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특유의 곰팡이 냄새와 랜턴에 사용되고 있을 질 나쁜 동물기름의 냄새가 섞여, 지금에라도 코가 막힐 것 같다.
그런 주제에 복도 끝에 매달려 있는 랜턴의 빛은 통로 가장 안쪽에 있는 이 감옥까지는 거의 닿지 않는다.
정말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은 그런 희미한 빛 안에서도 방 안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기쁘지 않은 자신의 적응에, 이곳에 갇히고 나서 몇 백 번째의 한숨을 쉬었다.
비위생적인 간이침대에 머리맡에 있는 지면에 구멍이 뚫렸을 뿐인 화장실.
간수가 전부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보여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공포와 싸우지 않으면 배설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구제가 있다고 한다면, 배설후의 처리용으로서 깨끗한 지하수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만.
단지 이것은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 해서, 마시면 설사를 하는 것 같다.
샌드릭씨가 나를 여기에 데려왔을 때 부디 마시지 말라고 가르쳐 주신 것이다.
진짜 죄수라면 그런 정보조차 주어지지 않아, 굶주림과 목마름 때문에 그 물을 마셔버리는 것 같다.
한 번 설사를 하면 탈수증과 복통의 이중고에 시달려, 체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1주일 지나면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매일 2회 제대로 된 식사가 주어지고, 음료수도 통에 넣어져 방 한쪽에 놓여져 있다.
감옥 안의 설비는 그대로지만, 적어도 죄수에 대한 대우가 아님에는 틀림없다.
걱정스러운 공주님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지나가지만, 그걸 억지로 증오의 말로 덧칠한다.
「싫어, 싫어, 너무 싫어. 그 사람 탓에 미샤쨩이 죽었는걸. 이런 위선으로 용서하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나는 벼룩이 있을 것 같은 침대 위에서 홀로 무릎을 끌어안고 저주를 계속 중얼거렸다.
밤도 낮도 모르는 이 감옥 안에서 미칠 것 같아지면서도, 나는 은빛 머리카락의 소녀를 계속 저주했다.
미샤짱과 처음으로 만난 것은, 내가 친가인 라보니트 백작가에서 출근한 그 첫날이다.
비비오씨에게 이끌려 시녀 대기실에서 모두에게 소개받을 때, 미샤짱이 굉장한 눈으로 노려보던걸 기억한다.
나중에 묻자, 취향인 여자애가 들어와서 무심코 가만히 보고 있었다는 것 같지만.
미샤쨩이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는 나에게는, 굉장히 무서운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런 첫대면이니까 아무래도 서투른 의식이 앞서서, 제대로 인사도 할 수 없었다.
귀족 출신 시녀는 평민 출신 시녀에게서 어떻게든 괴롭혀진다고 소문으로 들었으니까, 더더욱 미샤쨩에게서 거리를 두도록 명심했다.
그래도 실제로 괴롭힌건 귀족 출신 시녀들.
유력한 귀족이나 페이탈 왕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결혼 활동적으로 방해가 될 것 같은 상대는 철저하게 괴롭히던 것 같다.
뭘 해도 모두의 두배 정도 시간이 걸리는 나는, 그녀들에게 있어서 딱 좋은 왕따 대상이었겠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의 방해를 해 두고, 시간대로 일을 할 수 없는 나를 뒤에서 비웃는 매일.
알고 있어도 무서워서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분해서 자기 방에서 베게를 눈물로 적시고 있었지.
어느 날 손님에게 낼 차를 준비하고 있자, 일부러 내 카트에 밀가루가 들어간 주전자를 떨어뜨려 괴롭혀온 시녀가 있었다.
당연히 차나 컵, 웨건은 물론 내 에이프런 드레스까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지나친 일에 멍하니 서 있자, 그 시녀는 굉장히 아양떨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문득 고개를 들고 그 시녀를 보자, 사과하는건 겉모습 뿐이고 눈은 완전히 나를 비웃고 있었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하는 생각과 분하다는 생각, 슬픔과 한심함이 단번에 머리에 들어차 나는 말없이 너덜너덜하게 울기 시작해버렸다.
