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화가거(奇貨可居) 5화
타인의 참백도를 해방하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타인의 참백도를 자신이 해방해서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그대로 타인의 참백도를 해방하게 하는 힘이다.
가령, 우키타케와 쿄라쿠를 예로 들어보자.
둘은 분명 불세출의 천재이다.
그렇다지만,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그들의 참백도 해방의 시기는 『너무 빠르다』.
그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시해가 가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검을 잡은지 몇 년도 채 안되는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시해라는 것은 참백도의 이름을 듣는 것.
참백도가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이유는 바로 사신이 그 참백도의 이름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마음의 성장? 정신적 가치? 영력? 그것도 아니면 영혼의 힘?
어느것도 조건이 될 수 있고, 어느것도 조건이 될 수 없는 것.
그것은, 참백도 스스로가 중히 여기는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쿄라쿠 군과 우키타케 군의 참백도 해방 시기가 빠른 것은 단순히 우연 혹은 둘의 재능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둘을 제외하고도 예는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시바 시즈카'.
비록 몰락하기 전에는 대귀족 가문이었고, 때문에 영력을 비롯한 전반적인 재능을 타고나 있었다지만, 시바 시즈카는 사신으로서의 수업을 배운지 불과 5년 만에 시해를 익히고야 말았다.
그 외에도 몇몇, 비교적 시해가 빨리 된 사신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그』와 인연이 닿았던 자들이다.
같은 학급이었다던가, 수련을 할 때에 같은 연무장을 사용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어쩌면 커다란 우연일 수도, 아니면 단순히 나 스스로가 짜맞춘 통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를 보며 나는 한가지 가설을 세우고야 말았다.
그것은 바로ㅡ
『그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 그만큼 시해에 다다르는 기간이 짧아진다.』
라는 가설을 말이다.
◆
실로, 재미있는 가설이다ㅡ.
총대장,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는 그런 감상을 했다.
확실히 생각해보면 그랬다.
그가 교사로서, 그리고 교장으로서 영술원을 가르치고 살펴왔지만, 확실히 수많은 졸업기수 중에서도 『그』가 졸업한 기수, 혹은 그와 졸업은 같이 못했으나 생활해온 기수가 여태까지의 졸업기수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석관을 꿰찼다.
거기에 그와 특별히 친근했던 이들은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시해를 익혀 석관이 되더니, 그 이후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삼석에 올랐고, 또 그와 같이 살아온 가족과도 같은 소녀(시즈카)는 여태까지의 최단 기록을 혼자서 갱신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만약, 우노하나 대장의 가설이 맞는다면?
이것은 분명히 사신들의 단계를 또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이것이 가설인데다가 『그』 스스로가 의도하고 만들어낸 현상은 아닐테지만,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
이 가설이 확실하다면 그의 가치는 다른 석관급의 사신들에 비해서 손색이 없는ㅡ, 아니, 오히려 더욱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는 설령 중앙46실을 뒤집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구더기 소굴에서 꺼내올 것이다.
분명, 중앙46실은 이 소울소사이어티의 최고 권력기관이지만, 수백년간 총대장을 해온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에 비하면 별다를바 없는 노인네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까.
평소, 중앙46실이 사신들의 행동을 결정 짓고는 했으나, 다른 대장은 반론이 불가능하더라도 총대장은 "거부"가 가능한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야마모토의 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노하나 대장의 말이 사실이라는 보장이 없다.
확실하지도 않은 가설가지고 중앙46실과 담판을 짓는다는 것은 분명히 말해서 득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같은 사실은 우노하나 대장 또한 알고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이 가설을 신뢰 할만한 증거가 있는 것인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가설이 진실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확실히, 상대의 시해로 가는 기간을 단축시킨다는 애매모호한 현상을 확인할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을 터였다.
얻는다해도 단순히 그와 관계된 이들이 빨리 해방했다는 정황상의 증거일 뿐.
그것을 우노하나는 담담하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렇다면, 결국 그를 석방해달라는 이야기는 허가해……."
"총대장님, 예전일 떠오르시나요?"
우노하나의 질문에 야마모토는 자신의 말이 잘렸다는 불쾌감 보다는 그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예전에 사신을 변화시킬 방책 중에 하나라고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 적이 있었죠?"
확실히 그런 적이 있었다.
사실, 야마모토가 『그』에 대해서 알고있고, 영술원에서 조기졸업시험이나 대련등으로 주목해온 이유도 그녀가 그런 말을 해서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거기에서 야마모토는 그에 대해서 평가를 이렇게 내렸었다.
『누구보다도 뜻이 높고 연마를 쉬지않았으나, 그 모든것이 무색해질 뿐인 범재(凡才)』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격이 있었다.
일격에, 일참에, 일충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을 줄 알았기에ㅡ
언제나 침착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그 마음가짐이 있었기에ㅡ
실력은 없지만, 그는 사신이 될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그에게 조기졸업의 기회를 주었던 것.
거기까지 생각한 야마모토는 무심코 허허허 하고 웃고야 말았다.
구더기 소굴은 사신으로서 부적합하다고 여겨진 자들이 가는 곳.
그런 곳에 그가 인정하는 이가 들어갔다는 것은 어찌보면 그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실로, 영악하군."
"별말씀을……."
험학한 내용의 말이었으나 말하는 이도, 받아들이는 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은채 회화를 나눈다.
방금의 대화로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는 마음을 정한 것이다.
타인의 참백도를 해방하는 기간을 단축시킨다는 가설도,
사신들을 개혁시킬 거라는 생각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인정한 사신이 될 자격이 있는 자라는 사실도,
모두다 한가지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ㅡ그를 구더기 소굴에서 꺼내라.
"그럼 우노하나 대장, 가보시게."
풀어준다는 말은 없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축객령으로 보이는 말.
하지만, 우노하나 레츠는 그 말 속에서 그를 석방하겠다는 의사를 읽었다.
아마, 가보라는 것도 구더기 소굴로 가보라는 것이겠지.
때문에 그녀는 간 것이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그리운 제자가 있는 곳으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