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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Murcielago(黑翼大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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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黑) 5화




 영력의 가용용량이 압도적이다.

 이전,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남자를 언제나 절망으로 빠트렸던 그 절망적인 이야기는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남자가 남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다는 것에서 기인했다.

 때문에 그는 영력 외의 수단을 이용해서 승리를 꾀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궁리 끝에 나온 해답은 참술ㅡ 즉, 천타를 이용한 검술에 있었다.

 ​순​수​하​게​ 영력을 필요로하는 귀도술을 제외한 백타와 참술, 그리고 주법의 단련은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남자의 수준을 『어느정도 수준까지』올리는 것을 가능케 했으나, 그것은 말 그대로 어느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육​체​(​영​혼​상​태​라​지​만​,​ 기본바탕은 인간의 육체)는 아무리 단련을 하더라도 근력이나 순발력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

 혼의 강도, 한계강도라는 것도 존재하지만, 이것은 그 이전의 문제로 인간의 근육여건상 그리고 골격의 조건상 그 한계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육체를 단련한다 할지라도, 인간이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할 경우, 신체는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것이다.

 그런 한계를 깨트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영력이다.

 신체의 강화부터 외향적인 힘의 표출까지 모두 가능케하는 이 만능적인 힘은, 인간의 육체로 음속의 벽을 돌파가 가능하게도 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기적이라 부를 만한 이적을 행할 수 있게 했다.

 단적인 예로, 대장급 사신들의 순보의 경우는 일시적이나마 음속을 돌파한다.

 그로 인한 소닉붐 등의 물리적인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영력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영혼 상태이기 때문인가는 불명이지만, 하야나기 카이쥰의 스승인 시바 우에슌의 경우는 뇌속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영력의 부족은 얼마나 큰 차이인가.

 ​음​속​으​로​ 움직이는 적, 그리고 그 속도를 간신히 따라가는게 고작인 자신.

 만약, 그의 눈이 영력 자체를 보는 영안이 아니었다면, 그는 다른 고위급 사신이나 호로들의 움직임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가 눈을 잃고 영안을 얻었기에 그들과 싸울 수 있었다는 것이 일종의 아이러니였지만, 시력에 사용할 영력 부분이 없어진 덕분에 그는 자신의 영력을 순수하게 육체에 모두 쏟아 부을 수 있었으며, 이는 공격을 담당하는 천타의 속성에 의해 공격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즉, 그는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결과 강대한 자신의 적들을 시인하고 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르키오라 쉬퍼의 원전인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우르키오라 쉬퍼는 어떠한가.

 앞의 하야나기 카이쥰처럼 그 또한 영력의 가용용량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여기서 말한 영력의 압도적인 가용용량의 경우가, 앞의 하야나기 카이쥰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야​나​기​ 카이쥰의 경우는 영력의 양이 너무 적었기에 문제가 있었지만, 우르키오라 쉬퍼의 경우는 영력의 양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생겼다.

 그의 원전인 하야나기 카이쥰이 그토록 원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이루어지고 나니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먼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바라간에게도 지적당했다시피 우르키오라 쉬퍼는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전투에 관한 감각과 원전인 하야나기 카이쥰의 지식을 토대로 전투를 구사한다지만, 그 토대가 되는 것이 하야나기 카이쥰의 지식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신​체​구​조​가​ 인간이었던 데다가, 영력 자체도 너무 적었던 하야나기 카이쥰.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신체구조 자체가 인간을 능가하는 호로이며, 영력 자체도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많은 우르키오라 쉬퍼.

 이 간단한 비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둘은 너무도 다르다.

 ​하​야​나​기​ 카이쥰의 지식으로 습득한 것을 토대로 싸운다면, 우르키오라 쉬퍼에게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움​직​임​의​ 전제 조건부터, 가용영력의 양, 전투 방식, 사고, 논리.

 그 어느것도 우르키오라 쉬퍼와 하야나기 카이쥰은 다르다.

