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절불굴(百折不屈) 4화
"『퀸시』라고 아나?"
『영안(靈眼)』이라는 것을 가지게 해준다던 남자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퀸시(Quincy)』
현세인이면서, 호로의 존재를 깨닫고 퇴치하기 위하여 주변의 영력을 모아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익힌 존재들이다.
과거에는 사신들과의 연계나 동맹등으로 현세에서의 영혼장례 활동에 도움을 주던 이들이었으나, 최근 귀족주의적 사상이 팽배해진 사신들에 의해서 과거의 좋은 관계가 서서히 어긋나고 반목하고 있다.
이는, 사실 호로를 상대하러 현세로 가는 사신들의 급수가 점점 낮아지는(높은 직위의 사신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않는다) 것 때문에 현세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퀸시들이 호로의 소멸이라는 강경한 수단을 사용하면서 부터였다.
사신들은 대외적으로 호로에게 영혼장례가 아닌, 소멸을 주는 퀸시들의 잔혹성과 무지함을 비판하지만, 퀸시들은 오히려 호로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신들만이라는 태도와 현세인들을 신경쓰지 않는 사신들을 비판한다.
그러한 이들을 왜 언급하는 것일까?
남자의 말에 의문을 갖는다.
그런 나의 모습에 남자는 "중요한건 퀸시들과 사신들의 상황이 아닌, 퀸시 그 자체이다."라는 말을 했다.
퀸시 그 자체?
"그래, 퀸시는 자네가 말했듯이 현세인이면서도 영력을 수단으로 호로와 맞서는 자들을 말하지.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 퀸시들이 어떤 영력을 이용하는가 일세."
퀸시가 이용하는 영력.
그것은 분명ㅡ
"깨달았나보군. 그래, 퀸시들은 호로를 퇴치하기 위하여 『주변의 영력을 모아 이용하는 방법』을 익힌 존재들이지. 사신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영력을 이용』하지, 때문에 영력을 생성하는 기관인 『백수(魄睡)』가 파괴되면 그 힘을 잃게 되네. 하지만, 파괴된 백수는 결국 자신의 영력을 생성하는 것 뿐이므로, 퀸시의 방법ㅡ 즉, 주변의 영력을 이용하는 방법은 가능하다는 것이지."
영력(靈力).
도가에서는 흔히들 『기(氣)』라고, 혹자는 『차크라(Chakra)』나 『마나(Mana)』라고도 부르는 것.
도가의 사상에서 엿볼수 있듯이, 그리고 다른 수많은 영력(호칭은 다르지만)을 다룬 사상이나 종교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세상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영체, 소울소사이어티의 구성원인 사신이나 일반 루콘가 주민과도 같은 영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영체는 영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때문에 영력이 사라지면 영체또한 소멸을 맞이한다.
그 이론으로 퀸시들은 호로들을 소멸시킬수가 있었으며, 백수가 완전히 파괴된 영혼들은 모두 소멸을 맞이했다.
"자네의 상처나 말을 들어보면 백수부분이 거의 완파가 되다시피 했다고? 하지만, 그건 이상하지않나? 백수가 거의 기능이 마비되었다면, 영력은 더이상 생성되지 않거나 극소량만이 만들어 질 것일세. 그런데도 자네는 영체를 유지하고 있지."
만물에는 영력이 깃들어 있다고 하지만, 그것에는 고하(高下)가 있기 때문에 그 양에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영압의 차이가 있는거고, 그렇기 때문에 영혼이라는ㅡ 그것도 인간의 영혼이라는 생각하는 생명이라는 고등위의 영혼을 구성하는 영력은 다른 것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그의 영혼은 거의 완파된 백수에서 만들어지는 극소량의 영력만으로도 그 몸을 구성하고 있다.
"자네도 『피부가 숨을 쉰다』라는 말을 들어본적 있겠지? 도가에서는 기공(氣功)이라는 것을 통해서 영력을 공부한다지. 그때 이용되는 것이 바로 호흡. 인간이 하는 행위 중에 식사를 제외하고, 가장 외부와의 접점이 강한 것이 호흡이기에 그러한 방법을 쓰는 것이네."
그렇다.
피부로 숨을 쉰다라는 말과 같이, 그리고 도가의 기공과 같이 외부의 영력을 자신의 몸 안에 일시적으로던 영구적으로던간에 흡수해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퀸시들이 호로와 대항하는 수단으로 외부의 영력을 사용 할 수 있었던 것이며, 영력이 강한이들과 같이 있다보면 자신도 영력이 상승한다는 사신들 사이의 소문(고증은 없다)의 근거도 거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같은 이치는 그에게도 적용된다.
외부에서 영력을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해 그 영력으로 영체를 구성한다.
생존에 급박했던 그의 신체가 이뤄낸 쾌거, 혹은 우노하나의 뛰어난 처치술, 그도 아니면 그의 의지가 이루어낸 일이던간에ㅡ
그는 외부의 영력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것의 기초적인 것을 이미 하고 있다.
그러나ㅡ
"분명, 영력 생성기관인 백수만 다쳤을 뿐이고, 영력의 증폭기관인 『쇄결(鎖結)』이 무사한 덕분이기도 할걸세. 자신의 백수에서 나오는 극소량의 영력과 외부에서 끌어들이는 소량의 영력만으로 자네의 영체를 구성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일세."
그렇다고, 영력을 무제한으로 빨아들인다던가의 방법은 사용 할 수 없다.
"한계강도(限界强度)."
모든 혼백에는 능력에 따른 강도(强度)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흔히들 벽(壁)이라 부르며, 모든 혼백은 그 벽 이상의 것을 이룰수 없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벽을 넘지 못했으며, 때문에 결국 강함의 종점은 자신의 영혼이 지닌 강도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그야말로, 『재능』이라는 것의 차이를 실감케하는 최고의 선천적인 자질.
아무리 그가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일어서고 일어서고 일어서도.
그 절대적인 재능의 벽은 넘을 수 없는 것이다.
"자네도 깨닫고 있었겠지? 자네의 영압의 한계강도는 영술원에 갓 입학한 신입생의 수준."
ㅡ때문에, 네 그릇 자체가 작아 외부의 영력 또한 그 수준 이상은 불가능이다.
또다시, 재능이 없다는 말은 조용히 그를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