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結末) 2화
『시바 카쿠지』는 정말로 사신으로서 재능이 없는 남자였다.
사신의 기본적 재능인 참, 권, 주, 귀 어느것도 보통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가진 재능이라고는 『시바』라는 대귀족의 피를 이은 탓에 가질 수 있었던 높은 영력의 소양 뿐이었다.
하나의 사회인 소울 소사이어티었기에 사신외에도 길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사신이라는 직책은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길이었다.
그런 길에 오를 수 없었던 『시바 카쿠지』는 다른 길을 택 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일까, 『시바 카쿠지』는 『시바 에이슌』이라는 존재를 존경을 넘어서 경쟁자로 여겼다.
같은 방계라고는 하지만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하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시바 에이슌』이라는 존재는 존경받을만한 자였던 것이다.
그런 그를 존경함과 동시에 경쟁자(라이벌)로 여기며 그와 같은 수준으로 오르기를 바랬다.
그러나 『시바 에이슌』과는 달리 재능이 없었던 『시바 카쿠지』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육체적인 능력의 향상은 보통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지식적인 측면을 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학자로서의 길이 었다.
수많은 것을 고찰하고 연구하고 탐구하는 학자로서의 길을 걷던 『시바 카쿠지』는 그쪽에는 재능이 었었는지 금세 높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신이라는 직책에 비하면 학자라는 것은 무시되기 일수 였기에 전반적으로는 별로 높은 명성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바 카쿠지』는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의 라이벌인 『시바 우에슌』은 사신이라는 자리의 정점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학자라는 자리의 정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것은 방계출신의 존재가 둘씩이나 우월하다고 증명하는 일이 었으며, 그것 이상으로 『시바 우에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시바 카쿠지』에게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ㅡ 파국이 찾아왔다.
◆
"방계의 힘이 너무 커졌소. 이대로라면 직계의 위엄이 살지 않을터."
"대책이 필요합니다."
만인의 존경과 동경을 받는 총대장에 가장 근접한자가 시바가문에서 나왔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방계 출신이며, 그에 비하여 직계의 자손들은 무척이나 초라하다.
그것에 위기감을 느낀 직계들은 한가지 결정을 내렸다.
ㅡ『시바 우에슌』을 몰락시키기로!
『시바 우에슌』이라는 이름이 시바가문에 준 이득은 적지 않다.
거기에 『시바 우에슌』이 몰락할 경우 시바 가문은 잃는 것이 많다.
하지만, 그 잃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문』이라는 것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방계 한명과 약간의 피해』따위는 『직계가 이끌어가는 가문』이라는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별 꺼리낌 없이 결의 했다.
ㅡ그리고 음모를 꾸몄다.
◆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학자로서의 호기심을 채워가던 『시바 카쿠지』는 한가지 소식을 들었다.
『시바 우에슌』이 은퇴를 했다!
그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한 『시바 카쿠지 』는 은퇴의 이유를 알아챘다.
영력의 생성기관인 『백수』부분이 다소 파손되었다고 한다.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기에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으나 참백도의 해방 같은 격한 행동은 할 수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백수』가 망가진 이유가 참 가관이었다.
세간에는 그 만해의 특성과 호로들과의 전투에 의한 상처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그것은 정말로 개소리였다.
『시바 우에슌』의 만해는 뇌화(雷化).
비록 완전한 뇌화가 아니었기에 물리력이 행사 가능하며, 타격이 입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최소 석관에 이르르는 자가 자신의 영력을 대부분 때려박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로 중에 그러한 힘을 가진자가 있단 말인가?
있더라 하더라도 과연 그 『시바 우에슌』이 당할까?
모든 것이 석연치 않았다.
때문에 『시바 카쿠지』는 좀 더 조사를 진행했으며, 결국 한가지 진실에 도달했다.
『시바 우에슌』같은 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물건이 있었다.
◆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저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검의 재료일세."
가슴을 꿰뚫는 검을 함부로 뽑았다가는 과다출혈을 일으킨다.
때문에 검을 뽑는 것보다는 근처의 나무에 몸을 기대게하는 것을 선택한 카이엔이 응급처치를 하자 『시바 카쿠지』가 말했다.
"살기석. 그 물질이라면 『시바 우에슌』의 백수를 꿰뚫는 것이 가능했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과연 어떻게 살기석이 『시바 우에슌』의 가슴을 꿰뚫을 수 있었던 것일까?
만약 흉수가 있었다면, 왜 우에슌은 조용히 은퇴를 결심했던 것인가?
그 외의 수많은 의문점이 차곡차곡 쌓였고, 카쿠지가 조사를 진행 할 수록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결론에 이르렀다.
ㅡ시바 우에슌의 백수를 파손한 자들은 시바가의 직계들이다!
실로 시시한 결론이었다.
가문의 위엄이라고 쓰고, 자신들의 입지라고 읽을 수 있는 것을 지키고자 직계의 자들이 음모를 써서 시바 우에슌의 백수를 파괴하고 은퇴를 시킨 것이다.
