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32화
1)
----그것은, 별을 모신 제단이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듯 불타는 불꽃.
흔들리는 불꽃의 몸은 무명(無明)인 공동을 비추고,
굳게 위에서 감싸듯 덮는 천개(天蓋)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 제사는 올바른 것일 리 없겠지.
우주를 잇는다고 하지만 하늘은 땅 밑에 있고,
무명을 비추는 횃불은 적색이 아니라 흑색.
공기는 탁하고,
바람은 봉해지고,
벽에 스민 물방울은 전부 독의 색.
여기를 방문하는 것은 전부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이계에 구제를 구하며,
이러한 기이한 광경을 모시려고 하는 것은,
햇빛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사갈 마갈의 부류가 틀림없다.
「크----」
그 이계 속에서, 벌레 노인이 숨이 막혀 기침한다.
그 앞에 한 소녀가 서 있다.
검은 저주로 몸을 감싼 소녀는,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인 거냐, 사쿠라.」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할아버님.
'죽여드린다'고.」
허공에 울리는 얼음 목소리.
「크---네놈 제정신이냐!?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노인의 혼란은 광란에 가깝다.
무언가, 말할 길 없는 공포를 느낀 것으로 말미암은 광란.
소녀는 지배자였던 노인의 외침에 미소로 화답한다.
----그리고, 쑥.
소녀는 자신의 심장에 손가락을 넣어,
신경 깊숙이 파고 들어 있었던, 벌레 한 마리를 끄집어냈다.
「윽---- ! ! !」
그 공포, 혼란을 뭐라 부를까.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
온몸의 신경을 너덜너덜하게 만들면서,
소녀는 서늘하게 웃고 있었다.
「무----무슨,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사쿠라----」
팔딱팔딱 움직인다.
소녀는 빛이 없는 눈으로,
조부인 것,
조부라고 자칭하는 것,
조부였던 듯 한 것을 관찰한다.
「뭐야. 해 보니 간단하네요.
저, 할아버님은 더 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니. 실제로,
마토 조켄이 본체로 삼는 벌레는, 이런 왜소한 몸은 아니었다.
노마술사는 소녀의 심장에 기생하기 위해,
거기에 합당한 벌레로 신체를 바꿨다.
심장에 사는 이상 심장 이하가 아니면 안 된다.
돌이켜보면, 그 기괴한 기호야말로 노마술사의 잘못이었다.
「사쿠라---사쿠라, 혹시...」
「그래요. 할아버님.
할아버님이 저를 '먹으려'했다는 것을 잘 알아요.」
꿰뚫어보고 있다.
아니, 그런 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거다.
노마술사는 자신의 목적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고,
소녀는 노마술사의 의향에 거스르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 따위 없었던 것이다.
소녀는 언젠가, 반드시 노마술사가 갈아탈 육일 뿐이었다.
이렇게---소녀가 노마술사에게 반기를 드는 이 때까지는.
「자---잠깐, 잠깐잠깐잠깐잠깐----!!
아니다, 아니야, 사쿠라---! 너에게 씐다는 건 마지막 수단이다.
네 의식이 있다면, 문은 전부 네게 주지.
나는 마토의 혈통이 번영한다면 그걸로 족하다.
네가 승자가 되어, 모든 것을 손에 넣는다면 그걸로 족한 거다!」
팔딱팔딱 벌레가 꿈틀거린다.
손가락 끝으로 집은 오물[조켄]에게, 소녀는 다정하게 웃음 짓는다.
「그러면 더더욱 그렇죠.
왜냐면, 이미 할아버님의 힘은 필요 없어요.
이제는 저 혼자서도, 문을 열 수는 있으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노마술사의 실수는 단 하나.
「----! 기다려, 기다려라, 기다려다오, 사쿠라--!
나는 너를 생각해서 해 온 거라고----!?
그걸, 그걸,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짓을----」
「안녕히, 할아버님.
이백 년이나 땅 밑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건 피곤했죠?
---자아, 이제 사라지셔도 괜찮아요.」
노인은, 소녀를 너무 키웠다.
소녀가 잉태한 어둠을 깨닫지 못하고,
순수한 것이라고 잘못 보고 키운 것이다.
----제단에는 소녀만이 남겨진다.
흔들리는 검은 불꽃은,
자신을 체현하는, 소녀의 자립에 환희한다.
「--------후」
검은 소녀는 손바닥에 달라붙은 피를 바라보고,
「후후----후후, 아하하하하하하----」
실이 끊어진 인형 같은 공허한 모습으로, 언제까지고 계속 웃었다.
2)
---미지근한 바람이 볼을 쓰다듬는다.
통로를 빠져 나온 그 앞은, 크게 열린 공동이었다.
폭은 학교 운동장 정도.
천장은 어둠에 흐릿해서 보이지 않지만, 10미터 정도 높이일 것이다.
생명의 기척은 없다.
