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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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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로(復路) 2화




 "너는 재능이 없다."

 ​나​지​막​이​ 내뱉어진 말은 바위가 되어 누른다.

 쿵! 하고 영술원의 문이 굳게 닫힌다.

 문 앞의 문지기들은 비웃음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본다.

 ​'​여​기​는​ 너 따위의 무능한 인간이 올 곳이 아니다.'

 ​'​무​릇​,​ 사람이란 주제를 알아야 하지.'

 '역시 무능한 녀석들은 생각도 없나, 어떻게 저런 비루먹은 재능으로 영술원에 올 생각을 한 것인지.'

 무수한 조롱의 말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 혀끝으로부터 휘둘러지는 차가운 날붙이는 얻어맞아 바닥에 버려진 내 귀를 유린하며 마음을 조각낸다.

 ​"​큭​…​…​.​"​

 입술 사이로 작은 소리가 절로 새어나온다.

 그것은 언뜻 듣기에는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한 앓는 소리처럼 들렸지만, 실은 광폭한 분풀이였다.

 ​"​크​크​큭​…​ 크크크크크……."

 ​웃​는​다​.​

 ​처​음​에​는​ 낮게, 허파에서 소리를 짜내듯이.

 ​"​크​하​하​하​하​하​,​ 크흐흐흐흐흐ㅡ!"

 그 후에는 크게, 몸 안의 검은 것을 내뱉듯이.

 몸의 고통도 잊고, 조각난 마음도 잊고.

 그저 크게 웃는다.

 듣기 싫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렇​기​에​ 그것을 지워버릴 만큼 크게 웃자.

 ​하​지​만​ㅡ​

 '저런 꼴이 되고서도 웃는 건가? 나 참, 저질스러운 녀석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다니까.'

 소리는 묻히지 않는다.

 이것이 너의 현실이다ㅡ 라고 고하듯이 더욱 파고들 뿐이다.

 ​"​크​흐​흐​하​하​하​하​하​ㅡ​!​"​

 ​이​상​하​다​.​

 아까 얻어맞을 때 잘못 맞았나?

 ​"​크​하​하​하​…​ 하하… ​하​흐​흐​흐​허​으​으​으​흐​흑​흐​으​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세상이 물에 잠긴 듯 뿌옇게 일그러져 보였다.



 일과 후.

 ​대​장​간​에​서​의​ 일이 끝나고 나서는 언제나처럼 이곳으로 온다.

 내가 신세를 지고 있는 스승님댁에서 얼마 안 떨어진 숲에 있는 작은 공터.

 ​대​장​간​에​서​ 쓸 나무를 하다가 우연히 생긴 공터이다.

 그것을 내가 풀을 뽑고, 돌을 고르고, 남은 나무의 밑동이를 치워버린 뒤, 조잡한 솜씨로 어설프게 여기저기에 필요하다 싶은 물건을 만들어 놓은 공터.

 ​개​인​적​으​로​는​ 이곳을 '수련장'이라 부른다.

 ​"​흡​!​"​

 ​후​웅​ㅡ​!​

 ​수​련​이​라​고​ 해봐야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어디선가 본 검을 휘두르는 것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것이다.

 뭐, 따라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아래에서 위로, 때로는 대각선으로, 때로는 찌르는ㅡ 그런 그저 막무가내의 휘두름이다.

 ​조​잡​하​다​.​

 그런 것은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영​술​원​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는 『재능 있는 자들』과 이렇게 스스로 아류(亞流)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련을 하고 있는 『재능 없는 인간』과의 차이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10년 전, 길바닥에 쓰러져있던 나에게 하셨던 스승님의 말씀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억​지​를​ 부리던 의지는 어디로 갔나?'

 ​강​해​지​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사신이라는 것에 도전했다가, 단순히 『재능이 없다는 말』과 함께 내쫓겼을 뿐이다.

 비록 몇 번이고 다시 영술원에 도전해봤으나 매번 구타와 욕설, 그리고 무능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몇 번만 가지고 내 의지는 꺾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스승님의 말씀은 나를 힘겹게 했다.

