성’으로 갈 일만 남은 건가.”

빌트레드가 말하자 아이테르는 좀 불안해한다.

​“​우​으​으​.​.​.​모​험​이​ 벌써 끝나버리다니... 왕성으로 돌아가면 찰스 경한테 혼날 텐데~~”

“그러게 혼날 일 없이 왕성에서 기다리시면 될 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신 겁니까.”

“하지만, 하지만! 두근두근하잖아요? 몇백 년동안 잠들어있던 성약의 계승자님이 눈을 뜨셨다는데! 모두 성약의 계승자님이 이 세상에 온전한 평화를 가져올 거라 했다고요!! 그렇지. 지금 혼나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빨리 왕성으로 가요, 모두가 라스 님을 기다려 왔다구요!”

그러자 아이테르가 마음을 바꿔 왕성으로 향하자고 한다.

“왕성으로 가는 길은 꽤나 복잡하고, 마물도 많이 나옵니다. 저를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이세리아는 왕성을 향하는데 있어서 주의를 당부한다.

“알았어. 아이테르와 너희가 다치지 않도록 지켜줄게. 길 안내를 잘 부탁해. 이세리아.”

​“​.​.​.​.​.​.​하​아​.​.​.​ 누가 뭘 지킨다고...”

그러자 이세리아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한다.

“응?”

“아닙니다. 가시죠.”

이세리아가 떠나자 라스는 그녀의 반응에 대해 불편해한다.

​“​.​.​.​.​.​.​뭐​랄​까​,​ 이세리아는 날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봐.”

그러더니 알키가 위로한다.

“뀨뀨뀨... 모든 사람과 잘 맞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음. 자신과 인연이 딱~ 맞는 사람들을 찾아 ‘소환’하는 게 아닌 이상 말임~!!”

“그러고 보니, 세계의 모든 지식이 담겼다는 만물의 도서관에서는 자신의 인연을 알 수 있댔어요!!”

아이테르가 말에 끼어 무언가를 알려준다.

“인연이라니... 도서관이 아니라 점집 아니야?”

“왕성으로 가기 전에 한 번만 들러봐요~~ 네? 네네네?? 이번에 들어가면 언제 다시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구​요​~​!​!​!​”​

아이테르는 라스한테 다가가 졸라대며 떼쓴다.

“아, 알았어. 알았어. 그만 좀 달라붙어~!!”

라스는 하는 수없이 아이테르와 함께 만물의 도서관에 향하려한다.

“저기... 잠시 아이테르하고 만물의 도서관이라는 곳에 갔다만 와도 될까?”

그러자 이세리아는 참지 못하고 화부터 낸다.

“뭐라고요?! 아까 왕자님을 데리고 신수 찾으시더니 이번엔 어디로 모시고 갈 ​작​정​이​십​니​까​!​!​!​”​

“에휴... 갔다 와...... 어차피 가는 길 근처에 만물의 도서관이 있으니까 시간 좀 남았는데 잠깐 갔다 올 것까지야 뭐.......”

빌트레드가 다시 한 번 받아주자 아이테르가 환호한다.

“와아~! 진심으로 고마워요~ 빌트레드 님!”

“그럼 금방 갔다가 올게.”

라스와 아이테르가 만물의 도서관으로 떠나고 이세리아는 빌트레드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째려다본다.

“뭐야 그 눈빛은?”

이세리아는 아무 말 없이 째려보다 팔짱끼며 고개를 돌린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이들을 보낸 게 그렇게나 개탄스러워?”

그러나 이세리아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이를 지켜본 알키가 한마디 한다.

“둘이 참 쿵짝쿵짝 잘 맞는 것 같다요~”

그러자 둘은 갑자기 알키를 날카롭게 째려본다.

​“​뀨​우​우​.​.​.​.​.​.​.​”​



라스와 아이테르는 숲속의 거대한 건물에 들어선다.

“와아...여기가 바로 만물의 도서관이군요!!”

그러더니 어디선가 공중에서 난쟁이만한 인형들이 다가와 나타난다.

“기다렸느니라. 선택받은 방문자여. 이방인인 그대를 환영하노라.”

“모든 생명의 운명이 기록된 이 책을 통해 그대에게 허락된 특별한 인연을 만나보거라~”

라스는 이들이 말하는 것을 보곤 황당해한다.

“아무래도 도서관이 아니라 점집 맞는 것 같은데...”

그러자 인형들이 갑자기 뻘쭘하며 재차 설명한다.

“아, 아니다!! 우리들은 별의 계보를 기억하는 ‘만물의 도서관’의 사서들이니라.”

“이 별에게 선택받은 이에게 운명과 인연을 살짝 알려주는 것뿐이다. 절대, 절대절대 점집이 아닌 것이다~!!”

“.......”

라스는 이들의 말하는 것과 모습을 보고는 그래도 점집인가 의구심이 들어 한다.



라스 일행은 드디어 거대하고 넓은 이제라 왕성에 발을 내민다.

“이곳이 성왕국 이제라의 ‘티렐 성’입니다. 성에선 소란이 금지되어 있으니, 정숙을...”

이세리아가 당부하자 갑자기 거대한 체격의 백발에 콧수염 노인 기사가 다급히 다가온다.

“아이테르 님!! 어딜 가셨던 ​겁​니​까​!​!​!​!​!​!​”​

“으엑, 찰스 경......”

아이테르는 기겁하며 몰리게 된다.

“설마, 성 밖에 다녀오셨습니까? ​위​험​하​잖​습​니​까​!​!​!​ 안 되겠습니다. 오늘이야말로 바깥세계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확실하게!! 알려드리죠.”

찰스는 아이테르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향한다.

“으아아앙~~ 싫어요, 싫어~~~~”

아이테르는 울어대면서 이끌려간다. 그 모습을 지켜본 라스는 물어본다.

“...지금 되게 시끄러운데, 저건 괜찮아?”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요.”

왕성으로 들어서는 길에 저 멀리서 어린아이 두 명과 한 여자가 성에 나들이하고 있었다.

“우와~ 책에서 본 것보다 훨씬 큰 성이야~!!”

양갈 머리의 귀여운 소녀가 놀라워한다.

“와~~ 성문 한 짝이 우리 집만해!!!”

개구쟁이 소년이 신기해한다.

“에렌, 신디. 여기는 여왕님과 왕자님이 계시는 곳이니 시끄럽게 하면 안 돼요.”

금발의 아가씨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마침 라스 일행의 시선이 이쪽을 지켜보자 아가씨는 대신 사과한다.

“아,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성 구경을 오게 되어 아이들이 많이 신났나 봐요.”

라스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성 정문에 다다르자 젊은 백발기사가 그곳에서 마중 나와 기다려 정식으로 인사하여 맞이한다.

“방패기사단장 크로제, 성약의 계승자님을 뵙습니다. 성약의 계승자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왕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십시오.”

성문을 지나 정원을 거쳐 성 회랑에 이르는 동안 많은 병사와 사람들이 서열 한 듯 의전하고 있었다. 성 회랑에는 알현실로 올라가는 계단과 거대한 문이 있었다.

“이곳을 올라가면 바로 알현실입니다. 알현실에는 디에네 여왕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고마워. 이세리아 경. 그리고 빌트레드도.”

“뭘. 어차피 녹봉 받고 하는 일인데.”

그러자 이세리아가 핀잔을 준다.

“언행을 조심하십시오, 빌트레드 경. 성약의 계승자님께 무례합니다.”

“태도가 좀 건방진 거야 뭐. 겉으론 깍듯이 대하면서 속으로 욕하는 누구보다 낫지 않나?”

“빈정거리지 마십시오, 빌트레드 경.”

이세리아와 빌트레드가 말다툼하자 라스는 망설인다.

​“​.​.​.​으​음​.​.​.​.​.​.​ 저 두 사람을 두고 가도 괜찮을까.”

그러더니 알키가 무시하자고 한다.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끄고 빨리 알현실로 가자요!”

계단타고 올라서자 거대한 문을 양쪽의 기사들이 열어주고 알현실에 들어서자마자 그곳에도 많은 기사들이 의전하고 있었다. 레드카펫을 따라 그 끝에는 묶은 머리에 금속 빛 장신구를 달고 지팡이를 든 여왕이 기다리고 있었다. 라스가 다가서자 여왕은 정중하게 인사하며 맞이한다.

“성약의 계승자님, 이렇게 뵙게 되어 더없는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라스 님. 저는 성왕국 이제라의 여왕인 ‘디에네’라 합니다.”

“당신이 디에네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라스는 서론을 생략하고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간다.

“내가 잠든 사이 대체 이 세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후후, 뭐가 그리 급하신지요. 한숨 돌리고 물어보셔도 될 텐데요.”

여왕 디에네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다.

“하긴. 성약의 계승자님이 마지막으로 눈을 뜨셨던 세계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요.”

그러자 디에네 여왕은 본격적으로 설명한다.

“...마신전쟁 때, 여신께선 신탁을 내렸습니다. ‘20년 뒤 오늘. 다시 빛이 내려오리라. 그 빛은 나의 마지막 권능이자 희망일지니...’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많은 이들이 ‘여신이 힘이 다했다’고 생각해 좌절했지요.”

라스는 이 말을 듣고 생각해본다.

‘여신이 힘을 잃은 건 사실이겠지. 몇 번이나 마신의 침입을 저지하며 많은 힘을 썼으니... 내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이유도 여신의 힘이 다했기 때문이었나.’

