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師表) 3화
X월 상순
4대귀족 가문 중 천사병장(天賜兵裝)의 수호가문인 시호인 가의 공주, 시호인 요루이치.
그녀는 남성의 말투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탕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기본적으로 참술보다는 백타쪽이 더 유서가 깊은 시호인 가문의 출신 답게도 백타와 보법에 관해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재능을 지녔으나, 그렇다고 귀도나 참술과 같은 다른 재주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모범 중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학생이다.
그녀에 대한 동료 교사들의 평판도 매우 호의적.
물론, 나 또한 그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한가지 곤란한 점이 있다면, 너무 자유분방하다는 점일까?
"오, 선생 사실은 궁금한게 있다."
"선생, 나와 함께 술 한잔 어떤가?"
일단 현세라는 특이한 것을 가르치는 내 과목의 특성상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지만, 이 시호인 가문의 공주는 너무 허물이 없다.
그렇다고 특별대우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 다른 학생이나 교사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천성적으로 그러한 것이겠지.
첫 대면때의 박수건의 은혜도 있는데다가, 귀족ㅡ 그것도 4대 귀족가문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으로 강압적으로 찍어누르지 않는 그 성격이 마음에 들어 시호인 가문의 공주님의 호기심을 기껍게 채워주는 나날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과 같이 있는 것이 자주 목격된 탓인지 처음에는 거북스럽게 생각하던 다른 학생이나 교사들도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무시당하고 조롱당할 것을 각오하고 왔었지만,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의 도움으로 이렇게 일이 풀리고 있다.
그런 은혜를 입고있는 마당에 조금 과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행동에 눈쌀을 찌푸릴 일이 있겠는가?
거기에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도 나름대로 탁주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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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월 하순
참술을 담당하던 동료 교사들이 때마침 자리를 비웠을 때의 일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영술원의 교사라는 입장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또 그 일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상급생들의 현세의 일을 감독하러 가기도 해야했기 때문에 일이 겹쳐서 대부분의 교사가 자리를 비웠다.
나의 경우는 영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투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듯 이렇게 한가롭게 교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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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하순
교사가 되고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최근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문득 몸이 둔해진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러고보면 최근에는 검에 소홀히 했던 것일까?
강해진다는 것에 필사적일 때와는 달리 평화로운 지금, 그렇다고 검에서 소홀히 되다니 헤이해진것 같다.
때문에 최근에는 일이 끝나고나면 생기는 여가시간에 시즈카에게서 돌려받은 천타를 가지고 검을 단련한다.
최근 하고있는 단련은 검을 최대한 느리게 휘둘러보자는 것.
이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단련이라 다 하고나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고는 한다.
그렇지만 매일 똑같은 단련만 하는 것도 좀 그러니 오늘은 한번 마음껏 휘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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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초순
검을 휘두르다보니 문뜩 쥬시로와 슌스이가 해줬던 충고가 떠올랐다.
"영술원의 교사는 '필살기'를 가지고 있어야된다고."
정말로 의심스러운 말이었다지만, 생각해보면 시해도 필살기의 범주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시해를 할 수 없는 나로서는 결국 다른 방식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검을 연마하며 필살기를 생각해본다.
필살기라.
상대를 반드시 죽일만한 기술.
그런 기술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혼자서 고민하면 답이 나오지 않으므로 역시 자세히 알고있을 동료 교사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진지하게 "필살기는 어떻게 해야 만들어집니까?"라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야간 멍한 표정을 짓던 동료 교사들이 이윽고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역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동료 교사들이 알려준 것은 대략 3가지.
1. 기술 이름을 짓는다.
2. 사용 할 때에는 반드시 기술명을 외친다.
3. 필살기는 기본적으로 두개를 만들어야 하며, 하나는 최대한 화려하게 만들고, 또 하나는 최대한 심플하지만 살상능력이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3가지 사항을 알려주던 동료 교사들 뒤에서 숨죽이고 웃음을 참고있는 동료교사들이 신경쓰였지만, 어쩌면 필살기가 하나도 없는 내가 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웃음이나 울음을 터뜨리면 내가 마음이 상할까봐 필사적으로 참아내는 것이겠지.
동료 교사들의 따뜻한 배려를 생각해서라도 빠른 시간내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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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하순
필살기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