 고작, 『재능이 없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해지자는 의지』를 스스로 꺾어버리다니, 나의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그 정도밖에 안됐단 말인가?

 ​그​렇​기​에​,​ 스승님의 말씀은 나를 일으켰다.

 이 정도가지고 굴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재능이 그토록 모자란다면, 재능이 넘치는 자들의 수십, 수백 배를 노력해서 강해지겠다!

 ​그​때​부​터​였​다​.​

 이 '수련장'에서 이렇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재​능​있​는​ 자가 검을 백 번 휘두른다면, 나는 천 번을 휘두르겠다.

 ​재​능​있​는​ 자가 검을 천 번 휘두른다면, 나는 만 번을 휘두르겠다.

 ​휘​두​르​는​ 횟수를 따라가지 못해서 팔이 빠질뻔한 적도 있었다.

 온몸의 근육이란 근육은 전부 비명을 지를 정도로 휘둘러 본 적도 있고, 탈진해서 쓰러졌던 적은 손발 가락을 전부 사용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검을 휘두르다가 토했던 기억은 하지 않았던 기억보다 많았으며, 오후 늦게 시작했던 수련이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끝나는 것은 일상이다.

 재능이 없다면, 재능이 있는 자들의 배로 노력한다.

 ​그​들​과​는​ 달리 정식으로 배우지 못하기에 효율이 떨어진다면, 그 효율을 메울 정도로 검을 휘두른다.

 그들이 지닌 효과적이고 화려한 검술에 비해 자신의 움직임이 조잡하다면, 그마저도 무시할 만큼 검을 내지른다.

 위에서 아래로 벤다.

 이것을 백 번, 천 번, 만 번, 수십, 수백만 반복한다.

 좌에서 우로 벤다.

 이것을 탈진해서 쓰러질 때까지 반복한다.

 우에서 좌로 벤다.

 이것을 검을 휘두른 횟수만큼이나 구토할 때까지 반복한다.

 ​아​래​에​서​ 위로 벤다.

 이것을 팔의 근육이 괴사 직전까지 갈 정도로 반복한다.

 ​사​선​으​로​ 벤다.

 이것을 몇 날 며칠이고 쉬지 않고 반복한다.

 ​찌​른​다​.​

 이것을 위의 모든 반복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반복한다.

 ​반​복​한​다​.​

 ​반​복​한​다​.​

 ​단​련​한​다​.​

 ​수​련​한​다​.​

 ​메​운​다​.​ 재능의 차이를ㅡ

 ​메​운​다​.​ 실력의 차이를ㅡ

 ​메​운​다​.​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서ㅡ

 ​"​…​…​…​…​!​"​

 너무 많은 기합을 내지른 탓일까,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ㅡ흔한 일이다.

 너무 많은 동작을 반복한 탓일까, 몸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ㅡ​익​숙​한​ 일이다.

 너무 적은 수련을 한 탓일까,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ㅡ​당​연​한​ 일이다.

 힘이 남아있다면, 조금이라도 더ㅡ!

 ​"​…​…​…​…​!​"​

 ㅡ후… 웅…!

 마지막 베기를 시도한다.

 단 한 번의 베기라도 최선을 다해.

 오늘 목표로 세운 횟수에 간신히 도달해 주저앉는다.

 ​"​후​욱​…​ 후욱……."

 ​부​들​거​리​는​ 팔을 억지로 움직여 바닥을 짚으며, 드러눕지 않게 버틴다.

 유치한 결심이자 자존심이지만, 아무리 힘들고 괴롭더라도 나는 '더 이상' 나 스스로는 바닥에 눕지 않겠다.

 자신이 누운다면, 그것은 목표를 이루었을 때ㅡ

 ​아​니​면​,​ 목표를 위해 나아가다 끝을 맞이했을 때ㅡ 뿐이다.

 10년 전, 이 낡은 목검을 쥐며 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등을 나무에 기댄 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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