“그러나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20년 뒤 내려올 빛을 믿고 전쟁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저희는 마신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고 성약의 계승자님은 여신의 말씀대로 다시 눈을 뜨셨습니다. 우리는 분명, 여신이 인도하신 희망의 길로 나아가는 중이겠지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여신의 힘이 다하면서 알 수 없는 공간이 생겨나고, 대륙 곳곳에는 마물들이 범람하며... ‘성소’의 힘이 약해지면서, 그곳에 봉인된 ‘마신’의 힘은 언제 봉인이 풀릴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지요.”

디에네 여왕은 라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성약의 계승자 라스 엘클레어 님. 여신의 성약, 우리의 빛이시여. 부디 이 혼란스러운 세계를 구해주십시오. 아직 이 땅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보​여​주​십​시​오​.​.​.​”​

라스는 그 말을 듣고 고민하더니 곧이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물​론​이​지​.​ 왜 내가 눈을 떴는지. 이 세계에서의 내 역할이 뭔지 이제야 알겠어.”

그러자 라스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외친다.

“네 부탁대로 마신으로부터 이 세상을 완전히 구해낼게. 디체의 분신, 성약의 계승자로서!”

라스의 외침에 디에네 여왕은 감격한다.

“아아.... 성약의 계승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안심이 되는군요.”

“그럼, 지금 바로 날 마신의 힘이 봉인되어 있다는 곳으로 데려다주겠어? 이 땅에 마신의 힘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꺼림칙해.”

“안 그래도 라스 님께서 깨어나실 날에 맞추어 성소로 향할 준비를 미리 끝내두었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쉬시고, 내일 저와 같이 ‘성약의 문 신전’으로 향하시지요.”

이로써 라스와 여왕 디에네 간의 대화가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여왕과의 대화가 마치고 알현실에서 나오자 알키는 우울해한다.

“디체의 힘이 점점 약해져 가고 있는 건 알았지만 그런 상황인 줄은 몰랐다요. 뀨우우...”

라스는 알키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기운차리라고 긍정적인 위로한다.

“그래도 웃으라고 알키~ 신수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불안해할 테니까.”

알키는 그 말을 듣고 힘을 낸다.

“알았다요. 알키, ​힘​내​보​겠​다​요​~​~​!​!​ 신수의 사명이 끝나고 먹을 디저트들을 생각하면서 말임!! 그러니까 주인도 웃는 거다요!!”

“응, 고마워 알키. 나도 노력할게.”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누군가가 라스를 보고 외친다.

“아아앗!! 라스 님 발견!!”

라스는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니 아까 여관에서 봤던 세 자매 상단들이 있었다.

“우앗, 뭐야?! 너희가 여기엔 어떻게...”

“디에네 님께 라스 님의 숙박비와 관리비를 받아야 하니까요오~ 서둘러 왔답니다아~”

“에헤헤. 그리고 지금은 왕성 ​관​광​중​이​랄​까​나​~​!​!​ 라스 님도 같이 가실래요?”

상단 자매들이 왕성에 놀러가자고 제의하자 라스는 황당하고 만다.

​“​관​광​이​라​니​.​.​.​.​.​.​.​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

“어라라, 몇백 년 동안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하셨잖아요오~ 세상의 어느 사람도 라스 님보다 한가하진 않을걸요?”

“나 참. 그러니까 그게 아니래도.”

라스는 당황한 듯 미소라도 짓는다.

“앗~ 웃으셨다~ 역시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요!”

“응응. 그래야 우리 ‘잘린 머리와 웃는 어둠 상단’의 일원이랄까나~!”

“내가 언제 상단의 일원이 됐지? 난 투숙객 아니었어?!”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시고~ 자자. 가자구요!!”

프린이 뒤에서 밀치자 라스는 밀쳐나간다.

“아앗, 밀지마. 밀지마!! 내가 알아서 나갈 테니까~~!!!”

결국 라스는 그날 하루 동안 상단 자매들에 이끌려 왕성 곳곳에 보러가게 된다.



그러고서 다음날.

“밤새 편히 쉬셨습니까, 성약의 계승자님.”

디에네 여왕이 충분히 휴식하였는지 물어본다.

“아니... 상단 자매들 손에 이끌려서 성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쉬진 못 했어.”

라스는 지친 표정을 지으며 어제 다녔던 성역에 대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성역 시설 중 생명의 힘이 다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 하는 곳들을 손보다 보니 어느덧 아침이...’

“후후... 조금 소란스러워도 비밀 유지와 일 처리는 확실하다 정평이 난 이들입니다. 덕분에 성약의 계승자님을 안전히 피신시킬 수도 있었지요.”

라스는 디에네 여왕의 말에 의문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왜 예전처럼 왕성이나 신전이 아니라 상단에서 눈을 떴지?”

그러자 알키가 말에 낀다.

“그 자매들 말로는 주인이 잠만 자서 내쫓았다 했음!!!”

디에네 여왕은 그런 건 아니라며 단정 짓는다.

“설마요. 그런 이유는 아닙니다. 다만......”

디에네 여왕은 잠시 얘기 하다말다 조심스럽게 말을 올린다.

​“​.​.​.​.​.​.​아​니​.​ 이런 얘기는 왕성에서 하기보단, 후원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군요. 메르세데스. 이리로.”

“네, 디에네 님.”

디에네 여왕이 누군가를 부르자 어디선가 옆에서 어린 분홍머리의 호문클루스가 등장해 다가온다. 라스는 그 모습을 보고는 의외인 표정을 짓는다.

‘마족이잖아? 왕성에 마족이라니...’

“이 아이는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호문클루스. 저희가 나누는 이야기를 누설하지 않겠지요.”

디에네 여왕은 분홍머리 호문클루스 소녀에게 지시한다.

“메르세데스, 성약의 계승자님과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후원을 거니는 동안 호위를 해 주겠니?”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라스와 디에네 여왕은 분홍머리 호문클루스 소녀를 동행해 왕성에서 나와 후원으로 향한다.



라스와 디에네 여왕은 왕성에서 떨어져 후원 멀리까지 이동한다.

“무슨 이야기인데 이렇게 멀리까지 나왔어?”

“아무래도, 성안에는 듣는 귀들이 많으니까요. 널리 퍼져서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 말입니다.”

그러자 디에네 여왕의 눈빛이 바뀌어 신중하게 설명한다.

“사실...과거 성약의 계승자님을 암살하려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라스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 나를...? 대체 누가?”

“배후를 확실히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라스 님을 죽임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볼 존재는 ‘마신’과 관련된 존재란 사실이지요. 마신의 수하일 수도, 대가를 받고 마신의 편에 붙은 자일 수도 있겠지요. 주동자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기에 라스 님을 극비리에 성 밖으로 피신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리어 라스는 혼란에 빠지고 만다.

“마신과 여신의 힘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까지 있다니...... 머리가 아파오는걸. 역시 인간은 이해하기 어려워.”

“라스 님이 눈을 뜨신 지금은 감히 목숨을 노리는 이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무쪼록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겠지요. 항시 경계를 늦추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서 병사가 다급히 다가와 외친다.

“여왕 폐하!! 실례합니다. 급히 보시고 결정해주셔야 할 일이...”

“알겠네. 지금 가지.”

디에네 여왕은 라스에게 잠시 실례한다.

“죄송합니다. 라스 님. 금방 돌아올 테니, 메르세데스와 함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디에네 여왕이 급하게 자리를 뜨자 라스는 마족인 메르세데스랑 남는 게 불안해한다.

‘...조금 전까지 몸조심하라 해 놓고 마족이랑 단둘이 남긴 채 ​가​다​니​.​.​.​디​에​네​!​!​’​

라스는 메르세데스를 보더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마족이랑은 대체 무슨 얘길 해야 하지? 아니. 애초에 성약의 계승자인 내가 마족과 사이좋게 대화를 해도 괜찮은 거야...?’

그 사이에 알키가 당당하게 메르세데스한테 인사한다.

“반갑다요~ 내 이름은 알키인 것임~~~~”

그러자 라스는 당황하며 알키에게 타이른다.

“이, 이봐. 알키. 마족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다니... 신수로서 자각을 좀...”

“흥, 사람들도 착한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듯이 마족도 착한 마족이랑 나쁜 마족이 있기 마련이다요~~”

그러면서 알키는 라스에게 메르세데스에 대해 확실하게 말한다.

“이 마족은 착한 마족임!! 내가 보증함!!!”

라스는 알키의 모습을 보고는 의심한다.

​“​.​.​.​.​.​.​알​키​.​ 솔직히 말해봐. 너 내가 안 보는 사이 뭐 받아먹었지.”

“뀨뀨, 비밀이다요, 우물우물~~”

알키는 알고 보니 사탕을 씹고 있었다.

“디에네 님께서 알카서스님은 단 음식을 좋아한다 하셨던 말이 기억나, 사탕을 조금 드렸습니다.”

메르세데스가 그러자 라스는 고마워한다.

“아... 고마워. 그렇게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닙니다. 디에네 님 께서 두 분을 특별히 잘 모시라 부탁하셨으니까요. 두 분은 제가 호위해드릴 테니, 디에네 님을 기다리시는 동안 정원이라도 좀 둘러보시지요. 마침 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답니다.”

라스는 메르세데스의 마음씨를 보고 불안해했던 마음을 놓이고 안심한다.

‘흠... 알키 말대로, 나쁜 마음을 먹고 있진 않나 보네.’

라스는 메르세데스와 후원의 꽃을 보면서 하나씩 물어본다.

