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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외전(外傳) - 단금지교(斷金之交)




 ​아​름​다​운​ 보름달이다.

 쿄라쿠 슌스이는 창에 몸을 기댄채로 술잔을 기울이며 그런 감상을 남겼다.

 창틀에 한손을 걸친채 비스듬한 각도로 몸을 기대며 보름달을 안주삼아 술잔을 들고 마시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정​말​이​다​. ​

 ​우​키​타​케​ 쥬시로는 창에 기대고 있는 슌스이와 탁자 하나를 두고 맞은편에서 마찬가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또한 슌스이와 다를바없는 감상을 남기며, 보름달은 안주삼아 마신다.

 ​쪼​르​르​ㅡ​ 술잔에 담긴 청주가 맑은 소리를 낸다.

 병에 담긴 청주는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몇몇의 간단한 안주와 빈 청주병들 그리고ㅡ 조금도 줄어있지 않은 탁주병과 사발들 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술자리때마다 떠오르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자 탁주를 준비하곤 했으나, 마실 사람은 나타나질 않았다.

 그는 과연 어디있을까?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술은 더욱 쓰게 느껴졌고, 보름달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도 쓸모없어 보이곤 한다.

 그렇게 둘은 다시 묵묵히 술잔을 기울인다.

 ​"​아​름​다​운​ 보름달이다."

 ​"​정​말​이​다​.​"​

 다시금 반복되는 의미없는 대화.

 그것을 습관적으로 내뱉으며 쓴 잔을 마실때였다.

 ​"​훤​하​고​ 둥그런것이 절로 시장끼를 돋구는구나."

 ​자​신​들​의​ 의미없는 회화에 제3자가 끼어든 것은.

 그 목소리와 말의 내용에 슌스이와 쥬시로가 놀랐으나, 이내 동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영​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것이 ​배​고​프​다​기​는​…​…​.​"​

 ​"​하​긴​,​ 그만큼 싸돌아 다녔으니 배고플만 하겠지."

 ​"​이​봐​들​,​ 오랜만의 제회인데 이리도 까칠하게 굴건가?"

 둘의 비난어린 말에 이러면 곤란하지라며 손사래를 치는 남자.

 셋은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농을 자연스럽게 교환하며 서로를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



  ​     노마십가 외전

 ​『​단​금​지​교​(​斷​金​之​交​)​』​



 친우가 사라진지 수년이 흘렀다.

 여화 침입사건의 끝에 남은 것은 사라진 친우와 떠나가거나 남겨진 그의 주변인들.

 5대 귀족 가문중에 하나였던 시바가문은 완전히 몰락해버렸고, 대귀족은 4대귀족으로 호칭이 변경되는가 하면, 성대하게 치뤄진 시바 우에슌 전 대장의 장례식도 결국은 일시적인 위안 효과를 노린 허울좋은 국장이었다.

 ​장​례​식​이​ 성대하게 치뤄지는 댓가인지, 아니면 그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건지 모르지만, 소울소사이어티ㅡ 정확히는 정령정을 지키다가 전원이 장렬하게 산화한 시바가문은 몰락 그 이상의 댓가도 얻지 못했다.

 ​정​령​정​에​서​ 시바 가문의 생존자들에게 준 보상이라는 것은 루콘가 중에서도 치안이 좋은편인 곳을 배정해줬다는 것과 약간의 금전적인 보상 뿐으로, 결국 몰락해버린 시바 가문은 더이상 귀족가문이 아니다. 라는 의미를 내포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자신은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노​하​나​ 대장님 마저도 어찌하지 못한 것을 다만 석관에 지나지 않는 자신이 무엇을 하겠는가?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핑계로 친우의 가족이 그렇게 몰락하는 것을, 자신은 대귀족도ㅡ 그렇다고 영향력이 강한 높은 직위의 사신도 아니라는 핑계를 대고 바라 본 것은 아닌가?

 술이 쓰다.



 친우가 사라진지 수십년이 흘렀다.

 ​루​콘​가​로​ 쫓겨난 시바 가문의 아이들은 의외로 강한 아이들이었다.

 ​정​령​정​에​서​ 보상이라며 준 돈은 분명 큰 돈이었지만, 루콘가에서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결코 큰 돈이 아니었다.

 때문에 시바 시즈카를 주축으로 그 돈을 아껴쓰며 뒷일을 생각해나가자는ㅡ 단순한 어린애들이 아님을 알려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때문에 시즈카와 카이엔은 사신을 택했다.

 때문에 쿠우가쿠는 폭죽장인의 길을 택했다.

 아직 갓난쟁이인 간쥬는 이 결정들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 아이도 자란다면 반드시 형 누나들과 같이 길을 정할 것이다.

