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 10화
아이젠 소스케의 동란이 일어난지 일년이 지난 지금, 소울소사이어티는 과거의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그간 동란의 뒷수습을 하기 위해서 사신들이나 루콘가 주민, 귀족들과 중앙 46실 등에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 중심에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한 청년이 있었다.
중앙46실은 그 권의를 잃고 사신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이는 과거에 한 청년이 중앙46실을 뒤흔들고 이후 아이젠 소스케에게 이용당하다가 모조리 죽어버렸기 때문이지만, 새로 선출된 중앙46실의 맴버들은 아직 권의가 약했다.
때문에 현재 소울소사이어티는 귀족연합과 호정13대, 그리고 중앙46실로 그 권력이 나뉘어 어느 의미로는 현대의 삼권분립과 상통하는 체제로 변환되었다.
어제, 만해를 터득하게된 시바 시즈카는 바이자드 중에 유일하게 소울소사이어티로 복귀해 사신이 되었으며, 그 뒤로는 만해의 터득으로 정식적으로 대장 중에 한명이 되어 빈 공백을 채웠다.
그리고 반역자 중에 한명이었던 이치마루 긴은 사신으로서의 지휘를 박탈당하고 영력이 봉인되었지만 그 목숨만은 건졌는데, 이는 사실 아이젠 소스케를 배반할 생각이었고 그것을 미수였다지만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 정상참작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마 란키쿠와 같이 살고있지 않을까.
아이젠 소스케의 동란은 분명 혼란을 야기했다지만 그것은 가짜 카라쿠리 마을에서 벌어진 전투였기에 소울소사이어티에 직접적인 물리데미지는 극히 적었고, 그것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아이젠 소스케와의 전투에서 팔 하나를 잃은 야마모토 총대장은 은퇴를 생각했었지만, 막 동란이 끝났던 시점에서 그의 뒤를 이을만한 사신이 없었기에 결국 여전히 총대장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할리벨의 경우에는 특별히 보호감찰 처분으로 소울소사이어티에 머무를수 있게 되었지만, 그녀 본인은 결국 웨코문드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듯했다.
그것을 다른이들은 방해하려 했으나, 이내 시바 시즈카와 우노하나 레츠 등의 강력한 지지 덕분에 할리벨은 아란칼이면서도 무사히 웨코문드로 돌아갔다.
시바 카이엔을 비롯한 시바가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일을 했고, 그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쿄라쿠와 우키타케는 언젠가처럼 술을 마실때 잔을 하나 더 준비한다는 것과 이름없는 언덕에 가끔 찾아간다는 것 뿐일까.
아이젠 소스케 동란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혔고, 그것은 서서히 아물어 간다지만 흉터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일년이 되던 오늘, 야마마토 총대장은 무슨 변덕에서인지 루콘가를 돌아보았다.
과거와는 달리 체제가 변화했기에 사람들은 루콘가의 치안에 좀 더 신경을 썼다.
그것은 최외곽 지역에까지 이르른 것으로 사신들은 루콘가에 지부를 두고 순찰을 돌며 치안 유지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이는 한 루콘가 출신의 청년에 대한 경의의 마음에서 나온 호정13대 대장들의 의견이 중앙46실과 귀족연합에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부들을 총대장의 업무삼아 돌아보게된 야마모토겐류사이 시게쿠니는 그러던 한 루콘가에서 날카로운 검소리를 들었다.
장소는 제 18루콘가의 외곽 지역에 위치한 숲으로 근방의 주민들에게는 『묘지 숲』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었다.
그 숲의 한구석 공터에서 검은 울리고 있었다.
공터의 한 가운데, 남자는 자신의 신장만큼이나 긴 검을 들고 검무를 추고있었다.
영력도 기교도 들어가있지 않은 단순한 움직임이었다지만 직선과 곡선, 선과 점이 이루어낸 그 검술은 마치 세계를 가르는것 같았다.
햇빛도 바람도 모조리 가르는 듯한, 그렇다고 패도적이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검술.
