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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만경창파(萬頃蒼波) 2화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그것을 답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가 이 호수가에 위치한 모옥을 들리게 된 것은 정말로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된 이 호수와 모옥.

 그것에 이끌리듯이 다가간 그녀는 그 안에서 멍하니 호수의 물결을 보고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에 호기심이 생긴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 물음에 고개를 돌린 남자의 눈을 보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앗 소리를 냈다.

 그래, 남자는 맹인이었던 것이다.

 호수를 보고 있다는 것은 그녀만의 착각이었던 것.

 그것이 미안해진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았다.

 어째서 앉았는가?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가는 불명이었다.

 본디, 타인을 자주 경계하던 그녀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

 아마, 아무런 말없이 멍하니 앉아만 있는 이 남자가 편했던 탓일까?

 이 남자라면 어떠한 것이라도 받아들일것 같다는 분위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실​,​ 저는 이곳 루콘가에 오게 되면서 동생을 버렸었어요."

 ​루​콘​가​에​ 왔으나 갓난애인 동생을 데리고 살아갈 자신이 없던 그녀는 어느 한 공터에 자신의 동생을 버렸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살아가면서 몇번이고 그 날의 일이 떠올라 그녀는 매일이 우울했다.

 "그런 저에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지요."

 그렇게 루콘가에서 살던 그녀는 기적을 만났다.

 ​루​콘​가​를​ 습격해온 호로에게 죽기 직전, 그 사람이 나타나 구해줬다.

 남자의 이름은 쿠치키 바쿠야.

 4대 귀족, 쿠치키 가문의 당주라고 했다.

 ​"​그​분​을​ 본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 하지만, 신분격차가 너무 달랐죠."

 그런데 여기서 더욱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실, 그녀의 짝사랑은 짝사랑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쿠치키 바쿠야라는 남자 또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그​렇​게​ 그분과 만나고나서, 몇 년. 얼마전에 청혼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듯한, 멍한 남자가 그리 묻는것 같았다.

 그에 그녀는 드디어 가슴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 너무 행복해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이런 생각이 떠올라요. 『내가 정말로 행복해져도 되는 걸까?』라고요. 동생을 버린 언니인데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처연히 웃어보였다.

 그에 남자는 여전히 아무런 말없이 멍하니 호수를 보고 있었다.

 ​"​후​후​,​ 어째서 처음 만나는 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지 모르겠네요."

 ​"​행​복​하​면​ 안돼?"

 자리를 일어난 그녀에게 남자가 말했다.

 ​"​행​복​하​면​ 안돼?"

 ​"​예​?​"​

 ​"​행​복​하​면​ 안돼?"

 딱히 그녀를 의식해서 그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단지, 『행복』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이다.

 ​행​복​하​세​요​.​

 ​행​복​해​라​.​

 ​행​복​해​야​한​다​.​

 마음이 망가져도.

 자신을 생각해주던 사람들이 남긴 말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남자는 행복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이다.

 ​"​…​…​그​럼​,​ 저는 행복해져도 될까요? 동생을 버린 언니인데?"

 ​"​행​복​하​면​ 안돼?"

 ​"​…​…​…​…​.​"​

 대화는 결국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옥을 나서는 그녀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 졌다.

 이후, 몇 일에 한번 꼴로 그녀가 그를 찾아 왔다.

 오면 행해지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근황에 대해서 떠들면, 남자는 멍하니 있는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 자체에 힘을 얻은 그녀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었다.

 그렇게 보내기를 몇 일.

 그녀는 평소와 달리 더욱 들뜬 모습으로 그를 찾아왔다.

 "저, 비록 동생을 버린 몹쓸 언니지만,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어요. 결혼해서 행복해 질거에요. 그리고 동생을 꼭 찾아서 같이 행복해질거에요."

 ​"​행​복​하​면​ 안돼?"

 ​"​후​후​,​ 당신은 여전히 그 말 뿐이로군요. 아마 앞으로는 이곳에 오지 못할거에요. 쿠치키 가문에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니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러 온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웃었다.

 "잘 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남자가 웅얼거렸다.

 ​"​행​복​해​?​"​

 그 말은 누구에게 묻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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