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절불굴(百折不屈) 3화
"무리일거네."
남자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그리고 그것은 가뜩이나 힘이 없던 육체를 결국 무너지게해,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
언젠가,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으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것은 힘을 휘두릅에 따른 자격을 갖추라는 말.
때문에 나는 힘이 전부가 아닌, 『나의 길』에 걸맞은 힘을 추구하고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무슨 소용일까?
저번의 그 호로(디에즈)가 말했듯이, 어쩌면 나는 호로가 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까?
호로가 되어서 힘을 얻었다고 해도, 내가 스승님의 말씀을 잘 새기고 있다면, 큰문제는 아니지 않았을까?
그러한 생각이 들면서, 나는 나도모르게 가슴팍의 구멍을 더듬었다.
사신으로서의 힘을 잃고, 백수 부분을 꿰뚫리면서, 억지로 벌려지려 했던 이 구멍.
지금이라도, 내가 이 구멍을 억지로 벌린다면, 나는 호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괜찮지 않을까?
마음속의 내가 속삭인다.
호로가 된다고, 모두 사도를 걷는 것은 아닐터다.
내가 정신만 차린다면, 나는 힘을 얻으면서도 나의 길을 걸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을 구멍에 조금 걸친다.
가슴의 구멍에서 손가락이 조금씩 떨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긴장? 불안? 초조? 흥분?
알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 친다.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어, 구멍을 벌린다.
단지 그 행동 하나만으로 나는 강해질 수 있다.
손가락에 힘을 가한다.
"호로란……."
그와 동시에 맞은편 독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구멍에서 손을 땠지만, 남자의 말은 계속되었다.
"인간의 영혼이 부의 감정을 통해서 변화하는 영혼을 말한다. 그들은 변화하면 대부분 기억을 잃지. 하지만, 단 한가지 변하지 않는것은ㅡ 호로가 된 자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부터 해친다는 것이다."
애정, 모성, 부성, 기쁨, 즐거움ㅡ 수많은 감정이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의 이면에는 집착이나 소유욕 따위의ㅡ 기쁨이라는 감정의 끝에는 허무함이라는 부의 감정이 자리잡는다.
이러한 부의 감정이 극대화된 것이 호로.
때문에 대부분의 호로는 살아생전 사랑하고 아껴왔던 것들을 우선적으로 파괴하고, 죽인다.
"감정을 제어한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하물며, 호로가 되고나면 수십 수백배는 강해지는 감정을 억누르는게 쉬울리 없지."
호로가 되고나서, 그것을 억누른다면 그걸로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자신은 결국 소중한 사람을 노릴 뿐이다.
처음 떠오르는 것은 차가운 흙바닥에 몸을 뉘우고 계시던 스승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떠오르는건 오열을 하면서도 눈을 돌리지 않았던 자신의 귀여운 동생, 시즈카였다.
이후, 차례대로 떠오른다.
친구도, 선생님도, 새로 만난 인연도, 그동안 쌓아온 인연도.
그리고, 호로를 억누르지 못해 그들을 위협하는 자신의 모습도.
"우웩!"
치솟는 토기에 결국 헛구역질만 한다.
결국, 자신은 이기적이게도 스스로에 대한 변명을 했을 뿐이다.
호로를 억누른다는 근거없는 희망으로, 모두를 위험하게 한 것이다.
물론, 이 감옥에서 나가는 것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자신이 쓰러트릴 수 있는가라는 명제가 남지만, 그런것 따위 상관없다.
그들에게 검을 향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자신과 모두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
퍽!
바닥에 머리를 내려찍는다.
그것을 몇번 반복해, 이마가 찢겼는지 피가 얼굴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느껴진다.
"정말… 미련하군……."
그런 내 모습에 무엇을 떠올렸을까?
남자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네 덕분에 미혹은 사라졌다."
무슨 말일까?
남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상관하지않고, 남자는 단지 몇마디 중얼거린 뒤에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보답이랄까, 투자라고 할까. 자네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주지."
"무엇입니까?"
나의 반문에 남자는 말했다.
"육감(六感)을 통한 파악법."
남자의 말에 대답한다.
백수가 부셔졌기에 영력이 없다는 것을ㅡ
"영력이 없어도, 육감을 통한 공간파악법ㅡ 즉, 영안(靈眼)의 개안(開眼)에는 하등 문제가 될것이 없지."
그렇게 대답한 남자의 말은 분명 모순되어 있었다.
처음, 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저것이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느낀것은ㅡ 남자의 목소리가 무언가의 의혹을 떨친것 마냥, 홀가분해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