“너는 분명 마족이지? 그런데도 같은 마물들을 적으로 돌린 거야?”

“디에네 님의 적은 저의 적... 저는 그분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뀨뀨, 완전 충성파라는 거다요. 하긴, 주인이 디에네처럼 인자한 사람이면 나라도 충성을 바치고 싶어질 것임!!”

“그렇습니다. 디에네 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에요. 원로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족인 저를 거둬주시고 보호해주셨죠. 그분을 위해서라면 저는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사정과 의지를 듣고선 라스는 든든한 버팀목의 존재라 생각한다.

‘마족을 호위로 쓴다 해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충성스럽네. 과연 디에네가 믿음을 줄 만해.’

이번엔 다른 질문을 한다.

“그런데 너는 어쩌다 이제라에서 지내게 됐어? 무슨 사정이 있나?”

“...저도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에 있었고, 이전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디에네 님의 맹우이자 타라노르의 기사인 ‘크라우’님이 저를 맡기고 가셨다는 사실 말고는...”

메르세데스도 자기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잘 모르자 라스는 의문해한다.

‘흠. 역시 평범한 마족은 아닌가? 나중에 디에네에게 물어봐야겠어.’

마침 디에네 여왕이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늦었지요. 조금 전 ‘성약의 문 신전’으로 향할 준비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함께 떠나도록 하시죠.”

라스는 디에네 여왕과 ‘성약의 문 신전’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라스와 디에네 여왕은 협곡에서 ‘성약의 문 신전’으로 출발하려한다.

“성약의 계승자님. 알카서스님. 출발할 준비는 다 끝나셨나요?”

“알키는 준비 완료다요~!! 털도 뽀송뽀송 빗었고 군것질거리도 챙겼다요!”

“나야 뭐 준비랄 것도 없지. 그런데...”

라스는 같이 동행하는 많은 인원의 행렬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이 행렬은 다 뭐야?! 왕성 사람들이 죄다 나왔나?”

왕성 행렬에는 이제라 원로원으로만 가득 찼다. 일단 성검기사단과 방패기사단의 기사들로부터 해가지고 푸른성십자회의 수녀들 그리고 장미의 사도회 사제들에 이어 그 뒤에 수하나 병사들마저 뒤따른다.

“뀨뀨... 사고뭉치 왕자에 빌트레드, 이세리아까지 있다요.”

알키는 어제 봤던 아이테르 왕자와 빌트레드, 이세리아를 보고는 질색한다.

“신전으로 향하는 길은, 백성들에게 성약의 계승자님을 보여드릴 기회이니까요. 성약의 계승자님께서 건재하심을 똑똑히 보여주고자 준비한 행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

라스가 우려하자 빌트레드가 다가와 뭐라 한다.

“왜 그렇게 불만이 많아? 이런 건 화려할수록 좋은 법이야. 준비가 끝났으면 슬슬 출발하자고. 이제라의 성소, ‘성약의 문 신전’으로 말이야!”

그 뒤에 메르세데스가 다가온다.

“오늘 하루 빌트레드 님과 함께 호위를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메르세데스. 성약의 계승자는 별로 예의를 따지는 성격은 아닌 것 같으니까. 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을 놨는데도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하, 하지만...”

그러자 라스는 괜찮다고 한다.

“그래. 딱히 내게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 오늘 하루 잘 부탁할게, 메르세데스.”

라스의 상냥함에 메르세데스는 어떻게든 그래도 호위하겠다고 다짐한다.

“네. 명령받은 대로 라스 님과 디에네 님을 마물과 흑마법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스는 뒤따라오는 왕성 행렬과 같이 성약의 문 신전으로 향하면서 디에네 여왕에게 무언가 물어본다.

“그런데 디에네. 마신의 힘은 ‘성약의 문 신전’ 한 군데에만 봉인돼 있어? 아무리 성왕국 이제라라 할지라도 마신의 힘을 온전히 억제하진 못 할 텐데.”

“맞습니다. 저희만으로는 그 거대한 힘을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신의 힘을 여섯 개로 나누어 각국의 성소에 ​봉​인​해​두​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디에 마신의 힘을 봉인하였는지 설명한다.

“마신의 힘이 잠든 성소는 이제라의 ‘성약의 문 신전’, 레인가르의 ‘현자의 탑’, 던 블라이아의 ‘세계수’와 웨더릭 무어의 ‘타그헬 유적지’, 뒤셀노크트의 ‘만월의 묘지’ 타라노르의 ‘눈물의 샘’. 이렇게 여섯 곳입니다.”

“그렇구나. 이제라에 봉인된 마신의 힘을 소멸시키면 바로 다음 성소로 향해야겠네.”

라스가 깨닫게 되자 알키는 우려한다.

“주인.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님?”

그러면서 알키의 표정이 바뀐다.

“성에 조금 더 머물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기운을 차린 뒤 떠나라는 것임~~”

알키의 위로에 라스는 감격 받는다.

“알키.... 날 ​걱​정​해​주​는​.​.​.​.​.​.​

그러면서 라스도 표정이 바뀐다.

“...척 하면서 호의호식할 생각이지? 네 속셈은 이미 다 간파했다고.”

“쳇... 주인은 너무 눈치가 빠르다요.”

알키는 의도와는 달리 주인에게 수법이 통하지 않자 아쉬워해한다. 한편 라스와 함께 동행하는 왕성 행렬 중에 의미심장한 무사로 보이는 의문의 모습을 한 누군가가 숨겨진 미소를 띠운다.



라스와 왕성 일행은 마을에 막 들어선다. 이 와중에 라스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이번엔 다른 질문을 한다.

“맞아. 디에네. 네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무엇이라도 ​대​답​해​드​리​겠​습​니​다​.​”​

“혹시 ​메​르​세​데​스​는​.​.​.​.​”​

그러자 갑자기 마을사람들이 이쪽으로 향해 큰소리를 외치며 항의한다.

“성약의 계승자는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진실을 은폐하는 여왕 디에네는 퇴진하라!!”

마을사람들이 몰려오자 기사와 병사들은 진열을 갖추고 방어태세를 한다.

“다들 물러서라! 어느 안전이라고 소리를 높이느냐!!”

이세리아의 경고에도 여전히 마을사람들의 시위가 빗발친다.

“퇴진하라!! 퇴진하라!!”

휙.

누군가 돌을 던지자 빌트레드는 응징한다.

“여왕 폐하의 행렬에 돌을 던지다니! 반역죄로 처벌하겠다!!!”

마을사람들이 거세지자 라스는 당황한다.

“뭐지? 사람들이 왜......”

이를 목격한 디에네 여왕은 일단 사과부터 한다.

​“​.​.​.​.​.​.​죄​송​합​니​다​.​ 라스 님. 불만을 품은 백성들이 몰려온 모양입니다. 일단 상황을 진정시킨 뒤, 행진을 계속하시죠.”

마을사람들을 기사와 병사들이 대치하는 동안 라스와 디에네 여왕은 일부 기사들의 엄호아래에 신속하게 마을에서 벗어난다.



마을에서 빠져나오고 라스는 황당해한다.

“이게 무슨 일이야? 사람들이 왜 저렇게 화가 났지?”

그러자 디에네 여왕이 진실을 설명한다.

​“​.​.​.​.​.​.​마​신​의​ 힘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말씀드렸지요. 마신의 힘 때문인지 최근 몇 년간 ‘카오스 게이트’나 ‘사멸의 땅’과 같은 이질적인 공간들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전쟁의 후유증과 마물들의 공격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어느 순간부터 분노와 불안감, 원망을 표출하기 시작했지요.”

라스는 그 말을 듣곤 심각성을 인지한다.

‘카오스 게이트와 사멸의 땅... 세계의 뒤틀림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구나.’

그러면서 이어서 묻는다.

“불안한 사람들이 혼란과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이 성약의 계승자인 나와 여왕인 당신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성약의 계승자가 제때 일어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디체가 우릴 버렸으나, 디체를 업고 왕이 된 제가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까지 생기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믿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그럴수록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지기만 할 텐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마신의 하수인인 ‘사도’를 소환하고자 움직이는 조직까지 생겼다 들었습니다. 이제라 뿐만 아니라 리타니아 대륙 전체가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요. 그렇기에 오늘 성약의 계승자님이 마신을 소멸시키는 의식이 이제껏 있었던 모든 일보다 중요합니다. 여신께서 이 세계를 버리지 않았음을, 라스 님이 마신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직접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디에네 여왕과 얘기하는 사이에 저 멀리 신전이 눈앞에 보이자 라스는 무언가 깜빡한다.

‘결국 메르세데스에 대해서는 못 물어봤네. 뭐...됐어.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데서 할 만한 얘기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봉인된 마신의 힘을 소멸시킨 다음 왕궁으로 돌아가서 다시 물어보자.’

“이 너머에 마신이 잠들어 있나요? 안으로 들어가는 건 처음이에요. 두근두근~”

아이테르가 신전에 들어가는 걸 기대하자 단발머리소녀 성검기사단 견습 기사단원인 알렉사가 옆에서 다가와 말한다.

“여기서부터는 왕자님께서도 동행하실 수 없습니다. 저희와 같이 밖에서 기다리시죠.”

그러자 아이테르는 당황한 듯 표정을 짓는다.

“네에에? 왜요???? 저도 들어갈래요~”

“이곳은 마신이 잠든 신전이기 때문에 성소의 결계를 해제할 수 있는 디에네 님과 여왕님께서 호위로 지정하신 빌트레드 님, ​메​르​세​데​스​만​이​.​.​.​”​

“그렇구나... 저는 쓸모없는 사람이라서 못 들어간다는 거죠...? 훌쩍.”

