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로(復路) 6화
검이 둔해진다.
몸이 둔해진다.
움직임이 둔해진다.
놈의 조롱과도 같은 싸움에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놈의 방식은 철저하게 주먹질뿐으로, 급소를 노리지 않으며, 치명타를 먹이지 않는ㅡ 그런 잠자리의 날개를 뜯는 듯한 장난질 같은 공격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몸으로 나는 서 있는다.
단순한 타격이기에 외관은 멍 자국, 혹은 괴사한 부분만 있을 뿐, 바닥에 흩뿌려진 피와 내장조각은 전부 입으로 게워낸 것이다.
몸 이곳저곳은 심각한 타박상에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거리지만, 신체 이곳저곳에서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경고가 날아오지만,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다.
최초에 놈과 싸우기 전의 목표는 시즈카가 도망칠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놈을 쓰러트리는 것도, 내가 살아남는 것도 아닌, 시즈카의 생존 말이다.
그렇기에 일어선다.
그렇기에 검을 겨눈다.
그렇기에ㅡ 놈의 관심을 끈다.
기우뚱ㅡ 한순간 다리의 힘이 풀려 몸이 기운다.
이를 악물어 경련을 일으키는 다리 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다시 바닥을 밟고 자세를 고치지만, 그것만으로도 몸은 신음을 내뱉는다.
내 안의 내가 속삭인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ㅡ 라고…….
지금까지 시간을 끈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너는 네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그러니 쉬어라.
그 목소리에 나는 대답한다.
아직이다.
아직 나는 검을 쥘 손을 가지고 있다.
아직 나는 서 있을 다리를 가지고 있다.
아직 나는 시간을 끌어줄 몸을 가지고 있다.
아직 나는 의지를 관철할 머리를ㅡ 신념을 지니고 있다.
힘이 남아있기에 시즈카를 위해 일 초라도 더 버틴다.
의지가 남아있기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일 분이라도 더 버틴다.
나는 이미 한번 죽은이(魂)다.
10년 전, 이 능력 없는 혼은 사랑하는 가족 덕분에 더 이상 꺾이지 않는 굳건한 '의지'라는 다리를 얻었기에 설 수 있었다.
10년 전, 이 능력 없는 혼은 사랑하는 가족 덕분에 더 이상 후회 않는 빛나는 '목표'이라는 손을 얻었기에 검을 쥘 수 있었다.
그런 가족에게 은혜를 갚는다.
이 받을 뿐인 못난 이를 따스하게 지켜봐 준 가족을 위해 검을 쥔다.
그것이ㅡ 나의 혼(魂)이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ㅡㅡ! ! ! ! !"
몸을 낮추고, 다리에 힘을 넣어 달린다.
손아귀에 힘을 줘 검을 굳게 잡고, 몸을 이용하여 검을 휘두른다.
몸이 움직이기 싫다고 한다면, 그 신호가 뇌에 닿기 전에 움직여라!
혼(魂)을 다잡는다.
의지를 되새긴다.
멈추지 않는다.
이 한목숨, 그것을 연료로 움직인다!
캉! 캉! 캉! 캉!
벤다. 벤다. 벤다. 벤다. 벤다. 벤다!
휘두른다. 휘두른다. 휘두른다. 휘두른다. 휘두른다!
호로의 이곳저곳을 벤다.
비록 놈의 몸이 단단해 유효한 타격은 없으나, 나의 몰아붙임에 놈은 당황한 기색이다.
'틈!'
그 기색을 놓치지 않고 몸을 훌쩍 띄운다.
놈의 머리까지 뛰어올라 그 기세로 검을ㅡ
놈의 눈에 찔러 넣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 ! ! ! ! ! !"
푸슉! 하고 저항 없이 검이 놈의 눈에 파고든다.
거친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트는 호로에게서 튕겨져나간다.
먹혔다.
역시, 놈이라 할지라도 약점은 있었던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 ! ! ! !"
한참을 광분하던 놈과 눈이 마주친다.
마치 벌레ㅡ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눈빛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분노로 물든 것이 보인다.
녀석에게 한 방 먹였다는 생각에 통쾌해하며, 나는 생각한다.
'여기까지인가…….'
전투에 임하기 직전, 미리 차 두었던 다른 검 중에 유일하게 아직까지 남은 검을 뽑아든다.
이제 놈도 진심으로 덤벼들 것이다.
아마, 이번 싸움으로 자신은 분명 죽으리라.
하지만, 그냥 당하지만은 않겠다.
"네놈의 다른 한쪽 눈마저 내 저승길 여비로 가지고 가마."
놈의 눈에 비친 내 얼굴에는, 거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