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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흥진비래(興盡悲來) 8화




 번개와 같다.

 그 이상 노인의 움직임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문장은 없었다.

 그 움직임은 끝없이 변화했고, 그 속도는 번개빛과 같았으며, 그 위력은 번개불을 연상시켰다.

 단순히 표현하면, 단지 순보로 움직이고, 검을 휘둘렀을 뿐이지만, 그 단숨함을 보충해주는 속도와 힘이 있기에 강한 것이다.

 만약, 우에슌의 신체가 전성기였던 때라면, 아무리 검을 해방한 디에즈라 할 지라도 30합, 그 이상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신체에 흐르는 경락을 기반으로 전체를 전도체로 바꾸어, 뇌와 육체간의 ​시​간​격​차​(​T​i​m​e​l​a​g​)​를​ 0에 가깝게 만들며, 그러나 육체 자체가 뇌화한 것은 아니기에 물리적인 영향력도 가진다.

 또한 전기신호로 움직이는 몸이 더욱 민감해졌기에 움직임은 더욱 섬세해졌고, 만해에 따른 영력 강화로 인하여 신체의 능력도 상승했다.

 실로, 『검격』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만해.

 ​ㅡ​그​것​이​ ​『​제​쇄​진​황​(​諸​碎​震​荒​)​』​.​

 그러나 그것은 다시 말해서, 양날의 검이었다.

 신체가 강화되는 대신, 만해에 해당하는 영력이 몸 내부를 휘젓는다.

 ​기​본​적​으​로​ 영력으로 이루어진 신체라지만, 뇌화에 가깝게 그 특질이 강제로 바뀌는 까닭에 경락은 물론 신체에도 부담이 생긴다.

 또한, 특질이 변화한다 하더라도 물리적 영향력은 그대로기에 속도에 따른 리스크(음속의 벽 등)도 가지고있다.

 때문에 그의 이명은 뇌속(雷速), 단발에 강한 위력으로 승부하는 것.

 ​하​지​만​,​ 과거에 있었던 전투의 휴우증과 과도한 만해 사용으로 인한 신체의 과부화 등으로 노인의 몸은 이미 망신창이였다.

 ​그​런​데​도​ 몇번이나 되는 이 공방을 주고받은 우에슌의 의지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음​.​'​

 쾅! 하고 검과 검이 부딪혀서 나는 소리라고 할 수 없는 굉음이 터지며, 디에즈가 심음성을 토했다.

 그 일격 하나하나가 필살에 가까운 위력.

 그것을 거의 20에 가깝게 막아내고 있으니 그 또한 신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무리 우에슌이 전성기때에 비해서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가 이토록 오래 견딜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에로(鋼皮 Hierro)』와 그의 검술 『그랑 에스파다(偉劍 ​G​r​a​n​.​E​s​p​a​d​a​)​』​덕​분​일​ 것이다.

 만약 그가 검에 집착하지않는 여타 다른 에스파다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진즉 좌우가 반으로 쪼개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슬슬 끝이 되어간다.

 매 일격이 막힐수록 우에슌의 검격은 그 위력도 속도도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이 싸움터의 바로 옆에는 살아남은 가문의 아이들이 있었기에 함부로 힘을 썼다가는 그 애들마저 휘말릴테니 결국 우에슌이 취할 수 있는 것은 소모전 뿐이었다.

 물론ㅡ 디에즈에게 있어서 체력과 영력의 소모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ㅡ쾅!

 다시금 강한충격파가 일어난다.

 바닥의 흙먼지가 흔들거리며 조금 떠올랐을 때, 아이들 쪽에서 일이 일어났다.

 ​"​으​아​아​아​아​앙​ㅡ​!​"​

 ​지​금​까​지​는​ 우에슌과 디에즈의 영압에 짓눌려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시바 간쥬』라는 갓난아이가 결국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

 그러나 그 근원지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가문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었기에 시바 우에슌의 주의가 조금 흐트러졌다.

 원래의 노인이었다면 그런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근래 은퇴한 후에 계속 있던 평화가 이루어낸 것이었을까.

 주의가 흐트러진건 찰나.

 그러나 그것을 놓칠 디에즈가 아니었다.

 ​"​틈​!​"​

 하고 외치며 디에즈가 파고든다.

 그제야 아차!하고 우에슌이 방어를 하려했지만, 그 찰나라는 시간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ㅡ​촤​악​!​

 방어를 무색케 하는 그의 검 『에스쿠도 네가시온(盾反 ​E​s​c​u​d​o​.​N​e​g​a​c​i​o​n​)​』​,​ 그 이름에 걸맞게 강한 절삭력을 가지고 있는 디에즈의 검이 우에슌의 몸을 가른다.



 왼쪽 어깨죽지부터 오른쪽 허리부근까지 길게 검상을 새기며 노인이 무너졌다.

