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外傳) - 트레스 에스파다(Tia Harribel)
웨코문드에는 최근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었다.
본디, 호로들의 왕이라 스스로를 칭하던 『대제(大帝) 바라간 루이젠번』은 그들의 궁전 라스 노체스에서 그 세력을 키우며 웨코문드의 정점에 서있었다.
그러나 십수년전, 한 호로가 나타나 그런 그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그 호로의 이름은 『우르키오라 쉬퍼』.
이것은 그 전쟁의 한중간에 있었던 이야기다.
◆
흑익대마 외전
『트레스 에스파다(Tia Harribel)』
◆
티아 할리벨(Tia Harribel)은 최근 자신의 상태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근 십수년간 자신의 이러한 이상상태가 점차 심각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이상 상태의 현상은 다음과 같다.
괜히 가슴이 답답해지고 먹먹해진다.
간혹 우울하기도 하고, 반대로 기쁘기도 하다.
시도때도 없이 무언가가 연상되며, 그립다는 감정마저 가진다.
심할 경우 얼굴에 열이오르며, 정신이 멍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어떠한 현상인가, 그녀는 알지 못한다.
몇년 전, 마침내 우르키오라의 권유에 못이겨 아란칼화 된 그녀는 다행히도 염원하던 인간 여성의 외형을 손에 넣었다.
얼굴과 상체의 일부에 호로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일단 외형상으로는 인간 여성과 다를바가 없었으며, 호로의 흔적인 가면등은 옷으로도 충분히 가릴 수 있었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녀의 죽음의 상징은 희생.
때문에 여성이라는 존재는 그녀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지금의 모습에는 매우 흡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성의 몸이 된 이후부터 아까의 이상현상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었다.
단지 특정 상황에 빠지면 피가 빨리 흐른다는 것 뿐.
두근거리는 심장등도 그렇지만 간혹 멍해지는 경향도 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시간이 갈 수록 이상해져갔다.
앞서 말한 상태들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그것은 심지어 전투의 한중간에서도 일어나곤 했다.
그리고 얼마전, 그녀는 마침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한 이상상황에 빠졌었다.
바라간의 아란칼들로 이루어진 별동대가 기습을 감행해왔으나 그것을 단신으로 쳐부순것은 티아 할리벨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만큼 강해졌다는 사실에 들떴으나, 특유의 성격에 맞추어 단지 자신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생각만을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그가 말했다.
"잘했다, 할리벨."
별거 아닌 말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수하에게 하는 의례적인 칭찬.
그런데도 그녀는 그 칭찬에 일순 기분이 붕떠오름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자신이 이상반응을 하는 경우는 언제나 『우르키오라 쉬퍼』가 관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의 이러한 상태이상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르키오라가 자신에게 과거를 보여주었던 그때부터였다.
인간 시절의 그의 삶은 그녀에게 큰 감명을 주었지만, 호로였던 그녀로서는 단지 그 강인한 정신에만 경의를 가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인간 여성의 모습이 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가슴이 심하게 뛰고, 피가 빠르게 흐른다.
그 한마디 한마디에 희비가 교차하고, 그리움도 가진다.
가끔 그를 생각하며 멍해지기도 하고, 소유욕 같은 것도 느낀다.
이것이 무슨 감정인지 그녀는 모른다.
인간이던 시절의 기억은 그녀로선 전혀 없었고, 오히려 우르키오라 같은 경우가 특이 케이스였기에 그녀는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그녀는 그의 수하였고ㅡ 때문에 이 전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좀 더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 그녀였으나, 그것은 단지 강대한 힘을 가진 자신의 왕이 내리는 포상 같은거라 생각하는 점에서 그녀다운 결론이었다.
◆
시간은 흘러 전쟁이 점차 가속화 되었다.
상대측도 아군측도 사상자가 점점 많아지고, 웨코문드는 이제 풀 한포기마저 보기 힘들정도로 완전하게 황폐해졌다.
