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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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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탁양청(激濁揚淸) 9화


 매년, 수재들만이 들어올수 있는 영술원 중.

 수재 중의 수재들ㅡ 하늘에서(天) 내려준 재능(才)을 가졌다는 이들만이 간신히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최고등급의 영술원인 이곳은 역시나 올해도 뛰어난 인재들만이 모였다.

 ​하​나​같​이​ 대단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 학생들이지만, 역시 천재들만이 모인 곳이라 할지라도 개중에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불릴만한 인물이 있는 법이다.

 입학 전부터 천재라 소문난 이도 있고, 입학 후에 빛을 발하기 시작한 이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 법으로, 결국 최종적으로 보고 느끼고 판단 하는 것은 자신의 안목이다.

 ​그​렇​기​에​ 시합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몇몇 인물을 살펴보고, 이후 그들의 모습을 조금씩 보며 판단했다.

 ​주​목​하​고​ 있는 대상은 셋.

 ​여​자​에​게​ 약하고 행동거지는 경박하지만, 사려가 깊고 누구보다 진실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뛰어난 『쿄라쿠 슌스이』.

 몸은 약하지만 도량이 넓고 인망이 두터워 늘 모두의 중심에 서 있던 『우키타케 쥬시로』

 ​그​리​고​ㅡ​

 ​누​구​보​다​도​ 뜻이 높고 연마를 쉬지않았으나, 그 모든것이 무색해질 뿐인 범재(凡才)인 『그』

 실력은 낮다.

 아무리 높게 쳐준다고 하더라도 그 실력은 영술원생 중의 최하위.

 말이 좋아서 최하위지, 바로 위의 실력을 가진 학생과의 실력 차이는 크다.

 ​그​런​데​도​ '그'는 다른 원생들을 이겼다.

 여러 요인이 작용에 의한 승리.

 그 수많은 요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그 마음가짐을 꼽는다.

 ​방​심​도​,​ 절망도, 포기도 가지지 않고ㅡ 오로지 승리를 향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일념.

 일격, 일참, 일충.

 그 하나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고 싸운다.

 그런 남자가, 어찌하여 자신보다 영력이 낮다고 방심을 해대는 이들에게 지겠는가.

 실력은 현재 영술원생 중에서도 최하위다.

 어쩌면 갓 입학한 신입생들보다도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ㅡ 그는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 영술원을 졸업하고, 『사신』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말이다.



 ​소​울​소​사​이​어​티​에​는​ 수개의 영술원이 존재하고있다.

 비록, 과거에 비하면 많은 부분이 변화되고 새로워진 영술원이지만, 역시나 사신(상위계층)을 양성한다는 말에 걸맞게 시설의 총 수는 적다.

 그런 상위시설에 속하는 영술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영술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곳, 총대장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님이 설립한, 영술원 중에서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이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적인 질이 여타 가문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5대 귀족은 물론, 상위 귀족들이 오고자 하는 곳이 이곳이며, 동시에 나 같은 하위귀족으로서는 들어왔다는 것이 영광 그자체임을 인식해야 하는 곳도 여기이다.

 ​선​택​받​은​ 자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만이 다닐수 있는 이곳에 입학한 나는, 당연하게도 이 영술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고, 또한 조금은 우쭐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나간 실습-사신이 영혼장례를 하는 것을 참관하는 것-때에도 겁없이 행동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평소 실습은 우리들이 안전한 곳에서 행해지는데, 이번 실습은 특별하게도 조기졸업을 하게된 어느 선배들의 졸업시험과 겹치는 바람에 실습장이 변경되었다.

 장소는 전쟁터.

 ​한​(​悍​)​과​ 원(怨)이 넘치는 영혼들의 장소이다.

 그런 곳에 호로가 있다는 것은 필연.

 그곳에 가면 사신들이 호로랑 싸우는 모습을 실제적으로 볼 수도있고ㅡ, 앞으로 사신이 된다면 자신이 뛰게될 현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들떠있었다.

 그 댓가가 이것이다.

 한 호로가 인간 영혼을 잡아먹는 장면에 눈이 돌아가 무턱대고 덤볐다가, 주변의 호로마저 자극해 동기생들마저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미​안​…​…​.​"​

 ​동​기​들​에​게​ 사과한다.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휘말려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해서, 백번 사죄해도 부족하다.

 ​그​러​나​,​ 자신의 동기들은 당연한 일을 했다며 오히려 웃어준다.

 그것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또 이런 친구들과 동기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서 천타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준다.

 처음 달려든건 호로쪽이 아닌 우리였다.

 나와 동기 몇이 달려들어 호로의 몸을 베어간다.

 ㅡ캉!

 그러나 단단한 놈의 피부에 쉽사리 막히는 검.

 놈은 그것이 성가셨는지 큰 동작으로 검을 뿌리친다.

 그 간단한 동작에도 나와 동기들은 바람에 휘둘리는 솔잎마냥 우수수 날아간다.

 ​"​이​자​식​!​"​

 ​다​시​한​번​ 덤벼들지만, 결국 앞서 일어난 일의 반복이다.

 낮고 스산하게 웃고있는 호로를 보며 든 생각은 절망감과 자신들을 도우러 오지않는 선배들과 교사들에 대한 원망, 그리고 무모한 자신에 대한 자책이다.

 ​"​ㅡ​ㅡ​ㅡ​ㅡ​ㅡ​!​ ! ! !"

 호로가 표호하며 달려든다.

 치켜 올려진 손 끝에서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손톱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나 그 이후 이어진 것은 날카로운 손톱이 피부를 파고드는 소리도 고통도 아니었다.

 ㅡ캉!

 그것은 단단한 금속에 부딪혀 꺾이는 소리.

 그 소리에 의문과 일말의 기대를 담고 슬며시 눈을 뜬다.

