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로(復路) 7화
퍽! 으득ㅡ
땅에 내팽겨진 내 몸 위에 놈이 발로 내리찍으며 지그시 누른다.
으득으득, 발에 압력이 가해질 때마다 몸의 뼈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놈을 화나게 한 후 나름대로 분전했으나, 진심을 보인 놈을 이미 만신창이였던 내가 당해낼 리 없었다.
거기에, 한번 당한 탓인지 다른 한쪽 눈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터라, 다른 한 쪽 눈은 아쉽게도 꿰뚫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예상과는 달리 오래 버텼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시즈카이니 이미 사신들을 만나서 보호를 받고 있으리라.
이것으로, 시즈카는 산다.
그것을 생각하니, 고통 속에서도 웃음이 나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 !"
그런 내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놈이 괴성을 지르며 손을 치켜든다.
이대로 내 머리를 부술 생각인가.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는다.
편안하다.
비록 '재능'이라고는 없는 몸이지만, '역할'은 가지고 있었나 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는 역할』은 지켰다.
그러니ㅡ 미련은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기다렸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런 기색은 없다.
눈을 뜬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어느 곳을 보고 있는 호로.
그 시선을 무심코 따라가니ㅡ
'시즈카!'
그곳에는 이 장소에는 없어야 할.
이미 사신들의 보호를 받고 무사했어야 할 소녀가 있었다.
◆
소녀는 달렸다.
그 자그마한 체구에 걸맞게 보폭도 작고, 체력도 약했지만, 그래도 소녀는 쉬지 않고 달렸다.
그 속에 있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돕고자 바라는 의지.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달해야, 소중한 사람이 살 수 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려야, 소중한 사람이 살 수 있다.
그렇기에 소녀는 달렸다.
하지만, '이곳'은 이상했다.
평소 소녀가 다니던 숲이었기에 이곳의 지리 정도는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계속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지나가는 것이다.
소녀는 초조해한다.
일분일초가 급박한 지금 이렇게 헤매는 것이 초조하다.
그러다 소녀는 깨닫는다.
'반복되는 장소.'
그것은 다시 말해서, 최초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소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눈앞에는, 소중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
◆
"시… 즈…… 카……!"
놀라 시즈카의 이름을 부른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거냐.
어째서 여기 있는 거냐!
어째서 여기 있는 거냐!!!
이 호로는 잔혹하다.
사람을 괴롭히며, 그 반응을 즐기는 부류의 잔혹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 성향을 지닌 놈은 자신의 눈을 빼앗은 나를 증오하고 있다.
그렇기에ㅡ 내가 이렇게까지 지키려고 한 상대가 앞에 있다면ㅡ!
"ㅡㅡㅡㅡㅡㅡㅡㅡ! ! ! ! !"
놈의 발이 내 위에서 치워진다.
내 예상대로 상대를 나에서 시즈카로 바꾼 것이다.
내게서 발을 치운 뒤에 크게 표호한 놈은 그 뒤 나를 슬쩍 쳐다보고는 시즈카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슬쩍슬쩍 내 쪽을 쳐다보는 것은 내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발악하는 것을 즐기기 위함이 분명하다.
성큼ㅡ
놈이 시즈카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
피해!
이 말이 내 입 밖으로 나왔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놈의 기세에 눌렸는지, 시즈카는 몸을 떨며 도망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성큼ㅡ
놈이 시즈카에게 한발자국 다가간다.
내가 이를 악물고 놈과 싸운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시즈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을ㅡ
나는 인정하지 못한다!
성큼ㅡ
놈이 시즈카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
으득으득ㅡ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전신에 힘을 가한다.
뼈가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끊어지며 통곡한다.
하지만, 그래도 일어나기 위해 힘을 준다.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줘!
움직여줘!!!
으득으득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일어난다.
놈은 그런 내 모습을 즐기듯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고 나를 본다.
하지만, 놈과 시즈카의 거리는 불과 3걸음도 되지 않는다.
사실, 일어나봐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가 놈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소중한 가족이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볼 바에야, 이 몸에 힘이 한 줌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것을 써서라도 막아서겠다!
"으… 으오…오오오……!"
옆에 떨어져 있던 검을 주워든다.
그리고 검을 겨누어 한걸음 내딛는다.
조금 더.
놈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시간을 끌 때!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시즈카에게!
"오오오오… 으오오오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나를 비웃듯 놈은 그대로 입을 열어, 시즈카를 먹어ㅡ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ㅡㅡ! ! ! ! ! !"
탕!
발끝에 모든 힘을 다한다.
빨리! 더 빨리!
놈이 저 흉악한 입으로 시즈카를 집어삼키기 전에!
ㅡ쨍그랑!
내면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그와 함께 주위의 풍경이 물결 퍼지듯 늘어난다.
정신이 들고보니 자신은 시즈카와 놈의 사이에 위치.
이 상황이 왜 되었는가 생각하기 이전에ㅡ 자신의 몸은 해야 할 일을 행한다!
삐걱대는 허리를 비튼다.
끊어질듯한 근육을 팽팽하게 늘린다.
몸 안에 지닌 모든 힘을 검 끝에 담는다는 생각으로 행한다!
지난 10년간, 반복해온ㅡ 찌르기 동작을ㅡ!!!!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 ! !"
푹!
검 끝이 정확히 놈의 목구멍을 꿰뚫는다.
벌려진 녀석의 입속에 내 오른팔을 집어넣어, 내부로부터 놈을 꿰뚫은 것이다.
놈의 피부는 강철과도 같지만, 눈과 같은 연약한 부위는 있다.
그렇다면, 그 체내는 과연 약점의 중심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목구멍이 꿰뚫린 탓인지, 아니면 내 팔을 어찌하겠다는 속셈인지.
놈은 입을 강하게 다물면서 내 팔을 끊을 기세로 이를 악물었다.
그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의 힘에 녀석의 입에 쑤셔넣은 팔이 비명을 질러대고,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지만ㅡ!
왼팔을 뻗어 놈의 목 뒤로 빠져나온 검날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움켜쥔 채로 옆으로 민다.
으득으득ㅡ
오른팔이 끊어질 듯이 아파온다.
그렇게 내 팔이 먹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나의 팔 대신ㅡ
"이거나 먹어라ㅡ! ! ! ! !"
푸확!
왼팔에 순간적으로 힘을 가해 옆으로 밀어 벤다.
목 뒤에 튀어나와있던 검이 옆으로 움직이며, 놈의 머리를 횡으로 양단한다.
쿵! 하고 놈의 몸이 쓰러지는 것이 보인다.
지금까지 무리를 한 탓일까? 아니면, 시즈카가 무사하다고 생각한 탓일까?
급격히 몰려오는 피로에 넘어진다.
그런 나를 평소의 무표정을 깨트린 시즈카가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는지 애를 쓰며 지탱해준다.
뚝뚝…….
내 피가 시즈카의 뺨에 떨어진다.
그것을 닦아내고자 무심코 오른손을 뻗으려 했으나… 자신의 오른팔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선을 돌려 오른팔을 본다.
'그런가… 결국 잘려나간 건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오른팔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무것도 없는 광경.
마지막 정신을 잃기 전에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직도 우는 얼굴인 시즈카와 놈의 시체 옆에 굴러다니는 뜯겨나간 자신의 오른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