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로(復路) 8화
- 제18 루콘가 사건 보고 -
(서략)
…로서, 비교적 치안이 상위권에 속하는 『제18 루콘가』 외곽 지역에 위치한 숲, 근방의 주민에게는 『묘지 숲』이라 불리는 곳에서 이하의 사건이 발생.
현장의 흔적을 조사해본 결과, 사건의 발생원인 호로는 식육을 했음으로 판명, 때문에 당시 순찰 중에 순직한 하급사신 2명의 시신은 미확보.
당시, 근방의 사신들 중에는 아무도 호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호로에게는 일종의 특수 능력이 있다는 가설을 수립, 후에 호로의 시신을 확보해 조사해본 결과 일정 지역을 일종의 결계 상태로 분리 시키는 것과 영혼의 결속을 흐트러트리는 능력 두가지의 특수 능력을 발견함.
목격자의 증언, "익숙한 길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제자리를 맴돌았다."를 통해서 첫번째 특수 능력인 공간 결계의 능력을 확신.
두번째의 특수 능력인 영혼의 결속을 흐트러트리는 능력은 목격자와 같이 발견된 남성의 진단 결과 확신.
이 두가지 능력 때문에 『'하급 호로'에 불과한 호로』가 제18 루콘가까지 침입 할 수 있었다고 짐작.
이것은…
(중략)
…때문에, 현장의 흔적과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당시 호로를 막아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목격자와 같이 발견한 남성으로 여겨짐.
그것은 당시 호로가 쓰러진 뒤에 목격자와 남성을 발견하고 보호한 영술원의 원생 2명에 의해서도 확실하다고 결론지어짐.
(후략)
- 제18 루콘가 사건 보고 終 -
◆
팔락팔락
"음……."
손에 쥔 종이.
어제 일어난『제18 루콘가 사건』의 보고서를 읽고난 노인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 보고서가 작성되어 올라오기 전에 올라왔던 『하급호로를 막아낸 남성』의 진단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던 것이다.
이례적으로 4번대의 대장, 『우노하나 레츠』가 직접 진단하고 처방한 것은 눈앞의 『이 노인』에 대한 대우였으나, 그녀가 진단한 결과는 매우 안타까운 결과였을 뿐이다.
방금의 보고서에도 명시가 되어있듯이 이번 사건의 주범인 호로에게는 특수 능력이 있었다.
목격자 소녀(시즈카)가 인근의 사신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숲을 헤매인 이유이자, 인근의 사신들이 호로에 대해서 느끼지 못했던 이유이기도한 일종의 공간 결계와, 영혼을 영자(靈子) 단위로 흐트러트려 분해하는 능력이다.
당시, 둘을 발견했던 영술원생 2명의 말에 따르면, 남성의 잘려나간 오른팔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미루어보아, 그 팔은 호로의 특수 능력 때문에 영자 단위로 『분해되어 소멸』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치료 능력을 지니고있는 4번대의 대장인 '우노하나'라 할지라도, 잘려서 사라진 팔을 되돌려 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ㅡ즉, 그 남성은 평생 외팔이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치유의 가능성은 없다.
그렇기에 평생 외팔로 살아야 한다.
그 말을 노인은 눈 앞의 노인에게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눈 앞의 노인은 소울소사이어티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귀족의 방계』이자, 현존 하는 모든 대장장이들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장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노인의 제자가 외팔이라면, 그것은 대장장이로서는 죽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인은 눈 앞의 노인에게 입을 열었다.
"유감입니다, 『시바 우에슌』님."
◆
소녀, 『시바 시즈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그순간 나타났기 때문에 그의 오른팔이 희생되었다.
마지막 순간, 그가 정신을 잃고 어찌할바를 몰라 혼란해하던 소녀였으나, 그 와중에 잘려나간 그의 팔이 『가루가 되어 사라진』것은 분명히 보았다.
때문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알려주기 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아, 이제 그의 팔은 돌아오지 않는구나ㅡ, 라고…….
그것은 그에게 어떠한 고통일까?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한 시즈카였지만, 그래도 팔을 잃은 『검사』의 고통은 왠지 모르게 짐작갔다.
무섭다.
혹시, 자신 때문에 팔을 잃었다는 것에 대해서 그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무섭다.
그 의지에 가득차 빛을 머금고있던 눈동자가 10년전, 처음 만났던 것처럼 빛을 잃을까봐 무섭다.
하지만ㅡ
이것은 자신의 잘못이다.
그렇기에ㅡ
"…………."
내가 직접 말하겠다.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그러나 소녀는 그 걸음을 멈추고, 그의 병실 앞에서 멈춰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눈을 뜬다.
제일 먼저 낮선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잠이 덜깬듯 눈이 피로했기에 자극을 주고자 별 생각없이 손을 들어 눈가를 누른다.
그러나 손을 움직히는 감각은 있으나, 눈을 자극하는 감각은 없다.
고개를 돌려 오른편을 본다.
어깨죽지부터 그 아래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그때서야 기억해낸다.
자신의 오른팔은 이제 더이상 없다고…….
10년, 10년의 세월이었다.
시즈카를 만나서, 스승님을 만나서, '가족'을 얻고, '의지'를 얻었던 10년 전부터ㅡ 자신은 검을 휘둘렀다.
비록 배우지를 못한 무지렁이었기에 이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는 몰랐으나, 단지 그것을 휘두른다는 것 만으로도 충실하게 느껴왔다.
비록 재능은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노력으로 그 차이를 메우겠다는 일념하에 휘두른 그 세월은ㅡ
ㅡ결국 여기서 막을 내려버렸다.
자신은 오른손 잡이, 즉, 우수검사(右手劍士)다.
그렇기에 오른팔이 없다는 것은, 강함을 추구하는 검사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말과 동일하다.
"크……."
입밖으로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서둘러 왼손으로 막는다.
그러나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오열은ㅡ 막을 수 없다.
"크… 크흐… 흐으으으……."
무능한 자의 10년은 너무나도 짧았던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자신을 떠올리니 분하다.
10년전, 스승님의 말씀에 스스한 재능을 넘어서 강해진다는 맹세.
그 맹세를 지키지 못한 자신이 분하다.
힘이 없어서 가족을 위험에 빠트릴 뻔했던게 분하다.
그동안 들여왔던,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것이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이 분함을 견디고 다시금 강해지고 싶지만, 더 이상 자신은 오른손으로 검을 쥘 수 없다는ㅡ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단마저 무너진 자신의 한심함에 분하다.
"크흐흐흑……."
이를 악문다.
입을 압박하는 왼손에 힘을 더줘서 더욱 단단하게 한다.
억지로 오열을 막는다.
만약, 혹시라도 이 오열소리가 가족의 귀에 들어간다면, 자신은 그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소리없이 오열 했다.
◆
문틈새로 억눌러진 오열이 새어나온다.
그 소리를 들으며,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물러나는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