아이테르가 아쉬워하며 침울한 모습으로 눈물을 짓자 찰스는 어찌할지 모른다.

“아아아, 아이테르 님...!!!”

이 광경을 지켜본 디에네 여왕이 입을 연다.

“찰스 경, 아이테르는 눈물로 호소하려는 속셈이니까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자기의 본심이 엄마한테 들키자 아이테르는 너무해한다.

“아앗~ 어머님 치사해요!! 거의 다 넘어왔었는데!”

그러면서 아이테르는 졸라댄다.

“저도 같이 갈래요~ 성약의 계승자님이 마신의 힘을 팟~! 하고 없애는 걸 바로 옆에서 보고 싶다고요!!”

아이테르가 말하는 것을 보고 라스는 어이없어한다.

“이 의식을 무슨 공연 쯤으로 생각하고 있구만...”

디에네 여왕은 아들에게 잘 달래준다.

“제가 옆에서 잘 보고, 오늘 밤에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해 드리지요. 그러니 이번만 양보해주기로 해요. 알았죠?”

엄마가 약속하자 아이테르는 어쩔 수없이 한발 물러서며 받아들여야만했다.

“우으...... 알겠어요. 약속이에요, 약속했어요, 어머님!! 하나도 빠짐없이 다 얘기해주셔야 해요!!”

결국 아이테르는 분하면서 엄마하고 약속한다.



성약의 문 신전 앞에 진입하고 날씨가 흐려지려하자 라스와 호위무사인 빌트레드와 메르세데스는 한참 마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으음...기분 탓인가? 마물들이 한층 더 사나워진 느낌이야.”

라스는 마물들을 상대하면서 좀 버거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신의 힘이 약해지면서 성소는 마신의 힘을 완전히 봉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성소 주변의 마물들은 마신의 영향을 받아 매우 강력하고 흉포해지고 있지요.”

그러면서 디에네 여왕은 뒤돌아보며 호위무사들한테 부탁한다.

“빌트레드 경, 메르세데스. 호위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말라고.”

“명령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빌트레드와 메르세데스가 여왕을 호위하는 사이에 라스는 마신의 힘이 봉인되어있는 신전 근처의 마물들을 한참동안 정리하다가 무언가 발견한다.

“잠깐... 설마 저게 ‘카오스 게이트’라는 건가?”

라스는 신전에 마신의 힘이 봉인되어있는 것 때문인지 눈앞에 보이는 블랙홀같이 생긴 어둠의 기운이 느껴질 것 같은 구멍이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자 마물들을 쓸어내고 구멍이 소멸하기 전에 간신히 안으로 들어간다. 구멍 속에 들어간 라스는 평범한 세계치고는 죽어갈 것 같은 고역의 느낌과 곧 무너질 것만 같은 공간에 마물들이 득실거리자 불쾌해한다.

“여신의 축복이 닿지 않는 기이하고 왜곡된 ​공​간​.​.​.​.​.​.​기​분​나​쁜​ 곳이군. 일단 앞으로 가보자.”

라스는 마물들을 해치워내며 뚫다가 밖에서 카오스 게이트가 생겨 드디어 빠져나온다. 카오스 게이트에서 나온 라스에게 디에네 여왕은 다가간다.

“돌아오셨군요. 뭔가 알아내셨습니까?”

그러자 라스는 카오스 게이트에서 본 세계를 그대로 얘기한다.

“여기와는 시간도, 진리도 다른 곳이야. 평범한 사람들이 넘어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겠는걸.”

“실제로 많은 이들이 저 속으로 끌려들어 갔고 대다수는 돌아오지 못했다 들었습니다...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군요.”

라스와 여왕 일행은 신전 입구 바로 앞에 다다른다.

“거의 다 왔습니다. 바로 이 앞에 마신 앙그라프의 힘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알키가 코를 쥐어짜며 불쾌해한다.

“뀨우우...이 지독한 악취...... 틀림없는 앙그라프의 냄새임!”

“각지의 ‘성소’에는 외부의 침입을 막는 ‘결계’가 존재합니다. ‘결계’는 성소를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만이 해제할 수 있지요. 이제라의 ‘성약의 문 신전’에 걸린 결계는 제 소임입니다. 결계를 제거하는 동안 주변 마물의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디에네 여왕은 빌트레드를 동행해 신전 입구에 들어서고 라스는 메르세데스와 같이 신전 주위의 마물들을 마저 소탕한다.



빌트레드가 신전에 남아있는 마물을 처리하고 디에네 여왕은 제단의 결계를 해제하기 위해 주문한다. 이에 빌트레드는 무표정으로 묵묵히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주문이 끝나자 결계가 해제되고 디에네 여왕은 제단 위에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마신의 힘이 담겨진 봉인구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이로써 20년간의 고통 끝에 이제 서야 벗어나게 되네요... 지난 마신과의 전쟁에서 희생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디에네 여왕은 어릴 적 수녀 때 마신을 막기 위해 희생한 이들을 떠올리며 20년을 기다리다가 성약의 계승자가 돌아와 주자 마신을 없애고 평화가 찾아와 남아있는 생명들이 행복해 지려는 생각에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여러분... 여신님... 고마워요... 그리고 드디어 끝났어요 흑흑......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마신을 막을 수가 있었고... 흐흑 20년간의 믿음 끝에 여신님께서 성약의 계승자님을 보내주셔서... 흑 마신으로부터 벗어나 사람들이 평화롭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흑흑...... 여러분의 헌신과 여신님의 신뢰를 절대 잊지 않도록... 흑 영원히 가슴 속에 묻어 기억 할게요 ​흑​흑​.​.​.​.​.​.​.​”​

디에네 여왕은 눈물을 흘리다가 닦으면서 뒤돌아보며 빌트레드한테 말한다.

“빌트레드 경. 이제 결계를 해제하였으니 마물을 마저 정리하셨으면 어서 라스 ​님​을​.​.​.​.​.​.​.​”​

그러나 빌트레드가 여전히 묵묵부답인 채 그대로 부동자세로 서있자 디에네 여왕은 의아해한다.

“빌트레드 경?”

그러자 빌트레드는 무언가 마음먹은 듯 굳게 닫고 있던 입을 무겁게 연다.

​“​디​에​네​.​.​.​.​.​.​ 솔직하게 말해봐. 너도 사실 알고 있었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더니 빌트레드는 본심을 내듯 큰소리로 외치며 설명한다.

“아직도 모른 겐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여신의 수녀 출신 여왕이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그동안 우리는 20년 전의 전쟁을 위해 이 무의미하고 헛수고였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진정으로 모르겠다는 건가!! 성약이 마신을 없앰으로써 세계에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사실이 알고 보니 이 세계의 고통에 빠트린다는 것을?! 나는 사도 ‘카일론’을 통해서 여신과 성약 그리고 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됐지. 오르비스는 여신 디체가 만들어진 세계. 그러나 그 세계가 과거에는 마신과 여신에 의해 파괴와 복원을 반복하여 우리는 그 끝없는 고통 속에서 끊임없이 희생만을 강요해온 여신과 성약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 세계의 혼돈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이 몸으로 마신의 힘을 담는 그릇이 되어 내 손으로 직접 이 굴레의 주범인 성약과 여신을 사라지게 해 이 세계를 구할 것이다!!”

빌트레드의 말에 디에네 여왕은 충격 받는다.

“빌트레드... 그럼 설마! 당신이 그때 안돌아온 ​것​도​.​.​.​.​.​.​.​”​

더벅.

빌트레드는 한걸음씩 디에네 여왕 쪽에 있는 제단에 내걷는다.

“비켜. 죽기 싫으면.”

“안돼요... 당신한테만은 마신의 ​힘​을​.​.​.​.​.​.​.​”​

빌트레드가 다가오자 디에네 여왕은 긴장한 듯 뒷걸음질 치며 지팡이를 꾹 쥐어 잡더니 그가 가까이와 바로 앞에 다다르자 지팡이를 들어 눈 부실정도의 밝은 빛을 뿜어내며 동시에 큰 굉음과 함께 바람에 휩싸여 지속되더니 빌트레드는 눈을 찡그리고 귀를 부여잡으며 꼼짝 못해 비틀거린다.

휘이잉.

​“​으​윽​.​.​.​.​.​.​.​”​

그 사이에 디에네 여왕은 빌트레드가 자신과 마신의 힘에 접근하지 못하게 다시 제단에 결계치려 다급하게 뒤돌아가 올라가려한다.

‘제발... 빌트레드가 오기 전에 빨리 결계를 다시 쳐야 돼.......’

빌트레드는 간신히 눈을 뜨며 정신 차리더니 제단으로 향하려는 디에네 여왕을 보고는 쏜살같이 뛰 쳐 쫓아 달려가 검을 뽑아 디에네 여왕의 등에 찔러 넣는다.

푹.

​“​커​헉​.​.​.​.​.​.​.​”​

디에네 여왕은 피를 토하며 밑에 쳐다보더니 자신의 몸이 검에 찔려 나온 것을 보고 빌트레드가 검을 빼들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쓰러진다.

털썩.

“그러게 내말들었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왜 자초지종하게 내 앞을 가로막는 거야? 참나 정말이지.”

디에네 여왕은 피 흘려가면서 고통스러워하며 말한다.

“안... 돼.......”

빌트레드는 마신의 봉인구를 보며 얘기한다.