이 나이에 남 앞에서 울다니, 친가에 있었을 무렵에는 몽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거기에 재빨리 온 것이 미샤쨩.
한눈에 사태를 파악했는지 말없이 주전자를 떨어뜨린 시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에게 강한 어조로 단언했다.
「벗어」
이 사람, 이런 장소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나는 울면서도 고개를 들고 미샤쨩의 등을 봤다.
그리고 그 앞에서 새파란 표정으로 떠는 시녀의 모습도.
「그래. 안 벗는구나. 그러면 도와줄게」
말하자마자, 격렬하게 저항하는 시녀의 에이프런 드레스는 재주있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벗겨냈다.
너무나 빠른 솜씨에 나도 벗겨진 시녀도 아연해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후일 그 비기의 이야기가 나왔더니, 미샤쨩은「시시한 사람을 벗겨버렸어」라고 쓴웃음짓고 있었지만 말야.
그건 그렇다 치고, 속옷차림이 된 시녀는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무례한 놈이라던가 자신의 집의 권력을 방패로 삼은 듯한 발언을 미샤쨩에게 계속 토해냈다.
미샤쨩은 그 전부를 비웃고 결국,
「그러고보면 네 친가, 우리 집에 꽤나 빚이 있는데? 집 이야기를 꺼내면 당연히 내 친가도 나오는데, 그럴 각오 있어?」
라고 싸늘하게 단언했던 것이다.
그녀는 그걸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되어, 싸구려틱한 퇴장대사로 도망쳤다.
멍하니 일을 지켜보던 나에게, 미샤쨩은 뒤돌아서 미소지어줬다.
「그 모습으론 일에 지장이 있어. 이거, 사이즈는 맞을테니 갈아입으면 돼」
「저, 저어...어째서?」
「뭐가?」
「어째서, 절 도와줬나요?」
「아니, 왜 도왔냐고 말해도 말이지. 혹시 돕지 않는 편이 좋았어?」
고개를 좌우로 저어 의사를 표시했지만, 그녀의 미소가 눈부셔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미샤쨩을 계속 피했다는 죄악감도 도와주고 있었다.
「저, 당신에게 심한 짓을 했는데...무서워서 피했는데」
「응? 아하하. 그래. 그래도 그 겁먹은 모습이 또 귀여웠지만 말야」
「하아?」
「아, 아니. 이쪽 일. 자, 벗어. 다행히 머리카락에 튀진 않았으니 얼굴이라던가 닦고 갈아입으면 괜찮아. 그 사이에 내가 차를 준비해 둘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옷을 테이블 위에 두고, 미샤쨩은 웨건 위를 깨끗하게 정리해갔다.
나는 미샤쨩의 뒷모습에 조금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저어!」
「응? 뭐야?」
「ㅈ, 저, 아니스·라보니트라고 해요. 친가는 변경백입니다만, 아시나요?」
「헤에, 백작 따님이구나. 아무래도 언동이 품위있었지」
「저, 저어. 당신의 이름을.......」
「응? 아, 제대로 말 안했나? 나는 미샤. 미샤·크로펠트. 잘 부탁해, 아니스」
그 후, 나는 미샤쨩과 주위가 놀랄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있었던 자매같다고 남에게 아유받을 정도로.
겁쟁이고 울보인 내가 만든, 처음으로 친구라고 해도 좋을 존재.
뭐, 그 후 여러가지 있어서 미샤쨩의 연인이 되어버렸지만.
감옥 안에서 메아리치는 내 오열.
미샤쨩과의 추억이 내 마음을 휘젓는다.
이제 미샤쨩은, 그 미소를 내게 보내주지 못한다.
그 힘찬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시들었다고 생각한 눈물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싫어. 미샤쨩, 싫어.......」
그 때, 천천히 감옥 문이 열렸다.
식사 시간도 아닌데 문이 열린데에 불쾌감을 느끼고 울면서도 고개를 들어 그쪽을 봤다.
그곳에는 위사 모습을 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이 서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디에라도 있을 것 같은 위사려나.
그래도 내 기억 안에, 저런 얼굴의 위사는 없었을 터.
