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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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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師表) 6화




 ◁월 하순

 "여, 오랜만인데?"

 수업을 마치고 숙소에 가기전 잠시 물건을 사고자 가게를 향하던 와중 우연히 슌스이와 마주쳤다.

 그런 그가 반가워서 ​"​오​랜​만​이​군​.​"​이​라​고​ 대답을 했지만, 이내 그의 주변에 있던 다른 사신들의 기색이 나빠진 것을 깨닫는다.

 ​사​신​이​라​는​ 직위, 그것도 대장이라는 직위는 그 권한과 명예가 상상을 초월하는 자리이다.

 살아 생전으로 비교하자면, 한 지방의 영주들 중에서도 일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대영주라 할 수 있고, 가까운 예로 루콘가 출신자라 할지라도 대장이 된다면 4대귀족이 공대를 한다.

 그런 자리인 것이다. 대장이라는 자리는.

 ​사​신​들​은​ 각자의 직책에 맞게 몸에 표식을 지녔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하급사신의 표식을 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장이라는 표식을 달고있는 슌스이와 그 주변의 다른 석관급의 사신들은 조금 껄끄럽다.

 거기에 예전부터 사람의 중심에 있으며 남들을 배려 할 줄 알고, 덕망이 높았던 슌스이나 쥬시로의 경우는 동경과 존경의 대상일 터이다.

 그런 자신의 우상에게 척봐도 영력이 미약하기 그지없는 남자가 별 꺼리낌 없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하급사신의 모습은 무엇으로 보일까?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

 안부를 물어오며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슌스이의 말이 계속될수록 주변의 기색은 점점 불편하게 변해갔다.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나로서는ㅡ, 그리고 『친구들과 자신의 입장』이라는 것에 고민하고 결론을 지은 나로서는ㅡ.

 사실 그날 사신에게 쫓겨나고 술을 마시며 몇 날, 몇 일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친​구​들​과​ 나의 입장이라는 것에 말이다.

 그리고 결론을 지었다.

 ㅡ둘과 거리를 두기로!

 나와 어울린다면 둘의 격이 떨어지니까… 와 같은 변명 따위 할 생각이 없다.

 그저, 내가 추례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자​격​지​심​.​

 옛날, 셋이서 술을 마시며 나를 기다리기 위해서 입대시험을 보지 않은 둘에게 『낙오』라는 말을 썼다가 얻어맞은 적이 있었다.

 그때, 둘의 진심을 알았기에 나는 더 이상 자기비관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

 ​그​당​시​는​ 셋 모두가 하급사신이었던 때였기에 괜찮았던 것이다.

 비록, 루콘가 출신의 남자와 귀족 출신인 둘의 관계였지만, 그때는 셋 모두가 하급사신이라는 동등한 위치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대장과 일개 하급사신ㅡ 그것도 '낙오'된 하급사신이 허물없이 지내기란 불가능하다.

 ​둘​이​라​면​ 분명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

 아마, 평소처럼 농담을 하고, 평소처럼 음담패설을 내뱉고, 평소처럼 웃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럴수없다.

 둘의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의 한심함에 짖눌려 버리기 일수다.

 계속 관계를 맺었다가는 아마, 사신의 길을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재능이 없어도 노력으로 메운다는 결심이 뿌리채로 뽑혀버릴 것이다.

 한창 떠들고 있는 슌스이의 얼굴을 본다.

 ​어​쩌​면​,​ 이렇게 들떠있는ㅡ 아니 평상시의 얼굴을 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르지.

 그의 얼굴을 지그시 보자 그가 왜? 라고 반문해온다.

 나는 잠시 입밖에 차마 내뱉지 못하던 말을 우물거리다가, 이내 결심하고 말했다.

 ​"​대​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쿄라쿠 대장님."

 단지 내뱉는 것 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온다.

 ​아​연​해​하​는​ 슌스이… 아니, 쿄라쿠 대장님과 주변의 사신들의 기색을 잠시 살핀 나는 이내 "바쁜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나는 정말로 오랜만에 울었다.



 - 아이젠 소스케 -

 ​『​그​』​를​ 알게된 것은 영술원을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사라고 떳떳하게 말할 정도의 영력은 가지고 있었다지만 그는 겨우 갓 태어난 고위귀족아이가 가질 법한 정도의 영력을 가졌을 뿐이다.

 그것이 내가 그를 인식하게된 최초의 이유였다.

 그를 주시하게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단순히 『영력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라는 점과 『영력의 흐름이 조금 독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내가 그를 주시해야할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그는 어딜 보더라도 평균이하가 아닌, 사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일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뿐​이​다​.​

 그 외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는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신임 대장이 된 사람들과 교우 관계였다는 것이다.

 호오, 나는 그 말에 그에 대해서 조금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대​장​들​의​ 친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능력 그 자체에 말이다.

 그에 대해서 조금 조사해보니, 그는 의외로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과 연이 깊었다.

 영력의 특성상 강한 영력을 가진 이들의 주위에 있으면 자신의 영력또한 조금씩이나마 기량이 상승하는데, 그의 조건은 거의 최상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의 영력은 겨우 저정도였다.

 ​한​계​강​도​.​

 그것 외에는 저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겠지.

 재능의 부재다.

 그라는 존재는 한계강도라는 것을 증명하며, 또 한편으로는 명백하게 그 정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실험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손을 써볼까?

 앞으로 있을, 『실험』을 위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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