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어슴푸레한 어둠 속, 어디에도 있을 것 같은 극히 평범한 생김새의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유리구슬같이 무기질한 시선에 마음 깊이 유린된 느낌이 들어, 무심코 등골을 떨어버렸다.
그런 내 두려움을 간파한 것 처럼, 남자는 씨익 불쾌하게 미소지었다.
「무슨 일인가요, 루나」
「딱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가요. 그래도, 왜 죽이지 않은 겁니까?」
「.......」
남자는 생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듯한 미소를 띠우며 다가온다.
이 남자는 언제나 그렇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주제에, 상대의 약점이나 슬픔 등의 부의 감정을 느끼면 악마같은 미소를 띠운다.
생명의 은인이 아니면, 이런 비열한 남자와 관계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 교회는 이미 폐옥이 된지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헛간에서, 아니, 혹은 비밀 통로 안에서라도 좋겠네요. 단검을 이 근처에 찌르면, 죽을 정도의 괴로움을 맛보며 어둠 안에서 천천히 죽어갈텐데」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내 오른쪽 갈비뼈 가장 밑 근처를 어루만졌다.
분명 이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그 귀여운 공주님이 몇 번이고 찔려 죽어있겠지.
끈적거리는 기분나쁜 미소를 보고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건 내 안의 소중한 무언가를 유린당하는 느낌이 들어 구토할 것 같았다.
「생명을 구해준 것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당신들의 수하가 아닙니다. 제가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가 복수할 때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고귀한 분에게도 사정도 시간도 있어요. 언제까지나 당신을 숨겨줄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물며 그 창녀의 딸에게 얼굴을 보인겁니다. 그렇게 시간은 없어요」
나는 이 남자에게 도움받았다.
레오님의 사택에서 작별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 마차에 타던 사람째로 어둠에 매장해지던 것을, 이 남자가 우연히 지나가던 참에 구해준 것이다.
음모의 전모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주모자인 만행 공주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 남자가 말하는 대로 왕도로 돌아왔다.
언니의 죽음을 갚기 위해, 마차에 있던 사람들의 원한을 위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평온을 위해.
「그 아가씨는...그 공주님은 저를 봐도 놀라지 않았어요」
「?」
「그 공주님은, 정말로 스와지크·볼프·고딘일까요?」
「반대로 묻죠. 그 용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나요?」
「아뇨, 저건 확실히 공주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뭘 망설이나요. 지금와서 그만두나요? 레이첼이나 마차 사람들의 슬픔을, 그 만행공주의 악행을 용서할 수 있나요? 용서해도 됩니까?」
「용서하지 않아요. 그래도.......」
애매한 내 태도에 깊게 한숨을 쉰 남자는, 어깨를 움츠리고 또 무표정이 되었다.
어디에도 있는 오합지졸로.
내 등을 누르던 듯한 압력이, 그것만으로도 싹 가벼워졌다.
그걸로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남자가 참을 수 없이 무섭다는 것을.
「뭐, 상관없겠죠. 고귀한 분도, 만행공주가 기억상실이라는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그건 올바른 정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쪽이 유리하죠. 아마도 만행공주는 그 출입구를 사용해, 이후 마을에 나올 것임에 틀림없어요. 그 찬스를 노리기로 하죠. 가능한 한 사이좋게 지내다가 마지막에 배신한다는 것도, 굉장히 기분좋은 죽음이고 말이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나를 잠시 가만히 보던 남자는, 입가만을 비틀어 웃었다.
「당신이 그럴 마음이 드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하죠. 뭐, 애초에 고귀한 분에게서 명령이 있으면 당신의 형편따위 상관없어집니다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재빨리 결단하시면 고맙겠습니다」
「알겠어요」
「아, 그렇지. 또 동료가 늘 예정이에요. 그 분도 만행공주에게 원한을 가진 듯 하셔서. 네에, 분명 얼굴을 마주치면 놀라시겠죠. 이후의 즐거움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어둠에 녹아들듯이 사라져간다.
처음은 마법이라도 사용하고 있나 싶었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다.
분명 저 녀석은 아마의 사도일 것이다.
그러니까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간단히 어둠에 녹아드는 것이다.
라는 것은, 나는 악마에게 매료된 바보같은 여자라는 걸까.
동료가 는다는 것은, 그 악마에게 매료된 사람이 늘었다는 것.
그 사람은 만행공주에게 어떤 처사를 받은 것일까.
