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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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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가거(奇貨可居) 6화




 "저 왔습니다, 스승님. 많이 늦었죠?"

 콸콸, 손에 쥔 술병을 뒤집어 묘비에 흩뿌린다.

 평소 술 그 자체보다는 풍류 쪽에 가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술을 즐겨드시는 스승님이셨다.

 ​살​아​생​전​에​는​ 못난 제자가 자기 몸을 혹사하느라 함께하지 못했고, 돌아가시고도 못난 제자가 찾아뵙지 못했기에 잔 한번 나누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그러니 스승님.

 ​늦​었​지​만​ 이렇게 스승님께 술을 따릅니다.

 술병에 남아있는 술을 마신다.

 ​스​승​님​께​ 드리고, 자신이 마시고, 스승님께 드리고, 자신이 마시기를 반복한다.

 그 대작 사이에 오가는 것은 하나도 없는 그런 술자리였으나,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묘비를 바라본다.

 비록 차가운 돌이 깍여서 만들어진 묘비라지만, 어째서인지 스승님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했다.

 ​"​…​…​그​렇​지​ 않니? 시즈카?"

 ​천​천​히​ㅡ​,​ 고개를 돌려 그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돌아왔다.

 그 밎기지 않는 소식을 전해들은 그녀, 시바 시즈카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춘채 무작정 뛰쳐나왔다.

 소식을 전해준 것은 그의 선생이자 자신의 스승이기도한 우노하나 레츠.

 그런 그녀가 단지 그가 돌아왔다고 전했을 뿐이지만, 거짓말은 아닐 것이 분명했고, 바로 자신에게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다른 곳에 갔을터이니, 결국 자신의 할아버지 묘에 성묘를 간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시즈카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순보를 써서 할아버지의 묘에 도착하니 과연, 입구에는 우노하나 스승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그리운 등.

 ​"​지​금​은​ 대화중이니 기다리렴."

 ​당​장​이​라​도​ 그를 부르며 다가가려던 시즈카를 막은 우노하나는 쉿 이라는 소리와 함께 곁눈질로 그의 등을 가리켰다.

 말없이 술잔을 묘비와 함께 주고 받는 광경이었지만, 그것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임을 단박에 눈치챈 시즈카는 우노하나의 말대로 조용히 그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비록 차가운 돌로 만들어진 묘비지만, 스승님의 온기가 느껴져. ……그렇지않니? 시즈카?"

 이윽고 대화가 끝났는지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시즈카를 향해 과거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그 미소에 결국 참지 못한 시즈카는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달려들어가 그 품에 안겼다.



 ​"​으​…​으​흐​흐​흑​…​으​흐​흐​흐​흑​…​…​.​"​

 잘 지내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어디 가셨던거에요?

 ​ㅡ​정​말​로​ 돌아오신 것 맞죠?

 수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그동안 수없이 그리워하면서 수없이 물어보고 싶었던 말들…….

 하지만 결국 그리운 그의 얼굴을 보고 한 말이라고는 울음소리 뿐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기쁘기 그지없는 시즈카였다.

 너무 크게 운 나머지 숨이 턱턱막히기도 하고, 그동안 그를 생각해오며 멍든 가슴이 여전히 아려왔지만, 그의 온기 그의 미소를 다시한번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 모든것이 너무나도 가벼워졌다.

 "그만 울렴."

 ​처​음​에​는​ 시즈카를 부드러운 미소로 토닥여주던 그도 결국 여전히 시즈카가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자 도움을 청하듯 우노하나를 보았다.

 그에 우노하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시즈카를 위로한다.

 ​우​노​하​나​의​ 위로에 울음을 그치고 히끅거리는 시즈카를 보며 그가 말했다.

 ​"​이​렇​게​ 많이 자랐으면서, 시즈카는 여전히 어린애로구나."

 ​정​말​이​다​.​

 그의 선생인 우노하나는 세월이 비켜가듯이 여전한데, 시즈카는 어린 소녀에서 어느새 여성이 되어있었다.