 그곳에 있는 것은 한 남자.

 ​검​은​색​의​ 이상한 복색을 하고있는, 허전한 오른 소매가 바람에 나부끼며 펄럭대는ㅡ 외팔의 남자가 검을 들고 있었다.



 ​"​너​희​들​은​ 치루지 않는거냐, 이번 시험?"

 ​영​술​원​에​는​ 해마다 연말에 졸업시험을 치룬다.

 참가 자격은 교사등에게 추천을 받거나, 아니면 학년을 채우는 것.

 전자의 경우는 조기졸업을ㅡ 후자의 경우는 통상의 졸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술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영술원인 이곳은, 당연하게도 졸업시험의 자격조건이나 시험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조기졸업자는 극히 드물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학년을 다 채우고서도 졸업하지 못한이가 있을 정도였으니, 그 난이도를 쉽사리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기졸업이라는 사실은 사신이 되기위한 시간을 절약 할 수 있다는 측면 뿐만이 아니라, 후에 사신이 되고난 뒤에도 계속해서 이득을 주는 명예로운 일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조기졸업을 노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앞의 두명ㅡ 슌스이와 쥬시로는 조금 별난 녀석이다.

 2년 전, 겨루기 끝에 술로 친구가 된 이후로 둘과 점점 가까워졌던 나는, 이 두명을 언제나 봐왔기에 둘의 실력을 대강이나마 깨닫고 있다.

 ​졸​업​조​차​ 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도 하급사신 이상은 되는 실력을 지녔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기졸업을 해도 늦었으면 늦었지 빠르다고는 못할 실력.

 ​그​런​데​도​ 둘은 한사코 조기졸업을 거절한다.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둘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졸업시험을 치룰수 있는 자격을 갖기를ㅡ

 그러나 교사들에게 추천을 받을만한 실력은 커녕, 학년을 채우더라도 졸업시험에 합격할지조차 의문인 내 실력으로는 둘과 나란히 걷는 다는 것은 힘들다.

 그것을 숙지하고 있을텐데도 자신들의 걸음을 늦춰서라도 나와 보조를 맞춰주는 두명을 보면, 미안함과 고마움이 앞선다.

 예전에 스승님께서 친구가 최고의 보물이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떠올리면, 절로 동의가 된다.

 ​"​조​기​졸​업​?​ 별로 관심없어, 귀찮아."

 "난, 이번 시험에도 몸을 사려야지."

 ​귀​찮​다​며​ 손을 내젓는 슌스이와 지병이 있다는 이유로 시험보기를 거부하는 쥬시로를 볼때마다 미안하다.

 그 뒤, 몇가지 소소한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교실에 교사 한명이 들어왔다.

 "이번 조기졸업 시험 대상자를 말해주겠다."

 곧 있으면 있을 졸업시험에 조기졸업 시험으로 참가 할 자격이 주어지는 사람들의 이름이 나열된다.

 그 이름을 듣다보면, 절로 수긍이 가는 인물들 뿐이었고, 그 사람들 가운데에는 당연하게도 슌스이와 쥬시로 또한 포함되어있다.

 그렇게 몇몇의 이름을 부른 교사는 이윽고 크게 헛기침을 한번 한 뒤에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다."

 ​"​…​…​…​…​?​"​

 일순,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윽고 그 의미를 깨닫고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조​기​졸​업​ 시험의 자격이 나에게 주어졌다?

 ​이​른​바​,​ 만년 낙제생인 나에게?

 ​주​위​에​서​ 웅성대는(어째서 저녀석이? 따위의) 소리가 들렸지만, 그 소리마저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멍해졌다.

 ​"​시​끄​럽​군​,​ 그는 『총대장』님의 특별 추천으로 참가자격을 부여받았다. 이견이 있다면 그것은 총대장님에 대한 이견으로 여기겠다."

 교사의 서슬퍼런 말과 눈빛에 교실이 잠잠해질때 쯤에야 침착해진 나는 "참가할것이냐? 안할것이냐?"라는 교사의 물음에 대답했다.

 ​"​참​가​하​겠​습​니​다​.​"​

 내 말과 동시에 방금까지의 귀찮았다는 기색은 흔적도없이 사라진 슌스이라던가, 병색이 완연했던 얼굴에 화색이 돌아와있는 쥬시로들이 참가의사를 밝혔고, 그것이 이렇게 현 상황에 이르렀다.

 ​2​학​년​들​의​ 실습시간과 6학년들의 졸업시험이ㅡ 그리고 6학년들의 졸업시험에 곁다리로 우리 5학년을 비롯한 조기졸업 시험 참가자들은 전쟁터를 오게 되었다.

 ​고​학​년​들​만​ 참가가능한 전쟁터 실습을 2학년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 걸렸으나, 대신 평소보다도 많은 교사들이 참관해있었기에 이내 신경을 껐다.

 ​졸​업​시​험​은​ 간단하게, 교사들에게 합격점을 따내면 되는 것으로 주로 평가하는 것은 영혼장례와 호로퇴치이다.

 그에 따른 귀도술이나 참술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시험방법.

 ​시​험​시​작​ 후 몇분간 나름대로 분투해오다가, 2학년들이 한 호로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 것은 결코 이 시험에 여유를 부렸다던가, 한눈을 팔아서가 아닌 우연이었다.

 호로의 손짓 한번에 나가떨어지는 후배들과 이윽고 손을 치켜드는 호로를 보고는 달려들었다.

 ㅡ캉!

 천타를 들어 호로의 일격을 막는다.

 급하게 뛰어들은 것이라 녀석의 일격을 흘리지 못하고 정면으로 막은 것이 패인이었는지, 손과 발이 일순 힘이 빠질뻔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녀석의 손을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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