무심코 침대에서 일어나, 그 남자에게서 가장 먼 방 구석으로 도망쳤다.
살짝 풍겨오는 비릿한 무언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뽑힌 나이프의 끝에서 물 같은 무언가가 한 방울 떨어졌다.
찰싹 하는 끈적거리는 소리가, 어째서인지 굉장히 거슬렸다.
내 생존본능이 위험을 고했다.
이 남자는 안 된다고.
「아니스·라보니트. 당신을 마중왔습니다」
「.......」
「괜찮습니다. 저를 신용하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과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거래?」
「네. 사람을 한 사람, 죽여줬으면 합니다」
남자는 입이 가로로 찢어진 듯한 미소를 띠우며 나이프를 들지 않은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더욱 뒤로 한 걸음 물러서려 했지만, 뒤는 이미 벽이어서 이 이상 도망갈 장소는 없다.
「증오스럽죠? 그 여자가」
「.......」
「네에, 말하지 않아도 안답니다. 미칠듯이 거칠어진 당신의 마음을. 당신이 만행공주를 죽여준다면, 저는 당신에게 그 기회와 수단을 제공하죠」
「......공주, 님을 죽여?」
「네에, 미샤씨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틀림없이 그 여자 탓입니다. 당ㅇ신의 소중한 사라은 가축을 처리하듯이 살해당했는데, 그 여자는 호화로운 침대에서 매일 편안히 잠들고 있답니다. 당신이 이런 어슴푸레한 지하실에 갇혀있는 사이에, 그 여자는 극한으로 사치스러운 식사를 한가득 먹고 있답니다. 네에, 용서할 수 없지요?」
「용서 못해」
「그렇다면 제 손을 잡으세요, 아니스. 당신의 그 소원을 제가 이뤄보이죠」
그 날, 왕궁의 격리지구 지하실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아니스·라보니트가 탈옥.
수용소에 있던 경비병 15명 전원이 단숨에 살해당한것이 발견되어, 왕궁과 왕가 수호자인 근위대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되었다.
40화. 악마의 속삭임
지하실 특유의 곰팡이 냄새와 랜턴에 사용되고 있을 질 나쁜 동물기름의 냄새가 섞여, 지금에라도 코가 막힐 것 같다.
그런 주제에 복도 끝에 매달려 있는 랜턴의 빛은 통로 가장 안쪽에 있는 이 감옥까지는 거의 닿지 않는다.
정말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은 그런 희미한 빛 안에서도 방 안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기쁘지 않은 자신의 적응에, 이곳에 갇히고 나서 몇 백 번째의 한숨을 쉬었다.
비위생적인 간이침대에 머리맡에 있는 지면에 구멍이 뚫렸을 뿐인 화장실.
간수가 전부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보여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공포와 싸우지 않으면 배설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구제가 있다고 한다면, 배설후의 처리용으로서 깨끗한 지하수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만.
단지 이것은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 해서, 마시면 설사를 하는 것 같다.
샌드릭씨가 나를 여기에 데려왔을 때 부디 마시지 말라고 가르쳐 주신 것이다.
진짜 죄수라면 그런 정보조차 주어지지 않아, 굶주림과 목마름 때문에 그 물을 마셔버리는 것 같다.
한 번 설사를 하면 탈수증과 복통의 이중고에 시달려, 체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1주일 지나면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매일 2회 제대로 된 식사가 주어지고, 음료수도 통에 넣어져 방 한쪽에 놓여져 있다.
감옥 안의 설비는 그대로지만, 적어도 죄수에 대한 대우가 아님에는 틀림없다.
걱정스러운 공주님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지나가지만, 그걸 억지로 증오의 말로 덧칠한다.
「싫어, 싫어, 너무 싫어. 그 사람 탓에 미샤쨩이 죽었는걸. 이런 위선으로 용서하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나는 벼룩이 있을 것 같은 침대 위에서 홀로 무릎을 끌어안고 저주를 계속 중얼거렸다.
밤도 낮도 모르는 이 감옥 안에서 미칠 것 같아지면서도, 나는 은빛 머리카락의 소녀를 계속 저주했다.
