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스와지크 공주 이야기

スワジク姫物語


역자 | 청심환

30화. 그리고 나는 웃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후편】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아니스가 한 걸음 방 안으로 들어온다.

나와 페이 오빠는 우리들의 실태에 동요하고 있어서,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단지 가만히 볼 뿐.

그렇게 해서 아니스가 우리들의 눈 앞에 멈춰서서,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짜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하. 미샤쨩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 그건」

「아니스, 저기」

「공주님은!!」

「!!」

​「​.​.​.​.​.​.​공​주​님​은​,​ 얼마간 입다물고 계셔 주시지 않겠습니까?」

절규에 가까운 음량에, 어떻게든 달래려고 생각한 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밀린 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페이 오빠의 얼굴을 살짝 훔쳐보자,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으로 아니스를 내려다보고 있다.

알고 싶지도 않은 사실의 공포에, 아니스는 겁먹어 도망칠 것 같아 하지만 가까스로 버틴다.

스스로가 굉장히 좋아하는 미샤니까, 아니스는 버틸 수 있었겠지.

아니스의 비장한 표정과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가 페이 오빠에게 그녀의 각오를 전했다.

「미샤는, 아마도 어젯밤부터 행방 불명이다. 어떠한 사건에 말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그 사건이라는 것이, 그 편지군요?」

「단정은 할 수 없다」

「달리 어떤 해석을 할 수 있나요? 어제 미샤쨩이 없어지고, 오늘 아침 이 편지가 던져넣어진 것은, 그런 거군요?」

「아직 죽었다고 확정된 ​건​.​.​.​.​.​.​.​.​」​

아니스는 고개를 숙여 가만히 아랫입술을 씹고, 흘러 넘치는 무언가와 싸우고 있다.

아마도 그건 슬픔이라기 보다도, 무언가에 대한 분노겠지.

그녀의 작은 어깨가 떨리고, 숨도 거칠다.

「어째서 미샤가 노림받지 않으면 안 되었나요?」

「......이런 녀석들에게, 이유따윈 붙일 수 없다. 녀석들은 녀석들의 제멋대로인 주관으로 행동하고 있어. 운이 나빴다고 밖에는」

「거짓말! 운이 ​나​빴​다​니​.​.​.​.​.​.​거​짓​말​이​야​.​ 그런 전하 자신도 믿고 계시지 않은 듯한 말로 저를 속이지 말아주세요」

「아니스, 침착해라. 네 기분은 잘 알겠지만, 자신 주위에서 적을 찾아도 그건 쓸데없는 ​결​과​밖​에​는​.​.​.​.​.​.​.​」​

「그러면, 저는 누구를 원망하면 되나요? 만일 정말로 ​미​샤​쨩​이​.​.​.​.​.​.​그​렇​다​면​,​ 저는 누구를 증오하면 되나요?」

페이 오빠를 향해 토해내진 말은, 제대로 내 가슴에 깊히 박혔다.

미샤가 없어진 이유는, 아마도 이 편지가 말하는 대로 나와 사이가 좋아졌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누군가가 우리들의 매일을 어디선가 보고 있고, 그래서 산 제물을 찾아냈다.

미샤를 죽인 것이 범인의 죄라면, 미샤를 죽이게 한 이유를 만든 건......내 죄인 것일까?

타인과 사이가 좋아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죄가 된다면, 나는 어쩌면 좋았을까?

『증오하면 돼, 근처에 있는 사람을.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것은 환청.

들릴 일 없는, 진짜 스와지크 공주의 목소리.

그렇지만, 지금이라면 어쩐지 모르게 그녀의 깊은 슬픔을 조금 엿본 느낌이 들었다.

​「​아​니​스​.​.​.​.​.​.​.​」​

나는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할 지 모르면서도, 견딜 수 없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뭔가 이야기를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아니스의 마음이 편해지면 좋겠다고.

그래도 그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았다.

「즐겁나요?」

「에?」

「주위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어서, 그렇게나 즐겁나요?」

「거기까지다, 아니스!!」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나를 규탄하는 아니스.

