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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기화가거(奇貨可居) 1화




 옆의 독방에 감금되어 있는 이웃인 쿠로츠치씨는 꽤나 독특한 사람이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없었기에 외형에 대해서는 단순히 상상으로 되어있을 뿐이지만, 목소리라던지 말투등을 보면 보통사람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분명히 말하자면 나와는 전혀 어울리기 어려울것 같은ㅡ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타인과는 도저히 어울려서 이야기를 하거나할 성격은 아닌듯 싶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비교적 나와 그의 회화는 보통이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쿠​로​츠​치​씨​는​ 어떤일로 이런 곳에 오셨습니까?"

 "네가 알바 아닐텐데."

 ​"​그​렇​습​니​까​.​"​

 실은 그 태도 때문에 구더기 소굴로 감금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붙임성없고 질나쁜 성격에 남을 깔보는 듯한 광기어린 어투의 남자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의외로 정상적(?)인 부분도 있고, 그 나름대로의 특색에 대해서도 알게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죄수들은 독방 근방으로 올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식사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간수들 마저도 이곳에 오지 않는다.

 때문에 대화 상대라고는 그 뿐인지라 그와 나름대로 회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꿈에서 깨어난지 대충 느낌으로 한달여가 지날 무렵까지도 대화라고는 단문이거나 그마저도 짜증을 내며 무시하곤 한다.

 하지만 꿈을 꾸는 동안 이런저런 사상이 변화한 탓일까?

 예전의 나였다면 불쾌해하거나 싸늘히 무시했을 터이지만 현재의 나는 그의 그러한 태도도 그의 특색중 하나라는 사실에 생각보다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년을 보냈다.

 딱히 이렇다할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구더기 소굴에 온 이후의 이야기가 모두 한바탕의 꿈 혹은 환상과도 같았다지만, 그것은 결코 무의미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 꿈을 통해서 이성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층 성장 할 수 있었다.

 사상의 개방화와 영안, 그리고 백수가 부서졌음에도 영력을 무한히 사용하게 된 점.

 이는 내가 꾼 꿈이 단순함 꿈이었다고 하기에는 부정치 못할 증거였지만, 그 꿈이 무엇이던 자신이 얻은 이 3가지 보물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꿈에서 실컷 절망감을 느낀 탓이었을까, 아니면 영안과 영력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사상적 변화가 온 탓일까?

 자신이 여전히 구더기 소굴에 있었으며, 눈과 영력기관이 불능이 되었음에도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 사실을 납득하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다.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이곳, 구더기 소굴에서 이대로 시간을 때우며 긴 세월간을 헛되이 보낼것인가?

 아니면 나름대로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단련이라도 하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활용할 것인가?

 ​답​이​라​면​ 나와있었다.

 ​처​음​에​는​ 육체가 녹슬지 않게 천천히 점검하면서 단련을 한다.

 그 다음에는 가벼운 영력의 조절을 통한 영감을 발전시킨다.

 그렇게 보내기를 또 몇 년.

 시간의 흐름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 영력이 적었기에 허기는 없었고, 노화는 생전에 비해서 극히 느린 영혼인 채인데다가, 함리동이라는 특성상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도 있지만, 정확히는 그 소소한 단련으로도 얻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강한 출력의 영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였기에, 주어진 영력의 량을 조절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심하고 치밀한 영력 다루는 방법을 연구한다.

 또 그와 동시에 육체 그 자체의 전투에 익숙해져있는 나였기에 육체의 상태도 끌어올리기 위해서 단련한다.

 검은 없었기에 가상으로 검을 상상해서 휘두르거나 맨손기술인 백타를 집중적으로 단련한다.

 세월이 지난다.

 매번 반복되는 행동과 이제는 단순히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옆 방의 쿠로츠치 씨에게 말거는 일등을 한다.

 그렇게 보내기를 또 몇 년.

 어느날 옆방의 쿠로츠치 마유리가 마침내 자신의 쪽부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봐​.​"​

 ​"​무​슨​일​이​십​니​까​?​"​

 나의 대답에 쿠로츠치 씨가 말했다.

 "매일 짜증날정도로 말을 걸어오는데, 닥쳐주겠나."

 과연, 독설인가.

 ​예​상​했​다​면​ 예상한 말이었기에 나는 그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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