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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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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胡蝶之夢) 6화




 여행을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여명이 밝아오고, 해가 뜨는 방향으로 걸어가기를 2주.

 길을 오가며 만난 나그네들에게 물어보니, 이대로 일이주 정도 더 동쪽으로 가게되면 바다에 당도한다고 한다.

 ​'​바​다​라​…​…​.​'​

 비록 산골마을 출신인 나였지만 바다라면 스님을 따라서 여행다닐 적에 본적이 있다지만, 바다에 대한 추억이라던가 일화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처음 보았던 바다의 웅장함은 아직도 마음속에 거대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다​시​한​번​ 그 웅장한 풍경을 볼 수 있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얼른 발을 재촉해서 동쪽으로 나아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그네들의 말에 따르면, 이 지방은 이상할 정도로 비가 자주내리는 지방이기에 아무런 준비없이 발걸음만 재촉했다가는 몸이 상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영력을 사용하면 그러한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게까지해서 여행을 하는 것은 풍류에 어긋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제​와​서​ 무슨 풍류인가 생각했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여행을 하면서 퀸시들을 만나 그들의 사상이나 철학, 전투법등을 배우고 교류하고자 했으나, 단 이주만의 여행은 단지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임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세상은 단지 보고 느끼는 것 만으로도 사람을 이토록 가득차게 해준다.

 ​생​전​에​는​ 타인(스님)의 손에 이끌려서 단지 정착할 곳을 찾아해매었고, 사후에는 숨돌릴 틈 없이 기어가기만을 반복했다.

 그러니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마음속은 알게모르게 가득차는 느낌이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구더기소굴에서 탈옥한 것을 함리대를 비롯한 호정13대가 알아차렸을까?

 ​그​때​문​에​ 시즈카들에게 불이익이 가지는 않았을까?

 ​지​인​들​은​ 잘 있을까? 시즈카는 아직도 울고 있을까?

 ​그​것​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가장큰 고민거리는 다른 것이다.

 ㅡ나는 이번에 죽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샤먼 노파의 말대로 사상에 따른 사후가 정해진다면, 지금은 소울소사이어티에 갔었던 때와는 달리 사상이 많이 변화했다.

 이런 사상을 가지고 과연 소울소사이어티로 갈 수 있을까?

 아니, 난 소울소사이어티를 경험해봤기에 그곳에 충분히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육체가 죽어버린다고 반드시 자신이 영체상태로 변한다는 보장도 없다.

 애초에 왜 육신을 가지게 됐는지도 모르는 현 상황에서는 어느것도 추론일뿐.

 단지, 결코 긍정적일수만은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뿐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사후에 다시한번 소울소사이어티에 갈 수 있는 확률은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 세상에 부활을 한 이후로ㅡ

 ㅡ단 한번도 호로를 목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솔직히 말해서 샤먼노파의 이론을 들었을 때 생각해낸 모순이 하나 있었다.

 만약 사후세계가 그 사람의 사상에 의해서 정해진다면, 결국 세상에는 수많은 사후세계가 존재할 것이다.

 ​사​후​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와 같이 다른 삶이라던가 새로운 시작등을 생각하는 이들도 지극히 많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소울소사이어티에 있으면서 나는 단 한번도 다른 저승세계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없다.

 ​사​신​들​은​ 호로를 쓰러트리는 것은 자신들만이 하는 일이며(퀸시도 있다지만), 영혼장례또한 자신들만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만약, 사후세계가 여러곳이라면 이것은 분명이 교류가 어떤식으로든 생겨야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울소사이어티는 다른 저승세계를 마주했다는 소문도 기록도 없다.

 ​그​렇​다​면​ 다른 사후세계는 없는 것일까?

 ​하​지​만​,​ 그럴 경우 샤먼노파를 비롯한 다른 대륙의 사람들이 죽으면 소울소사이어티로 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쩌면 사실 다른 저승세계와 소울소사이어티는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교류를 소울소사이어티의 유일성을 위해서 은폐했던 것은 아닐까?

 그 외에도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은 '은폐되었다'와 '서로 영향을 주지 못하기에 인식도 못한다'였다.

 ​어​느​쪽​이​던​간​에​ 2주간 이동하면서 호로나 사신을 못본 것은 역시나 불안하다.

 ​은​폐​되​었​다​ 같은 경우라면야 상관없겠지만, 인식자체를 못한다면……?

 그럼 자신은 죽게되면 소울소사이어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저승세계로 가게 되는 것일까?

 비록 ​소​울​소​사​이​어​티​에​서​는​ 잠정적인 범죄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곳에 못갈지도 모른다고 한다면 서운함을 넘어서 불안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대로 영영 시즈카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이다.

 때문에 호로나 사신이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을 보게되면 이 불안감이 사라질테니까.

 ​그​때​였​다​.​

 한 나그네가 이 지방에 비가 자주내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 것이.

 "이 지방에는 요괴 한마리가 살고있어서, 놈이 요술을 부려 비를 내리게 한다는 소리가 있지. 들어보니 이 지방 사람들중 몇몇은 그 요괴를 보았다지?"

 "요괴 말입니까?"

 ​"​그​렇​다​네​.​ 듣자하니 흰색 가면을 쓰고있어서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여성의 탈을 쓴 것 같다고 하더군."

 요괴, 그리고 흰색 가면.

 혹시 호로가 아닐까?

 ​특​수​능​력​을​ 가진 호로라면 비를 내리게 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나는 꽤 솔깃한 정보료로 주었던 물이담긴 호리병을 돌려받은 뒤, 요괴가 자주 출몰한다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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