그 후를 말하지 않도록, 페이 오빠가 나와 아니스 사이에 끼어든다.

하지만 격앙한 아니스는 그걸로 멈추지 않고, 페이 오빠를 뿌리치고 내 멱살을 잡아왔다.

「그렇게나 저희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즐겁나요?」

「아, 아냐, ​그​렇​지​.​.​.​.​.​.​.​」​

「그렇다면, 어째서 미샤쨩이 여기에 없나요?!」

​「​.​.​.​.​.​.​.​.​」​

「그렇다면, 어째서 레이첼씨가 여기에 없나요!!」

​「​.​.​.​.​.​.​.​.​」​

「모두, 당신에게 다가가지 않게 되었다고요? 이 이상, 나에게서 친구를 빼앗지 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쓰러지는 아니스.

나는 단지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파멸의 말은 자아내졌다.

「어째서, 당신은 그대로 죽어주지 않았나요?」

「아니스!!」

페이 오빠의 날카로운 외침이 방에 울렸지만, 그런 건 지금의 아니스에게도, 나에게조차 닿지 않는다.

나에게 향해진 순수한 아니스의 바람.

그 저주의 말은, 순식간에 내 심장에 달라붙어 날카로운 가시를 찔렀다.

「당신이 그대로 죽어 줬다면, 적어도 미샤쨩은 죽지 않았을텐데!!」

「그만둬라, 아니스! 그 이상 말하지 마!!」

「너 따위, 죽어버리면 좋았을텐데!!」

짝, 하고 메마른 소리가 울려퍼진다.

페이 오빠가 아니스의 따귀를 때린 소리.

「위사! 이 자를 연행해 감옥에 처넣어라」

「넷!」

얻어맞아 멍해하는 아니스를, 본 적 있는 위사들이 양쪽 겨드랑이를 안아올렸다.

아니스는 특히 저항하지도 않고, 얌전히 데려가졌다.

아주 조금 전까지는 평소와 같이 나와 지내고 있던 아니스가, 지금은 죄인으로써 데려가 지는 것이다.

「괜찮아?」

「으, 응」

페이 오빠가 나에게 달라붙듯이 어깨를 안고 달래주고 있다.

평소는 귀찮다고밖엔 생각되지 않는 행위도, 지금만은 고마웠다.

나는 페이 오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페이 오빠, ​아​니​스​는​.​.​.​.​.​.​어​떻​게​ 되는 거야?」

「......잠시 감옥에서 머리를 식혀 주려고 해. 시간이 지나면 그 아가씨도 냉정하게 될 지도 모르고」

​「​불​경​죄​.​.​.​.​.​.​라​는​ 녀석이지?」

​「​그​래​.​.​.​.​.​.​.​」​

「레이첼같은 실수의 ​반​복​만​은​.​.​.​.​.​.​안​ 돼」

​「​그​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의 발언이니까, 간단히 용서될 것이 아니다.

거기엔 나쁜 전례가 있다.

그래도 아니스까지 없어지면, 나는 분명 버틸 수 없겠지.

페이 오빠는 나를 상냥하게 안아올려, 그대로 침실에 데려가 주었다.

스와지크를 침실에 옮기고 나서, 내 주위 일을 라이라와 스비타에게 맡기고 나는 내 집무실로 돌아왔다.

미샤 건도, 아니스 건도 굉장히 머리가 아픈 일이다.

다만, 그것보다도 나에겐 신경쓰이는 일이 있었다.

그건 스와지크다.

인격이 바뀐 이후의 스와지크는, 정말로 좋은 웃음을 짓는 아가씨였다.

내가 7살 밤에 본, 그 때 스와지크의 수줍어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게.

하지만 조금 전 그녀의 표정은, 재회했을 때의 스와지크를 방불케 했다.

마치 이 세상에 즐거운 일 따윈 무엇 하나 없는 듯한, 정말이나 거절을 풍기는 표정이다.

이대로는, 지금의 스와지크도 같은 길을 걸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걸 미리 막으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면 되지?

