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結末) 3화
중앙46실이란 소울소사이어티의 중심 기관이자 유일무이한 권력을 지닌 집단이다.
하지만 비록 그 구성원의 신분이 배일에 가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 이상 기본적인 활동은 하고있다.
그들의 가문에서 가족을 만나고, 지인을 만나고, 잠을 자고, 식사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하다보면,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여화 침입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초의 여화 침입사건에 의해서 중앙46실의 시바가문 관련자들이 모조리 몰살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대두된 쟁점이 바로 『유사시 중앙46실의 일원을 지킬 힘』이었다.
사신들중 일부를 호위로 달고다니는 것도 안된다.
일반적 사신이라면 호위대상이 중앙46실 일원임을 알려주는 것이며, 은밀기동대라 할지라도 그것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안건이 오고갔지만, 결국은 모조리 단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그들은 은밀히 귀도중의 일원을 이용하여 특별한 귀도술을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귀도도 박도도 아닌, 순수하게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술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은 매우 효율적이게 적은 영력만으로도 강력한 방어막과도 같은 것이 생기게 하는 것으로, 이 술법이 알려질 경우 다른이들이 그것을 연구하여 파훼법을 알아낼 수도 있기에, 중앙46실은 이 방호법이 완성된 날 개발자들을 모두 구더기 소굴에 구금시켰다.
일반적으로 중앙46실이 지니고 다니는 신분패와 같은 것에 술법을 새겨, 적은 영력으로도 발동이 가능하게 한 이 술법은, 다른 여타의 귀도나 박도술과도 마찬가지로 시전자의 영력이 강할수록 더욱 강력한 보호막을 띈다.
그리고, 중앙46실의 일원은 대부분이 고위 귀족의 혈통이에게 영력이 높아, 그 방어막은 충분한 위력을 방어한다.
평균적으로 석관급 사신(부대장 이하)이 자신의 영력의 삼분지 이를 모조리 쏟아부어야만 방호막을 깰 수 있을 정도로, 시전자마다 개인차가 있기에 어떤이의 경우는 부대장급의 공격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부대장인 시바 카이엔의 공격이 무언가에 부딪힌듯 막혔던 것이다.
만약, 그의 상태가 정상적이었다면, 그 방호를 뚫고 공격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의 시바 카이엔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만큼 약하진 않다.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카쿠지의 검을 뒹굴듯이 굴려서 피한 카이엔은 그대로 다시한번 자신의 열화를 찔러 넣었다.
ㅡ캉!
다시한번 방호벽과 열화가 부딪혀 불꽃이 튄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시바 카이엔은 그 체력이 다할 것이고, 결국에는 카쿠지의 검에 찔릴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 하야나기는 초조해 했다.
디에즈를 쓰러트렸다는 생각에 카이엔을 일으키며 시해를 해제한 것이 패인이었다.
조금만 더 유지했다면 뇌가 타들어갔을지도 모르기에 이제 전투가 끝났다고 여기고 시해를 해제하는 바람에 등 뒤의 검을 인식하지 못하고 찔렸던 것이다.
지금도 나무 뒤에 몸을 기대며 점점 흐려져가는 시야로 처절하게 싸우고있는 시바 카이엔을 보며, 하야나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저 보호막과도 같은 것이 영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검ㅡ 천타면 꿰뚫을 수 있을 것이다.
천타는 그 재료의 특성상, 영력을 찢는데 유효하며, 그 정도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에스파다의 영압과 이에로(강철피부)마저도 베어버릴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검을 휘두를 힘이 없다.
자신은 기껏해야 왼팔을 한번 움직일 정도의 힘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두가지다.
하나는 시바 카쿠지를 이쪽으로 끌어들여서 자신이 직접 천타로 찌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바 카이엔에게 천타를 넘겨서 그에게 찌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몸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사신들과 아란칼들은 싸움을 하고 있다.
즉, 주변에는 목격자가 있다는 이야기.
그런 상태에서 노인ㅡ 중앙46실의 일원을 죽인다면?
어떠한 이유에서건 중앙46실의 일원을 죽인다는 것은 큰 죄인 것이다.
자신이 천타를 건네서 시바 카이엔이 그를 죽인다면, 분명 『시바가』는 멸망할 것이다.
아마 카이엔 뿐만이 아닌 쿠우가쿠나 간쥬마저도 연루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현세로 치면 반역죄와 같은 것이니까.
아마도 저 시바 카쿠지란 노인은 그마저도 계산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자신이 직접 나서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겠지.