실로 검술 외에는 표현할 수단이 없는 검으로 총대장은 이러한 검을 단 한번 봤었다.
"훌륭하군."
검무가 끝나고 총대장은 박수를 치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의 행색은 소울소사이어티에서는 이질적이었는데, 검은색의 낡은 코트를 걸치고 산발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대장의 박수에 남자는 고개를 돌렸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전했다.
"오랫만입니다, 총대장님."
"살아… 아니, 잘 돌아왔네."
총대장의 환영에 남자, 하야나기 카이쥰은 웃었다.
◆
"정말이지, 살아있었으면 얼굴이라도 비치라고요."
"음……."
아우, 시바 카이엔의 타박에 하야나기는 머리를 긁적였다.
모두의 덕분에 부활한게 바로 오늘 아침, 무심코 흥에 겨워서 스승님이 모셔진 무덤에 인사를 드리고 대장간의 근처에 있던 그의 과거 수행장에 가서 검을 휘두르다가 시간가는줄을 몰랐던 것이다.
마침 업무를 위해 지나가시던 총대장님을 만나뵙고 이내 시간이 꽤 흘렀음을 깨닫고 다른 이들을 만나러 갔으나 정령정으로 들어서지 못했다.
사신으로서는 제적당한데다가 그의 신분은 어디까지나 루콘가의 일개 주민이었던 것이다.
사실상 이런 제제는 자주 당했고, 이미 이런거에 주눅이 들거나 자괴하지는 않기에 그를 채운 감각은 난감함 뿐이었다.
애시당초, 그의 지인들은 대다수가 정령정 내부에 거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발걸음을 되돌리고, 시바가의 아이들 중에 루콘가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그쪽이나 향할까 했는데, 마침 지단보라는 문지기가 온 것이다.
그는 시바 쿠우가쿠랑 안면이 있어서 하야나기를 알고있었고, 하야나기가 하급사신이었을 때에 자주 이 문으로 들락날락 했던 인연도 있었다.
그런 지단보가 죽은줄 알았던 하야나기를 보고 무심코 큰 소리로, "살아계셨습니까!"라고 외치고 그 소리에 놀라 나온것이 바로 시바 카이엔이었다.
죽은줄 알았던 존경하던 형님이 살아있었고, 이렇게 찾아왔다는 사실에 시바 카이엔은 툴툴거리며 그를 타박했다.
하긴 부활한건 오늘이었다지만 그들에게는 일년이었던 것이다.
이에 딱히 할 변명이 없던 하야나기는 그저 머리를 긁적이는게 다였다는 소리.
"그래서, 누님에게 안내할까요?"
카이엔의 말에 하야나기는 시즈카를 만나러 갈까 생각했지만, 여기 오기전에 소문으로 시바 시즈카라는 여성이 만해를 터득해 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어제 막 대장이된 그녀는 지금 업무에 적응하니라 바쁠 것이다.
나중에 한가해지면 찾아가기로 하고, 일단 다른이를 만나기로 했다.
그 말을 들은 카이엔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둔감이니 무정하니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했지만 하야나기로서는 영문을 모를 뿐이었다.
카이엔의 안내를 받아서 도착한 곳은 그의 부대막사로 그곳에서 하야나기는 카이엔의 아내를 만나 인사를 나눈뒤 대장실로 향해 노크를 했다.
똑똑 소리에 들려오는 우키타케의 들어오세요라는 화답에 문을 연 하야나기는 서류를 정리하고있던 친우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넨다.
"오랫만인걸."
그 목소리에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해있던 우키타케가 이내 기쁨으로 물들며 외쳤다.
"카이쥰!"
그리고 황급히 다가와 부둥켜 안았다.
◆
우키타케와 만난 하야나기는 이제 카이엔 대신 우키타케의 안내를 받게 되었다.
카이엔의 경우에는 동행할때 가끔 검문등에서 제지를 받았지만, 대장인 우키타케가 동행하고나서는 그러한 검문도 없었기에 그들은 원하는 위치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쿄라쿠가 있는 8번대 막사로 이번에는 대장실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대장님!"