그렇게 최후의 전투가 시작됐다.
서로의 레스렉시온(歸刃, Resreccion)을 해방하여 최선을 다해 싸운다.
바라간의 노화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죽여갔으며, 그것에 대항 할 수 있는 자는 오로지 우르키오라 뿐이었기에 자연히 싸움은 대장전과 부하들의 싸움으로 나뉘었다.
그것이 티아 할리벨에게는 일종의 절망과도 같았다.
자신의 힘이 둘에게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우르키오라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의 잠재력은 바라간과도 비슷하다고 하지만 현재는 그게 아니지 않는가.
자신의 왕, 우르키오라 쉬퍼가 싸우는데도 자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생각은 그녀의 죽음이 희생이기 때문에 하는 생각뿐일리 없었지만, 그녀로서는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알지 못하고 단지 분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결국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도움ㅡ 즉, 바라간의 수하들을 정리하는 것이 할리벨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은 7주야가 계속되었다.
바라간과 우르키오라 둘은 영력이 남아돌기라도 하는지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며, 지상에서는 이미 우르키오라의 군세가 조금씩이나마 승기를 얻고있던 시점이었다.
그때ㅡ 그 존재가 나타났다.
아이젠 소스케.
그가 나타난 것이다!
◆
갑자기 등장한 남자는 자신을 아이젠 소스케라 했다.
등 뒤에는 수하로 보이는 장님(토센 카나메)과 실눈(이치마루 긴)이 대동해 있었다.
복장은 사신들이 입는 하얀 옷으로 그에 전쟁통으로 흥분했던 아란칼들일 덤벼들었으나 단숨에 베였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등장은 티아 할리벨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웨코문드에 사신들이 나타난 것은 놀랄 일이지만, 그녀를 동요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오셨습니까, 아이젠님."
언제나 도도하고 무감정했던 그녀의 왕ㅡ 우르키오라 쉬퍼가 그를 발견하자마자 바라간과의 싸움도 멈추고 조심히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것은 어디를 보더라도 복종의 표시였다.
그것이 티아 할리벨에게는 충격이었으며, 나아가서 우르키오라를 왕으로 여기거나 이해관계로 계약을 했던 아군 세력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중에는, 왠지 모르게 우르키오라를 라이벌 혹은 뛰어넘어야 하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던 그림죠도 있었고, 우르키오라를 미묘하게나마 친구라고 여기던 방약무인한 야미도 있었다.
"우르키오라 잘해줬다."
"감사합니다."
아이젠의 치하에 우르키오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에 우르키오라 측의 호로들이 분노를 표출하려 했으나, 싸늘하게 내려앉은 우르키오라의 눈과 마주치자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러고보면, 우르키오라는 그들을 영입할 때 말했었다.
자신은 웨코문드를 지배해야만 한다고.
그것은 자신이 주체가 되서 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명을 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그의 강함에 매료된 호로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명을 내린 것은 저 아이젠 소스케라는 자란 말인가?
이때 바라간이 외쳤다.
"나의 적, 우르키오라여! 지금 그대는 무엇을 하고있는건가!"
처음에는 먼지 정도로 여겼던 우르키오라였으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어느새 자신의 적으로 인정하게된 바라간은 분노했다.
자신이 인정한 적이, 한낱 사신 따위에게 복종을 한단 말인가!
그러한 바라간의 생각을 알아차린 아이젠은 웃으며 말했다.
"너 또한 우르키오라와 같이 복종해라, 바라간."
"우습도다, 사신 따위가!"
그에 아이젠이 고했다.
"깨져라, 경화수월."
세상이 변한다.
방금만해도 경악에 차있던 궁전 안은 어느새인가 시체들의 무덤으로 변해있었다.
그것은 가공할 만한 힘!
"내가 바로 웨코문드의 왕이다."
아이젠 소스케의 선언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담겨있었다.