옛날, 어떤 도감에서 본 달의 황야와 흡사한, 잊혀진 지하 광장.
거기에,
「이제들 오는 건가. 잡종들.」
절대적 살기를 두르고, 검은 황금왕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동에는 그 밖에 없다.
사쿠라도, 조켄도, 코토미네도, 어밴져도 모습이 없다.
막아서고 있는 것은, 검게 변모한 길가메쉬 뿐이다.
「------길가메쉬.」
「-----------」
세이버가 불러도 대답은 없다.
당연하다.
흑화가 된 그의 역할은 침입자의 배제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그는 여기의 문지기이며, 처형자였다.
「---흥. 대화로 통과하게 해 주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네.」
「그것은 틀리지. 거기 계집. 그대는 통과다.」
「----어쩔 생각이야? 너는 여기 문지기지.」
「그렇다. 상대가 누구이든, 여기를 지나가는 자는 소거하라.
그게 사쿠라라는 계집의 명령. 하지만---」
「나는 예외. 사쿠라 쪽에서 만나고 싶어하고 있다는 거야?」
길가메쉬는 아무 말 없이 코웃음만 쳤다.
「---그래. 진심이구나, 사쿠라」
짧은 중얼거림.
크게 숨을 들이쉰 뒤, 린은 걷기 시작했다.
「린...」
「미안. 그렇게 됐으니까, 먼저 갈게」
린은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며, 길가메쉬의 옆을 지나간다.
그 모습이 동굴의 어둠에 녹아 들기 직전.
「그대들도 따라가게.」
아쳐가 길가메쉬 앞에 선다.
「무슨 소리를, 아쳐--!」
루비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쳐는 묵묵히 길가메쉬 앞에 서 있을 뿐이다.
아쳐, 그는 말했다.
「이 자는 내가 쓰러트릴 수 있다.」
그 듬직한 모습에
그 당당한 모습에
길가메쉬 또한,
「좋다. 거기 아쳐란 자를 제외한 나머지도 지나가라.」
라고 말한다.
「그래도 되겠는가.」
길가메쉬의 말에 캐스터가 물었지만,
길가메쉬는 코웃음을 치고는
「짐은 인류 최고의 영웅왕.
성배에 더럽혀진 계집의 명령 따위,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거절할 명분이 없기에 따랐을 뿐.」
이라 대답했다.
그의 말에 아쳐를 제외한 모두가 린을 따라 들어간다.
그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본 아쳐가.
「영웅왕이여. 그대에게 감사를 표한다.」
감사를 표한다.
그 감사에 길가메쉬는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하, 그런것 따위보다는 짐을 즐겁게 해다오.」
「알겠소. 본 장수가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지.」
인류 최고의 영웅왕.
조선 최고의 성웅.
두 영웅이 이곳에서 부딪힌다.
3)
「왔군.」
길가메쉬를 통과하고 나아가는 일행 앞에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밴져...」
그의 모습을 확인한 캐스터가 심음을 흘린다.
「자, 캐스터. 저번 싸움때 약속했던 대로.
서로의 힘을 개방해 싸우도록 하지!!!」
기쁜듯, 어밴져가 웃음을 터트린다.
「좋다. 어밴져.」
그렇게 대답한 캐스터가 뒤를 보며,
「린, 그리고 모두들. 먼저 가도록.」
「------알았어. 대신 지지마.」
「물론.」
린이 그런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다,
「"캐스터, 내 허락없이 죽지마."」
령주를 발동한다.
남은 령주를 쓴 것.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 의지만은 최고의 도움이다.
린들이 가고나서,
캐스터와 어밴져가 서로 검을 겨눈다.
「멋진 마스터이군.」
「아아, 물론.」
이곳, 다른 한 공동에서도
두 이름 없는 영웅이 부딪힌다.
4)
「무슨 롤플레잉 게임?」
그렇게 누군가 중얼거린다.
무슨 게임처럼 차례로 나타나는 보스[서번트]들.
「기다리다 지쳤다고.」
그렇게 말한 흑화 어쌔신이 검을 겨눈다.
「...먼저 가십시오.」
「여기는 저희가...」
라이더와 세이버가 그의 앞에 선다.
흑화 어쌔신,
속도가 빠르고 힘도 상당히 있는 영웅.
세이버만 싸운다면 민첩에서 밀리고,
라이더만 싸운다면 힘에서 밀린다.
그렇기에 두 서번트가 같이 싸우는 것.
그 모습을 보며, 마스터들이 들어간다.
서번트 vs 서번트
마스터 vs 마스터
그런 전투 구도가 되는 것인가.
흑화 어쌔신은 그런 실 없는 생각을 하며,
「좋아. 싸워보자고.」
라이더와 세이버에게 달려 들었다.
5)
「어서오세요. 언니, 선배, 모두들.」
「사쿠라, 약속대로 널 죽이러 왔어.」
류도우사 지하 대공동.
이곳에서 성배전쟁의 최후의 싸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