“이게 마신의 힘인가... 일단 이것을 흡수하기 전에 먼저 성약을 이곳으로 유도해야겠군. 이걸로 내가 이 세계와 모두를 지켜 보이겠어! 여신으로부터... 그리고 성약으로부터!!”

빌트레드는 쓰러진 디에네 여왕을 바라보며 말한다.

“잘 봐. 성약의 계승자님을 모시고 올 테니까 뻘짓하지나 말고 잠자코 잘 살아 지켜나 보라고. 아님 말고.”

빌트레드가 성약의 계승자를 부르러 떠나자 디에네 여왕은 그를 향해 손을 뻗어 고통스럽게 소리친다.

​“​빌​트​레​드​.​.​.​.​.​.​.​”​

디에네 여왕의 간절한 외침에도 빌트레드는 듣지도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떠나 시야에서 사라진다.



라스와 메르세데스는 신전 주변의 마물들을 마저 정리를 끝내고 신전 입구에 들어서자 빌트레드가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느려, 느려. 이 몸은 벌~써 마물 정리를 끝내고 한참 전부터 너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지. 디에네는 나랑 같이 너희를 기다리다 먼저 제단으로 올라갔어.”

“죄송합니다. 제 실력이 부족해서...”

메르세데스가 자책하며 사과하자 라스는 그녀를 감싸준다.

“아니야, 메르세데스. 충분히 잘 싸워줬어. 서둘러 디에네가 있는 제단으로 가자.”

라스는 일행과 함께 제단으로 향하던 중 빌트레드가 중간에 무언가 할 말을 한다.

​“​.​.​.​.​.​.​잠​깐​.​ 라스. 제단으로 가기 전에 한 가지만 묻고 싶다.”

“뭔데?”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마신과 싸울 생각인가? 여신은 힘을 다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마신이 다시 나타난다면... 세계는 어떻게 될지 몰라. 그런데도, 어떤 말을 들어도... 네 사명을 포기하지 않을 건가?”

빌트레드가 진지하게 물어보자 라스는 신중하게 고민한다.

‘...빌트레드도 불안감을 가지고 있나.’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회상한다.

“전쟁의 후유증과 마물들의 행패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어느 순간부터 분노와 불안감, 원망을 표출하기 시작했지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은 무엇일까.’

“모두가 성약의 계승자님이 이 세상에 온전한 평화를 가져올 거라 했다고요!!”

“부디 이 혼란스러운 세계를 구해주십시오. 아직 이 땅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더니 라스는 결심한다.

“...물론이지.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아. 모두가 내게 희망을 걸고 있어. 마신을 물리치고 세계에 다시 평화를 가져오리라고 말이야. 그렇다면 나는 성약의 계승자로서, 어떻게든 그들의 바람에 보답해야 해.”

빌트레드는 그의 대답을 듣고서는 입을 연다.

​“​.​.​.​.​.​.​그​래​.​ 그렇군...”

그러자 빌트레드는 제단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한다.

“너의 뜻은 잘 알았다. 성약의 계승자여. 그렇다면 더 할 말은 없다.”

그러면서 라스 일행은 제단으로 이동한다. 그러고서 훗날 라스는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그때, 빌트레드에게 다른 대답을 했다면... 이후에 벌어질 모든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까?



라스 일행이 제단에 다다르자 아무도 없었다.

“어라? 아무도...없나? 분명 결계는 풀린 듯 한데...”

“......”

그러자 빌트레드는 아무 말 없이 제단 쪽을 향해 뛰 쳐 달려간다.

“디에네 님!!!”

메르세데스가 한쪽에 쓰러져 피 흘려가는 디에네 여왕을 발견한다.

“왜...왜 이런데 쓰러져계세요! 이 피는 다 뭐고요... 누가 이런 짓을...”

라스도 쓰러진 디에네 여왕을 보고는 경악한다.

“디에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마물이 공격이라도 했어?”

디에네 여왕이 피를 흘리면서 고통을 호소하며 말한다.

​“​.​.​.​.​.​.​빌​.​.​.​트​레​드​를​.​.​.​막​아​야​.​.​.​”​

“뭐...?”

“서, 설마 빌트레드 님이...”

라스와 메르세데스가 빌트레드를 쳐다보자 그는 이미 제단 위에 올라가 마신의 힘에 가까이 다가가려한다.

“저것이, 마신의 강대한 힘과 혼이 깃들어있다는 봉인구....”

그러자 라스는 빌트레드를 향해 다급하게 외친다.

“빌트레드!!!! 안 돼!!! 물러나!!!!”

라스의 외침에도 빌트레드는 마신의 봉인구 바로 밑까지 다가왔다.

“이것이 ​봉​인​구​인​가​.​.​.​.​.​.​.​”​

빌트레드는 봉인구에 손을 뻗자 마신의 힘이 그의 몸으로 흡수하더니 갑자기 눈동자 색이 바뀌며 무언가 느끼자 봉인구가 밝게 번쩍이며 마신의 힘이 그를 감싼다. 그러고 나니 빌트레드의 표정이 바뀌고 눈빛이 보랏빛으로 바뀌더니 흑 복에서 연보랏빛 나는 흰 복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크윽... 과연, 이것이 마신의 힘인가..!”

마신의 힘을 빨아들인 빌트레드를 보고는 라스는 분하듯이 외친다.

“젠장, 빌트레드!!! 대체 무슨 속셈이야!!! 마신의 힘을 ​받​아​들​이​다​니​!​!​!​!​!​ 너는 오르비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마신과 싸웠던 사람이잖아!!”

“그래. 세계를 지키겠다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너를 돕는 행위가 진정 이 세계를 지키는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뿐...”

“그게...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여신의 기만자여... 너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나는 사도 ‘카일론’으로부터 잊혀진 기억을 되찾고 ‘진실’을 들었다. 너와 여신이 모두에게 감춰온 ‘일곱 번의 세계’와 ‘운명’에 대해서 말이야...”

빌트레드의 얘기를 듣고선 라스는 깜짝 놀란다.

“...!!! 사도 카일론이?”

“게다가 그는 내게 마신의 힘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을 주었지. 바로 이렇게 ​말​이​다​!​!​!​!​!​!​”​

그러고서 빌트레드는 라스를 향해 칼을 겨눈다.

“나는 이 힘으로 너를 없애고 세계를 파멸에서 구원하겠다!!!”

빌트레드는 라스를 상대로 결투하게 된다.



한편 날씨는 점점 먹구름이 짙어지고 천둥치며 소나기가 내리려하자 초원 한가운데 신전 쪽 언덕 앞에서 여전히 계속 여왕과 성약의 계승자를 기다리기만 하는 왕성 행렬에는 슬슬 걱정하기 시작하려한다.

“흠... 아무래도 ​이​상​하​군​.​.​.​.​.​.​ 지금쯤이라면 벌써 마신 소멸 의식이 끝나고 와야 할 시간일 텐데 아직까지도 안 ​오​다​니​.​.​.​.​.​.​.​”​

성검기사단장 찰스는 심상치 않게 이들이 안 오자 의문한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세리아도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그러게 말일세나... 여기서 떠나 기다린 지가 벌써 몇 시간짼데 아직까지 안 오는 ​거​보​니​.​.​.​.​.​.​.​”​

한편 불안해하는 아이테르의 모습을 본 찰스는 급기야 도저히 기다리지 못한다.

“안되겠군... 크로제! 잠시 행렬을 맡아줄 수 있겠나?”

찰스는 방패기사단장인 크로제에게 행렬을 맡기려한다.

“맡겨만 주십시오!”

“부탁하겠네. ​그​럼​.​.​.​.​.​.​.​”​

“잠시만요!!”

찰스가 이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신전 쪽으로 떠나려하자 뒤에서 누군가 외친다.

“저도... 저도 같이 가면 안 ​되​나​요​.​.​.​.​.​.​.​”​

“아... 아이테르 님.......”

아이테르가 눈물을 흘리며 떨어가는 목소리로 간절히 호소하자 찰스는 마음이 흔들린다.

“아이테르 님! 가면 위험이 도사릴지도 모르니 일단 여기서 ​기​다​.​.​.​.​.​.​.​”​

이세리아의 설득에 찰스는 말리지 말라고 한다.

“아닐세. 혹시 모르니 모시고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를세. 이세리아. 왕자님 신변을 부탁할세나.”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찰스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분홍머리의 수녀를 보며 부른다.

“안젤리카. 자네도 같이 동행할세.”

그러자 푸른성십자회 수녀장 안젤리카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네에~? 저느은~ 마신에 가까이만 해도오~ 질색인데요오~? 차라리 여기에 있는 게에~ 그나마 ​나​은​데​에​~​.​.​.​.​.​.​.​”​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같이 가는 걸세. 가다가 마물에 습격 받아 환자가 생겼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4인방으로 꾸려 신전으로 출발하려한다.

“좋아. 이대로 가도록 할세나.”

찰스와 이세리아, 안젤리카 그리고 아이테르는 여왕과 성약의 계승자의 행방을 찾아내기 위해 성약의 문 신전으로 내달려간다.



라스와의 결투에서 빌트레드는 밀려난다.

“큭...역시. 조각난 힘으로 성약의 계승자를 완전히 처치할 수는 없나.”

불완전한 마신의 힘으론 아직 라스를 상대할 수가 없었는지 빌트레드는 일단 한발 물러나려한다.

“할 수 없지. 오늘은 ‘마신의 힘’을 가져가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빌트레드가 뒤돌아 신전에서 빠져나가려하자 메르세데스가 앞에 다가 나와 그를 막으려한다.

