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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흥진비래(興盡悲來) 1화


 숲의 외곽.

 ​외​곽​이​라​지​만​ 세월을 짐작할 수 없는 나무들이 우거진 그곳에는 그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집이 한채있다.

 여타의 집들과는 크게 다르지않는 평범한 외형, 굳이 다른 집과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꽤 세월이 지났는지 덩쿨들이 집을 감싸고 있다는 점과, 굴뚝 부근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 ​소​울​소​사​이​어​티​에​서​ㅡ​ 정확히 말하자면 루콘지역에서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아직 가을, 그것도 점심때이기 때문에 추위로 불을 피울 일도 없다.

 즉, 저 굴뚝의 연기는 식사를 하고있다는 뜻이다.

 영력이 약한 루콘가의 사람들은 공복이라는 개념조차 없기 때문에 이같은 풍경은 이례적인 것.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그리운 풍경이었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이 말을 정말 오랜만에 입에 담는다.

 ​영​술​원​에​ 입학한 뒤로, 그곳에서 나오질 못했으니 근 5년만의 귀가다.

 물론, 매년 여름때와 겨울때 실시되는 영술원 보수공사 시기 때에는 귀가가 가능하긴 했지만, 영술원에서 나갈 때에도 집에 돌아오기 보다는 '선생님'을 만나뵙고 배움을 청해왔던 것이다.

 ​특​별​허​가​는​ 받은 적도 없으니 결국 귀가는 5년만인셈.

 ​5​년​이​라​는​ 세월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떠나기 전과 전혀 변하지 않은 집의 모습이란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인사를 했음에도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 가족들이 조금 섭섭했지만, 이내 못들었겠거니 생각함과 동시에 몰래 다가가서 깜짝 놀래켜보자는 어린애 같은 장난끼가 생겨난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있다는 이야기는 일단, 밥을 하고 있다는 소리이니 부엌쪽에 시즈카가 있을 것이니 일단 그쪽으로 간다.

 처음 보이는 것은 여전히 작은 등.

 ​5​년​이​나​ 지났건만 늦게 자라는 영혼의 특성 탓인지 시즈카는 여전히 작고 엣되었다.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준비 자세를 취한다.

 어깨를 덥석하고 잡아서 깜짝 놀래키자는 생각에 손을 뻗으려하던 찰나, 의자를 밟고 올라가있던 시즈카의 몸이 휘청거린다.

 깜짝 놀란 나는 얼른 자세를 바꿔 시즈카를 잡아챘고, 그와 동시에 시즈카가 넘어진 반동에 의해서 선반의 식기들이 떨어져내리며 큰 소리를 냈다.

 ​"​무​슨​일​이​냐​?​"​

 ​시​끄​러​운​ 부엌의 소리에 스승님이 얼굴을 비춘다.

 그런 둘이 이내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기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본 나는 미소지으며 다시한번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어​서​오​게​.​"​



 ​사​신​들​이​ 살고있는 영원정은 귀족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거대한 관문이 존재한다.

 사방의 관문에는 관문지기가 있어서, 루콘가 출신의 사람들이나 호로등의 침입을 방어하고 있다.

 ​상​하​좌​우​ 모든 방위가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루콘가로 가기란 꽤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술원을 졸업한 이들은 하급사신의 신분이 되면서도 몇일간의 휴가를 바로 받게 되는 것이다.

 원래, 귀족 출신자들이 압도적이기에 영원정 내부에 살고있는 가족들을 찾아가기란 쉬워서 그들에게는 별달리 필요없는 제도였지만, '그'와 같은 루콘가 출신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마운 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귀가해 보내는 시간도 얼마 되지않는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짦은 몇일 만으로도 충분했다.

 ​시​즈​카​와​ 스승님과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영술원의 5년ㅡ 아니, 지난 20년의 세월간 쌓아왔던 고단함을 조금은 덜어낸 것이다.

 마지막 날, 하급사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집을 나서던 그에게 시즈카가 하나의 물건을 건넸다.

 그것은 자그마한 쇠붙이로 만든 목걸이.

 그 쇠붙이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할 때 쯤, 시즈카의 ​"​…​…​부​적​이​에​요​.​"​라​는​ 말에 별생각없이 감사히 받아 목에 걸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도 시즈카도 예상치 못했다.

 이 자그마한 쇠붙이로 만든 목걸이가ㅡ 앞으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게 될지 말이다.

 ​시​즈​카​가​ 준 목걸이를 목에 건채로 스승님과 소녀의 배웅을 받으며 영원정으로 들어선다.

 ​영​술​원​을​ 졸업한지 10일이 지난 오늘.

 그는 이제야 비로소 진짜 하급사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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