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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용의 대격전


투고 | 문학소년

지국(地國)의 건설과 천국의 공황(恐慌)


미리가 비록 상제의 총신으로서 수천 년 동양총독의 중임(重任)을 가져왔으나, 이제 반역 드래곤이 상제의 애자(愛子)를 참살(慘殺)한 사실이 그 관리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동시에 미리가 드래곤의 친형제인 증거가 민중의 신문에까지 발표됨에 천경의 여론이 모두 미리 드래곤과 동당(同黨)이 아닌가 의문하며, 상제도 진노(震怒)치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미리의 동양총독의 직을 빼앗고 천사로서 대신하여 즉일 임소(任所)에 부임시키어 드래곤을 체포하고 반민(叛民)들을 도살하라고 엄명하셨다.

천사가 명령을 받아 천폐(天陛)에서 사은(謝恩)하고 떠나려 할 즈음에 천국 통신관이 할딱할딱하며 뛰어들어와 한 장의 지상통신을 상제께 올린다. 상제께서 받아본 즉

“○○민중들이 야소를 죽인 뒤 미구(未久)에 ​공​자​·​석​가​·​마​호​메​트​…​…​등​ 종교 도덕가 등을 때려죽이고, ​정​치​·​법​률​학​교​·​교​과​서​ 등 모든 지배자의 권리를 옹호한 서적을 불지르고, ​교​당​(​敎​堂​)​·​정​부​·​관​청​·​공​해​(​公​廨​)​·​은​행​·​회​사​…​…​등​ 건물을 파괴하고, 과거의 사회제도를 일절 부인하고, 지상의 만물을 민중(民衆)의 공유(公有)임을 선언하였다.

모든 지배계급들이 반민을 정복하려 하여 군인을 소집하나 원래 민중의 속에서 온 군인들인 고로 다 민중의 편으로 돌아가 버리었다. 다수의 상금을 걸고 신군(新軍)을 모집하나 한 사람의 응모자도 없었다.

그래서 ​산​포​(​山​砲​)​·​야​포​(​野​砲​)​·​속​사​포​…​…​등​이​ 산적하였으나 한 발도 발사할 수 없었다. 이에 지배계급들이 각기 자신들이 혈전하기로 결의하였으나 민중보다 너무 소수일뿐더러 또 돈·계집 모든 소유를 가진 자로서 전사하기가 원통하여 모두 철옹성으로 도망하였다가 민중의 포위를 입어 먹을 것이 없어 아사하였다. 그러나 그 아사자의 수중에는 평균 백만원의 금전을 잔뜩 쥐고 죽었다. 지배계급이 이미 멸망함에 민중들은 이에 전 지구를 총칭하여 지국(地國)이라 하고 천국과의 교통단절을 선언하였다“

고 하였다.

다른 사건이야 어찌 되었든지 가장 상제의 머리를 찌르는 것은 〈천국과의 교통단절이라〉는 구어(句語)이다. 왜? 상제나 천사나 기타 천국의 귀중(鬼衆)들이 몇 만년 동안이나 아무 노동도 않고 지상에서 올리는 공물(貢物)과 제물(祭物)을 받아먹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지국이 건설되어 교통의 단절을 선언하니, 공물·제물이 올 수 없다. 그러면 모두 귀중(鬼衆)이 다 아사(餓死)할 것밖에 없다. 상제도 아사할 것밖에 없다.

상제가 이 통신을 모든 귀신들에게 돌려 보이니, 다 비상히 격분하여 즉일에 상제의 명령을 발하여 전국 민중을 다 박살하여 버리자고 주장한다. 허나 상제는 고개를 흔든다.

“민중이 우리를 믿던 때에 우리가 세력이 있었지 지금에야 우리가 무슨 세력이 있느냐. 세력없는 우리로서 민중을 박살하려다가는 한갓 박살을 당할 뿐이니, 민중박살―쓸데도 없는 말이다.”

이 말씀에 모든 불 같은 격격들이 푹 꺼지고

“그러면 사자(使者)를 지국에 보내어 교통의 회복과 제물·공물의 전과 같은 진봉(進奉)을 간청하여 봅시다.”

한다. 그러나 인정 세태에 경험 많으신 상제는 공물이니 제물이니 하는 말도, 한갓 민중을 더 분노시킬 유해무익할 말로 아시므로 이것도 불가하다 하신다.

“그러면 어찌 하나요. 앉아서 굶어 죽을까요?”

상제가 한참 묵묵하시다가

“인제는 한 가지 밖에 없다. 무엇이냐 하면 곧 사자를 민중에게 보내어 우리 천국의 귀중(鬼衆)의 수효대로 바가지나 하나씩 달라고 청구하자.”

“바가지는 무엇하게요?”

상제가 눈물을 흘리시며

“별 도리가 있느냐. 우리들이 매일 민중의 문앞에 가서 바가지를 두드리며, 민중 할아버지 밥 한 술 담아 주오 하지……”

하고, 목이 맺혀 말을 그치지 못한다.

“그것이야 어찌…… 저희들이야…… 하물며 존엄하신 상제……”

하고, 모든 귀신(鬼臣)들이 목을 놓고 운다. 신선의 바둑, 천녀(天女)의 거문고가 다 어디 가고 울음 소리가 천궁을 진동한다. 그러나 금일에 울고 명일에 울어 365일을 울지라도 쓸 데 있으랴. 마침내 울음을 걷고 바가지 청구의 발론(發論)이 가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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