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블리치] 노마십가(駑馬十駕)


원작 |

노마십가(駑馬十駕) 1화




 ​『​그​』​의​ 영력은 극소하다.

 그 정도를 비유하자면, 막 태어난 상위귀족의 재능있는 자녀의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루콘가의 주민들보다는 많지만, 다른 사신들에 비하면 있는지조차 애매할 지경이다.

 아무리 영력 자체가 무한하다 할지라도, 그 출력은 그 한계 이상이 될 수 없기에 결국 그정도의 영력이 최대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참백도(시해)라는 것은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염​열​계​이​던​,​ 유수계이던, 빙설계이던, 진뢰계이던간에 시해를 하게된 참백도는 그 특성에 맞는 특수한 힘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시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댓가없이 발휘할수 있는 힘이 아닌 것이다.

 시해한 참백도의 특수한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힘에 걸맞는 댓가ㅡ, 즉 영력이 필요하다.

 가령, 총대장이 가지고 있는 ​류​인​약​화​(​流​刃​若​火​)​를​ 『그』가 해방했다 하더라도, 류인약화의 특수한 힘인 불꽃이 과연 총대장 수준으로 나올 것인가?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결국, 영력 자체가 부족한 그에게 있어서 참백도의 해방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이나 불필요한, 아니, 정확히는 오히려 방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그』의 참백도는 그 도신을 드러내지 못했다.

 영력의 크기에 따라 참백도는 그 크기를 키운다.

 ​대​장​급​의​ 영력이라면 검의 크기는 상상초월, 일반 석관급도 집 한채부터 시작해서 일반 칼의 크기까지 간다.

 물론, 개중에는 단도와 같은 짧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누구도 영력이 부족하여 참백도를 『구현화 조차 못하지는』 않는다.

 그래, 『그』의 영력은 너무나도 적어서 참백도의 모습을 구현화조차 할 수 없었다.

 영력을 다 쥐어짜도 반지 크기가 한계일터.

 결국 시해라는 것은 그에게는 의미가 없는 헛수고와 같은 행위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는 해방을 한 것인가?

 이득은 커녕, 오히려 불이익일 뿐인 참백도 해방이라는 행위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토록 많은 적들을ㅡ 그것도, 과거였다면 죽음을 각오하고서도 이길 수 없는 수준의 적들이 이토록 넘쳐흐르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의 시해가 여타의 참백도와는 전혀 노선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지금 시해를 하기 이전에도 『두 번』 시해를 한 적이 있다.

 ​오​른​팔​을​ 잃었던, 지금은 자신의 검 천타의 재료가 된 호로와의 결전때였다.

 ​시​즈​카​가​ 죽을 위기, 거기에 망신창이인 자신의 몸.

 그리고 그순간, 그는 『쨍그랑 하며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순보를 사용해 호로를 꿰뚫었다.

 그것이 그가 시해를 했던 첫번째.

 ​두​번​째​는​ 스승이 돌아가셨을 때였다.

 ​디​에​즈​와​의​ 최초의 결전 때, 그 스스로는 검술과 정신의 일치로 인한 명경지수의 극의라고 여겼던 감각의 증폭.

 그것이 바로 두번째의 시해 였다.

 사실, 시해라는 것은 참백도에게 이름을 듣는 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힘의 행사다.

 ​하​지​만​,​ 그는 참백도의 이름조차 몰랐으며, 그런데도 시해를 해보였다.

 위기의 순간 억지로 사용된 참백도ㅡ 그 결과가 바로 쨍그랑 하고 깨지던 소리.

 그것은 그의 내면에 있던 정신이 참백도의 능력을 감당하지 못하여 생긴 균열이었다.

 그 무리한 사용에 안구가 타버리는 현상이 발생하였으며, 그 균열은 세월이 지나며 그가 수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점점 넓어져, 마침네 마음을 부서지게했다는 결말을 낳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참백도의 힘은 과연 무엇인가?

 ​참​백​도​의​ 능력을 억지로라고는 하지만 사용했던 결과, 그는 순보를 익혔다.

 ​참​백​도​의​ 능력을 억지로라고는 하지만 사용했던 결과, 그는 감각이 증폭되어 잠시나마 디에즈에 육박했다.

 그의 참백도는 여타 참백도와는 달라 매우 적은 영력으로도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며, 사용자의 정신과 뇌에 부담을 주는 류의 능력을 지녔다.

 그래, 그의 참백도가 가진 능력은 바로 『정보습득』이다.

 정보를 습득했기에 순보를 순식간에 익혔다(그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가 우노하나의 검술을 빠른시간에 익히고, 독자적인 검술을 터득하는데에는 이 힘이 영향을 줬다).

 본인은 감각이 증폭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정보를 습득했기에 그러한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우노하나가 총대장에게 주장한 타인의 시해를 앞당긴다는 추측은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잠재력(정보)을 읽어 당기기 때문이다).

 정보를 습득하는 것 자체는 큰 영력이 필요 없으며, 다만 분별없이 습득하기에 보통의 뇌와 정신이라면 순식간에 붕괴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구더기 소굴에서 꾼 꿈은 참백도의 시험이었다.

 샤먼 노파와의 대화를 통해 그는 다각적 시야, 사상의 자유가 깨우쳐졌다.

 그것은 수많은 정보를 습득할 『기반(대지)』이 되었다.

 ​참​백​도​의​ 인격과의 대화를 통해 수많은 정보 중 진실을 찾는 법을 깨우쳤다.

 그것은 습득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물)』이 되었다.

 그 스스로의 의지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나아가는 ​『​의​지​(​대​기​)​』​가​,​ 항상 새겨오던 스승님의 가르침은 멈추지 않는 『희망(빛)』이 되었다.

 ​"​당​신​은​ 노력했기에 이토록 값진 것들을 얻으실 수 있었던 것이에요."

 ​참​백​도​의​ 인격이 말한 그 말은 겉치례가 아니다.

 ​꺾​여​도​,​ 쓰러져도, 무너져도 일어서서 나간 그였기에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결실.

 ​『​원​명​(​源​銘​ : 근원에 새기다)』

 그 참백도는 오로지 그였기에 얻을 수 있었던, 그만의 힘이다.



 시해를 사용한 이후, 마음은 명경지수와 같은 고요함으로 바뀌었다.

 ​끊​임​없​이​ 흘러드는 정보들.

 그 가운데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습득하며 이 공간을 파악한다.

 풀잎이 흔들리는 정보, 적의, 바람의 흐름, 적들의 움직임.

 자신의 힘이 닿는 범위 내의 모든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것은 이 모인 정보에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그에 따른 결론을 내려, 행동하는 것.

 ​참​백​도​가​ 구현화 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나에게 좋은 현상이다.

 ​외​팔​이​인​ 나로서는 참백도가 구현화 된다면 천타를 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들은 강대하다.

 그것은 읽어들이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확신을 한다.

 ㅡ나는 지지 않는다.

 그 단 하나뿐인 진실을 말이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