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로(復路) 3화
쿡쿡… 쿡쿡…….
무언가가 찌르는 듯한 느낌에 의식이 부상한다.
간밤에 비가 내렸던 탓인지, 의식이 부상하자마자 추위가 몸을 엄습해온다.
부들부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찌르는 것을 확인한다.
쿡쿡… 쿡쿡…….
찌르고 있는 것은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모습은 시큰둥하다고 할까, 무감각하다고 할까, 뚱하다고 할까ㅡ 하여간, 그런 무감정한 푸른 눈이었다.
그런 눈을 한 소녀는 그 눈빛에 걸맞게도 표정 또한 무덤덤했는데, 그것이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느껴진 것은 소녀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하여간, 눈을 떴을 때에 제일 처음 보는 광경이, 무덤덤한 표정의 소녀가 나뭇가지로 자신을 찌르는 것이라니…….
무심코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
내 웃음에 소녀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다.
그 소녀의 푸른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친다.
어제밤, 영술원에서 쫓겨날 때 두들겨 맞은 탓인지 흙투성이에 갖은 먼지로 뒤덮여서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데다가,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다.
그런 얼굴에 떠올라있는 자그마한 미소.
죽은…, 아니, 생전 전쟁터에 끌려간 이후로 이렇게 미소 지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무슨 일이니?"
모처럼 짓는 미소에 기분이 편안해진 덕분인지,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런 내 목소리에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그렇다고는 하지만, 그저 동작이 놀랐다는 듯이 뒤로 물러난 거지,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나와 거리를 두었다.
그런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소녀 또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를 보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다시 소녀가 다가온다.
그런 소녀를 보며 왠지 모르게 작은 고양이를 떠올린 나는 무심코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ㅡ
후다닥ㅡ 하고, 소녀가 다시 움찔하며 거리를 둔다.
서로를 물끄러미 보다가 소녀가 거리를 좁힌다.
그럼, 내가 손을 든다.
손을 들자 소녀가 놀라서 거리를 둔다.
서로를 물끄러미 보다가 소녀가 거리를 좁힌다.
그럼, 내가 손을 든다.
손을 들자 소녀가 놀라서 거리를 둔다.
이 같은 과정이 몇 번 반복하면서 깨달은 것은 이런 단순한 반복이 별로 지루하게 느끼지 않는 나 자신과 횟수를 더할수록 소녀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간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몇 번 더 그같은 과정을 반복하자, 이제는 소녀가 더이상 내 손길을 피하지 않게 되었다.
고양이 같군…….
그렇게 생각하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쓰다듬 쓰다듬ㅡ
그렇게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최초의 질문을 다시 건넨다.
"……무슨 일이니?"
두 번째의 질문.
그러나 아까와는 다르게 소녀는 놀라 도망치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내게 내밀었다.
가만히 소녀의 손을 본다.
가지런히 모여 있는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은 주먹밥 하나.
그것을 보는 순간, 『있을 턱이 없는』 공복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공복에 대해서 생각하기 전에ㅡ 소녀에게 물어본다.
"……먹으라는 거니?"
끄덕
내 물음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운 꿈을 꾸었다.
10년 전, 자신이 일어설 계기를 얻게 되는 그때의 꿈.
간밤에 수련했던 덕분에 피로해진 몸이, 가벼워진 것은 이 꿈을 꾼 덕분일지도 모른다.
쿡… 쿡…….
무언가가 찌르는 느낌이 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가 무엇이며, 그것을 행하는 이가 누구인지는 잘 알고 있다.
꿈과는 달리 무겁기는커녕 가볍게만 느껴지는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소녀.
꿈속에서 본 것과 같이ㅡ 무표정하고 무덤덤한 푸른 눈동자와 표정을 지닌, 그러나 꿈에서보다는 약간 성장한 소녀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있었다.
"좋은 아침."
수련장에 비치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느끼며 인사를 건넨다.
입 근육의 느낌으로 보아, 자신은 분명 미소를 짓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런 나의 인사에 맞춰서 소녀ㅡ 『시즈카(靜香)』는 화답을 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이 꿈속에서 본 10년 전의 모습과 겹쳐졌기에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는다.
스윽 스윽ㅡ
타인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는 좋지 않다ㅡ 라고, 언젠가 마을 사람에게서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을 듣고,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이후로는 가급적 이러한 행동을 고치려 했지만, 오늘은 꿈의 영향 탓인지 무심결에 나가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내가 이렇듯 무심코 쓰다듬어 줄 때면 어김없이 눈을 감고 내 손길에 가만히 있어주는 시즈카를 보면, 이런 행동이 버릇이 된 것도 납득이 가고는한다.
스윽 스윽ㅡ
그렇게 생각하곤, 몇 번 더 쓰다듬어준 후에 손을 치우자, 시즈카는 그때서야 손을 내민다.
그 가지런히 모여 있는 손바닥 위에는 으레 그렇듯이 주먹밥이 있었다.
"가져다 준거니? 고맙다."
배는 고프지 않다.
사실, 이곳 소울소사이어티의 세계에서 공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나 같은 영력이나 영압이 낮은 자는 공복을 느끼지 않고, 강한 사람일수록 공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실 영혼인 우리에게 배고픔이란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물론 공복시에는 괴롭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고 간혹 나 같은 영력이 낮은 자는 아예 느끼지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치기는 하지만, 배는 고프지 않다.
무언가 모순이 된 것 같았으나, 이것이 소울소사이어티의 섭리이며, 오래전부터 이러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현세와는 상식의 궤가 과연 다르다.
하여간 이러한 의미에서 주먹밥을 가져다주는 시즈카의 행동은 '시간 낭비' 그 자체였지만, 시즈카는 10년 전부터 거의 매일 같이 이렇게 주먹밥을 가져다준다.
처음에는 미안하고 거북했기에 몇 번이고 거절을 했으나, 스승님께서, 원래 천애고아였던 시즈카에게 나는 '오빠' 같은 존재이기에 가족에게 그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그저 고맙게 받고 있다.
주먹밥을 베어 문다.
비록 약해서 공복을 느끼지는 않으나, 미각 자체는 여전히 살아있기에 이 주먹밥이 맛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모처럼 시즈카가 아침 일찍부터 가져다준 음식이다. 맛있게 먹지 않으면 곤란하지ㅡ 라는 생각으로 쩝쩝 소리를 내며 씹어 삼킨다.
숲의 한가운데의 공터.
따스한 아침 햇살을 쬐며, 남자는 주먹밥을 소리 내며 게걸스럽게 먹고, 소녀는 그런 남자를 무덤덤하게ㅡ 그러나 안에 들어 있는 따스함은 숨기지 않은 채 지켜본다.
사건 발생 ㅡ 16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