막사의 외부에서도 들리는 호통소리에 우키타케는 쓴 웃음을 지었다.
또 게으름을 피우는 쿄라쿠에게 부대장인 이세 나나오가 호통을 치고있었기 때문이다.
"ㅤㅅㅠㄴ스이."
"응? 쥬시로냐? 무슨 일… 카이쥰?"
나나오의 히스테릭한 외침에도 느긋하게 있던 쿄라쿠가 우키타케의 부름에 대답하다가 하야나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에 우키타케와 마찬가지로 멍해있다가 다시 기쁜 기색으로 변해 단숨에 다가온다.
"오랫만인걸."
"살아있었구나!"
하야나기의 인사에 쿄라쿠는 기쁜 기색으로 그를 반긴다.
믿을 수 없게도 눈 앞에서 죽었던 친우가 돌아온 것이다.
이런 쿄라쿠의 기쁨을 눈치챈 나나오는 잔소리를 멈추고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건배!"
이후 이들은 대장실에서 술을 마셨다.
대장실에서 술을 마셔도 되는거냐 라고 묻는 하야나기에게 쿄라쿠는 괜찮아 괜찮아 라고 대답했고, 그에 우키타케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같이 어울렸다.
◆
오랫만의 탁주였다.
친우들과 둘러앉아서 마시는 이 탁주, 몇백년 만일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하야나기는 술을 마셨다.
이후, 쿄라쿠와 우키타케 둘의 안내를 받아 그는 정령정을 돌아다녔다.
일년이라는 세월이었을 뿐이지만 제도부터 시작해 시설까지 다양하게 변화되었다는 이야기는 그를 충분히 놀라게했다.
사신으로서 복귀할거냐는 쿄라쿠의 물음에 하야나기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더이상 참백도가 없거든."
지닌바, 천타는 여전히 그에게 남아있었다.
그의 묘석에 세워져 있던 검이었기에 그는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혼의 참백도, 원명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합일을 이루었기에 참백도라는 존재가 이미 흡수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호로화라는 능력또한 사라졌다.
현재 남은 것은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혼령뿐이다.
하야나기의 말에 쿄라쿠와 우키타케는 안타까워했다.
그들은 하야나기가 얼마나 노력했고, 그 힘에 도달했는지 능히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야나기로서는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강해지고자 한 일이 지키기 위해서였으며, 이제는 행복을 잡을거라고 다짐했기에 힘에 대한 집착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참백도가 없더라도, 선생이라면 그것이 문제가 아닐텐데."
"그말 그대로군요."
다가온 것은 그의 제자였던 아이들.
시호인 요루이치와 우라하라 키스케.
소울소사이어티로의 복귀가 허가된 둘은 완전히 복귀한것은 아니었지만 바이자드와 소울소사이어티 간의 소통을 위해 가끔 이렇게 방문하곤 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이었던 것은 우연이었지만, 이렇게 만난걸 보면 필연이 아닐까.
둘의 등장에 반기는 쿄라쿠와 우키타케.
그들에게 인사를 한 요루이치와 우라하라는 이윽고 말을 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보기에는 일반 혼령이 아닌듯 합니다만."
"글쎄?"
우라하라의 말에 하야나기 카이쥰은 미소를 지으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
"엇!? 우르키오라 살아있었어?!"
요루이치와 우라하라와의 만남에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을 때, 하야나기를 그렇게 부르며 놀란 이는 쿠로사키 이치고였다.
우르키오라 쉬퍼였을 당시에 서로에게 검을 겨누고, 나누며, 이해하게된 그들이었고, 이후 아이젠 소스케 동란에서 협력까지 했던것이다.
그런 상대가 또다시 소멸했기에 그에 슬퍼했던 이치고였으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런 이치고의 뒤를 따라서 온 이들은 바이자드와 이치고 패거리였다.
바이자드 중에 안면이 있는 이들도 있고 없는 이들도 있기에 안부의 인사를 전했고, 이치고 패거리 중에는 오리히메만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우르키오라 때에 한 일이 있어서 오리히메에게는 사과를 하고 말았다.