이런 고난의 길을 걷지 않도록,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문득 행복했던 무렵의 언니의 얼굴이, 목소리가 떠올랐다가 사라져간다.
그 무렵은 단지, 언니에게 지켜져 일상을 보내는 것 만으로도 좋았는데.
대체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틀어진걸까.
어딘가 날 구해줄 사람은 있을까.
안타까움에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은 이 마음을, 언니의 미소나 마차에 우연히 타고 있던 사람들의 죽음에 생각을 돌리는 것으로 분발시켰다.
지금은 침울해질 때가 아니다.
이 복수는 분명 이 나라에 있어서도『좋은 일』이니까.
그러니까, 나는『나쁜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장소는 바뀌어, 왕궁에 있는 근위대의 한 방.
책상 위에 놓인 것은 근위대의 증거인 백은의 검.
특수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져, 보통 검과는 달리 도신이 빛나는 듯한 은빛을 지닌 것부터, 그 통칭이 붙은 검이다.
그 훌륭한 검의 저편에 앉은 것은, 근위대의 코와르스키, 근육 마쵸 아저씨다.
나와 아저씨는 이렇게 한 시간 정도를 서로 노려보고 있다.
왜냐고 하면 내가 근위대에 들어오는겡 ㅏ니라, 공주님의 기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비오씨가 공주님의 의사를 확인하러 북쪽 탑사러 가 주셨다.
그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본심을 말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공주님의 곁에 가 경호를 하고 싶을 정도다.
그걸 부족한 자제심을 풀가동시켜 현 상황을 참고 있는 것이다.
응. 기사의 귀감이라고 스스로 자화자찬해둘까.
「어째서, 근위대가 아니지?」
「나는 공주님을 위해 돌아왔어! 공주님 이외의 자를 위해 검을 휘두를 생각은 없어」
조금 전부터 몇 번이고 반복되는 문답이다.
아저씨는 내가 공주님의 기사가 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만,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
거기에 저런 해고를 당하고, 또 고개를 숙여 일할 생각도 없고 말이지.
침묵이 지배하는 방의 문이 간신히 조용히 열렸다.
나도 아저씨도 들어온 비비오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땠지?」
아저씨가 비비오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주님은 기사따위 필요 없으시다고.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할 수 있으니 내버려 두었으면 한다고도」
「뭐, 최근의 공주님의 행동을 보면 예상은 갔다만」
딱히 낙담한 모습도 없는 둘에 대해, 나는 반대로 격렬히 쇼크를 받았다.
확실히 갑자기 기사로 해 주세요 라던가 해서, 곧장 좋은 대답이 돌아온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설마 만나 줄 수도 없다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 것이다.
거기까지 공주님은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다고 생각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졌다.
무심코 엉덩이를 뗀 나에게, 비비오씨가 질문을 해 왔다.
「보먼, 너는 공주님에게『당신을 친구라 생각한 적 따윈 없다』라던가 말했어?」
「아? 네, 네에. 확실히 말했습니다. 폐는 끼칠 수 없고, 친구는 고르라는 듯한 말을 들었으므로 그건 아니라고」
「......과연」
비비오씨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어쩐지 아픔을 견디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나는 그다지 의미를 몰라서 아저씨 쪽을 보았다.
아저씨에겐 뭔가 짐작이 가는지, 굉장히 유감스러운 표정이었다.
「에, 뭔가 안 좋았나요?」
조심조심 비비오씨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망설인 결과,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다.
「보먼, 너 여자애와 사귄 적 없지?」
「푸핰. 그, 그런 가슴을 찌르는 말을 어째서 지금 듣지 않으면 안 되나요?」
「뭐, 왠지 모르게 네가 생각하던 건, 기사로서는 이해할 수 있군. 기사와 주인의 관계를 근처의 친구 관계로 일축되면 그건 참을 수 없지」
「그, 그렇죠?!」
조금 전까지의 험악한 아저씨와의 관계를 집어던지고, 그 원호사격에 최대급의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 원군도 간단히 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말야, 친구라고는 생각한 적도 없다, 라고 이야기를 끊어버리면 당연히 공주님도 상처입지」
「에? 에?」
「말이 압도적으로 부족해, 보먼 군」
「아니, 비비오. 나라면 한 마디로 끝낸다고? 나에게 맡기라고」
「당신에겐 무드가 없어요. 그걸로 잘도 저런 좋은 부인을 얻었네요? 왕궁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에요」
「네놈, 여자라는건 말이지, 억지로 끌려가고 싶다는 소밍이 있다고. 조금 강제적인 편이 좋아」
「하나부터 열까지, 그런 여성뿐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불유쾌합니다만?」
「그렇게 퉁명스러우니 혼기를 놓칠 것 같아졌잖냐」
순간, 방의 공기가 5도는 내려간 듯이 나에게는 느껴졌다.
