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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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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가거(奇貨可居) 2화




 그녀, 우노하나 레츠는 호정 13대의 대장 중에 한명이다.

 그녀가 맡고있는 번대는 4번대로 '여화침입 사건' 이후로 호정 13대가 각 번대마다 전문성을 고려해서 개편 되었을 때에, 참백도의 능력이나 그녀의 귀도술- 성격등을 고려하여 주로 보조 역할을 맡는 4번대의 대장을 맡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당시 그녀의 경력은 단지 몇십년 이었을 뿐인 다른 대장들에 비하여 애송이인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그 때 당시 신입대장이었기에 의욕이 넘쳐흘렀을 때였기에 『그』를 자신의 제자로 덜컥 받아들이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오​래​전​,​ ㅡ영술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사신이 썩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대장이 되면 변혁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했었다.

 때문에 대장이 되고 다른 대장들에게 존중을 받고, 심지어 그 대단한 총대장 마저도 그녀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때쯤, 그녀는 『그』라는 수단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책중 하나로 채택되었을 뿐인 남자였다.

 심하게 말한다면 장기말 중에 하나라고 할 만한 수준.

 물론, 우노하나 본인의 성격상 그러한 취급은 분명히 아니었지만, 비뚤어진 시각에서 보면 분명 그러한 수준의 존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한 몇년, 몇십년은 그 생각을 뒤집게 만들었다.

 ​요​령​도​,​ 재능도, 운도 없다.

 단지 강해지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과 그것을 유지시켜주는 끈기ㅡ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이상의 것은 가지고 있지 않는 남자였다.

 정신은 그녀가 보기에는 한참 미숙했다.

 곧은 의지와 신념은 분명 칭찬할만하지만, 근본적으로 어떠한 강박관념이나 기타의 것들에 쫒기는 느낌이 강했다.

 신체도 절망적인 수준이라, 근력 자체는 통상의 일반인을 조금 웃도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았고, 영력은 더할나위없이 밑바닥이었다.

 ​어​느​모​로​보​나​,​ 하책에 지나지 않는 존재.

 ​그​런​데​도​ 우노하나의 마음 속에 그의 존재감은 커져가고 있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끈​임​없​는​ 노력.

 자신의 단점을 알아차리면 조금씩 고쳐가는 태도.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는, 영술원에 가게된 그가 어느날 보낸 편지를 보고서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깨닫고 말았다.

 편지의 내용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최근의 근황, 그뿐이다.

 하지만 최초의 편지부터 그때에 이를때까지, 결코 수양이 얕지 않았던 우노하나는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ㅡ이 청년은 성장하고 있다, 라는 사실을 말이다.

 별다를 것 없는 감상이었다.

 평소 노력하며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그녀가 이번에 느낀 것은 무력적인 의미가 아닌 정신적인 성장을 뜻했다.

 오로지 강해질 것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던 청년이 가족은 물론, 둘도 없는 친구를 만남에 따라서 정신적으로 성장했다.

 단지, 편지를 읽을 뿐이었지만 돌연듯 그것을 깨달은 우노하나는 매우 기뻤다.

 또, 그와 동시에 자신이 최초에 청년을 제자로 삼았던 것이 사신들을 개혁시키기 위해서 였을을 상기했다.

 자신은 분명 그가 사신들을 개혁시키기를 바랬으나, 가르치다보니 그의 재능이 너무도 아래여서 어느새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무​력​적​으​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고, 사신들의 개혁에 대하여 그 외에도 여러 책을 사용한 우노하나였기에 그의 존재감은 무척이나 작았던 것이다.

 ​그​런​데​,​ 단지 편지 한장으로 그것을 깨달았다.

 ​부​끄​럽​다​ㅡ​ 라고 생각했다.

 ​사​신​들​을​ 바꾼다 어쩐다 했어도, 결국 그녀 또한 그들과 다를바 없이 청년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그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때문에 영술원이 쉬는 날에 자신을 찾아온 그를 마주보기 껄끄러웠다.

 ​하​지​만​ㅡ​ 그런 그녀의 심정은 청년이 그녀를 보고한 단 한마디에 의해서 깨졌다.

 "그간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호의와 존경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당신은 이런 나를 여전히 선생님이라 불러주는군요.

 그것이 비록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모른다고는 하더라도 말이죠.

 ​마​음​속​에​ 검은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그것은 매우 어둡고 탁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토해내고 싶은 느낌이었다.

 때문에 말하고야 말았다.

 ​"​그​대​는​ 자신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말​하​고​서​ 후회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후련함 또한 찾아온다.

