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십가(駑馬十駕) 10화
머리가 터질듯이 지끈거린다.
내장은 그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는지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어지럼증을 더욱 악화시킨다.
『주변의 모든 정보』를 끌어모은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사상적으로 개방되어 있다한들, 의지가 강하다 한들, 영력이 무한하다 한들ㅡ,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그릇 자체의 한계 이상은 버티지 못한다.
아무리 필요한 정보만을 추려낸다 할지라도 무의식중의 정보는 어찌 할 수 없다.
그저 모으기만하고 흘려버리는 필요하지 않은 정보라 할지라도 그 수가 거의 무한에 가깝다면, 그의 정신은 과부하ㅡ 라고 간단하게 말 할 수 있는 상태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시해의 힘을 『일부분 해방』했던 것 만으로도 안구가 타버렸다.
그러한 것을 아무리 그릇을 만들었다지만, 『거의 완전하게』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ㅡ 아ㅡ 하아ㅡ."
숨이 가쁘다.
정보의 파도에 의한 정신적 과부하.
그리고 그 과부하의 대가로 얻은 예측을 실천하기 위해 혹사시키며 움직이는 육체.
영력이 무한이 아니었다면, 정신적인 개변이 없었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디에즈의 상황이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그는 혼란스러워 하고있다.
순보를 응용한 하야나기의 기술에, 수많은 석관들과 바쿠야의 등장에, 그리고 여전히 하야나기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분위기에 말이다.
그와 검을 마주대는 것 만으로도 흥분된다.
그와 검을 마주대면 차분해지고, 흥이 절로 난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노인』의 의뢰에 움직이며, 그의 왕인 『바라간』의 명에 따라서 움직이는 자이다.
천년전, 시바 우에슌과의 싸움에서는 검사로서의 자신을 훨씬 중히 여겼기에 그리고 시바가를 멸문하라는 명이 그의 검사로서의 길과 같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노인의 의뢰로 하야나기 카이쥰을 암살하러 왔으나,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아란칼들을 끌고 올 필요가 없었다.
그래, 그는 노인의 의뢰를 받기 이전에 그의 왕인 『바라간』으로부터 한가지 명을 받았던 것이다.
『소울 소사이어티를 혼란스럽게 하라.』
분명 지금도 소울 소사이어티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석관급의 사신들과 대장이 한명 나와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루콘가 중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장소이다.
이런 곳에서 싸워봐야 혼란은 크지 않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루콘가가 아닌 정령정에서 날뛰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눈 앞의 남자 하야나기 카이쥰을 무시하고 아란칼들을 정비한체로 돌파하면 문제는 없다.
석관들과 대장이 가로막고 있다고 하더라도 방해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디에즈는 그리 할 수 없었다.
티는 나지 않지만, 그의 상대인 하야나기 카이쥰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히 자신의 공격을 예측하듯 움직이며 때때로 자신에게 유효한 공격을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가까스로』이다.
기본적으로 미리 예측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의 속도를 쫓아 올 수 없다.
그러나 그 말은 즉, 하야나기의 움직임은 디에즈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느리다는 이야기였다.
때때로 디에즈에게 유효한 공격을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즉, 그 유효한 공격이 디에즈에게는 장애를 느낄 만한 수준의 공격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했다.
아무리 영력이 무한이라지만, 체력 자체에는 한계가 있다.
영력으로 보충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 이상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전은 오히려 하야나기에게 불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순보를 이용한 기교라던지, 기타 자잘한 공격만을 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무엇때문이란 말인가?
무언가 노림수가 있다?
전투를 육체만이 아닌 기교와 책략으로 행하는 하야나기와 같은 자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살기석이 포함되어있는 검 외에는 공격 유효 수단이 없는 그에게 노림수라는 것이 과연 소용이 있을까?
자신의 공격 자체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노림수가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디에즈는 문득 아란칸들과 사신들의 싸움을 보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각자의 참백도를 뽑아들고 싸움을 벌이는 사신들과 아란칸들ㅡ 그리고 그 중심에서 벗꽃잎과도 같은 검들을 휘두르며 아란칸들을 무참히 베어내는 쿠치키 바쿠야가 있었다.
쿠치키 바쿠야ㅡ 호정 13대의 대장 중 한명.
하야나기의 전술은 기본적으로 시간 끌기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사신들이 이곳을 습격해왔다.
그렇다.
하야나기 카이쥰의 노림수란 바로 원군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승부 문제가 없다.
꺼림직한 기분도 의문이 해소됨과 동시에 말끔히 사라졌다.
자신이 할 일은 하나.
이 남자를 한시라도 빨리 베고 정령정에 쳐들어 간다.
그것이 디에즈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디에즈는 모른다.
애초에 하야나기는 미쳐있다가 방금 제정신으로 돌아온 상태다.
즉, 원군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원군은 애초에 상정해두지 않았다.
이것은 디에즈가 자신의 왕의 명령에 초조해하고 있었던 탓도 있고, 그가 미쳐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지 못했던 탓도 있지만ㅡ 궁극적으로 하야나기가 의도적으로 디에즈에게 그러한 사고를 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순보를 이용한 기교도, 유효타가 자잘했던 것도 모두 노림수가 있어서다.
그것은 디에즈가 생각했던 것 처럼 원군이 올 시간을 번다라는 것이 아닌, 좀 더 그의 의지와 마주하는 노림수.
외팔의 검사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패 임과 동시에 그가 검을 잡은 후부터 줄곧 연마해온 동작.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디에즈가 동작을 크게한다.
그것은 강한 공격을 사용하겠다는 신호.
하야나기의 『자잘하기 짝이 없는 공격』에 큰 상처를 입지 않을거라는 계산과 싸우는 도중 알게모르게 하야나기를 깔보게된 디에즈의 방심이 낳은 가장 커다란 빈틈이었다.
"끝이다!"
하야나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하고 검을 휘두른다.
순보를 이용한 공격은 무차별적이었기에 예측하기란 어려웠으나, 디에즈 정도의 능력이라면 그 파훼법을 알아차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이 검은 분명하게 하야나기의 다음 행로를 베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야나기의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순보란 기본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은 영력의 고하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하지만, 기본은 일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라는 것이 동일하다.
하야나기는 순보를 속도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교란에 중점을 두고 사용했었다.
때문에 『속도』만 따진다면 그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보다 뒤떨어졌음은 자명하다.
그런데다가 예측을 해야지만 간신히 검을 튕겨낼 수 있다는 움직임은 디에즈를 충분히 방심시켰던 것이다.
그렇기에 디에즈는 하야나기의 속도를 멋대로 한정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하야나기가 노린 것이 바로 그 순간!
폭발적인 속도의 증가는 물리력을 상승시킨다.
거기에 방심하고 있던 적은 그것이 기습적인 효과를 주어 일순간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야나기의 노림수이자, 외팔의 검사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패 임과 동시에 그가 검을 잡은 후부터 줄곧 연마해온 동작.
ㅡ찌르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위력적인 그의 비장의 한수가 섬전과도 같이 디에즈의 심장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