​“​안​.​.​.​돼​.​.​.​!​!​ 반역자 빌트레드!! 디에네 님의 원수!!!”

“건방지군... 너를 제거할 힘이 없어 살려두었다 생각지 마라, 호문클루스. 마신의 힘이 온전해졌을 때... 다시 결판을 내도록 하지.”

빌트레드가 마신의 힘을 갖고 신전에서 빠져나가자 라스는 뒤에서 메르세데스를 부른다.

​“​메​르​세​데​스​.​.​.​.​.​.​.​”​

라스의 부름에 메르세데스는 그를 뒤돌아본다.

“라스 님.......”

“디에네... 정신 차리라요!! 디에네!!!”

알키가 디에네 여왕을 붙잡고 울부짖자 라스와 메르세데스는 그 모습을 보곤 황급히 그쪽으로 달려간다.

“디에네!!!!”

“디에네 님!!!”

라스와 메르세데스는 쓰러진 디에네 여왕을 향해 달려갔지만 이미 피를 많이 흘린 데다 빈사상태였다.

“디에네... 정신 차려!! 곧 치유사가 올 테니까 그러니...!”

“하아... ​하​아​.​.​.​.​.​.​.​”​

디에네 여왕은 숨이 가파르며 죽어가려한다.

​“​어​머​니​이​이​이​임​!​!​!​!​”​

저 멀리서 아이테르가 엄마를 부르며 달려 나오고 그 뒤에 찰스와 이세리아, 안젤리카도 뒤따라온다.

“어머니임!!! 제발 살아만 주세요! ​어​머​님​.​.​.​.​.​.​.​”​

아이테르가 엄마의 품을 붙잡아 절규하고 찰스는 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세상에나... 어찌 이런 일이...... 안젤리카 어서!!”

안젤리카는 신속하게 손에서 빛을 내 정령의 힘으로 지혈하려고 한다.

“아... ​안​돼​요​오​.​.​.​.​.​.​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셨​어​요​오​.​.​.​.​.​.​.​”​

“그래도 어떻게든 해봐!!”

급기야 찰스는 디에네 여왕에 자세를 낮춘다.

“디에네 님! 정신 차리십시오! 좀만 버티시면 살 수 있으니... 디에네 님!!”

​“​어​머​니​이​임​.​.​.​.​.​.​ 흑흑.”

아이테르가 오열하나 디에네 여왕은 곧 죽음을 직감했는지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숨을 가파르며 한마디씩 전하려한다.

“하아... 하아...... 아무래도... 전... 안될 것 같아요... 어헉....... 하아... 하아...... 사실... 그 전에...... 여러분들께... 드리고자 하는 말씀이 있어요... 하아... ​하​아​.​.​.​.​.​.​.​”​

“디에네! 더 이상 말하지 마!!”

라스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디에네 여왕은 메르세데스를 보며 말을 전한다.

“먼저 ​메​르​세​데​스​.​.​.​.​.​.​ 제가 늘... ​언​급​했​다​시​피​.​.​.​.​.​.​ 메르세데스의 선한 의지... 그 자체를 잃지 ​말​아​주​세​요​.​.​.​.​.​.​.​”​

“네... 꼭 명심할게요. 디에네 님... 흐흑.”

메르세데스는 디에네 여왕의 말에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슬퍼한다.

“그 다음에 라스 님...... 제가 없어도...... 마신으로부터... 이 세계와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 ​믿​겠​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마!! 디에네...... 흑.”

라스는 울부짖으며 말한다.

“찰스 경...... 지난 마신전쟁에서... 그대의 공과 활약에...... 지금까지도 이제라를... 통치해주셔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아이테르를 잘 ​부​탁​드​릴​게​요​.​.​.​.​.​.​.​”​

“그런 말씀하지 마십쇼! 디에네 님... ​흐​흡​.​.​.​.​.​.​.​”​

찰스도 가슴이 찢어질 듯 오열한다.

“그리고 ​아​이​테​르​.​.​.​.​.​.​ 그동안 제가 아이테르를 제대로 챙겨 돌봐드리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제가 없어도 아이테르... 어른들 말씀 잘 듣고 씩씩하게 잘 있을 수 ​있​죠​.​.​.​.​.​.​.​”​

​“​어​머​~​니​이​임​!​!​!​ 제발 죽지마세요... 어머님... ​엉​엉​.​.​.​.​.​.​.​”​

아이테르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죽지 말아달라며 통곡한다. 그러나 디에네 여왕의 숨소리가 점점 더 가팔려 지려한다.

“하아악! 하악... ​하​악​.​.​.​.​.​.​.​”​

“디에네 님!!”

“여왕 폐하!!”

“디에네!!!”

“어머님!!!!”

디에네 여왕이 곧 죽으려하자 이를 지켜본 모두가 놀라 외친다.

“디에네!! 정신 차려! 디에네!!!”

“어머님!! 안돼요!! 절두고 이렇게 가지 마세요... ​어​머​니​이​이​임​!​!​!​!​!​!​.​.​.​.​.​.​.​”​

아이테르의 간절한 외침에도 디에네 여왕은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희미해 안 들려져 오려하고 시야에는 점점 하얘지려한다. 디에네 여왕 눈앞에는 천장에서 거대한 빛이 형성하여 그 앞에 어떤 한 젊은 기사의 그림자 형태가 비춰 그녀에게 점점 다가가 손을 건네려한다.

​‘​바​스​크​.​.​.​.​.​.​.​’​

그 그림자 뒤에는 여인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여​신​님​.​’​

결국 빛은 디에네를 메꾼다.



그날 날씨는 흐려 먹구름이 짙어진 채로 요란하게 천둥과 번개를 번갈아가며 치면서 소나기에서 점점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더니 이제라 왕성 티렐 성에서는 그렇게 마신의 힘을 소멸시키고 성약의 부활을 축하하며 열리기로 했던 연회식은 여왕의 장례식이 되어 왕성사람들이 장례를 치르며 여왕을 추모하여 슬픔에 잠겼다.

쾅.

“아아아악!!!”

왕성을 대표하는 거구의 체격 백발 콧수염의 노인 기사가 분노에 휩싸여 자기조절하지 못한 채 화분을 걷어차 윽박지르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흐​어​엉​엉​엉​.​.​.​.​.​.​ ​어​머​니​임​!​!​!​!​!​!​”​

엄마를 잃은 어린왕자는 분홍머리의 수녀 품에 매달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에 빠져 통곡하고 수녀 또한 눈물을 지으며 슬퍼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흰 꽃의 엘프 기사도 눈물을 지으며 슬퍼한다.

​“​.​.​.​.​.​.​디​에​네​ 님.”

그러면서 과거에 대회를 통해 여왕으로부터 수상 받은 기억을 회상한다.

“이제라의 여왕인 디에네 탈리는 이세리아 경에게 우승 상금으로 소정의 골드와 특별 부상으로 이제라 북서부 왕실 소유의 삼림 일부를 수여합니다. 그 무용을 앞으로도 기사단을 위해 써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고서 갑자기 어떤 한 무사의 첫 인상이 떠오른다.

“자네가 이번에 새로 정식 기사로 들어온 엘프인가? 만나서 반갑군. 난 이제라 왕실 직속 대장군 ‘빌트레드’라고 하네.”

그 무사의 모습을 떠올리자 엘프 기사의 분노 그대로 몸이 떨려온다.

“빌트레드... 당신이 ​어​떻​게​.​.​.​.​.​.​.​”​

“라스 님~!!”

분홍머리 호문클루스 소녀가 비 맞아가면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며 찾고 있었다.

“이세리아 님! 혹시 라스 님을 못 보셨어요?”

“라스 님이요? 아까 후원 쪽으로 가시는 걸로 본 것 같긴 ​한​데​.​.​.​.​.​.​.​”​

“아! 고마워요 이세리아 님.”

분홍머리 호문클루스 소녀가 성약의 계승자를 찾기 위해 후원으로 향하자 엘프 기사는 그녀를 쳐다본다. 한참 후원에 가보니 성약의 계승자가 비에 젖어가며 한쪽에서 무릎 꿇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주인... 그러지 말라요...... 다 주인 때문인 거 아니다요... ​주​인​.​.​.​.​.​.​.​”​

신수가 성약의 계승자를 위로로 달래보지만 그의 자책을 막을 수는 없었다.

“라스 님!!”

분홍머리 호문클루스 소녀가 성약의 계승자를 부르며 달려 나온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으세요... 비에 ​젖​게​.​.​.​.​.​.​.​”​

“날 내버려둬 ​메​르​세​데​스​.​.​.​.​.​.​ 나 때문에... 디에네와... 빌트레드와... 모두들한테 미안해...... 내가 그때 빌트레드에게 다른 대답을 ​했​더​라​면​.​.​.​.​.​.​.​”​

“.......”

분홍머리 호문클루스 소녀는 그에게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고 성약의 계승자 또한 비에 젖으며 눈물과 자책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고서 계속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그 후 발인식 당일 날 영결식 때 여왕이 안장하려는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추모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쏟아 여왕을 그리워하며 깊은 슬픔에 잠기기만 할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이제라의 대장군 빌트레드가 디에네 님을 시해하고 마신의 힘을 빼앗아 도주하다니...”

티렐 성 알현실에서 원로원들이 회의 중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분위기에 흐린 날씨까지 겹쳐 장미의 사도회장 카텐카가 분해한다.

