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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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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창파(萬頃蒼波) 4화




 그 노인은 정말로 불가사의한 인물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가리고 활동해야하는 중앙46실의 특성상, 공식적으로는 서로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론적인 이야기일 뿐으로, 사실 회의를 거치거나 재판을 하다보면 서로가 무슨 가문에 소속되어 있으며, 나아가서는 누구인지까지 대략적이나마 유추 할 수 있다.

 ​여​기​있​는​ 이들은 모두가 소울소사이어티의 현자라 불리울 자격이 있는 이들이었기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만한 행동은 피했지만, 상대 또한 자신과 동급의 자들이기에 결국 알려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은 정말로 의문의 존재였다.

 ​수​백​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중앙46실도 알게모르게 인사변경이 일어난다던가, 숙청 혹은 은퇴를 하곤 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중앙46실의 중심에 있었다.

 그것은 최초의 여화 침입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고,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표면상 중앙46실은 모두 평등한 권한을 가졌지만, 노인의 추종자는 과반수가 넘는다.

 그것은 즉, 노인이 이 기관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소울소사이어티 전역을 살펴서ㅡ 이 노인보다 높은 권력을 지닌 자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노인이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이 행해질 것이고, 노인이 원치 않는 것은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에​ 노인이 행하는 바를 보면 노인의 정체를 짐작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노인은 어떠한 특정 가문에 이익을 실어주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사사로히 권력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있​다​면​,​ 단 한번.

 시바 가문이 멸문했을 때에 어떠한 사신을 사사로히 처벌했던 적 뿐이었다.

 ​그​외​에​는​ 어떠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ㅡ얼마 ​전​까​지​는​. ​

 노인이 사사로히 권력을 쓴 대상인 사신의 처벌이 취소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노인은 다시 움직였다.

 그것은 다른 인원들도 모를 만큼 은밀하고도ㅡ 신속한 움직임.

 몇몇의 중앙46실의 인원이 그 움직임을 대충 눈치챘으나, 노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다만, 유일하게 노인이 사사로히 힘을 쓴 상대가 '시바'가문의 관계자라는 사실 외에는 말이다.

 ​그​렇​기​에​ 중앙46실의 다른 인원은 두려워 한다.

 이 정체모를 노인이 과연 누구인가 말이다.



 푸른 피부를 지닌 남자ㅡ 디에즈 에스파다는 말없이 검을 거두었다.

 ​수​백​년​전​,​ 소울소사이어티의 높은 지위를 지닌 자와의 거래를 통해 침입한 이후, 두번째의 침입이다.

 ​자​신​들​은​ 여화라 불리며 몇번씩이나 정령정을 비롯한 루콘가들을 습격해왔지만, 본인 스스로가 움직인 것은 두번째.

 처음의 습격 때 싸웠던 사신(시바 에이슌)의 강함은 그를 충격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었고, 때문에 디에즈는 습격이 끝나 복귀를 한 이후에 계속 강함만을 추구해왔었기에 이후의 습격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는 다시금 소울소사이어티를 습격해왔다.

 ​ㅡ​자​신​의​ 주군인 『바라간』의 명에 의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해야할 일은 뭐지?"

 ​"​허​허​,​ 다름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여줬으면 한다네."

 ​디​에​즈​는​ 눈 앞의 노인을 보며 눈동자을 깊게 가라앉혔다.

 시바 가문의 멸문이 처음의 거래조건이었던 노인이, 이번에는 암살을 거래로 내새우고 있다.

 ​이​번​에​도​ 그다지 내키지 않는 거래였으나, 주군인 바라간이 원하는 거래였기에 받아들인다.

 ​"​좋​다​,​ 원하는대로 암살을하지. 누구를 죽이기를 원하나?"

 ​디​에​즈​의​ 대답에 노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자​네​가​ 저번 습격때 싸운 시바 에이슌을 기억하는가? 이번에 암살할 대상은 그때 자네에게서 시바가의 생존자들을 지키고자 했던 사신이라네."

 이제는 사신이 아니지만 말이지. 라고 껄껄 웃는 노인의 행동에 디에즈는 여전히 무표정할 뿐이었으나, 이내 그 사신이 누구인지 떠올리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단 몇 합에 지나지 않았으나, 순수하게 검술로 자신을 몰아붙인 사신.

 최후의 최후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았고, 그 의지의 강함에 감복하여 호로화까지 시키려던 인물.

 ​마​지​막​으​로​ㅡ​ 디에즈의 발에 단 일격이나마 상처를 입혔던 사신.

 '그와 다시한번 대결하는 것인가?'

 비록 자신에 비해서 약하다고는 하나, 그 때의 싸움에서 느꼈던 기백이나 느낌을 떠올린 디에즈의 눈동자는 기묘한 빛을 띄었다.



 아이젠 소스케는 한계강도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사신과 호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영혼이 지닌 최대의 한계치를 넘는 것에 대한 흥미.

 ​사​신​으​로​서​의​ 강함에 한계에 이르른 그에게 있어서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단순히 이런 실험들을 자행해온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좀 더 거대한 야망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슬슬 막바지에 다다랐다.

 호로가 사신의 힘을 얻는 것은 에스파다라는 존재를 통해서 확신했으나, 사신이 호로의 힘을 얻는 것은 불명이었다.

 때문에 50년 전, 히라코 신지를 비롯한 대장과 부대장 급의 사신들에게 호로화를 진행시켜 확인했던 것이다.

 이제 앞으로 몇가지의 실험만 하면 된다.

 ​그​렇​기​에​ 아이젠 소스케는 루콘가의 한 지부에 그 호로를 풀었다.

 ​『​하​루​에​ 한번 참백도를 무효화하고, 상대의 영혼에 깊숙히 기생해 그 정신과 육체를 빼았는 힘』을 지닌 호로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젠이 의도를 하던 하지 않았던 간에 매우 공교롭게도ㅡ, 광증에 마음이 부서진 『그』가 살고있는 모옥의 근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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