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십가(駑馬十駕) 6화
ㅡ캉!
디에즈의 검은 『에스쿠도 네가시온(盾反 Escudo.Negacion)』.
그 이름(방어를 부정한다)에 걸맞게 날카로운 절삭력과 단단한 경도를 지닌 검이다.
그외에는 특별한 이능이 없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그 날카로움이나 경도가 이능이라는 빈부분을 매워줄 정도로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한 검에 천타가 부딪힌다면 몸체로 베어질 것이다.
때문에 하야나기는 검이 부딪히기 직전에 힘을 빼고 끌어당겨 충격을 완화시키며 검면을 비스듬이 기울여 남은 충격마저도 흘려버리는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ㅡ캉!
여전하다.
천년이 지났지만 디에즈는 그날 밤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도 그때와 같이 맥없는 소리였다.
이것은 검과 검이 제대로 부딪히지 않고 흘려지고 있다는 소리.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는 실명을 한 탓에 눈동자에 빛은 없었으나, 그 분위기는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실로, 아무런 동요도 없는 고요함.
마치 심연과도 같은 분위기다.
자신의 모든것이 파해쳐지는 듯한 불쾌감.
그러나 상대와 자신의 검의 기교가 제대로 겨뤄지고 있다는 상쾌함.
온몸이 떨린다.
이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바래왔던 싸움이다.
시바 우에슌과의 싸움도 전율을 가져왔으나, 본인 자체가 쇠약해져있는데다 뜻하지 않은 방해(간쥬의 울음)로 인하여 맥빠지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하지만, 이 남자와의 싸움은 달랐다.
겨우 수십합에 지나지 않은 짧은 공방이었으나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술렁이게하는 흥분을 가져왔었다.
이렇게 검을 휘두르면 어떻게 반응할까?
이렇게 검을 찌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저렇게 휘둘러오는 검을 자신은 어떻게 받을까?
저렇게 찔러들어오는 검을 자신은 어떻게 받을까?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열병과도 같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연인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차버린 것과 같은 것.
자신의 호기심을 채울 무언가를 발견한 학자와도 같은 것.
좀 더, 싸우고 싶다.
좀 더, 겨루고 싶다.
ㅡ그리고 그를 죽이고 싶다.
ㅡ캉!
이번에도 검은 힘없는 소리만을 냈다.
쏟아지는 달빛을 가르며 검과 검이 부딪힌다.
대기는 찢어지고, 기색은 갈라진다.
주변을 빙 둘러싼 아란칼들은 그 수준높은 싸움에 눈을 떼지 못한다.
물론, 그것은 그들의 검술이 아름답다던가의 의미가 아닌, 둘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그 싸움의 여파로 몇몇 아란칼이 목숨을 잃은 상태다.
그럼에도 아란칼들은 노린다.
하야나기를, 그의 비호를 받고있는 사신(카이엔)을ㅡ 그리고 디에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