“여왕 ​폐​하​.​.​.​.​.​.​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방패기사단장 크로제가 슬퍼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이제라에 대 파란이 일어날걸세.”

성검기사단장 찰스는 이제라 등 대륙 전체에 외부에 유출되어 충격 받을까봐 빠져나가면 안 된다고 유의한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해이했습니다. 마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크로제가 자책하자 카텐카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디에네 님이 보살피던 그 ‘마족’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설마 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궁 안에 마족이 돌아다니도록 놔두진 않으시겠지요. 마족은 여신님의 뜻에 반하는 이단, 장미의 사도회는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아무래도~~ 여신님의 뜻에 따라 처분해 ​버​려​야​겠​죠​오​~​~​~​”​

푸른성십자회장 안젤리카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이제라 국왕 권한대행인 아이테르 왕자가 깜짝 놀라 외친다.

“...안 돼요!! 어머님께서 여신님의 곁으로 가신 건 정말 분하고 슬프지만... 그 화풀이를 다른 이에게 하면 안 돼요. 어머님도 그러길 원치 않으실 ​테​니​까​요​.​.​.​훌​쩍​.​.​.​”​

아이테르가 엄마를 슬피 그리워하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고 눈물을 흘리며 울자 찰스는 감격한다.

“오오오... 아이테르 님... 이렇게 늠름하실 데가. 새로운 국왕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디에네 선왕 폐하의 마지막 유언인 ‘메르세데스가 선한 의지를 잃지 않도록 부탁한다.’는 말씀 역시 기사의 명예를 걸고 지켜져야만 합니다.”

“내키진 않지만 그 마족은 선왕 폐하의 맹우이신 ‘크라우’ 님께서 직접 맡기신 것. 찰스 경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면서 크로제는 조언한다.

“정히 걱정되신다면, 메르세데스는 성약의 계승자님께 맡기지요.”

이어 안젤리카가 얘기한다.

“흐응~~ 성약의 계승자님은 내일 바로 ‘레인가르’의 성소로 떠난다고 하셨죠오~~? 성약의 계승자님을 보좌하고 안내할 이가 필요하긴 하겠네요오~”

“저는 그 마족을 이제라에서 내보낼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원로원들의 의견이 메르세데스를 성약의 계승자로 붙이는 걸로 좁혀지자 결론이 났다.

“그럼 결정됐군. 메르세데스는 성약의 계승자님 편으로 보내겠네. 이제 뒷일은 성약의 계승자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제라를 안정시키는 일에 전념토록 하지.”

이로써 원로원들의 회의가 종료된다.



그날 밤. 아이테르가 슬퍼하며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머​님​.​.​.​.​.​.​.​”​

엄마가 쓰던 용품을 하나하나씩 정리해나가며 아이테르는 엄마생각이 나 울컥할 것만 같았다.

“응? ​이​건​.​.​.​.​.​.​.​”​

아이테르는 엄마물건 중 하나를 무언가 발견하고 그 물건을 들여다보더니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 초상화에는 엄마를 닮은 어린 수녀와 어엿하고 건장해 보이는 젊은 기사가 서로 미소를 지으면서 웃고 있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그것을 본 아이테르는 엄마가 늘 언급했던 기사라는 것을 깨닫는다.

‘옛날에 어머님께서 어렸을 때 늘 말씀하셨던 기사분이 ​이​분​이​셨​구​나​.​.​.​.​.​.​ 이름이... ​바​스​크​였​던​가​.​.​.​.​.​.​.​’​

뚜벅뚜벅.

아이테르가 엄마의 초상화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동안 누군가가 가운을 쓴 채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아​이​테​르​ 님.”

그러자 아이테르는 화들짝 놀라 뒤돌아본다.

“...!! ​까​.​.​.​깜​짝​이​야​.​.​.​.​.​.​ ​누​.​.​.​누​구​세​요​.​.​.​.​.​.​.​”​

가운을 쓴 이는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하려한다.

“인사드립니다. 저는 푸른 성십자회의 ​수​녀​.​.​.​.​.​.​.​”​

그러면서 가운을 벗더니 아이테르는 곧장 알아본다.

“...!!!”

​“​.​.​.​.​.​.​‘​디​에​네​ 탈리’ 라고 합니다.”

초상화에 그려져 있는 그대로 똑 닮은 어린 수녀인 디에네를 보고는 아이테르는 곧바로 울음을 터뜨린다.

“어머님!!!!”

아이테르는 엄마를 끌어안으면서 울부짖는다.

“그동안 어디계셨어요 어머님... ​엉​엉​.​.​.​.​.​.​.​”​

디에네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짓는다.

“많이 보고 싶었죠... ​미​안​해​요​.​.​.​.​.​.​ 그동안 제가 진작에 아이테르를 찾아뵙었어야했는데 이렇게 서야 늦게나마 만나게 될 ​줄​은​.​.​.​.​.​.​.​”​

“아니에요! 저 어머님을 보기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어요! 것보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머님을 보고 싶어 해요! 그러니 빨리 모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해 가요. 네?!”

“.......”

그러나 디에네는 아무 말 없이 방긋 미소라도 지었다.

​“​.​.​.​.​.​.​어​머​님​?​”​

​“​.​.​.​.​.​.​아​이​테​르​ 님... 아쉽지만 저는 이곳에 오랫동안 있질 못해요...... 그래서 제가 아이테르를 만난 거고...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거 에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러더니 디에네는 밖으로 향하자고 한다.

“일단 밖에 나가서 자세한 얘기를 할까요?”



아이테르는 옛날 그 당시 수녀였던 디에네를 따라 성 밖으로 나온다.

“어머님... 어딜 가시려는 거 에요...... 분명 찰스 경이 밤에 성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

성에서 빠져나와 아이테르는 디에네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한참동안 따라가더니 꽃밭이 널린 산책로가 보였다.

​“​여​기​는​.​.​.​.​.​.​.​”​

“...어딘지 아시겠죠?”

“......여긴 어머님과 함께 저랑 같이 늘 놀러가고 그랬던 ‘소원나비 산책로’잖아요. 근데 여긴 대체 무슨 ​일​로​.​.​.​.​.​.​.​”​

“맞아요. 제가 한때 어릴 적 아이테르를 데려가곤 그랬죠. 근데 혹시 그거 아세요? 여기는 저한테 있어선 의미가 깊은 곳이라는 ​것​을​.​.​.​.​.​.​.​”​

그러면서 디에네는 그때 이곳에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이곳에서 전 그 당시 어떤 한 기사하고 맹세했죠.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가 지켜줄 테니까 죽지만 말아달라고. 그러고서 함께 마신을 무찔러 세계와 사람들을 구해내고 평화를 되찾자고. 참 ​바​보​같​이​.​.​.​.​.​.​.​”​

디에네가 그 기사를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웃자 아이테르는 그 모습에 의아해하며 질리려한다.

“어머님... 그 얘기는 예전에도 저한테 수도 없이 계속 해왔던 것 ​같​은​데​.​.​.​.​.​.​.​”​

“아 참! 그런가요? 후훗... 미안해요. 혹시 모를까봐 계속 얘기한 것 같은데 참고로 사실 제가 이때 만났던 기사는 아까 아이테르 님이 제 물건을 정리하면서 본 그 초상화의 기사에요.”

그러더니 아이테르는 의외로 놀라워해한다.

“아 진짜요? 어쩐지 멋지고 잘생겨 보이던데... 그렇구나~”

디에네는 마음먹었는지 이제부터 할 얘기를 한다.

​“​.​.​.​.​.​.​아​이​테​르​ 님. 제가 이곳에 불러서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제가 없는 동안 아이테르 님이 이제라와 사람들을 잘 보살필 수 있는 군주가 되어 저처럼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이 제 소망이에요. 제가 없어도 아이테르는 그렇게 할 수 있겠죠?”

디에네의 말에 아이테르는 깜짝 놀란다.

“네?! 어머님이 ​없​어​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사​실​.​.​.​ 제가 여왕이 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과정과 업무에 시달리는 등 환경이 매우 바쁘고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테르를 차마 제대로 잘 챙겨줄 시간이 없어서 그나마 찰스 경이 맡아준 건데... 이제부터 저를 이어서 아이테르 님이 왕이 되어 저 대신에 한 참 바빠지겠죠?”

“.......”

그러면서 디에네는 다음 얘기를 꺼내려든다.

“아이테르 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씀 잘 들으세요. 사실 빌트레드는... 사도의 암시에 걸려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를 시해하고 마신의 힘을 빼앗아 저희를 버리고선 마신의 편에 선거에요. 여기서 아이테르 님이 하셔야할 ​역​할​은​.​.​.​.​.​.​.​”​

아이테르는 디에네의 말에 신중하게 귀기우려 들이려한다.

“성약의 계승자님께 부탁해서 빌트레드가 다시 올바른 길을 걸어올 수 있도록 저희의 편으로 돌아설 수 있게 회유해서 잘 유도하는 거 에요.”

“...!!!”

디에네의 설명에 아이테르는 또다시 한 번 더 놀란다.

“아이테르 님... 지금은 빌트레드가 저를 시해해버리는 바람에 그를 미워할 수도 싫어할 수는 있어요... 근데 지금은 세계가 위기에 닥쳐와 있고 성약의 계승자님이 돌아왔어도 이 불완전한 세계와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당장 빌트레드가 필요한 거고 이 세계로부터 해서 마신을 쫓아낸다면 저는 그이를 용서할 수가 있어요...... 물론 지금으로선 저를 시해하고 반역해버리는 바람에 처벌은 피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돌아와서 함께 세계를 구해낸다면 아이테르는 그를 용서할 수가 있겠죠?”