 척 보아도 내장이 쏟아질 것 같은 깊은 상처에 이미 출혈한 양만봐도 충분히 죽음에 이르를 양이었다.

 밀리던 싸움을 단숨에 역전시킨 찰나의 시간.

 그러나 그에게는 고전한 상대를 이겼다는 짜릿한 승리감보다는 어처구니 없이 끝난 싸움의 여운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한창 흥이 올랐을 무렵, 울려퍼진 소음에 주의가 흩어진 우에슌을 거의 본능적으로 베어버렸다지만, 그것은 그가 원하는 그런 류의 싸움과 결말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 분노와 여운은 원흉에게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매서운 디에즈의 눈이 구석에서 떨고있는 소년 소녀들을 꿰뚫는다.

 소년 한명과 소녀 두명, 그리고 갓난 아이.

 시바 가문의 일원 중에서 아직 생존해 있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그 아이 중, 갓난아이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

 ​말​없​이​,​ 소년소녀들에게 다가간다.

 흉흉한 기세로 다가오는 디에즈에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들이 본 것은 디에즈의 검이 아닌 쓰러져있는 우에슌이었다.

 그 시선을 깨달은 디에즈는 잠시 이채를 띄었지만, 어차피 이 가문은 멸문시켜야 했으며, 또한 자신의 기분을 깨트렸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컸기에 검을 치켜 들었다.

 제일 처음 노린건 갓난아이(시바 간쥬).

 아이들 또한 디에즈가 처음 노린 것이 간쥬인 것을 알아챘지만,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영압과 살기에 짓눌려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였​다​.​

 한 소녀가 두려움에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덜덜거리며 간쥬의 앞에 서서 막은 것은.

 ​"​…​…​…​…​비​켜​라​.​"​

 자신의 앞을 막아선 소녀에게 디에즈가 나직히 말했다.

 사실, 그로서는 소녀가 비키던 말던 상관없이 『둘다』베어버리면 될 일이었으나, 그렇게도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신의 앞을 막는 소녀에게 작은 흥미를 느꼈기에 말한 것이다.

 "시, 싫어."

 ​덜​덜​덜​,​ 소녀가 두려움에 떨면서 내뱉은 말은 거절이었다.

 떨리는 다리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을것처럼 위태로웠고, 얼굴도 울상이었지만 소녀는 비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뒤의 간쥬는 자신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동생을 지키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이미 지키지 못한 가족들을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어린 소녀가 이토록 커다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힘.

 ​'​과​연​…​…​.​'​

 소녀의 눈에서 의지를 느낀 디에즈가 남몰래 감탄하고 있을때, 소녀를 따라서 다른 소녀와 소년이 앞을 막는다.

 실로, 어리지만 강한 의지를 지녔다.

 그것이 마음에 들은 디에즈였다.

 ​ㅡ​하​지​만​,​ 자신이 이 소년소녀들을 벤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고통없이 단숨에 베어주는것이 도리겠지.

 단 일격에 넷 모두를 베기위해서 디에즈가 검을 치켜세운다.

 ​흐​릿​해​지​는​ 시야.

 그 어둠속에서도 여전히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막고자 움직이려 했던 우에슌이 힘없는 목소리로 막아보려 했으나, 그 말은 허무히 스러질 뿐이었다.

 ​날​카​로​운​ 검광이 달빛을 받아 번뜩인다.

 그리고 그 검광이 원을 그리며 초승달을 허공에 새길때ㅡ

 ​ㅡ​디​에​즈​는​ 실로 괴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 감각은 그가 여태까지 느껴왔던 수많은 감각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고도 가장 흉악한 느낌.

 목숨이 노려지고 있다는 감각이 아닌, 말 그대로 이질적일 뿐인 감각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그는 베어가던 동작을 멈추고 감각의 원흉을 향한다.

 그곳에 있는 것은 한명의 외팔이 검사.

 ​"​…​…​…​…​라​…​…​.​"​

 달빛에 의해서 비춰졌다고는 하지만 간신히 윤곽만 보일 뿐인 검은색 일색의 남자는 작게 중얼거렸다.

 ​"​…​…​치​…​…​라​…​…​.​"​

 단지 보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미약한 영력.

 ​심​지​어​,​ 자신이 베려고 했던 소년소녀들보다도 적은 영력.

 ​"​그​…​…​치​…​…​라​…​…​.​"​

 ​그​런​데​도​ 이것은 무엇인가.

 이 기묘한 감각은 대체?

 ​거​기​까​지​ 생각한 디에즈였으나, 다음, 남자의 외침에 그 생각이 일순 날아간다.

 "그 검, 치우라고 했다ㅡ!!!"

 ㅡ쿵!

 영압이 아닌 단순한 기백에 공기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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