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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용의 대격전


투고 | 문학소년

부활할 수 없도록 참사(慘死)한 야소(耶蘇)


“드래곤이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인제는 천국의 ​말​일​(​末​日​)​이​다​.​”​

아, 이 소리가 무슨 소리냐. 어디서 오는 소리냐. 상제가 미리님의 아뢴 말을 들으시고 심신(心神)이 상쾌하사 한참 뛰노는 판에 이 무슨 소리이랴. 이 소리의 나는 곳을 빨리 알아를이라고 상제께서 동동걸음을 치시니, 미리 이하 여러 신들이 다 황공하여 사방으로 정찰하나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은 없고 다만,

“드래곤이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인제는 천국의 말일이다”의 그 소리만 어디서부터 꽝꽝 울리어 와서, 천궁의 ​벽​·​천​궁​·​문​·​창​·​기​둥​·​마​루​·​주​추​가​ 들먹들먹한다. 서천(西天) 불조(佛祖) 석가여래를 불러 온갖 주문(呪文), 온갖 진언(眞言)을 다 읽어도 그 소리가 더욱 높아가고, 천궁 전체가 더욱 들먹들먹 한다. 상제께서 크게 불안하사 연회를 파하여 여러 신들을 다 돌려보내고 궁녀들과 밤을 새우시는 데 너무 초조하사 입에 침이 바싹바싹 마르신다.

아니나 다르랴. 그 다음날 새벽에 “호외! 호외! 호의를 사시오!” 하는 소리에 천국의 서울 수십만 귀신 무리들이 모두 단잠을 깨었다. 천사가 상제를 아침에 뵈오려 오는 길에 그 호외를 사니, 곧 천국의 서울에서 발행하는 삼십만년의 노령(老齡)을 먹은 〈천국신문〉의 호외다.

벽두에 특호 대자(大字)로 〈상제의 외아드님 ​야​소​기​독​(​耶​蘇​基​督​)​의​ 참사라〉 쓰고, 그 곁에 2호 대자로 〈드래곤의 선동이라〉쓰고, 기사를 아래와 같이 썼다. “상제의 외아드님 야소기독이 ○○○ 지방의 농촌 야소교당에서 상제의 도(道)를 강연하더니, 불의에 그 지방 농민들이 ‘이놈, 제 아비 이름을 팔아 일천 구백년 동안이나 협잡하여 먹었으면 무던할 것이지 오늘까지 무슨 개소리를 치고 다니느냐’고, ‘서양에서 협잡한 것도 적지 않을 터인데 왜 또 동양까지 건너와 사기하느냐’고, ‘당일 예루살렘의 십자가 못 맛을 또 좀 보겠느냐’고 발길로 차며 주먹으로 때리며, 마지막에 호미날로 퍽퍽 찍어 야소기독의 전신이 곤죽이 되어 인제는 아주 부활할 수 없이 참사하고 말았다……. 야소기독의 참사의 하수자들은 민중이지만 그 하수의 수범(首犯)은 드래곤이라 한다. 드래곤은 아직 출처가 불명한 괴물인데, 수일 전부터 그 지방에 와서 상제를 ‘잡아 먹어도 시원치 못할 악물’이라고 욕설하며, 야소기독을 ‘제 아비보다 더 간흉한 놈’이라고 지척(指斥)하고, 상제 및 기독의 죄악을 역거한 90조의 격문을 돌리고 그날 마침 기독의 내림(來臨)을 기회하여 민중의 선봉이 되어 이같이 기독을 참살하는 흉행을 범한 것이다.”

하고 동지(同紙)에 〈다시 부활할 수 없는 야소기독〉이란 제하에 논설하여 가로되,

“야소기독은 그 성부(聖父)인 상제를 빼쏘듯한, 간휼·험악한 성질을 골고루 가지신 ​성​자​(​聖​子​)​이​었​었​다​.​ 그러나 그 때의 유태인은 너무 얼된 백성이었던 때문에 다 잡히었던 야소를 다시 놓쳐 십자가를 진 채로 도망하여 〈부활〉했다 자칭하고, 구주(歐洲) 인민을 속이시사 모두 그 종교의 교기하(敎旗下)에 들게 하셨다. 십자군 그 뒤에 〈십자군 동정(東征)〉, 〈30년 전쟁〉 같은 대전쟁을 유발하여 일반 민중에게 사람이 사람 잡는 술법을 가르쳐 주셨으며, 늘 ‘고통자가 복받는다, 핍박자가 복받는다’는 거짓말로 망국민중과 무산민중을 거룩하게 속이사 실제의 적을 잊고 허망한 천국을 꿈꾸게 하여 모든 강권자와 지배자의 편의를 주셨으니 그 ​성​덕​신​공​(​聖​德​神​功​)​은​ 만고역사에 쓰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참혹하게 피살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 자각의 민중들과 비기독교동맹의 청년들이 상응하여 붓과 칼로써 죽은 기독을 죽이니, 지금 이후의 기독은 다시 부활할 수 없도록 아주 영영 참사한 기독이다. 기독이 영영 참사하였은즉 노경(老境)에 참척(慘慽)을 본 상제의 신세도 가련하거니와 저 기독교인이 다시 누구의 이름으로 상제께 기도하랴…….”

천사, 그 호외를 보다가 종편(終篇)이 못되어 안색이 토장빛이 되어 천국으로 달리어 들어가 손을 벌벌 떨며 그 호외를 상제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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