미샤짱과 처음으로 만난 것은, 내가 친가인 라보니트 백작가에서 출근한 그 첫날이다.
비비오씨에게 이끌려 시녀 대기실에서 모두에게 소개받을 때, 미샤짱이 굉장한 눈으로 노려보던걸 기억한다.
나중에 묻자, 취향인 여자애가 들어와서 무심코 가만히 보고 있었다는 것 같지만.
미샤쨩이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는 나에게는, 굉장히 무서운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런 첫대면이니까 아무래도 서투른 의식이 앞서서, 제대로 인사도 할 수 없었다.
귀족 출신 시녀는 평민 출신 시녀에게서 어떻게든 괴롭혀진다고 소문으로 들었으니까, 더더욱 미샤쨩에게서 거리를 두도록 명심했다.
그래도 실제로 괴롭힌건 귀족 출신 시녀들.
유력한 귀족이나 페이탈 왕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결혼 활동적으로 방해가 될 것 같은 상대는 철저하게 괴롭히던 것 같다.
뭘 해도 모두의 두배 정도 시간이 걸리는 나는, 그녀들에게 있어서 딱 좋은 왕따 대상이었겠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의 방해를 해 두고, 시간대로 일을 할 수 없는 나를 뒤에서 비웃는 매일.
알고 있어도 무서워서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분해서 자기 방에서 베게를 눈물로 적시고 있었지.
어느 날 손님에게 낼 차를 준비하고 있자, 일부러 내 카트에 밀가루가 들어간 주전자를 떨어뜨려 괴롭혀온 시녀가 있었다.
당연히 차나 컵, 웨건은 물론 내 에이프런 드레스까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지나친 일에 멍하니 서 있자, 그 시녀는 굉장히 아양떨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문득 고개를 들고 그 시녀를 보자, 사과하는건 겉모습 뿐이고 눈은 완전히 나를 비웃고 있었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하는 생각과 분하다는 생각, 슬픔과 한심함이 단번에 머리에 들어차 나는 말없이 너덜너덜하게 울기 시작해버렸다.
이 나이에 남 앞에서 울다니, 친가에 있었을 무렵에는 몽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거기에 재빨리 온 것이 미샤쨩.
한눈에 사태를 파악했는지 말없이 주전자를 떨어뜨린 시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에게 강한 어조로 단언했다.
「벗어」
이 사람, 이런 장소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나는 울면서도 고개를 들고 미샤쨩의 등을 봤다.
그리고 그 앞에서 새파란 표정으로 떠는 시녀의 모습도.
「그래. 안 벗는구나. 그러면 도와줄게」
말하자마자, 격렬하게 저항하는 시녀의 에이프런 드레스는 재주있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벗겨냈다.
너무나 빠른 솜씨에 나도 벗겨진 시녀도 아연해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후일 그 비기의 이야기가 나왔더니, 미샤쨩은「시시한 사람을 벗겨버렸어」라고 쓴웃음짓고 있었지만 말야.
그건 그렇다 치고, 속옷차림이 된 시녀는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무례한 놈이라던가 자신의 집의 권력을 방패로 삼은 듯한 발언을 미샤쨩에게 계속 토해냈다.
미샤쨩은 그 전부를 비웃고 결국,
「그러고보면 네 친가, 우리 집에 꽤나 빚이 있는데? 집 이야기를 꺼내면 당연히 내 친가도 나오는데, 그럴 각오 있어?」
라고 싸늘하게 단언했던 것이다.
그녀는 그걸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되어, 싸구려틱한 퇴장대사로 도망쳤다.
멍하니 일을 지켜보던 나에게, 미샤쨩은 뒤돌아서 미소지어줬다.
「그 모습으론 일에 지장이 있어. 이거, 사이즈는 맞을테니 갈아입으면 돼」
「저, 저어...어째서?」
「뭐가?」
「어째서, 절 도와줬나요?」
「아니, 왜 도왔냐고 말해도 말이지. 혹시 돕지 않는 편이 좋았어?」
고개를 좌우로 저어 의사를 표시했지만, 그녀의 미소가 눈부셔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미샤쨩을 계속 피했다는 죄악감도 도와주고 있었다.
