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師表) 2화
○월 하순
최근 업무를 익히는데 바쁘다.
얼마전 학생들과의 대면식을 끝낸 뒤로 줄곧 기초업무에 대해서만 익히는 중.
학생들과의 대면식은 예상 외로 상당히 긍정적인 대면이었다.
기본적으로 귀족출신이 대다수 일 것이 분명한데다가, 그쪽에서도 내 영력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대면식에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여러분께 교양과목을 가르치는……."
평범한 인사.
처음에는 영력도 약한이가 자신들의 선생이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학기 중에 선생이 새로 추가된 탓인지는 모르지만 수근거리던 학생들.
그 중 한 학생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이윽고 모두 박수를 쳐주었다.
훗날, 처음 박수를 쳐준 학생의 반을 가르치게 되면서 알게된 것이지만, 박수를 친 학생은 자신을 『시호인 요루이치』라고 소개했다.
과연, 시호인 가문의 사람인가.
4대귀족 가문의 사람, 그것도 본가의 사람이다.
4대귀족(본래는 5대귀족이었으나 시바가문이 몰락했기에) 가문의 후계자라면 위압적이고 남들 위에 설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은 달랐다.
그녀는 건강해보이는 외견과 활동적인 미소에 어울리게도 호탕하며 타인을 배려할줄 아는 훌륭한 학생이었던 것이다.
이후, 복도에서 마주쳤을때 박수를 쳐준 것에 대해서 감사를 전하자 그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거기에, 그대라면 선생님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나의 물음에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내가 쿠우가쿠의 친구이기 때문이지. 그대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다."라고 했다.
과연, 5대귀족이었을 당시에 시바 가문과 시호인 가문이 교류가 있었을테니 그때부터 친구라는 것인가?
하지만, 타인에게 나에 대해서 들었다는 것만으로 나를 선생이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무른 것이 아닐까?
"뭐라고할까? 그래, 분위기다. 그대는 왠지 모든걸 받아들이고 또한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남에게 베풀고 가르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감이란 말이지. 라면서 크게 웃는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
이후, 쥬시로나 슌스이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둘은 납득하며 대답했다.
"확실히, 사라지기 전의 너는 날카로운 칼이라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칼집이라는 느낌이 강해."
"그 시호인의 후계자의 말에 공감한다."
사라지는 동안.
즉, 구더기 소굴에 있던 동안 내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할 무렵 언뜻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사상적으로 변화되어 어떠한 사상이나 현상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게된 내가 얻은 것은 단순한 영력의 량 뿐만이 아닌,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거기에 구더기 소굴에서 꿈을 꾸기 전에는 강해지는 것에 집착했었지만, 이후에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기에 여유를 가지게 된 덕분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복잡해지는 심경이었으나, 그와는 달리 교사로서의 업무는 무척이나 어려운 편이었다.
수업 준비나 수업.
그외에도 일지라던가 행정처리라던가 수속이라던가 바쁜 나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듯 가벼운 마음으로 붓을 놀릴수 있는 것은 학생과도 동료 교사들과도 생각보다 원만한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거, 아무래도 다시한번 이 감사의 마음을 시호인 요루이치 학생에게 전하자.
아마 그녀라면 신경쓰지 말라고 할테지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