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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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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로(復路) 12화




 ​우​노​하​나​ 선생님의 지도하에 수련을 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한달 전, 우에슌 스승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새로 맞은 우노하나 선생님은 현 4번대의 대장이라는 격이 다른 신분의 소유자이시다.

 스스로 비하하지 않겠다고 맹세는 했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은 여전한 사실이다. 그런 나를 제자로 들인다는 것은 분명 4번대의 대장이라는 선생님의 경력에 상흔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나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신 선생님에게 나는 불경스럽게도 스승님이라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 부르고싶다고 했다.

 넓은 아량과 자비로운 마음, 뛰어난 실력에 그에 걸맞는 인격을 지니신 우노하나 선생님이 나에게 과분한 스승님이라는 것은 단 한톨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스승님'은 오직 단 한분ㅡ '시바 우에슌 스승님' 뿐이다.

 만약 스승님이라 부르지 못하겠다는 나의 말에 선생님께서 기분이 상하시거나하셔서 내쳐진다 할지라도(물론, 선생님의 훌륭한 인품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게 분명하긴했다) 달게 받을 생각마저도 하였으나, 선생님께서는 심기를 상하시기는 커녕 오히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시며 "그럼, 선생님이라 불러줘요."라고 하셨다.

 "헉ㅡ 헉ㅡ 헉ㅡ."

 ​선​생​님​의​ 수련은 훌륭하다.

 ​외​팔​이​가​ 되어 잃어버린 균형감을 되살리고, 어색한 왼손잡이로서의 길을 걷도록 도와주고, 끝에는 내가 지금까지 '휘둘러온' 검을 '단순히 움직일 뿐'이 아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사신으로서의 재능ㅡ 영력과 영압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그 정도는 높게쳐줘봐야 범인(凡人) 이상을 줄 수 없다고.

 때문에 사신으로서 익혀야하는 참(斬), 권(拳), 주(走), 귀(鬼) 중에 그 어느것도 대성하기는 힘들다고 말이다.

 ​참​(​斬​)​,​ 권(拳) - 참백도를 이용한 참술(斬術)과 신체를 이용한 전투술인 백타(白打)의 경우는, 급작스러운 외팔화와 익숙치않은 왼손, 그리고 강한 위력을 낼 수 없는 영력의 량 때문에ㅡ

 ​주​(​走​)​,​ 귀(鬼) - 신속함을 요구하는 보법(步法)과 다양한 효과와 효율을 보이는 영적주술인 귀도술(鬼道術)은 앞의 참과 권에 비교해서 더욱 많은 영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나는 사신으로서의 재능이 없다.

 영력과 영압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에 신체적인 보호도 여타 사신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사신은 자신이 지닌 영압이 신체를 보호해주기에 사패장과 같이 단순히 영적인 보충을 해주는 복장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반면에 나는 영력과 영압이 없기에 호로등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보호수단 없이 그 몸을 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밖​에​도​ 신체가 단단한 적의 경우는 검이 박혀들어가지 않고, 영적인 공격을 해온다면 귀도술을 사용할 수 없기에 막지도 못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단단한 적에게 공격이 박혀들어가지 않는다면, 그 적의 약한 부분을 공격하면 된다. 

 ㅡ나는 호로의 눈과 내장을 공격했었다.

 신체를 이용한 것이 신체의 일부가 손실된 것으로 인해서 힘들 경우, 그 손실을 보충할 만한 방법을 짜내서 익히면 된다.

 ​ㅡ​호​로​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낮은 신체능력이었으나 나는 승리했다.

 ​귀​도​술​을​ 쓸 수 없다지만, 그것또한 문제는 아니다.

 ㅡ간혹 호정 13대의 사신 중에는 귀도술을 거의 못쓰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이 경우는 대부분이 성격상의 문제로 인해서인듯 하다).

 영력이 없기에 방어력이 터무니 없이 낮다.

 ​ㅡ​그​러​나​ 그것또한 문제 없다. 나에게는… 소울 소사이어티의 최고의 장인인 스승님께서 계시기 때문이다.

 "자, 이것에 내가 자네에게 주는 대장간의 수료 선물일세."

 ​스​승​님​께​서​ 건내주신 것은 한자루의 검과 처음보는 형식의 복장이었다.

 ​검​은​색​의​ 그 옷은 사패장과 같이 긴 소매를 지녔으나, 그 소매는 사패장에 비해서 손목부분을 조이듯이 적다한 크기로 감싸고 있었으며, 하단부분은 무릎까지 올 정도로 길었다. 거기에 허리의 끈으로 옷을 고정시키던 사패장과는 달리, 독특한 형태의 무언가가 달려서 그것으로 옷을 고정시킨다.

 이 처음보는 형식의 옷에 내가 묻자 스승님께서는 웃으며 대답하셨다.

 ​"​이​것​은​ ​코​트​(​C​o​a​t​)​라​는​ 형식의 복장일세. 우노하나 대장의 말대로 방호능력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네에게 필요할까 해서 만든 것일세. 자네가 쓰러트린 호로의 단단한 털과 피부, 그리고 천타의 제작에 쓰이는 금속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지."

 ​만​져​보​면​ 부드럽다기 보다는 단단하다는 느낌의 옷이다.

 거기에 앞에 달려있는 옷을 고정시키는 무언가(단추라고 하는듯 하다)는 다른 여태까지의 복장과는 달리 한손으로 고정시키기에도 용이했다.

 그 코트라는 옷을 받아 감사의 인사와 함께 걸친 뒤, 이번에는 검을 뽑는다.

 검 자체는 그동안 봐왔던 천타와 같다.

 다만, 검신이 내 신장에 비해서 약간 길었고, 검날은 옅은 흑색이 언뜻언뜻 보이는 새하얀 날이었다.

 ​"​이​것​은​ 놈의 이(齒)와 손톱, 그리고 마찬가지로 천타에 사용되는 금속을 이용해서 만든 검일세. 10년간 자네를 봐온 만큼 자네에게 맞는 검을 만들었으니 잘 사용해주게."

 놈의 치아와 손톱은 스승님의 천타를 부러트릴 만큼 날카롭고 단단했다.

 ​그​것​으​로​ 만든 검이기에 이 검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잡은 순간부터 느껴지는 이 익숙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이 과분한 선물들에 감사한다.

 "검의 이름은 정하지 않았네. 어떤가, 혹시 자네가 정해보는 것은?"

 ​스​승​님​의​ 권유에 순간 스쳐가는 검의 이름이 있었다.

 ​"​천​타​(​淺​打​)​.​"​

 ​스​승​님​이​ 여태 만들어왔던 검들의 명칭.

 나는 이 이름이 싫다.

 미숙한 힘이라는 의미가 나에게는 스승님의 검에 대한 모욕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밤 이후.

 결국 검이란 쓰기 나름이고, 스승님이 만든 검은 단순히 잠시 이용되다 버려지는 것이 아닌, 강해지려는 자가 거쳐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 그 이름을 부르고 있다.

 미숙한 검.

 그것은 나를 의미하는 것 같았기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검의 이름은 천타(淺打)로 하겠습니다."

 나는 참권주귀 중에 어느것도 대성할 재능이 없다.

 그러나 스승님이 주신 이 검과 옷을 헛되이 쓰지 않고, 선생님이 주신 가르침을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할 것이다.

 나의 검은 미숙하다.

 그러나 미숙은 곧, 성장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스승님이 주신 검과 같이 나아가, 그 미숙함을 떨쳐버리고 성장하리라.

 천타가 햇빛을 받아 미약하게 반짝이는 것이 마치 내 마음을 알아주듯 화답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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