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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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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가거(奇貨可居) 4화




 그녀, 우노하나 레츠가 말했다.

 "제 추측일 뿐이지만, 사실 『그』는 『시해를 할 수 있을겁니다』."

 그에 총대장ㅡ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가 답했다.

 ​"​호​오​ㅡ​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하​늘​이​다​.​

 푸른 창공, 흘러가는 구름, 그리고 바람.

 ​풀​내​음​과​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이곳은 분명 밖이다.

 ​"​하​하​하​…​…​.​"​

 그토록 갈망해왔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던 것 들.

 ​하​지​만​,​ 그것이 단 한순간에 찾아 왔다.

 ​"​선​생​님​,​ 혹시 이건 꿈입니까?"

 ​지​하​특​별​함​리​동​ㅡ​ 통칭, 구더기 소굴을 나왔다!

 그 사실에 전율한 그가 조심스레 우노하나에게 물어봤다.

 혹시, 함리동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했던 것이, 과거와 같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뿐이라면?

 이번 꿈은 자신이 함리동을 나가는 것이라면?

 그 불길한 상상에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본 결과, 그의 불안은 "확실히, 이건 ​현​실​이​랍​니​다​.​"​라​는​ 우노하나의 대답에 누그러들었다.

 밖에 나왔다는 감동을 다스린 그는 제일먼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정리했다.

 평소 독방에 갇혀있던 동안 '만약 이 구더기 소굴을 나간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떠올렸던 것을 정리했다.

 역시 제일 먼저 하고싶은 것은 스승님의 묘를 찾아가는 것이다.

 당시 가시는 모습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못난 제자이니 만큼, 묘라도 찾아 뵈어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이​미​ㅡ​,​ 어쩔 수 없다고는 하더라도 늦을데로 늦은 성묘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러니까 제일 처음으로 하고자 하는 행동이 바로 스승님의 묘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시즈카를 만나고 싶다.

 과연 그 아이는 얼마만큼 자랐을까?

 아직도 감정표현이 서툰 것일까?

 혹시, 혼자 남겨지는 바람에 울어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 기대가 닥쳐든다.

 ​마​지​막​으​로​ 슌스이와 쥬시로를 비롯한 다른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

 그동안 쌓아온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말.

 그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한 나는 그것을 선생님께 전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빙긋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것​들​도​ 분명 해야 할 일이지만, 일단ㅡ 씻기부터 할까요?"

 ​선​생​님​의​ 말씀에 깨달은 바가 있어서 소매자락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과연, 수백년간 제대로 씻지 못한 탓일까?

 영력이 낮아 생리현상은 없는 탓에 순전히 먼지만 쌓였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오래된 창고와 같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몸에서 났다.

 ​덧​붙​여​서​ 의복이나 몸도 꽤나 더러운 상태고 말이다.

 그럼, 일단 위 3가지를 하기 전에 씻기부터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공중목욕탕으로 향했다.



 ​"​분​명​,​ 참백도를 해방 할 수 있는 석관급의 사신들은 매우 드물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를 석방할 가치가 되지 않아."

 ​총​대​장​의​ 말대로다.

 단순히 시해를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구더기 소굴을 빠져나오기란 불가능.

 ​하​물​며​,​ 그 시해 마저도 가능여부가 단순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니 할 말이 없다.

 그런 총대장의 말에 우노하나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채로 대답했다.

 "제 말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우노하나의 말.

 그것은 분명히,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마저도 놀라게 할 만한 이야기였다.



 탕에 몸을 담근채로 멍하니 천장을 본다.

 따뜻한 물에 몸이 노곤해지는 감각은 실로 오랜만이다.

 오늘, 느닷없이 구더기 소굴에 찾아온 그의 선생님은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환한 미소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껴안아줬다.

 그 친애어린 포옹에 처음에는 당황했던 그도,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마주안아주고야 만다.

 ​솔​직​히​,​ 그가 수백년간 구더기 소굴에 갇혀있으면서 한 생각 중에 하나가 바로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었다.

 ​대​장​이​라​는​ 직위를 지니고 있는 그녀가 과연 그가 이곳에 갇혀있는 것을 모를까?

 혹여 알고있다면 어째서 자신을 찾아오거나 하지않는 것일까?

 원망? 그것과는 다르다.

 순수한 궁금증. 그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서 질문하려했던 그였으나, 혹시라도 이 질문이 자신을 왜 이제야 만나러 왔냐고 책망하는 말로 들릴까봐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는​해​도​,​ 현명한 여인인 우노하나는 그의 생각을 진작 알아채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 했으며, 이것에 대해서 의심할법도 한 그였지만 그는 선생님의 말이었기에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이어서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꺼내준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오랜만에 만난 제자와의 재회에 흥분해있는 우노하나를 보고는 차후에 물어보자며 미뤄뒀다.

 왠만한 설득, 혹은 댓가로는 자신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구더기 소굴에 갇혀있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ㅡ 독방에 갇힐 정도로 꽤나 중하게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이것은 단순한 제 추측입니다만ㅡ 그는 분명히 시해를 사용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용​하​게​?​"​

 이상한 문법이다.

 그렇게 생각한 총대장은 이내 그 말 뜻을 알아챘다.

 ​"​설​마​,​ 자네……."

 조금은 경악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뀐 총대장.

 평소 무표정을 고수해온 총대장이었기에 이 표정변화 만으로도 얼마나 큰 경악이 그를 찾아왔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ㅡ 우노하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타인의 참백도를 해방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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