이것이 압도적인 죽음의 공포라는 것이겠지.
그 압력에, 역시나 역전의 용사인 아저씨는 기죽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의 여왕은, 그 위를 달렸다.
책상 위에 있던 검을 들고, 말없이 그걸 칼집째 휘둘렀다.
나도 기사를 목표하는 자의 끝부분이다.
여성이 휘두르는 검 따위 쉽게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역전의 용사인 아저씨라면, 그건 확신했을 터.
하지만, 그런 우리들의 예상을 아득히 웃도는 참격에 아저씨는 얼굴이 풀려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누가 혼기를 놓쳤다고?」
코에서 뚝뚝 피를 흘리며, 토끼처럼 떠는 아저씨.
하지만, 그런 아저씨를 보고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왜냐면 비비오씨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지릴 것 같았으니까.
조용히 휘둘러지는 이격째를, 후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저씨.
미안해. 나에겐 당신을 도울 힘따윈 없어.
망설이지 말고 성불해 줘!
아저씨의 최후를 보기 전에, 나는 그곳에서 도망쳤다.
일단 아저씨에게서 힌트는 얻었다.
그의 유언이 된 말을 실행하기 위해, 나는 곧바로 북쪽 탑사에 향했다.
따, 딱히 등 뒤에서 반야같은 비비오씨가 쫒아올 것 같았다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니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자 낮인데도 하나의 별이 빛나고 있었다.
아아, 아저씨. 당신의 고귀한 희생은 내일 정도까지 기억해 둘게.
내 등 뒤에서 세 번 정도 둔한 타격음이 들렸다만, 전신전력으로 들리지 않은 척을 했다.
나는 북쪽 탑사에 들어가자 전속력으로 3층에 뛰어올라갔다.
도중에 라이라씨를 만나서, 공주님이 침실에 있다는 것도 확인이 끝났다.
머릿속에서 뭘 말해야 할지 제대로 정리해둔다.
우선, 말이 부족해 상처입힌 건에 대한 사죄네.
그래서, 제대로 나는 공주님을 지켜주고 싶다고 큰 소리로 말하면 분명 고개를 끄덕여 주실 터.
어쩐지 너무 형편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다!
나는 공주님의 방 앞에 도착해, 노크할 시간도 아깝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방 중앙에 놓여진 큰 침대.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식탁.
그 테이블 위에는 여러가지 드레스가 놓여져 있어서, 그 옆에 공주님이 실오라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첫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하늘하늘 늘어진 투명감이 있는 은빛 머리칼.
그 모습이 굉장히 환상적으로 아름다워서, 오는 도중 생각하던 대사가 전부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렸다.
「햐읏! 보, 보먼? 왜?」
「아, 으아, 에에?」
황급히 들고 있던 작은 옷감으로 몸을 가리려 하는 듯 했지만, 저건 아마도 팬티니까 몸을 덮기엔 압도적으로 면적이 부족할 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당황하는 공주님을, 어째서인지 묘하게 냉정한 머리가 선명하게 기억영역에 기록해갔다.
「잠깐, 보먼, 뭘 하러 온거야!」
「아, ㄴ, 네! 고, 공주님, ㅈ, 저, (친구가 아니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을 (지키고) 싶어요!」
「잠깐, 치, 침착해, 보먼! 아무리 그 나이대라고 해도, 이렇게 억지로라니」
「저, 당신을 보면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말하고 공주님의 어깨에 손을 두고 꽉 잡았다.
응. 지금 생각해도 나는 죽을 정도로 긴장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비비오씨가 말이 부족하다고 할 법하다.
뭐, 이 반성은 새의 정원에 돌아가고 나서 깨달았지만.
그런 나에게, 공주님은 착란하면서도 그곳에 공격을 감행해왔다.
긴장하던 나는 당연히 막을 수도 없어서, 한방에 기절해 방 밖으로 내던져졌다.
거기에 부대에서 쫒아온 비비오씨가 찾아와, 방에 있던 공주님과 2, 3마디를 주고받은 후, 오물을 취급하는 듯한 느낌으로 성 밖에 던져졌다.