"괜찮아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오리히메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하야나기는 지금 모인 인원이 대인원이라는 점에서 무심코 웃고야 말았다.
돌아온 첫날, 많은 이들에게 환영을 받은것 같았기 때문이다.
듣고보니, 오늘은 신임 대장의 취임 첫날의 연회와 더불어, 아이젠 동란의 일년이 지나는 날이었기에 이렇게 관련 인물들이 초대되었다고한다.
그에 하야나기는 모두에게 즐기고 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이치고에게 헤드락이 걸리며 끌려가고 말았다.
허물이 없다고 할까, 우르키오라 때에는 서로를 타도하려고 애썼음에도 이제와서 서로를 이해한 시점에서 친근하게 대하는 이치고에 당황한 하야나기였으나, 이것도 좋은 일이라며 어쩌면 새로운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이치고들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호정13대의 연회장이었다.
모여있는 사신들은 석관급이었고, 일부는 업무를 위해 교대제로 자리에 없었지만 대장과 부대장들은 전원 참석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우노하나 레츠를 발견한 하야나기는 다른이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카이… 쥰 씨?"
여전히 자신에게 존댓말을 하는 우노하나에게 향수를 느끼며 하야나기는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렸고, 이내 그는 어느새 다가온 그녀에게 껴안겼다.
연신 살아있었군요, 다행이에요, 를 말하는 선생님에게 그는 여성에게 안긴다는 일에 면역이 없어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마주 안으며 다녀왔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나 느물거리는 표정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를 모르는 이들은 우노하나의 행동에 경악과 더불어 하야나기에 대한 적대와 호기심을 보였다.
이후 서로이게 안부를 전한 둘은 연회가 시작되려하자 자리로 향했다.
마련된 자리와 더불어 각 번대로 질서있게 모였고, 이치고 일행들은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았지만, 하야나기는 우노하나에게 억지로 그녀의 옆에 앉혀졌다.
다른 4번대원들은 어리둥절해있었으나 부대장인 코테츠 이사네만은 우노하나와 하야나기의 관계를 대충은 들었던 상태였기에 둘을 배려하고 있었다.
이윽고 연회의 단상에 선 총대장은 짧은 연설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새로 대장이된 시바 시즈카를 소개했다.
단상에선 시즈카를 보며 하야나기는 만감이 교차했다.
천년전에 만났던 작은 아이.
스승님의 손녀가 어느새 자라서 대장에 이르른 것이다.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시바 시즈카는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바른 몸가짐을 하며 차분하게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과 더불어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연회에 참가한 이들이 모두 박수를 친다.
그리고 그녀를 자랑스럽게 보던 하야나기는 그녀가 다른 대장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따뜻하게 지켜본다.
그리고 이윽고 그는 생각한다.
사실 그는 원래의 역사와 현재의 역사가 변했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도 알고있다.
그것은 단 한명의 소녀.
그가 좌절해 있던 당시 그를 만나서 일으켜 세워주고, 스승님에게로 인도한 단 한명의 소녀 때문임을 알고있다.
그래, 원래의 역사와 현재의 역사가 다른 이유는 저 시바 시즈카라는 소녀와 하야나기 카이쥰이 만난 덕분이었다.
이 사소한 만남이, 인연이 그를 여기까지 인도했다.
다른 대장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일까, 시즈카가 놀란듯이 고개를 돌려 하야나기를 쳐다본다.
그런 그녀의 놀란 눈빛에 하야나기는 어색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담아 손을 흔들었다.
다다다다, 평소의 조신한 행동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시즈카가 하야나기에게 다가온다.
그 모습에 대장들과 이치고 일행들은 참을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짓고 있었으며, 모르는 이들은 시즈카의 행동에 경악과 더불어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었다.
연회의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지만, 시즈카는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빠르게 다가온 그녀는 하야나기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그는 다른 친우들이나 지인들처럼 그녀를 얼싸안으려 했지만ㅡ 시즈카는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읏?!"