◆
이후, 웨코문드는 아이젠 소스케의 휘하로 들어갔다.
바라간의 세력은 아이젠의 학살에 대부분이 죽었지만, 우르키오라의 세력은 비교적 온전하게 있었기에 새로운 왕국은 거대한 규모였다.
왕이된 아이젠은 그 특유의 언변과 카리스마로 호로들의 추앙을 받았으며, 새롭게 이런저런 제도의 개편을 단행했다.
소울 소사이어티의 일이 있기에 웨코문드에 있을 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자신의 대리를 우르키오라로 선택한 아이젠은 말그대로 간혹가다 웨코문드에 방문할 뿐이었다.
티아 할리벨은 처음에는 모든게 불만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이젠 소스케의 사상에 동감하는 것도 있었지만, 우르키오라는 여전히 그녀의 곁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젠 소스케가 아니라 우르키오라가 순순히 왕국을 다스려, 그녀와의 사이가 틀어지는 것보다는 이게 더 좋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림죠는 아이젠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야미는 아무래도 좋다는 것 같았다.
바라간은 그 복종의 이후 아이젠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실현 할 여건은 안되보였고, 바라간의 수하로 있던 네리엘은 마찬가지로 원래 바라간 세력이었던 노이트라와 자엘아폴로에 의해서 척결되었다.
그외에도 자잘한 변동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할 큰 변동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아이젠 소스케가 붕옥이라는 물질을 가져온 것이.
이후 아이젠은 자신이 더이상 소울 소사이어티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붕옥을 이용하여 호로들을 아란칼화 시켜갔다.
또한 기존의 아란칼 등에게도 붕옥을 사용하여 더욱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수많은 아란칼들이 생겨나면서, 마침내 제도에 의한 인사 변동이 일어났다.
에스파다의 서열 1위는 스타크라는 호로가 차지했다.
또한 당연하게도 2위는 바라간이었다.
그런데 3위부터가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호로들 대부분이 3위는 우르키오라가 될 것이라 여겼다.
아니, 원래는 1위가 우르키오라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가 옳은 표현이다.
우르키오라 쉬퍼는 아이젠의 가장 충성된 신하이자, 그 힘 또한 굉장히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번ㅡ 트레스 에스파다의 자리는 의외로 『티아 할리벨』이 차지했다.
우르키오라는 4번인 콰트로 에스파다.
이것은 호로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에 아이젠이 말했다.
"우르키오라, 너는 이 배정에 불만이 있는가?"
"없습니다."
호로들의 왕 아이젠과 본인인 우르키오라가 납득한 상황에서 다른 이들의 의견이 통할리 없었다.
그렇게 티아 할리벨은 우르키오라보다 높은 3번이 되었다.
◆
우르키오라 쉬퍼라는 존재는 티아 할리벨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했다.
자신의 왕으로 섬길 것이라 생각했던 존재이기도 했고, 여성형이 되고싶다고 생각하게해준 존재이기도 했으며, 간혹가다 자신을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단 하나, 우르키오라가 그녀의 위에 있다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우르키오라의 위가 되었다.
그것이 그녀를 묘한 감상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어느날, 그녀는 우르키오라에게 물었다.
"정말로, 4번인것에 불만을 가지시지 않습니까?"
"그렇다."
담담하게 대답하는 우르키오라에게 티아 할리벨은 그제서야 담아 두었던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아니, 사실은 오래전부터 깨닫고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과 저는 동등해졌군요. 이제 당신은 저의 상관이 아닙니다."
"그렇군."
그녀는 생각했고 소망했다.
이제 같은 입장이 되었다.
주종의 관계가 아닌, 파트너에 가까운 동료와도 같은 관계.
서로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그의 뒤가 아닌 옆에 설 수 있고, 그와 같이 걸을 수 있다.
그래, 이 마음은ㅡ
외전(外傳) - 트레스 에스파다(Tia Harribel)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