 ​우​노​하​나​ 대장님의 밑에서 수련을 하는 시즈카가 결국 영술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카이엔도 몇 년 후 영술원의 입학을 결정했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커가고 있다.

 그러니 친우여, 너도 얼른 돌아와라.

 술맛은 변함없이 썼다.



 친우가 사라진지 수백년이 흘렀다.

 ​시​즈​카​도​ 4석의 자리에 올랐고 자신들도 부대장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다.

 나나 쥬시로의 경우는 이대로 만해를 익히게 되면 대장의 자리에 오를 것이고, 시즈카의 경우는 곧 있으면 3석의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해졌다.

 ​카​이​엔​의​ 경우는 쥬시로와 같은 13번대로 소속되어 아직은 말석이라지만, 석관이 되었고, 쿠우가쿠는 폭죽장인으로서 간쥬와 같이 가게를 차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은 쥬시로와 둘이서만 마시는 행동에 점차 익숙해져감을 깨닫고는 한다.

 세월이 오래 흘렀으니 그의 빈자리가 점차 매워져가는걸까?

 ​그​런​거​라​면​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버리곤 한다.

 나나 쥬시로도 그의 실종에 큰 상심을 했다지만, 그래도 역시 시즈카에 비교할 바는 못되리라.

 그가 실종되고 수백년간 웃음이라고는 정말 간간히 보일 뿐이었던 시즈카를 생각하면ㅡ,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웃는 빈도수가 그나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시즈카를 생각하면ㅡ, 그의 빈자리도 차츰 매워진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에는 그 사실에 공연히 짜증이 솟구치는 나날이다.

 역시 술맛은 썼다.



 그 이후로 또 몇년이 지났다.

 ​"​아​름​다​운​ 보름달이다."

 그저, 습관처럼 감상을 내뱉었다.

 ​"​정​말​이​다​.​"​

 다시금 반복되는 의미없는 대화.

 그것을 습관적으로 내뱉으며 쓴 잔을 마실때였다.

 ​"​훤​하​고​ 둥그런것이 절로 시장끼를 돋구는구나."

 ​의​미​없​는​ 회화에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든 것이.

 그 목소리에 놀라면서도, 나와 쥬시로는 자연스럽게 농을 건냈다.

 ​"​영​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것이 ​배​고​프​다​기​는​…​…​.​"​

 ​"​하​긴​,​ 그만큼 싸돌아 다녔으니 배고플만 하겠지."

 ​"​이​봐​들​,​ 오랜만의 제회인데 이리도 까칠하게 굴건가?"

 우리의 비난어린 말에 이러면 곤란하지라며 손사래를 치는 그.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나긴 세월의 흐름 끝에 돌아온 친우.

 어디에 있었느냐, 무엇을 했느냐 같은 질문도 안떠올랐다.

 다만, 깨달았을 때에는 나도 쥬시로도 그리고 우리의 친우도 서로 얼싸안고 있었다.



 그가 돌아온 뒤로 모든것이 변했다.

 나와 쥬시로에게는 술이 더이상 쓴 것이 아니었다.

 ​시​즈​카​의​ 경우는 완전히 웃음을 되찾아서 지금까지 알던 시즈카와 동일한 인물인지 의심이 갔고, 카이엔의 경우는 동경하던 남자를 만났다는 느낌으로 어울리지 않게 더듬더듬 "마, 만나뵙게되서 영광입니다!" 같은 기합이 잔뜩 들어간 말을 하는 바람에 폭소를 자아냈다.

 ​쿠​우​가​쿠​의​ 경우에는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라는 말과 함께, "오오, 이 남자가 언니의……." 같은 말로 시즈카를 곤란하게 했고, 간쥬의 경우에는 평소의 다소 거친 말투와 행동으로 그를 대했다가 시즈카에게 꿀밤을 맞았다.

 이후 그의 차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영술원의ㅡ, 그것도 진앙영술원의 선생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거​기​라​면​ 우리도 졸업한 모교인데다가, 야마모토 총대장님이 건립(개설)한 영술원이니 분명 질이 높은 환경이리라.

 남을 가르치는 것은 자신이 없는데, 라고 말해오는 친우를 보며 눈빛을 교환한 나와 쥬시로는 그가 실종되어 있는동안 잠시 영술원의 선생을 했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물론, 이것은 그동안 소식한번 없이 ​사​라​졌​던​(​불​가​항​력​이​었​다​지​만​)​ 그에 대한 자그마한 복수차원으로 약간의 왜곡된 지식을 전해주었다.

 뭐, 녀석이라면 어떻게든 해내겠지.

 그런 막연한 생각과 함께 조금은 왜곡된 지식을 전해주는 나와 쥬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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