그것을 알아낸 시바 카쿠지에게는 한가지 거대한 감정이 들끓었다.
거대한 분노.
직계의 자들은 이리도 방계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단 말인가?
겨우 그딴 이유로 자신의 라이벌인 우에슌을 몰락하게 한 것인가?
거기에 은퇴한 이후, 정령정 내부도 아닌 루콘가의 한 구석에 대장간 하나를 덩그러니 지어주고는 거기에 살게했(귀향보냈)다.
그 이후로 『시바 카쿠지』라는 남자는 복수만을 위해서 살았다.
학자로서의 자신이라는 가면을 쓰고, 탐욕스럽게 권력과 힘에 집착했다.
그리고 그 끝에 중앙46실에 소속되었으며, 이러저러한 공작과 음모를 사용해 그 정점에 선 것이다.
그리고 했다.
복수를!
시바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복수를!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생존자인 시바 카이엔과 쿠우가쿠, 그리고 간쥬를 죽이면 되는 것이다.
"…………."
『시바 카쿠지』의 입에서 나온 진실에 『시바 카이엔』이 침묵한다.
그의 머리는 혼란으로 가득찬다.
자신의 친척들이 행한 죄.
그것은 자신이 누님으로 인정하고 따랐던 시바 시즈카의 할아버지이자 하야나기 형님의 스승인 시바 우에슌에 대한 죄.
그리고 자신의 가문을 멸한 자가 자신의 혈족이었다는 사실과 그자가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아직도 노리고 있다는 사실.
그외의 수많은 혼란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렇게 시바 카이엔이 입을 다물고있자, 나무에 몸을 기댄채 숨을 몰아쉬던 하야나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개소리로군. 네 말대로라면 너는 시바가의 직계들만을 죽여야했다. 하지만, 너는 스승님과 시즈카를 비롯한 방계들의 목숨도 빼앗았지. 네가 단순히 복수만을 노렸다기에는 여러가지 앞뒤가 맞질 않는군."
하야나기의 지적에 카이엔이 정신을 차리고 카쿠지를 노려봤다.
확실히, 노인의 동기가 그러한 것이라면 지금의 행위와 결과는 이상하다.
시바의 직계만이 아닌 방계들마저도 몰살시켜버리다니, 단지 복수를 하는 와중의 불행한 사고 때문이다?
중앙46실에 들어가려던 자가 할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이상하다.
그러한 하야나기의 지적에 카쿠지는 어쩔수 없다며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렇다네, 복수는 대의명분일 뿐일세. 분명 처음의 동기는 그것이었으나, 음모를 꾸미고 실행하는 동안 수백년이 흐르는 덕분에 그 감정이 많이 퇴색되어버렸지."
"……그렇다면?"
"자네는 모르겠지만, 중앙46실의 일원 중에는 방계 출신의 자들이 꽤 되네. 그런 자들의 불만이란 언제나 같은 법이지."
"……자신의 편을 만들기 위한 대의명분이었다는 것이군."
하야나기의 말에 "정확하다네."라면서 크게 웃어보인 카쿠지가 말을 이었다.
"당시에 나는 이제 막 중앙46실의 일원이 된 자에 지나지 않았네. 실행을 하기에는 입지가 너무도 좁았지. 하지만 나의 동기나 생각, 계획을 안 방계출신의 자들이 조금씩 나의 편이 되어주면서 나는 수많은 것을 실행 할 수 있었네."
하급 사신이 통행증을 가지게 한다던가, 시바 가문이 정신적으로 몰리게 만든다던가의 수많은 공작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진행함과 동시에 그는 조금씩 음모의 범위를 넓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중앙46실 내의 일원들이나ㅡ 심지어 자신을 지지하는 자들마저 제거했다.
그리고 그것이 절정에 이르러, 시바 가문의 멸문의 날ㅡ 마침내 시바 카쿠지는 모든 적을 제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었다.
그래ㅡ 권력이다!
"결국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것이란 말인가……."
처음 동기는 분명 복수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카쿠지는 결국 복수라는 감정을 하나의 도구로 이용해 권력을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ㅡ
"비록 도구로 전락했다지만, 복수심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세."
시바 카쿠지는 시바 가문의 전원이 모두 죽기를 여전히 바랬다.
때문에 왔다.
시바 카이엔과 쿠우가쿠, 그리고 간쥬를 죽이며ㅡ 동시에 자신의 앞으로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 시바 카이엔과 하야나기 카이쥰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 죽어주게나."
"그렇게는 못해주지!"
노인이 검을 뽑아 찌르려할때, 시바 카이엔이 움직였다.
몸이 완전히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사신으로서의 힘이 없는 노인네 한명정도는 죽일 수 있다!
그렇게 계산하고 자신의 참백도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ㅡ
ㅡ깡!
그 참백도는 허무하게 무언가에 부딪힌것처럼 힘없이 튕겨나갔고, 노인의 검은 그대로 카이엔의 가슴을 찔러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