물론 기사도 될 수 없었고, 이 후 왕궁에도 다가오지 말라고 단언된다는 덤을 붙여서다.
......왜 이렇게 되었지?
39화. 억지로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뒷골목의 어슴푸레한 어둠 속, 어디에도 있을 것 같은 극히 평범한 생김새의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유리구슬같이 무기질한 시선에 마음 깊이 유린된 느낌이 들어, 무심코 등골을 떨어버렸다.
그런 내 두려움을 간파한 것 처럼, 남자는 씨익 불쾌하게 미소지었다.
「무슨 일인가요, 루나」
「딱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가요. 그래도, 왜 죽이지 않은 겁니까?」
「.......」
남자는 생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듯한 미소를 띠우며 다가온다.
이 남자는 언제나 그렇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주제에, 상대의 약점이나 슬픔 등의 부의 감정을 느끼면 악마같은 미소를 띠운다.
생명의 은인이 아니면, 이런 비열한 남자와 관계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 교회는 이미 폐옥이 된지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헛간에서, 아니, 혹은 비밀 통로 안에서라도 좋겠네요. 단검을 이 근처에 찌르면, 죽을 정도의 괴로움을 맛보며 어둠 안에서 천천히 죽어갈텐데」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내 오른쪽 갈비뼈 가장 밑 근처를 어루만졌다.
분명 이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그 귀여운 공주님이 몇 번이고 찔려 죽어있겠지.
끈적거리는 기분나쁜 미소를 보고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건 내 안의 소중한 무언가를 유린당하는 느낌이 들어 구토할 것 같았다.
「생명을 구해준 것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당신들의 수하가 아닙니다. 제가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가 복수할 때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고귀한 분에게도 사정도 시간도 있어요. 언제까지나 당신을 숨겨줄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물며 그 창녀의 딸에게 얼굴을 보인겁니다. 그렇게 시간은 없어요」
나는 이 남자에게 도움받았다.
레오님의 사택에서 작별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 마차에 타던 사람째로 어둠에 매장해지던 것을, 이 남자가 우연히 지나가던 참에 구해준 것이다.
음모의 전모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주모자인 만행 공주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 남자가 말하는 대로 왕도로 돌아왔다.
언니의 죽음을 갚기 위해, 마차에 있던 사람들의 원한을 위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평온을 위해.
「그 아가씨는...그 공주님은 저를 봐도 놀라지 않았어요」
「?」
「그 공주님은, 정말로 스와지크·볼프·고딘일까요?」
「반대로 묻죠. 그 용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나요?」
「아뇨, 저건 확실히 공주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뭘 망설이나요. 지금와서 그만두나요? 레이첼이나 마차 사람들의 슬픔을, 그 만행공주의 악행을 용서할 수 있나요? 용서해도 됩니까?」
「용서하지 않아요. 그래도.......」
애매한 내 태도에 깊게 한숨을 쉰 남자는, 어깨를 움츠리고 또 무표정이 되었다.
어디에도 있는 오합지졸로.
내 등을 누르던 듯한 압력이, 그것만으로도 싹 가벼워졌다.
그걸로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남자가 참을 수 없이 무섭다는 것을.
「뭐, 상관없겠죠. 고귀한 분도, 만행공주가 기억상실이라는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그건 올바른 정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쪽이 유리하죠. 아마도 만행공주는 그 출입구를 사용해, 이후 마을에 나올 것임에 틀림없어요. 그 찬스를 노리기로 하죠. 가능한 한 사이좋게 지내다가 마지막에 배신한다는 것도, 굉장히 기분좋은 죽음이고 말이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나를 잠시 가만히 보던 남자는, 입가만을 비틀어 웃었다.
「당신이 그럴 마음이 드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하죠. 뭐, 애초에 고귀한 분에게서 명령이 있으면 당신의 형편따위 상관없어집니다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재빨리 결단하시면 고맙겠습니다」
「알겠어요」
「아, 그렇지. 또 동료가 늘 예정이에요. 그 분도 만행공주에게 원한을 가진 듯 하셔서. 네에, 분명 얼굴을 마주치면 놀라시겠죠. 이후의 즐거움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어둠에 녹아들듯이 사라져간다.
처음은 마법이라도 사용하고 있나 싶었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다.
분명 저 녀석은 아마의 사도일 것이다.
그러니까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간단히 어둠에 녹아드는 것이다.
라는 것은, 나는 악마에게 매료된 바보같은 여자라는 걸까.