 그런 양면적인 심정을 느끼며 우노하나는 자신이 그에게 저지른 죄를 고했다.

 ​가​라​사​대​ 장기의 말로 그를 받아들인 것.

 이후 멋대로 실망하고 거의 버리다시피 한 것.

 그 외에도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남자는 그것을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차분히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말이 끝났다.

 어떠한 비난이라도 감수할 생각이었다.

 ​근​본​적​으​로​ 성실한 우노하나 였기에 숨긴다던가 속인다는 것은 피하고 싶다.

 그것은 그녀의 안에서 그라는 존재가 결코 작은 의미가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바였지만, 결국 그녀로서는 깨닫지 못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남자의 반응 이었을 뿐.

 그렇게 잠시간의 침묵 후에 남자가 대답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그녀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그가 말했다.

 알고 있었다고.

 처음 제자로 들어갔을 때만 하더라도 남자는 별다른 의심도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었다.

 단지, 선생님과 스승님에 대한 감사함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벅찼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가라앉게 되었고, 대신 그 빈부분을 치고 올라온 것이 그가 간혹 느끼던 기묘한 위화감이었다.

 ​우​노​하​나​ 본인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그녀의 태도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갔다.

 그것은 그녀가 멋대로 기대하다가 멋대로 실망해버린 탓이었지만, 어찌되었건 남자의 입장에서는 알아차리고야 말 정도의 태도였다.

 사실은 별다른 티도 나지않는 변화였지만, 이상할 정도로 감이 좋은 그였기에 그 미묘한 변화를 알아챈 것.

 ​처​음​에​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무시했지만, 과연 그것이 몇년이나 계속된다면, 거기에 점점더 악화된다면 신경쓰일 법 하다.

 때문에 날을 잡고 스승님께 찾아가 여쭈었다.

 그날 스승님께서는 우노하나 선생님과 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것을 들었을 때에는 솔직히 말해서 배신감이 들었다.

 ​선​생​님​과​ 스승님께서 작당하고 자신을 속여서 이용할 생각이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배​신​감​에​ 몸을 떨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스승님께서는 자신이 사신이 되고자 도움을 준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선생님은?

 ​우​노​하​나​ 선생님은 순수하게 자신의 계책을 위해서 자신을 이용한 것이니까.



 ​거​기​까​지​ 들은 우노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토했다.

 역시나 남자는 진실을 알고 자신을 원망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가 영술원에 다니게 된 것이 모두 자신의 덕분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순간이나마 한 자신에 대한 혐오감만이 남을 뿐이었다.

 과연 어떤 비난을 받을 것인가?

 그런 생각에 침울해지고 있으려니 남자가 말했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예​?​"​

 아까의 알고있다는 말도 그렇지만, 이번의 말은 그 위력이 훨씬 컸다.

 평소 조용하고 지적이며 사근사근하기로 정평나있는 우노하나는 그 평가와는 다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스​승​님​,​ 그리고 선생님께서 저를 어떻게 한다고 하더라도 당신들은 당신들입니다. 최초부터 저는 당신들께 배움을 청하는 입장이었기에 당신들을 스승님, 혹은 선생님이라 부른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노하나는 평판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맹한 구석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선생님께 실망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은 여전합니다만, 어느날 차분히 생각해보니 알겠더군요. 제가 이렇게 실망하고 원망하는 이유가 선생님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왜​냐​하​면​,​ 최초로 그를 자신의 계책의 실행 인물로 삼으려 했던 이유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굳은 심지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런것 알게 뭡니까?"

 그가 시원스럽게 단언한다.

 그의 올곧은 심지와 튼튼한 정신력은 휘청일게 분명했던 우노하나와의 관계마저도 시원스럽게 붙잡을 정도였던 것이다.

 과연, 이렇게 시원스레 넘어가버리니 우노하나 또한 어안이 벙벙해져버린다.

 ​하​지​만​,​ 이내 수줍은 듯이 다소곳하게 쿡쿡 웃음을 흘린다.

 그도 그럴것이 시원스럽게 단언한 남자가 쑥스러운지 얼굴을 약간 상기한채로 볼을 긁었기 때문이다.

 아아, 정말ㅡ 고민한 자신이 바보같다.

 ​우​노​하​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말을 듣고 스스로도 깨닫고야 말았으니까.

 ​어​느​순​간​부​터​ㅡ​ 아니 어쩌면, 그의 곧은 심기를 본 최초부터 자신은 그를 단순한 장기말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분명, 그녀에게는 단순한 장기말이 아닌, 더 큰 존재로서 그녀의 마음속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후에 자신의 마음을 정리한 우노하나의 앞에 서신이 하나 전달된다.