「저, 당신에게 심한 짓을 했는데...무서워서 피했는데」
「응? 아하하. 그래. 그래도 그 겁먹은 모습이 또 귀여웠지만 말야」
「하아?」
「아, 아니. 이쪽 일. 자, 벗어. 다행히 머리카락에 튀진 않았으니 얼굴이라던가 닦고 갈아입으면 괜찮아. 그 사이에 내가 차를 준비해 둘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옷을 테이블 위에 두고, 미샤쨩은 웨건 위를 깨끗하게 정리해갔다.
나는 미샤쨩의 뒷모습에 조금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저어!」
「응? 뭐야?」
「ㅈ, 저, 아니스·라보니트라고 해요. 친가는 변경백입니다만, 아시나요?」
「헤에, 백작 따님이구나. 아무래도 언동이 품위있었지」
「저, 저어. 당신의 이름을.......」
「응? 아, 제대로 말 안했나? 나는 미샤. 미샤·크로펠트. 잘 부탁해, 아니스」
그 후, 나는 미샤쨩과 주위가 놀랄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있었던 자매같다고 남에게 아유받을 정도로.
겁쟁이고 울보인 내가 만든, 처음으로 친구라고 해도 좋을 존재.
뭐, 그 후 여러가지 있어서 미샤쨩의 연인이 되어버렸지만.
감옥 안에서 메아리치는 내 오열.
미샤쨩과의 추억이 내 마음을 휘젓는다.
이제 미샤쨩은, 그 미소를 내게 보내주지 못한다.
그 힘찬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시들었다고 생각한 눈물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싫어. 미샤쨩, 싫어.......」
그 때, 천천히 감옥 문이 열렸다.
식사 시간도 아닌데 문이 열린데에 불쾌감을 느끼고 울면서도 고개를 들어 그쪽을 봤다.
그곳에는 위사 모습을 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이 서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디에라도 있을 것 같은 위사려나.
그래도 내 기억 안에, 저런 얼굴의 위사는 없었을 터.
무심코 침대에서 일어나, 그 남자에게서 가장 먼 방 구석으로 도망쳤다.
살짝 풍겨오는 비릿한 무언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뽑힌 나이프의 끝에서 물 같은 무언가가 한 방울 떨어졌다.
찰싹 하는 끈적거리는 소리가, 어째서인지 굉장히 거슬렸다.
내 생존본능이 위험을 고했다.
이 남자는 안 된다고.
「아니스·라보니트. 당신을 마중왔습니다」
「.......」
「괜찮습니다. 저를 신용하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과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거래?」
「네. 사람을 한 사람, 죽여줬으면 합니다」
남자는 입이 가로로 찢어진 듯한 미소를 띠우며 나이프를 들지 않은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더욱 뒤로 한 걸음 물러서려 했지만, 뒤는 이미 벽이어서 이 이상 도망갈 장소는 없다.
「증오스럽죠? 그 여자가」
「.......」
「네에, 말하지 않아도 안답니다. 미칠듯이 거칠어진 당신의 마음을. 당신이 만행공주를 죽여준다면, 저는 당신에게 그 기회와 수단을 제공하죠」
「......공주, 님을 죽여?」
「네에, 미샤씨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틀림없이 그 여자 탓입니다. 당ㅇ신의 소중한 사라은 가축을 처리하듯이 살해당했는데, 그 여자는 호화로운 침대에서 매일 편안히 잠들고 있답니다. 당신이 이런 어슴푸레한 지하실에 갇혀있는 사이에, 그 여자는 극한으로 사치스러운 식사를 한가득 먹고 있답니다. 네에, 용서할 수 없지요?」
「용서 못해」
「그렇다면 제 손을 잡으세요, 아니스. 당신의 그 소원을 제가 이뤄보이죠」
그 날, 왕궁의 격리지구 지하실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아니스·라보니트가 탈옥.
수용소에 있던 경비병 15명 전원이 단숨에 살해당한것이 발견되어, 왕궁과 왕가 수호자인 근위대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