노인을 죽이던 죽임을 당하던 시바가는 멸망한다.
그렇다면 결국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진다.
그것이 바로 『하야나기 카이쥰』이 죽인다ㅡ 라는 선택지다.
ㅡ그리고 자신은 그리할 각오가 되어있다.
자신의 손으로 시바 카쿠지를 죽인다면, 자신도 무사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노하나 선생님을 비록한 다른 이들이 여러가지 도움을 준다면 적어도 시바가의 생존자들은 그 여파에서 피해 갈 수 있으리라.
그러나, 자신은 천타를 휘두를 힘이 없다.
어떻게해야하는가?
방법이 없는가?
그렇게 수많은 자문자답을 하던 그는 자신의 가슴에 비죽히 나와있는 검을 원망스레 보았고, 『그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의 소중한 동생과도 같았던 소녀가 준 것.
『……부적이에요.』
ㅡ그것은 자그마한 쇠붙이로 만들어진 목걸이.
시해ㅡ 원명을 통해서 정보를 습득했던 그는 이 쇠붙이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스승님께서 천타를 만들때 조금 남았던 『재료』.
즉, 살기석과 영자분해의 힘이 담겨있는 조각.
'그래, 이것은 정말로 부적이구나.'
부적이라며 자신에게준 이 목걸이에 하야나기는 자신이 죽인 그의 동생과도 같았던 소녀를 떠올리며 울었다.
그래 이것은 부적.
그를 지켜주고, 행복하기를 빌었던 소녀의 마음.
'이 부적, 고맙게 쓸게.'
조금 남아있는 힘을 최대한 끌어모아 팔을 들어 목걸이를 잡아 뜯는다.
흐릿해져가는 시야.
위기에 처한 카이엔.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ㅡ 『천타와 같은 효과를 지닌 쇠붙이』.
할 일은 하나다.
이 부적을 사용해, 소녀ㅡ 시바 시즈카의 가족을 구한다.
부들부들 떨리며 내려가려는 팔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영력을 손끝에 가득 담아 시바 카쿠지를 겨눈다.
ㅡ딱!
강력한 타격음과 함께 튕겨진 손가락으로부터 쇠붙이가 섬광과도 같이 바람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그 자그마한 암기는 그대로 노인의 방어막을 꿰뚫고 그대로 머리에 박혀든다.
"네 놈ㅡ!"
경악이 어려있는 짧은 노호성.
그러나 그것이 미처 다 내뱉어지기도 전에 머리를 꿰뚫린 노인의 몸이 힘없이 쓰러진다.
지금까지 이룬 일들과 계획들에 비하여 허무하게 쓰러지는 시바 카쿠지.
그리고 그 모습에 권력이라는 것이ㅡ 복수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라 생각한 하야나기는 자신을 부르는 카이엔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정신을 잃었다.
◆
그날의 싸움은 격렬했다.
오죽하면 대장이었던 바쿠야 마저도 몸 이곳저곳에 자잘한 상처가 났을까.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쳐들어왔던 여화들을 모두 처리하고 바쿠야들이 목격한 것은 차디찬 시체로 변한 중앙46실의 일원ㅡ 시바 카쿠지였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살인용의자는 하야나기 카이쥰.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직함도 없는 평범한 루콘가의 주민이었다.
ㅡ일개 루콘가의 주민이 중앙46실의 일원을 죽였다.
이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가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비록, 그당시 곁에 있던 시바 카이엔의 증언이나, 우노하나를 비롯한 몇몇 대장 부대장들이 그를 변호했으나, 그것이 통할리 없었다.
중요한 것은 유일무이한 존재들인 중앙46실의 일원이 죽었다는 것이며, 그 원흉이 일개 루콘가 주민이라는 사실이었으니까.
"이유야 어찌되었던 그는 중앙46실의 위엄에 손상을 입혔습니다."
"시바 카이엔의 증언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지. 아니, 그(시바 카쿠지)의 행적을 보자면 확실히 일리있는 증언이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네."
"몇몇 대장들은 시바 카이엔의 증언이 맞다는 가정하에 하야나기 카이쥰의 행동이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중요한 것은 둘의 신분차이일세."
일개 루콘자의 주민.
중앙46실의 일원.
이 둘의 차이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매꿔질 수 없는 차이였다.
그리고 때문에 중앙46실은 하나의 판결을 내렸다.
"피고, 하야나기 카이쥰은 중앙46실의 일원을 죽인 죄에 입각하여,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
ㅡ피고, 하야나기 카이쥰. 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