자신의 입술에 전해져오는 부드러움에 놀란 하야나기가 굳어진다.
그렇다, 시바 시즈카는 껴안긴 것이 아니었다.
"뜨거운데!"
어디선가 쿄라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 그대로 둘은 아니, 시바 시즈카는 맹렬하고 뜨겁게 하야나기 카이쥰에게 키스를 한 것이다.
여전히 놀라서 굳어있는 그에게서 입술을 땐 그녀가 말한다.
"오라버니… 어서오세요."
그런 그녀의 말에 하야나기 카이쥰은 아직까지 굳어있음에도 마음속의 말을 자연스럽게 내밀었다.
"아아, 다녀왔어."
그런 그의 어색한 모습에 시즈카는 활짝 웃었다.
그는 언제나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시즈카를 비롯한 모두는 오히려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나 다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기에 시즈카는 이제 더이상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이제 자신은 대장이 되었으니까, 더이상 그 혼자 힘들게 하지 않겠어!
그런 마음을 담아, 그녀는 하야나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속박의 의미를 담아 다시한번 키스를 한다.
그런 그들을 보며 모두가 미소 짓는다.
그리고 그런 둘에게 우노하나가 문득 말한다.
"후훗, 할리벨 씨랑 마주치는게 기대되는군요."
그 말을 들은 하야나기는 그의 부하이자 동료였던 여인을 떠올리고, 자신과 키스해 놓고도 다른 여성을 생각하는 그의 둔함에 시즈카는 조신한 태도이면서도 외치고 말았다.
"천년이나 기다렸다고요? 이제 놓치지도 누구에게 건내지도 않을꺼에요."
그 말에 다시한번 모두가 크게 웃었다.
◆
하야나기 카이쥰이 돌아온지 며칠이 지난 어느날 아침.
총대장은 자신의 부대장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총대장님께서는 하야나기 카이쥰이라는 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는 훌륭한 사신이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참백도는 쓸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복권시키실 겁니까?"
그런 부대장의 의문에 총대장은 창 밖을 보며 회상한다.
그가 돌아오고나서 총대장은 독대로 그의 상태를 들었다.
호로화도 참백도도 사라진 순수한 인간의 영혼이 된 남자.
확실히 그 말만 들으면 그는 일반 혼백이 되어 모든 힘을 잃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총대장은 그날의 검무에서 만남에서 느낀 것이다.
하야나기 카이쥰은 약해진 것이 아니다.
그에 의문을 느낀 총대장은 물었고, 하야나기는 대답했다.
그는 영혼의 합일을 이루어낸 자.
더이상 참백도를 통한 아카식 레코드에는 접속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여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썼던 귀도술과 비술에 대해 모두 기억하고 잇었고, 한계가 깨어진 상태는 여전했던 것이다.
호로화와 참백도가 사라졌다지만, 인간 그 자체는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한에 가까운 영력과 귀도와 비술을 모두 알며, 하늘에 닿는 검술을 지니고 그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남자.
그것이 하야나기 카이쥰이다.
참백도는 이미 그에게 필요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사신들 중에는 참백도를 쓰지 않고 대장에 오른이가 있다.
자라키 켄파치, 그 말이다.
결국 하야나기 카이쥰은 사신으로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참백도는 없더라도, 그 자신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기에.
그리고 야마모토 겐류사이 시게쿠니 총대장은 기대하고있다.
"아마도, 백년 안에 그는 나를 따라잡겠지. 그는 무한한 가능성과 그에 맞는 노력을 겸비한 인재니까."
"그 말씀은, 총대장님은 그분을 다음대의 총대장으로 눈여겨보고 계신다는 겁니까?"
전율하는 부대장에게 총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년후, 소울 소사이어티에는 또하나의 소식이 널리 퍼진다.
그것은 새로운 총대장이 취임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총대장의 이름은ㅡ
ㅡ하야나기 카이쥰이라고 한다.
- Murcielago(黑翼大魔)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