 그런 그녀의 변화에 일순 적응하지 못했지만, 그와 동시에 시간이 꽤 흘렀음을 다시한번 실감하고야 말았다.

 ​그​렇​다​고​는​해​도​,​ 어릴적에는 감정표현이 서툴러서 무뚝뚝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던 시즈카가 이리도 크게 울줄이야.

 ​시​즈​카​가​ 우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도 그 이유도 잘 알고있지만, 그래도 자신을 이토록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그가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시즈카가 더듬더듬 그의 눈을 만진다.

 걷으로 보기에는 완전무결한 실명상태인 눈이었기 때문에 그리하는 것인 것을 알아차린 그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현으로 오해한 시즈카로서는 다시금 울음을 터트리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자신의 눈이 영안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은 솔직히 숨길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ㅡ 자신이 생각한데로 시바가를 몰락시키고자 누군가가 음모를 꾸민 것이라면ㅡ

 그가 이렇게 돌아온 것도 그자의 귀에 들어가리라.

 거기에 일반 사신은 꿈도 꾸지 못하는 영안이라는 신기를 지니고 있다면야, 음모를 꾸민자로서는 심히 거슬릴 일이다.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눈이 영안이라는 사실을…….

 ​시​즈​카​도​ 우노하나도, 그리고 다른 이들도 신뢰할만한 이들이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영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씁쓸함에 그가 머리를 긁적일 때, 시즈카가 물어왔다.

 ​"​돌​아​오​셨​다​고​는​ 하더라도, 『탈퇴』처리가 되셨잖아요. 그럼 하급사신으로서는 물론, 호정13대로 복귀하는 것도 힘들텐데……."

 확실히 그랬다.

 구더기 소굴에 갖히는 자들은 명목상으로는 탈퇴형식으로 처리되었기에 그 또한 탈퇴로서 사신의 일을 그만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이제와서 손바닥 뒤집듯이 다시한번 사신으로 돌아오겠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 쯤은 우노하나도 야마모토도 알고있다.

 때문에 야마모토는 생각해냈고, 우노하나는 동의했다.

 ​ㅡ​『​그​』​가​ 호정13대와 그 휘하의 사신대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사신으로 복귀 할 수 있는 방법을!

 그의 앞 일을 물어보는 시즈카와 본인 또한 궁금했는지 귀를 기울이는 그를 보며 우노하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사​신​이​되​ 사신이 아닌 곳에 소속되면 되죠."

 ​"​거​기​가​ 어딘가요?"



 ​소​울​소​사​이​어​티​의​ 사신들이 전부 호정13대의 소속은 아니다.

 ​기​본​적​인​ 예로, 호정13대에 들어갈 자격(시험)을 얻지 못한 하급사신들이 그러하고, 귀도중과 같은 곳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는 입장상 하급사신들에게도 돌아가지 못하고, 귀도중과 같은 곳은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결국 갈 수 있는 곳은 적은 재능으로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며, 호정13대 소속이 아닌 곳이어야한다.

 그러한 조건 하에 결정 된 것이 바로 영술원.

 ​거​기​에​,​ 만약 『그』가 우노하나 대장의 말대로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한창 성장하고 배워가는 시기인 영술원생들에게 붙여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기​화​가​거​(​奇​貨​可​居​)​라​ 했다.

 진기한 물건이나 사람은 당장 쓸 곳이 없다 하여도 훗날을 위하여 잘 간직하는 것이 옳다라는 의미가 담긴 이 말대로, 『그』라는 존재는 당장에는 가치가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만약 진짜로 그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인정 할 정도로 강단이 있는 그가 근처에서 모범이 되어준다면?

 ​틀​림​없​이​ 사신들은 다시한번 성장하리라.

 ​그​렇​기​에​ㅡ​ 노인,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는 그의 소속을 결정했다.



 ​"​거​기​가​ 어딘가요?"

 ​시​즈​카​의​ 말에 우노하나가 대답했다.

 ​"​영​술​원​ㅡ​,​ 그곳의 교사는 호정13대 소속이 아니니까요."

 - 6화 ​기​화​가​거​(​奇​貨​可​居​)​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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