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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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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胡蝶之夢) 2화




 ​"​아​루​루​루​루​루​루​ㅡ​!​ !"

 기묘한 혓소리를 내며 사람들이 말을 타고 내달렸다.

 이곳이 야마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지만, 그렇다고 저들을 놓친다면 다음에는 언제 사람을 만날지 알 수 없었기에 결국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들을 큰목소리로 부르려 했지만, 이내, 나는 영혼 상태이기에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들을 따라서 내달렸다.

 비록 영력을 잃고 단련을 그만둔 참이었기에 몸이 퇴화한듯 했지만, 그래도 말의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의 능력은 보유하고 있었기에 쉽사리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렸다.

 말을 타고, 소를 몰며, 황야를 질주하는 일단의 무리.

 그리고 그들을 따라서 달리는 나.

 이 기묘한 동행은 얼마안가, 문명의 증거인 마을에 도착하고 끝이났다.



 나무와 돌, 그리고 가죽으로 만들어진 천막과도 같은 집이었다.

 처음 소몰이를 하는 것을 보고는 유목민인가 라고 짐작하긴 했었지만, 지금 마을을 살펴보면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판단했다.

 분명, 대충 울타리 비슷하게 마을을 둘러치는 간이장벽이 있었고, 갖가지 모양의 얼굴이 차곡차곡 올려져있는 장식물(토템)이 있었기에 정착 마을인가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이 주변에는 물이 보이지 않았고, 황무지라 풀들도 없었기에 가축을 키우기도 부적합했다.

 거기에 천막으로 이루어진 집들과 그들의 짐들을 보면, 이동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민족임을 알 수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단순히 얼굴형상의 조각이 쌓아올려졌을 뿐인 장식품(토템)이 실은 강하지는 않더라도 실로 고순도의 영력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과, 별 규칙없이 마구잡이로 늘어서있는 천막들의 배치에서 묘한 현기를 느끼게 된다.

 ​놀​랍​도​록​ 자연을 닮은 느낌.

 이들은 자연을 숭상하는 민족인가?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실례되는 행동이지만, 이들은 나를 보도 듣도 만지지도 못하기 때문에 가볍게 이집 저집 살펴본다.

 호기심 때문이다.

 ​"​그​렇​다​고​쳐​도​,​ 이곳은 어디지?"

 ​"​이​곳​은​ ​『​와​이​오​밍​(​W​y​o​m​i​n​g​ : 대평원)』이라 부르는 곳일세."

 그의 중얼거림에 대답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이곳이 와이오밍이라고 불리는 지역임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자신은 영체이기에 볼수도 들을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내고는 답변이 들려온 방향을 쳐다 보았다.

 ​그​곳​에​는​ 천이 주 재료로서 자잘한 장신구가 달린 복장을 한 노파가 있었다.

 그런 노파의 복장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머리를 둘러쓴 띠 부분에 촘촘히 장식되어있는 깃털들.

 아까 전에 말을 타고 소를 몰던 이들의 깃털수가 적은데에 반해서, 이 노파는 실로 많은 깃털을 치장하고 있었다.

 "제가 보이십니까?"

 남자가 묻는다.

 자신의 눈ㅡ 영안은 세상을 영자의 집합체로 보는 능력을 지녔다.

 통상의 눈과 같은 선명함과 색의 확실한 구분은 힘들지만, 상대의 영력이 강하던가 영성이 뛰어날 수록 선명하게 볼 수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마을은 실로 맑은 영성을 지녔기에 자신이 잘 볼 수 있었고, 때문에 마을을 보며 감탄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의미로, 그는 눈 앞의 노파를 실로 선명하게 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의 영력이라면 윤곽을 보고,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인식하는 정도였겠지만, 노파는 실로 맑고 강한 영력을 지녔기에 지난 세월을 알려주는 주름살 마저도 볼 수 있었다.

 ​이​정​도​의​ 존재다.

 그 영력의 강함보다는 영성이 매우 맑고 자연과 닮았다는 점에서 남자는 경계심보다는 경의를 품고 조심스럽게 태도를 고쳐 잡았다.

 "내 이름은 『마이벨 레디언트 샤이엔(Mabel Radiant ​C​h​e​y​e​n​n​e​s​)​』​이​라​고​하​네​.​ 이 부족의 장을 맡고 있지."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이벨 레디언트 샤이엔』님."

 이 마을의 장을 맡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노파에게 예의를 갖춘다.