 ​그​렇​기​에​ 움직임에는 어색함이 묻어나왔으며, 그것을 단숨에 간파한 바라간은 그를 애송이로 치부한 것이다.

 이것이 우르키오라가 바라간에게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까앙!

 ​우​르​키​오​라​의​ 손과 바라간의 아로간테가 부딪힌다.

 소리는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순​식​간​에​ 노화되어가는 자신의 팔을 다시 잘라내 재생한 우르키오라는 손이 아닌 다른 수단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순간, 우르키오라 쉬퍼는 생각했다.

 ​'​어​째​서​,​ 자신도 아란칼인데 레스렉시온(검)이 없는 것인가.'

 ​아​란​칼​화​ 한다면, 자연히 생기는 호로의 힘의 결정체 레스렉시온이 우르키오라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하야나기 카이쥰의 지식을 토대로 움직였으며, 감정 자체가 죽어버린 우르키오라였기에 느끼지 못했던 의문이지만, 도구의 필요성을 느낀 순간 인식해버린다.

 ​아​란​칼​인​데​도​ 레스렉시온이 없다.

 ​하​지​만​,​ 사실 그럴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ㅡ​

 "너는 완전한 아란칼이 된게 아니니까."

 ​들​려​오​는​ 목소리에 우르키오라가 드물게도 동요를 한다.

 세계는 어느새 일변해 조금 빛을 바랜 들판으로 변했으며, 그 들판의 한 가운데 버드나무가 아름드리 잎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의 그늘 아래, 『그』가 있었다.

 기본 바탕은 분명히 우르키오라와 비슷한 외형이었다.

 ​하​지​만​,​ 우르키오라와는 달리 전신에는 흉측한 상처가 새겨져 있었고, 그나마 덜한 얼굴마저도 자잘하게나마 흉터가 남아있어, 미청년이라고 해도 좋을 바탕임에도 불구하고 흉측해보이는 외모였다.

 복장은 너덜너덜해진 마의를 입고 있었는데, 오른팔은 애초부터 없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없어진건지 오른소매가 텅 빈채 펄럭이는 외팔이었다.

 두눈은 뜨고 있었지만, 초점이 없고 대신 이상한 광채의 눈 빛을 간혹 비출 뿐으로, 머리는 봉두난발로 정돈되지 않은채 엉켜있었다.

 만약 보통의 사람이 그 모습을 봤으면 미치광이 혹은 거지나 낭인을 연상시켰을테지만, 그는 그러한 흉측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차분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를 품고 우르키오라를 보고 있었다.

 그에 우르키오라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에게 다가가자, 우르키오라를 물끄러미 보던 남자가 말했다.

 ​"​처​음​뵙​겠​습​니​다​,​ 라고 해야할까. 우르키오라 쉬퍼."

 ​"​너​는​…​ 누구지……?"

 ​우​르​키​오​라​의​ 질문에 남자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 이것저것 정체가 다양하긴 하지만, 네게 확실히 기억 시킬수 있는 정체는 한가지로군. 나는 너의 레스렉시온이다."

 ​"​그​런​가​,​ 레스렉시온의 인격인가. 그렇다면, 말해라. 너의 이름을."

 자신의 레스렉시온의 인격에게 우르키오라가 묻는다.

 사실 아란칼들의 레스렉시온에는 인격이 존재하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우르키오라의 레스렉시온은 분명 이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야나기 카이쥰의 지식이 토대로 있는 우르키오라는 그 이상함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바​라​간​과​의​ 전투에 필요한 것은 그의 손 대신이 되어줄 검.

 그런 의미에서 레스렉시온은 매우 매력적으로, 그 이름을 알 수 있다면 참백도의 시해처럼(하야나기 카이쥰의 지식이 토대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 아란칼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우르키오라의 물음에 레스렉시온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나의 이름은, 하야나기다."

 그 대답과 동시에 무언가를 이야기하듯 그의 머리 위에 입을 드리우고 있던 버드나무가 가지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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