『 합   격 』

 ​그​것​은​,​ 그녀의 자랑스러운 제자가 선생님께 보내는 최고의 선물 중에 하나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제자가 하급사신이 되었다.

 ​하​급​사​신​과​ 대장이라는 격차는 매우 큰 것이었기에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기란 힘들었으나, 그래도 영술원에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좀 더 자주만날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기쁜 우노하나는 그날도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기전에 잠시간 달을 보며 풍류를 즐긴 뒤에 자신의 제자에 대해서 잠시 생각한 뒤에 웃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

 ​『​여​화​침​입​ 사건』

 ​소​울​소​사​이​어​티​,​ 그것도 영원정(후에 정령정으로 개명) 내부로 외부인들이 침입해온 것이다.

 다른 일반 사신들은 그들이 단순한 외부의 침입자라고만 알았지만, 아직 경험이 미숙하더라도 일단은 대장인 그녀였기에 침입자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자신의 수하들을 이끌고, 다른 번대들과 협력하며 적을 타도 할 뿐.

 그렇게 한창을 싸울 무렵, 강한 영압 2개가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는 은퇴한 시바 우에슌의 영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영압.

 그것을 느낀 우노하나는 더이상 영력을 쓰면 안되는 시바 우에슌의 상태가 신경쓰여 결국 그곳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도착한 뒤에 본 것은 백수 부분이 깔끔하게 뚫려 쓰러진 자신의 제자의 모습이었다.

 이후 정신없이ㅡ 그러나 대장으로서의 본분은 잊지않고 침착하게 그의 상태를 살피며 치료에 전념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그의 지인과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백​수​가​ 파괴되었습니다. 거기다 발견도 치료도 늦어버리는 바람에 회복수준도 미미합니다. 아마…, 다시는 영력을 쓰지 못하겠지요."

 거기에 시력마저 잃었다.

 그 사실을 고하면서도,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함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쁜 소식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스승인 시바 우에슌의 장례식 날,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런 목격도 보고도 없다.

 대장인 자신이 전력을 다했는데도 행방을 알 수 없다.

 혹여, 무언가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여, 그는 그대로 영영… 잠드는 것은 아닐까?

 혹여, 혹여, 혹여…….

 나쁜 가정이 그녀의 머리를 끈임없이 혼란스럽게 한다.

 도무지 잠자리에 들 생각이 들지않아 창 밖의 달을 쳐다본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이 잔뜩 구름이 낀 흐린 하늘이었다.



 몇 십, 몇 백년의 시간이 지났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많은 것이 변했다.

 그의 가족과도 같았던 소녀ㅡ 시바 시즈카는 그와 마찬가지로 우노하나의 제자로 들어왔다.

 이후, 시즈카는 여러방면에서 특출난 재능과 능력을 보이며 석관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물론, 시즈카가 마음에 쏙 든 우노하나는 그녀를 자신의 4번대의 4석으로 기용하고 있다.

 그의 둘도 없는 친구였던 우키타케와 쿄라쿠는 각각 부대장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었고, 여화침입 사건의 날 그가 구해준 시바가문의 아이들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얼​마​전​에​ "난, 나를 구해준 그 형처럼 사신이 되겠어!"라고 말하며(사실은 쿠우가쿠에게 등떠밀려서) 영술원에 입학한 시바 카이엔이라던가, 폭죽장인이 되겠다며 공부를 시작한 시바 쿠우가쿠.

 ​마​지​막​으​로​ 한창 말썽을 부리며 루콘가를 휘젓고 있는 시바 간쥬가 있다.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에 자신의 제자만이 없다.

 그 사실에 우노하나는 깊은 유감을 담아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세월이 지나, 대장들이 교체되어가고, 사신들이 교체되어가는 동안, 우노하나는 어느새 호정 13대의 대장들 중에서도 꽤나 경험있는 대장의 위치까지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곳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신입 대장이나 몰라도 될 위치에 있는 대장들에게는 알리지 않는 호정 13대의 치부.

 ​ㅡ​구​더​기​ 소굴

 얼마전 그것의 존재를 알게된 그녀는 설마하면서도 명단을 훑었다.

 그리고 그 명단의 말미에서 익숙한 사람의 이름을 찾아낸다.

 ​여​기​다​!​

 제자의 소재지를 파악한 그녀는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로 생각했다.

 과연, 그를 거기서 꺼내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 고민은 몇일간 계속되어 마침내 어제부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 그녀는 목적지로 향했다.

 ㅡ바로 총대장실로 말이다.

 ㅡ똑똑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총​대​장​실​로​ 들어서는 우노하나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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