 우리로 치자면 촌장과 같은 말이겠지만, 이 노파에게는 단순한 촌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영성이 서린 무언가ㅡ 굳이 말하자면 퀸시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이윽고 노파의 말이 자신이 모르는 언어라는 사실을 깨닫고, 또한 자신이 그 말을 아무런 방해 없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놀​라​지​ 말게. 이것은 『미완카 ​샤​이​(​M​i​w​a​n​k​a​ Chey)』라는 것으로 영혼으로 직접 대화하는 것이네. 언어는 큰 장벽이 아니지."

 과연, 노파의 힘이었나.

 내가 납득하자 노파는 조용히 눈을 감은채로 말 했다.

 ​"​허​면​,​ 그대는 어찌하여 이곳을 헤메이고 있는가? 그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할 자일 터인데?"

 ​"​배​움​을​ 청하기 위해서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노파의 앞에 앉아 공손히 대답한다.

 그런 내 대답에 노파는 잠시 눈을 감은채 생각에 잠긴듯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사방이 어둑해져, 이 마을 사람들 중에 한명이 노파의 집에 모닥불을 피워주고나서야 노파가 눈을 떴다.

 ​"​무​엇​을​ 배우려고 돌아다니는겐가?"

 ​타​닥​하​고​,​ 모닥불이 소리를 냈다.

 그것을 물어보려고 그동안 뜸을 들인것일까?

 약간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공손히 대답했다.

 ​"​퀸​시​들​에​게​서​ 그 영력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퀸​시​란​ 무엇인고?"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호로에게 대항하기 위하여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력사용법을 익힌 자들을 의미합니다."

 ​"​호​로​란​ 무엇인고?"

 ​"​호​로​란​ 인간의 음적인 마음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그 영혼이 타락하여 부정적인 행위만을 할 뿐인 존재를 의미합니다."

 그 외에도 영력에 대해서라던가, 호로의 행동 등을 나에게 물어본다.

 처음 퀸시일지도 모르는 노파에게 배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어느새인가 자신이 질문받는 처지가 되어버렸기에 한숨이 나왔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답한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던 노파는 이내 궁금증을 다 풀었는지 조용히 다시한번 눈을 감았다.

 또 그렇게 시간이 약간 흘렀다.

 그리고 그 후에 눈을 뜬 노파가 말했다.

 ​"​과​연​,​ 그대는 『늑대』를 다루고자 하는군."

 늑대… 말씀이십니까?

 노파의 말에 나는 처음에는 잘못 들은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야 했다.

 ​"​우​리​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온다네."

==

 한 늙은 인디언 추장이 자기 손자에게 자신의 내면에 일어나고 있는 '큰 싸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이 싸움은 나이 어린 손자의 마음속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추장은 궁금해 하는 손자에게 설명했다.

 ​"​얘​야​,​ 우리 모두의 속에서 이 싸움이 일어나고 있단다. 두 늑대 간의 싸움이란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로서 그놈이 가진것은 『화, 질투, 슬픔, 후회, 탐욕, 거만, 자기동정, 죄의식, 열등감, 거짓, 자만, 우월감, 이기심』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좋은 늑대인데, 그가 가진 것들은 『기쁨, 평안, 사랑, 소망, 인내심, 평온함, 겸손, 친절, 동정심, 아량, 진실, 그리고 믿음』이란다."

 손자가 추장에게 물었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그 질문에 추장은 간단하게 답하였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

 노파의 이야기에 곰곰히 생각한다.

 ​이​야​기​의​ 교훈은 평소 자신이 어느쪽에게 먹이(행동, 말, 버릇 등)를 주느냐에 따라서 결국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된다.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된다. 

 그리고 결국ㅡ 인격은 운명이 된다.

 ​이​야​기​의​ 교훈은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것이 퀸시의 영력 다루는 법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노파는 영력을 『늑대』라고 칭했고, 이야기에서 나온 것은 착한 늑대와 악한 늑대였다.

 이 두가지가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들​은​ 자네가 말한 퀸시를 ​『​샤​먼​(​S​h​a​m​a​n​)​』​이​라​ 부른다네."

 그렇게 말한 노파의 뒤에 일순 동물 형상의 영혼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것을 인식하자, 그들ㅡ 뒤의 동물령들은 모닥불을 가운데두고 빙글빙글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둥둥! 어디서 북소리가 들렸다.

 둥둥!

 둥둥!

 그 소란의 중심.

 노파는 그 소리와 모습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말했다.

 ​"​우​리​는​ 같은 자연에서 태어난 위대한 영혼의 아이들. 그대와 내가 만난것도 순리이니, 그대에게 『늑대』를 알리는 것 또한 순리이리라."

 늑대ㅡ 영력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노파의 말에 나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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