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십가(駑馬十駕) 11화
호로들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혼령들에 비해서 재생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그것은 고위 개체가 될 수록 강해지며, 길리안 수준까지 올라가면 그것은 소멸한 신체마저 복구할 정도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그 수준 까지에 해당할 뿐이며, 그 이상의 개체ㅡ 즉, 메노스 그랑데에 이르러, 아란칼이 되는 순간 잃어버리곤 한다.
신체를 초고속으로 재생하는 능력을 버리고 대신 강대한 힘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점에서 이곳에 있는 에스파다인 디에즈를 비롯한 아란칼들은 초고속 재생능력이 없다.
기본적으로 일반 혼백에 비하면 상처의 수복이 빠른편이지만, 초고속재생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부족한 것이다.
ㅡ그리고 그러한 점을 하야나기는 알고 있다.
거기에 아란칼이 되면 생기는 『구멍』의 존재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정보를 습득하는 참백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재생 능력이 없고, 심장부위에 구멍이 나 있는것도 아니다.
거기에 자신에게 전해지는 정보에서는 심장이 약점이라는 것 또한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을 찔러 넣었다.
처음, 디에즈에게서 정보를 가져오던 그 순간부터, 이 한수만을 위해 싸워왔고ㅡ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디에즈가 『단숨에』 죽는 것일까?
아무리 약점인데다가, 심장이라는 중요한 기관이라 할 지라도ㅡ 에스파다의 일원인 디에즈가 즉사를 할 것인가?
심장을 찔리면 일시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고, 때문에 사람들은 심장에 찔리면 반격을 하지 못한다.
간혹 초인적인 의지로 반격을 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심장에 찔리는 순간 힘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디에즈는 에스파다다.
호로들의 정점.
강대한 힘의 상징.
그리고ㅡ 강한 의지의 존재.
"끝이다, 디에즈."
"크……!"
심장을 찔러넣어 도려내듯이 검을 비튼다.
그 거대한 고통에도 디에즈는 강한 의지와 정신력ㅡ 그리고 에스파다라는 신체의 힘을 빌어 손을 들었다.
손에 들린것은 방어마저도 무색하게 한다는 이름을 지닌, 절삭력이 극대화된 그의 검ㅡ 『에스쿠도 네가시온(盾反 Escudo.Negacion)』
단 일격.
단 일합의 휘두름만으로도 눈 앞의 적을 벨 수 있다.
그리고 섬전과도 같이 디에즈의 검이 하야나기의 목을 베어간다.
ㅡ캉!
그러나 들리는 것은 살이 베어지는 소리가 아닌 쇠가 부딪히는 소리.
뻗어져 나온것은 기다란 창.
그 창이 강한 절살력을 가진 디에즈의 검을, 검면을 가격하여 궤도를 비튼 것이다.
창의 이름은 『열화(熱花)』
지금까지 기절하듯 누워서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시바 카이엔』의 시해였다.
◆
스르륵 하고, 잘려나간 머리카락 몇 올이 나풀거리며 떨어진다.
시바 카이엔의 열화에 의해 궤도가 바뀐 디에즈의 검이 스치듯이 머리카락 몇 올만을 자른 것이다.
자신의 머리를 스치듯이 검이 지나갔음에도 하야나기 카이쥰의 얼굴에는 긴장의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강한 확신과도 같은 빛이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디에즈는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대는 도대체 어디까지를 계산하고 움직인 것인가?"
노림수가 찌르기 였음은 심장이 꿰뚫린 순간 눈치챘다.
거기에 단순히 그것이라면 몰라도, 자신이 느끼기에ㅡ 꿰뚫린 심장부터 시작하여 디에즈의 몸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단지, 심장을 찔렸다고 치부하기에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증상.
거기서, 디에즈는 하야나기의 검이 『영자를 분해』한다는 힘을 가졌음을 상기했다.
그래, 그의 검은 영자를 분해한다.
거기에 살기석이 들어가있기에 영력을 차단하는 효능도 지니고 있다.
때문에 하야나기는 심장을 꿰뚫는 다는 행위가 얼마나 치명적인 공격이 되는지 알았고, 그에 찔러 넣었던 것이다.
디에즈는 심장에서부터 몸이 서서히 죽어간다.
영자 분해의 힘이 미미한 관계로 분해를 할 수는 없었지만, 살기석의 도움과 심장이라는 중요기관이라는 점에서 죽음을 가져온 것이다.
또한 하야나기는 알고 있었다.
시바 카이엔이 완전히 기절한 것이 아닌 잠시 기절했던 것이며, 정신을 차린 순간부터 몸의 회복과 일격을 가할 기회를 노리며 기절한척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ㅡ 참백도의 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방어를 신경쓰지 않고 찌르기에 모든 힘을 다 할 수 있었다.
만약, 하야나기가 자신의 몸을 조금이라도 사리려 했다면, 아무리 책략을 썼어도 그의 실력으로 심장을 꿰뚫을 수 없었으리라.
방어마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걸 각오로 했던 도박이기에 비로소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각오의 이면에는 자신이 반격을 당할 시에 카이엔이 막아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하야나기는 디에즈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대답에 디에즈는 "과연……."이라 중얼거리며 말했다.
"좋은… 검이었다……."
스르륵 하고, 디에즈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진다.
쓰러진 디에즈의 시체를 보며 "원수를 갚았습니다, 스승님."이라 중얼거린 하야나기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카이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고맙다, 카이엔."
"헤헤, 형님이 성공할 줄 알았다고."
내밀어진 손을 잡고 카이엔이 몸을 일으키려 한다.
그리고 마주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 그 순간ㅡ
ㅡ푹!
가벼운 소리가 하야나기에게서 들렸다.
소리와 함께 빠져나온 것은 하야나기의 가슴을 등에서부터 꿰뚫고 튀어나곤 검.
누군가가 하야나기의 가슴을 찔렀다.
그것을 멍한 표정의 카이엔이 받아들이기 이전, 검을 타고흐른 피가 카이엔의 뺨에 떨어졌다.
"형님ㅡ!!!!"
카이엔이 절규하며 튕기듯이 몸을 일으켜 힘없이 쓰러지는 하야나기의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그 두눈에 분노를 가득채우며 원흉을 노려본다.
분노에 가득찬 두 눈이 향하는 자.
그 자는ㅡ
"자네는 초면이겠지만 나는 구면이니 이렇게 인사하도록 하지. 오랫만이군 시바 카이엔."
바쿠야와 같이 전투현장으로 온, 중앙46실의 노인이었다.
노인이 말했다.
"내 이름은 『시바 카쿠지』일세."
"『시바』?"
시바라는 성에 카이엔이 중얼거리자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네, 자네와 같은 『시바가의 사람』이었네."
- 10화 노마십가(駑馬十駕)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