“.......”

그러자 아이테르는 몸이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린다.

​“​.​.​.​.​.​.​어​떻​게​.​.​.​.​.​.​ 어떻게 제가 빌트레드를 용서할 수가 있겠어요!!! 그딴 마귀자식은 어머님을 죽이고 마신의 힘으로 성약의 계승자님과 저희를 위협했잖아요!! 근데... 흐흑 근데도 어떻게 어머님은 어째서 저보고 그 녀석을 용서하라는 건데요...... 네?!”

아이테르가 눈물을 흘리며 화내자 디에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빌트레드는 원래 이제라 대장군 출신이었고 저를 도와준 존재인데다 나라와 세계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나가 마신과 싸워 목숨을 바쳐가면서 헌신해 지켜줘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우리가 성약의 계승자 없이도 살아왔던 이유 중 하나니까요. 그리고 아이테르한테도 있어서도 빌트레드는 서로 속내를 털어낼 정도로 매우 가까운 존재였잖아요. 분명 빌트레드도 뭔가 사정이 있어서 마음속으론 많이 힘들어했을 거 에요. 그런 그를 이해해준다면 아이테르는 받아들여줄 거죠?”

​“​.​.​.​.​.​.​어​머​님​.​.​.​ 그래도 전.......”

그러자 갑자기 밤하늘에서 달빛보다 강한 햇빛만한 거대한 빛이 비춘다.

“아악!! 이 빛은 뭐에요 어머님?! 너무 눈부셔요!”

태양만한 빛이 나자 아이테르가 손으로 찡그린 눈을 가로막는다.

“......벌써 시간이 다됐군요... 역시 운명이란 게 저희를 기다려주지 않는 건가요?”

아무렇지 않게 빛을 바라본 디에네는 아이테르에게 손을 뻗는다.

“아이테르... 어서 이리로.”

디에네가 두 손을 뻗자 아이테르는 손을 가리며 찡그린 눈으로 잘 안보인 채로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 곧바로 끌어안는다.

“어머님... 제발 가지마세요!!! 어머님...... 흑흑.”

“아이테르 님. 제가 마지막으로 당부 드릴게요... 아까 제가 했던 말 잊진 않았죠? 아이테르가 훌륭한 왕이 되는 것을... 그리고 성약의 계승자님을 통해서 빌트레드가 다시 우리한테 돌아올 수 있도록 부탁드리는 것을...... 어쩌면 이게 저하고 마지막 약속이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것만 꼭... 부탁드릴 수 ​있​겠​죠​.​.​.​.​.​.​.​”​

“어머니임!! 으흐흑...... 잊지 않고 약속 지킬 테니깐 제발 가지만 말아요... 어머님...... 엉엉.”

그러나 운명의 빛이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디에네의 두 발이 땅에서 공중에 뜨더니 아이테르가 끌어안고 있던 품에서 벗어나 승천하듯이 빛이 인도하여 데려가는 것처럼 그녀의 몸이 떠나간다. 이어 디에네는 눈물과 미소를 지으면서 울며 외동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미처 말 못해왔던 작별인사를 남긴다.

​“​아​이​테​르​.​.​.​.​.​.​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해​요​.​.​.​.​.​.​ 흑 그리고...... ​사​랑​해​요​.​.​.​.​.​.​ 꼭 행복해야 ​돼​요​.​.​.​.​.​.​.​”​

아이테르는 공중에 떠가는 엄마를 향해 손을 뻗어 자신을 떠나지만 말아달라고 울부짖으며 외친다.

“어머님... 안돼요!! 흐흑...... 이대로 절 이렇게 놔두고 떠나지 ​말​아​주​세​요​.​.​.​.​.​.​ ​어​머​니​이​임​~​~​!​!​!​!​”​



그러자 아이테르는 눈꺼풀을 뜨더니 천장을 향해 손이 뻗쳐있었고 눈물을 짓고 있었다. 알고 보니 침실이었고 꿈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문득 나 옆에 돌아본다.

“어머님!”

그러나 자기 옆에는 당연하듯이 늘 잠자리에 같이 들었던 엄마가 자리에 없자 비어있는 듯 한 황홀한 느낌이 들었고 이제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엄마라는 존재가 없어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직시한 셈이다. 창 밖에는 한참 짙은 먹구름이 끼어 천둥과 번개가 번갈아와 가며 치고 폭풍우가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똑똑.

“......흐윽 흑 ​흐​으​윽​.​.​.​.​.​.​.​”​

아이테르는 이를 갈아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밖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이불에 한 방울씩 눈물을 흘리기만 할뿐이었다.



다음날. 잔잔한 소나기가 내리는 날씨에 티렐 성 정문에서는 라스와 그의 동료들이 떠나려하자 아이테르와 이제라 원로원들이 그들에게 배웅해 맞이한다.

“죄송해요, 라스 님. 떠나시는데 환송회도 제대로 못 해드려서...”

아이테르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잘 대우하지 못한 채 출발한다하여 사과한다.

“아니야. 괜찮아. 이 분위기에 그런 걸 하면 괜히 기분만 더 착잡해질 테니까...”

라스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달랜다.

“역시 그렇겠죠... 모두 침통한 표정이니까요.”

라스가 조금이나마 아이테르를 위로한다.

“상심이 크겠지만... 부디 힘내기 바라.”

라스의 한마디에 아이테르는 표정과 얼굴색이 살짝 밝아지려한다.

​“​.​.​.​.​.​.​그​래​요​.​ 아이테르, 씩씩한 거 빼면 시체니까요! 평소처럼 밝고 활기차 보일 수 있게 노력할게요!!”

아이테르의 모습을 보고는 듬직해졌는지 라스는 마음이 좀 편안해진 듯 약간 미소를 짓는다.

“부쩍 믿음직스러워졌네, 아이테르.”

“에헤헤~~ 성약의 계승자님께 칭찬을 받았어요~!!! 더더 믿음직스러워질 테니 앞으로도 잔뜩 ​칭​찬​해​주​세​요​~​!​!​”​

아이테르가 활기찬 기운으로 돌아왔는지 라스는 마음을 놓인 듯 안심하고 출발하려한다.

“그래... 이제 이만 다녀올게 아이테르. 그리고 모두들 잘 있어!!”

라스가 성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며 외치고 성을 떠나려한다.

“자 그럼... 메르세데스, 알키. 준비됐지?”

라스가 뒤돌아보며 일행과 같이 그 자리에서 떠나려하자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그의 소매를 잡는다.

덥석.

“......?”

라스는 뒤돌아보니 아이테르가 소매를 잡고 있었다.

​“​.​.​.​.​.​.​아​이​테​르​?​”​

아이테르는 고개를 숙이며 무표정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라스 님...... 흐윽... 혹시... 빌트레드를 ​만​난​다​면​.​.​.​.​.​.​ 흑 꼭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주실 순 없나요... ​흑​흑​.​.​.​.​.​.​.​”​

​“​.​.​.​.​.​.​!​!​”​

아이테르의 말에 라스는 마음속으로 깜짝 놀란다.

“사실 빌트레드 님은... 원래 어머님 곁을 ​보​좌​해​줬​지​만​.​.​.​.​.​.​ 비록 어머님을 해쳤어도... 지난 마신전쟁 때 어머님을 도와 이제라와 세계를 구하고... 사람들을 지켜준 활약했던 분 중 ​하​나​인​데​.​.​.​.​.​.​ 그분이 뭔가 잘못돼서 힘들어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런지 저희한테 등 돌린 것 같은데...... 그러니...... 흑 저를 생각해서라도 꼭... 빌트레드 님을 용서해서 구해주실 순 없나요...... 흐흑 그러면...... 분명 어머님도 용서해주실 것만 같은데...... 우흑.”

아이테르의 간곡한 호소에 라스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에 받아 깊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 어쩌면 나는... 빌트레드를 상대로 막아야하는 게 아니라...... 그를 어떻게든 설득해서라도 마신의 편에서 이쪽으로 오게 해 같이 마신과 상대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면 그때 빌트레드에게 했던 내 대답이... 바뀔지도 ​모​르​겠​고​.​.​.​.​.​.​ 이게 아이테르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그러면서 라스는 눈감고 눈물과 미소를 지으며 울고 있던 아이테르를 감싸 안는다.

​“​.​.​.​.​.​.​그​럴​게​.​ 네 말대로... 빌트레드를 다시 만난다면 원래대로 꼭 반드시... 예전의 빌트레드로 ​돌​려​놓​을​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다 ​맡​겨​줄​래​.​.​.​.​.​.​.​”​

“으흑...... 라스 님...... 흐어어엉~”

아이테르는 울분하여 결국 라스의 품에 털어 내놓듯이 울어대고 이를 지켜본 같이 있던 다른 이들도 감격 받아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라스는 앞으로 다짐한다.

‘그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빌트레드를 다시 되돌려놓고 마신으로부터 모두들한테 이 세계를 지켜 보이겠어! 무조건... 꼭!!’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고 이로써 라스 일행은 드디어 마신을 소멸하기 위해 이제라 티렐 성에서 레인가르로 떠나는 성약의 여정이 시작된다.



to be ​c​o​n​t​i​n​u​e​d​.​.​.​
 이 이후 다음이야기부턴 제가 요즘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빠가지고 언제 올릴진 아직 미정이지만... 그래도 될 수 있는한 최대한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그동안 제가 만들어본 에픽세븐 스토리를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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