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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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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로(復路) 9화




 한 남자가 4번대에 실려왔다.

 몸 안의 갈비뼈란 갈비뼈는 모조리 부서져 있는데다가, 그 외에도 팔이며 다리이며 신체의 대다수의 뼈가 손상을 입은ㅡ 그렇기 때문에 부러진 뼈조각들이 내장에 상해를 입힌데다가, 지속적으로 타격을 받았는지 괴사한 근육과 피부가 이곳저곳에 있는ㅡ 오른 팔이 어깨 죽지부터 뜯겨져나간 심한 상태의 남자였다.

 일단, 그를 호송해온 이들의 말에 의하면, 이 남자는 『대귀족과 친밀한 관계』의 남자인데다가, 그 유명한 『시바 우에슌』님의 제자라고 하며, 때문에 '특별히' 우노하나 대장님의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단순히 그런 조건 때문에 우노하나 대장님을 번거롭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만, 척보기에도 남자의 상세는 위중했고, 거기에 '이상하게도 치료가 되지않는' 상태였기에 우노하나 대장님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치료 과정에서 몇가지 진료 중에 발견된 특이 사항은, 그의 신체ㅡ 특히 뜯겨나간 오른팔에는 알 수 없는 영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발견되었고, 때문에 우리들의 치료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 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노하나 대장님의 『만해』는 그러한 것 마저도 무시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남자는 순조롭게 회복되었으나, 역시나 잘려나가서 소멸해버린 팔만은 어찌하지 못하셨다.

 그렇게 비록 뜯어져나간 팔은 회복되지 못했으나, 그 외의 부분에서는 순조롭게 회복되고있는 남자는ㅡ 자신의 팔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에도 그저 무덤덤히 수긍을 했을 뿐이다.

 그 모습에 나는 감탄했다.

 사실 사신의 일이라는게 워낙 험하다보니, 간혹가다가 신체가 불구가 되서 실려오는 이들이 있다.

 ​개​중​에​는​ 사신이 된지 수십년이 지난 숙련된 사신도 있으나, 그런 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신들은 자신의 신체가 불구가 되면 절망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죽음ㅡ 혹은 불구가 일상이라 할만한 사신들 마저도 힘겨운 이 상황을 그는 무덤덤히 넘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은 금방 알았다.

 남자의 가족으로 여겨지는 무표정한 푸른눈의 소녀가 병실에 들어가려다 말고 다시 몸을 돌려 사라졌을때, 그만 호기심을 견디지 못한 나는 그것을 보았다.

 ​소​리​없​는​ 오열.

 나는 그것을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이를 악물고, 남은 한손으로 입을 틀어막은채 눈물을 흘리며 새어나오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

 그것을 나는 보았다.

 바보 같았다.

 비록 그가 처음 그 사실을 들었을 때에 무덤덤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진심이었을리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멋대로 환자의 기분을 지레짐작하고는 감탄했던 것이다.

 그 같은 사실을 깨달은 나는 감히 고개를 들지못하고, 아까의 소녀와 같이 자리를 떠났다.

 - 어느 4번대 대원의 일지 1 -



 그의 재활 치료는 순조롭다.

 ​재​활​치​료​라​고​ 해봐야, 육체적인 상처는 거의 대부분이 나았으므로 실은 정신적인 재활 치료라고 하는 편이 옳다.

 뭐, 정신적 재활 치료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실은 한쪽 팔을 잃은 반동으로 육체의 균형이 무너져서 다시 균형감각을 쌓거나, 아니면 오른팔로 해왔던 일을 왼팔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등으로, 어찌보면 육체적 재활 치료를 겸하고 있기도 하다.

 힘들 것이다.

 일주일 전에 오열했던 그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그렇게 큰 실의에 빠진 남자였는데, 지금 재활 훈련을 받는 모습은 열정 그 자체였다.

 여지껏 우리가 받아온 환자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쳐줄만큼 열정적인 재활 치료.

 ​넘​어​질​듯​이​ 위태위태 걷는데도, 왼손에 쥔 물건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하고 힘든데도, 남자는 단 한마디의 불평도 한탄도 절망도 하지않고 묵묵히 걷고, 쥐고, 움직였다.

 그런 남자의 의지가 궁금해진 나는, 다른 대원들과의 다과회때 그녀들을 살짝 부추겨서, 그토록 노력하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째​서​,​ 그리 열심히 재활 치료를 받는건가?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나아가는가?

 그런 우리의 질문에 남자는 여태껏 지어왔던 무덤덤한 표정을 풀고는 말했다.

 "저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제 팔이 그 대가라고는 하지만, 그애가 무사하니 그것은 매우 싼 댓가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저도 살았지 않습니까?"

 ​"​만​약​,​ 제가 이대로 절망해 주저앉아버린다면, 시즈카(푸른 눈동자의 소녀 이름인듯하다)는 자신의 탓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들이 저 때문에 슬퍼하는건 볼 수 없어요. 그리고… 겨우 이정도의 난관에 부딪혀서 주저앉아버리면, 10년전에 저를 일깨워준 그 은혜를 다시금 저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개였던 팔이 하나가 되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배로 노력하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말한 남자는 쑥쓰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작게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나도 눈부셨기에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시금 생각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대로 이 남자는 강하구나… 라고…….

 - 어느 4번대 대원의 일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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