동료가 는다는 것은, 그 악마에게 매료된 사람이 늘었다는 것.
그 사람은 만행공주에게 어떤 처사를 받은 것일까.
이런 고난의 길을 걷지 않도록,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문득 행복했던 무렵의 언니의 얼굴이, 목소리가 떠올랐다가 사라져간다.
그 무렵은 단지, 언니에게 지켜져 일상을 보내는 것 만으로도 좋았는데.
대체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틀어진걸까.
어딘가 날 구해줄 사람은 있을까.
안타까움에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은 이 마음을, 언니의 미소나 마차에 우연히 타고 있던 사람들의 죽음에 생각을 돌리는 것으로 분발시켰다.
지금은 침울해질 때가 아니다.
이 복수는 분명 이 나라에 있어서도『좋은 일』이니까.
그러니까, 나는『나쁜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장소는 바뀌어, 왕궁에 있는 근위대의 한 방.
책상 위에 놓인 것은 근위대의 증거인 백은의 검.
특수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져, 보통 검과는 달리 도신이 빛나는 듯한 은빛을 지닌 것부터, 그 통칭이 붙은 검이다.
그 훌륭한 검의 저편에 앉은 것은, 근위대의 코와르스키, 근육 마쵸 아저씨다.
나와 아저씨는 이렇게 한 시간 정도를 서로 노려보고 있다.
왜냐고 하면 내가 근위대에 들어오는겡 ㅏ니라, 공주님의 기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비오씨가 공주님의 의사를 확인하러 북쪽 탑사러 가 주셨다.
그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본심을 말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공주님의 곁에 가 경호를 하고 싶을 정도다.
그걸 부족한 자제심을 풀가동시켜 현 상황을 참고 있는 것이다.
응. 기사의 귀감이라고 스스로 자화자찬해둘까.
「어째서, 근위대가 아니지?」
「나는 공주님을 위해 돌아왔어! 공주님 이외의 자를 위해 검을 휘두를 생각은 없어」
조금 전부터 몇 번이고 반복되는 문답이다.
아저씨는 내가 공주님의 기사가 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만,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
거기에 저런 해고를 당하고, 또 고개를 숙여 일할 생각도 없고 말이지.
침묵이 지배하는 방의 문이 간신히 조용히 열렸다.
나도 아저씨도 들어온 비비오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땠지?」
아저씨가 비비오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주님은 기사따위 필요 없으시다고.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할 수 있으니 내버려 두었으면 한다고도」
「뭐, 최근의 공주님의 행동을 보면 예상은 갔다만」
딱히 낙담한 모습도 없는 둘에 대해, 나는 반대로 격렬히 쇼크를 받았다.
확실히 갑자기 기사로 해 주세요 라던가 해서, 곧장 좋은 대답이 돌아온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설마 만나 줄 수도 없다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 것이다.
거기까지 공주님은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다고 생각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졌다.
무심코 엉덩이를 뗀 나에게, 비비오씨가 질문을 해 왔다.
「보먼, 너는 공주님에게『당신을 친구라 생각한 적 따윈 없다』라던가 말했어?」
「아? 네, 네에. 확실히 말했습니다. 폐는 끼칠 수 없고, 친구는 고르라는 듯한 말을 들었으므로 그건 아니라고」
「......과연」
비비오씨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어쩐지 아픔을 견디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나는 그다지 의미를 몰라서 아저씨 쪽을 보았다.
아저씨에겐 뭔가 짐작이 가는지, 굉장히 유감스러운 표정이었다.
「에, 뭔가 안 좋았나요?」
조심조심 비비오씨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망설인 결과,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다.
「보먼, 너 여자애와 사귄 적 없지?」
「푸핰. 그, 그런 가슴을 찌르는 말을 어째서 지금 듣지 않으면 안 되나요?」
「뭐, 왠지 모르게 네가 생각하던 건, 기사로서는 이해할 수 있군. 기사와 주인의 관계를 근처의 친구 관계로 일축되면 그건 참을 수 없지」
「그, 그렇죠?!」
조금 전까지의 험악한 아저씨와의 관계를 집어던지고, 그 원호사격에 최대급의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 원군도 간단히 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말야, 친구라고는 생각한 적도 없다, 라고 이야기를 끊어버리면 당연히 공주님도 상처입지」
「에? 에?」
「말이 압도적으로 부족해, 보먼 군」
「아니, 비비오. 나라면 한 마디로 끝낸다고? 나에게 맡기라고」
「당신에겐 무드가 없어요. 그걸로 잘도 저런 좋은 부인을 얻었네요? 왕궁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에요」
「네놈, 여자라는건 말이지, 억지로 끌려가고 싶다는 소밍이 있다고. 조금 강제적인 편이 좋아」
「하나부터 열까지, 그런 여성뿐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불유쾌합니다만?」
「그렇게 퉁명스러우니 혼기를 놓칠 것 같아졌잖냐」
순간, 방의 공기가 5도는 내려간 듯이 나에게는 느껴졌다.
