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10화
1)
「케, 이거 힘들구만.」
몸을 낮추고 어둠에 그림자에 몸을 동화시킨다.
그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기척차단에 세이버마저도 놀란다.
----캉!
「케.」
계속되는 어쌔신의 공격에 세이버가 막는다.
아무리 세이버라지만,
어쌔신이 은신을 한다면 그 위치를 잡을 수는 없다.
오로지 공격시에 느껴지는 살기만을 감지해 막을 수 있을뿐.
----챙!
----창!
----쉬익!
서로 별다른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전투가 고착된다.
원래라면 세이버가 어쌔신을 쓰러트리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녀는 정상적인 마스터를 만나지 못해서 약화 되었고,
어쌔신은 정면 공격이 아닌 어둠속의 기습을 하고 있었기에
이 전투는 끝을 보기 힘들었다.
'이대로라면....'
캐스터가 전투하는 곳을 가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우선--'
「당신을 쓰러뜨리는데 주력하죠.」
그말을 끝으로 세이버는 고요히 검을 다잡는다.
그 눈은 숙적을 만난 검사의 눈.
「케.」
세이버의 눈빛에 어쌔신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2)
말뚝은 치명적인 공격을 하기 힘들다.
그리고 서번트에게 자잘한 공격은 소용 없다.
그렇기에 노려지는 곳은 몇군데 뿐.
머리, 심장 따위의 급소 뿐이다.
---- 캉
검을 휘둘러 말뚝을 쳐낸다.
차륵거리며 회수되고 다시 날아오는 말뚝.
----- 캉
그러나 그것 또한 소용이 없다.
캐스터가 라이더의 전투.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캐스터의 승리.
「제길-- 제길-- 제길--!!」
그 사실을 깨달은 신지가 욕지껄이를 내뱉는다.
'쓸모 없는 라이더 녀석!'
그때 캐스터가 라이더의 말뚝과 체인 사이를 파고든다.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지는 은빛.
그것을 라이더는 힘겹게
---- 캉!
막는다.
캐스터의 공격을 막았기에 타격은 없지만,
뒤로 크게 밀려 신지 옆에 비틀거리며 선다.
「라, 라이더...!?」
「---물러나세요, 마스터. 이 곳에서 이탈합니다.」
신지의 말을 무시한 라이더의 기세가 변한다.
전신에서 뿜어지는 냉기라던가, 위압감이 지금까지의 라이더와는 차원이 다르다.
「라, 라이더......!?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너.
저런 약해보이는 서번트에게조차 이기지 못하는 주제에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
「네. 확실히 저는 세이버에게는 미치지 못해요.
하지만 안심하시죠. 제 보구는 다른 서번트를 능가합니다.
설령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저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어요.」
라이더의 단도가 올라간다.
「뭐----」
캐스터가 놀라서 목소리를 흘렸다.
어처구니 없게도, 라이더는 자신의 목에 단도를 대고---
---그걸, 단숨에 그었다.
....사방으로 튀는 선혈.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라이더의 하얀 목줄기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온다.
「무----무슨, 짓을」
마스터인 신지조차, 라이더의 행동에 숨을 삼키고 있었다.
서번트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고는 해도, 저건 치명상이다.
라이더는 대량의 피를 잃고, 스스로 소멸할 뿐 아닌가.
「윽.......!?」
하지만, 그것은 모르는 자만의 기우.
뿌려진 혈액은 공중에 멈추고는, 서서히 진을 그린다.
그것은,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었다.
본 적도 없는 문양.
비유할 수도 없는 불길한, 생물 같은 도형.
.....라이더가 낳은, 강대한 마력 덩어리.
캐스터는 라이더의 마법진과 대치한다.
「---도망칠 생각이냐, 라이더.
자신의 마스터도 말려들게 한다면, 여기서 저승길을 열어줄 뿐이다.
그런 보구를 쓰게 할 수는 없지.」
「......후후. 설마, 마스터를 지키는 것이 서번트의 역할이잖아요.
나는 마스터를 데리고 도망칠 뿐이에요.
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쫓아와 봐요, 세이버.」
그렇게 말한 라이더가 말을 잇는다.
「물론---이걸 본 뒤에도, 당신에게 싸울 기백이 남아있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고동이 들린다.
찌직, 하고 살을 억지로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라이더의 머리카락이 날아오르고---
터져나오는 굉음과 섬광.
마구 불어대는 열풍.
지나간 하얀 무언가.
거대한 빛의 화살 같은 것이,
터무니 없는 스피드로 골목을 달려 나갔다----
「--------」
먼지가 내려앉고, 거기에 남은 것은 무참한 파괴의 흔적이었다.
신지와 라이더의 모습은 없다.
「...시시한 결말이로군.」
마술 한번 써보지 못한채 전투가 끝났기에,
캐스터가 어깨를 으쓱이며 골목을 빠져 나간다.
3)
소녀는 그저 달 아래에 그 빛을 받으며 서있었다.
그 적안은 교차로를 응시.
시선의 끝에 보이는 것은 4개의 인영(人影)이다.
린과 츠키, 세이버와 어쌔신.
그런데,
「....없네.」
없었다.
소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에는 그녀가 찾는 '장난감'이 없었던 것.
자신이 찾는 존재가 없다면 여기에 올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냥 가면 섭섭하기에...
4)
----- 챙!
어쌔신이 세이버의 검격을 받으며 뒤로 뛰어 오른다.
전투는 여전히 고착상태.
「케, 정말 끈질기구만.」
「하! 제가 할 소리군요.」
빈정거리는 어쌔신따위, 세이버가 진심이라면 금새 벤다.
그러나, 그것은 어쌔신도 알고 있는 사실.
그렇기에 어쌔신은 철저하게 세이버가 아닌 둘.
린과 에미야만을 노렸고, 그렇기에 전투는 여전히 고착 상태.
「.......」
서번트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린의 안색이 나쁘다.
세이버와 어쌔신의 전투도 신경 쓰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서번트 캐스터의 전투가 더 문제다.
자신이 느끼기에 방금 느껴진 그 파동은 분명 보구에 의한것.
자신의 마력이 빠져나가지 않았음을 느꼈기에
캐스터가 보구를 쓴 것은 아닐 터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상대 서번트가 썼다는 것.
아직까지 캐스터와 페스가 연결 되어 있는 것은 느껴지기에
캐스터는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만 알 뿐.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기에 신경 쓰이는 것.
그때였다.
「@@@@@@@@@@@!!」
---쾅!!
하늘에서 떨어지는 회색 거인.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그 갑작스런 등장에,
린을 포함한 모두가 숨을 삼킨다.
그것은 어둠속에 숨어있던 어쌔신도 마찬가지.
「모두 오랜만이야.」
조용한 사위에 어린 소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리야스필 폰 아이츠베른---」
린의 부름에 이리야가 치마를 살짝 올리며 예를 취한다.
그러고는
「버서커. 모두 죽여.」
명령을 내린다.
「@@@@@@@@@@@@@@@@@!!」
거인이 달린다.
어쌔신, 세이버, 버서커.
세 서번트의 싸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