「전하,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대도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레​오​,​ 인가」

「이번 건은, 미리 막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사람은 만능이 아니야. 펼친 손가락 사이에서 새어가는 것도 있겠지.」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역시 후회됩니다」

우수하다, 천재다, 라고 말해도 결국 인간이 하는 일에 만전따윈 없다.

지금은 극좌파의 짓으로써 미샤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그것도 사실일지 어떨지 수상한 것이다.

아무튼 스와지크의 적은 너무 많다.

모두, 자신들의 정의를 내세워 그 아가씨를 유린하려 암약하고 있다.

그건 물론 우리들을 포함한 이야기.

「나는 말이지, ​레​오​.​.​.​.​.​.​.​」​

「네, 무엇인지요」

「스와지크가 어째서 저렇게까지나 방약무인하게 행동하고 있었는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어」

「네」

「속셈을 가지고 다가가려 하는 자들에겐 송곳니를 들이대고, 친근감을 가지고 다가가려 하는 자에게는 욕설과 폭력으로 대했지」

「네」

「나는 그걸 모친에 대한 처우나 앙심이나 자신의 환경에 대한 반발, 볼프가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했​지​만​.​.​.​.​.​.​.​」​

「네」

「아니, 믿어 버리려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어쨌냐는 이야기.

모든 것은 억측, 모든 것은 과거.

스와지크가 뭘 생각하고 고뇌했는지, 그건 이미 내가 알고 싶어도 이뤄지지 않는 소원이다.

「나는, 다시 할 수 있을까? 그 밤부터 한 번 ​더​.​.​.​.​.​.​.​.​」​

그런 자신만 형편좋은 이야기가, 세상에 통할 리도 없다.

다음 날 아침, 스와지크의 방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두 명의 시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무슨 일일까 싶어 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네. 오늘 아침 평소대로 공주님을 단장시키려 해서 도구 전반을 안으로 넣었더니 내쫒아져 버렸습니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저희들에겐, 조금 알기 어렵습니다」

「알겠다. 내가 묻고 오지」

나는 두 명의 시녀를 내버려두고 스와지크의 방에 발을 디뎠다.

스와지크는 거울 앞에 앉아 열심히 머리카락을 빗는 참이었다.

거울에 내가 비친 것을 보았는지, 당황한 듯이 이쪽을 돌아보고 아침 인사를 했다.

「오늘 아침은 어떻게 된 거니?」

「에,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할 수 없을까 싶어서」

「그건 그녀들의 일을 빼앗는거야. 마음을 모르진 않겠지만, 그것도 왕족의 일이야」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그다지 그녀들도 저와 함께 있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을거고 말이죠」

「.......」

「그렇다면, 외톨이인 편이 마음 편해서 좋아요」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단언하는 스와지크.

분명 어제의 아니스가 뒤통수를 잡아당기고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시녀를 들이는 것도, 스와지크의 마음을 생각하면 주저된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아침 식사의 준비를 도와 함께 먹기로 했다.

다음 날도, 역시 시녀들은 문 앞에서 맥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 날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라이라들도 그런 역할로 바뀌었다고 결론지은 상태.

「스와지크, 기분은 어때?」

「아, 페이 오라버니. 그다지 평소와 다름없다고요? 세상은 평화롭도다, 라는 거네요」

「그러니」

다음 날도 또, 나는 그녀의 상태를 보러 방에 갔다.

「에? 오늘은 줄곧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뭐, 조금 지루하지만 평화가 제일이죠」

녹슨 듯한 가짜 웃음밖에 짓지 않게 된 스와지크를 봐도, 나는 그녀에게 걸 말을 찾지 못하고 단지 그러니, 하고 수긍할 뿐.

예정하고 있던 가정 교사들도 전부 취소하고, 스와지크는 단지 혼자서 그 침실에 틀어박혔다.

누구와도 회화하지 않고, 조금도 웃지 않고.

며칠 전까지의 그 떠들썩함이, 얼마나 귀중한 것이었는지는 싫어도 알게 되었다.

나는, 저 스와지크에게 뭘 해 줄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는 그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나가 버린 시간은, 어떻게 해도 되찾을 수 없는 ​것​일​까​.​.​.​.​.​.​.​.​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