이것이 압도적인 죽음의 공포라는 것이겠지.
그 압력에, 역시나 역전의 용사인 아저씨는 기죽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의 여왕은, 그 위를 달렸다.
책상 위에 있던 검을 들고, 말없이 그걸 칼집째 휘둘렀다.
나도 기사를 목표하는 자의 끝부분이다.
여성이 휘두르는 검 따위 쉽게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역전의 용사인 아저씨라면, 그건 확신했을 터.
하지만, 그런 우리들의 예상을 아득히 웃도는 참격에 아저씨는 얼굴이 풀려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누가 혼기를 놓쳤다고?」
코에서 뚝뚝 피를 흘리며, 토끼처럼 떠는 아저씨.
하지만, 그런 아저씨를 보고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왜냐면 비비오씨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지릴 것 같았으니까.
조용히 휘둘러지는 이격째를, 후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저씨.
미안해. 나에겐 당신을 도울 힘따윈 없어.
망설이지 말고 성불해 줘!
아저씨의 최후를 보기 전에, 나는 그곳에서 도망쳤다.
일단 아저씨에게서 힌트는 얻었다.
그의 유언이 된 말을 실행하기 위해, 나는 곧바로 북쪽 탑사에 향했다.
따, 딱히 등 뒤에서 반야같은 비비오씨가 쫒아올 것 같았다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니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자 낮인데도 하나의 별이 빛나고 있었다.
아아, 아저씨. 당신의 고귀한 희생은 내일 정도까지 기억해 둘게.
내 등 뒤에서 세 번 정도 둔한 타격음이 들렸다만, 전신전력으로 들리지 않은 척을 했다.
나는 북쪽 탑사에 들어가자 전속력으로 3층에 뛰어올라갔다.
도중에 라이라씨를 만나서, 공주님이 침실에 있다는 것도 확인이 끝났다.
머릿속에서 뭘 말해야 할지 제대로 정리해둔다.
우선, 말이 부족해 상처입힌 건에 대한 사죄네.
그래서, 제대로 나는 공주님을 지켜주고 싶다고 큰 소리로 말하면 분명 고개를 끄덕여 주실 터.
어쩐지 너무 형편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다!
나는 공주님의 방 앞에 도착해, 노크할 시간도 아깝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방 중앙에 놓여진 큰 침대.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식탁.
그 테이블 위에는 여러가지 드레스가 놓여져 있어서, 그 옆에 공주님이 실오라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첫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하늘하늘 늘어진 투명감이 있는 은빛 머리칼.
그 모습이 굉장히 환상적으로 아름다워서, 오는 도중 생각하던 대사가 전부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렸다.
「햐읏! 보, 보먼? 왜?」
「아, 으아, 에에?」
황급히 들고 있던 작은 옷감으로 몸을 가리려 하는 듯 했지만, 저건 아마도 팬티니까 몸을 덮기엔 압도적으로 면적이 부족할 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당황하는 공주님을, 어째서인지 묘하게 냉정한 머리가 선명하게 기억영역에 기록해갔다.
「잠깐, 보먼, 뭘 하러 온거야!」
「아, ㄴ, 네! 고, 공주님, ㅈ, 저, (친구가 아니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을 (지키고) 싶어요!」
「잠깐, 치, 침착해, 보먼! 아무리 그 나이대라고 해도, 이렇게 억지로라니」
「저, 당신을 보면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말하고 공주님의 어깨에 손을 두고 꽉 잡았다.
응. 지금 생각해도 나는 죽을 정도로 긴장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비비오씨가 말이 부족하다고 할 법하다.
뭐, 이 반성은 새의 정원에 돌아가고 나서 깨달았지만.
그런 나에게, 공주님은 착란하면서도 그곳에 공격을 감행해왔다.
긴장하던 나는 당연히 막을 수도 없어서, 한방에 기절해 방 밖으로 내던져졌다.
거기에 부대에서 쫒아온 비비오씨가 찾아와, 방에 있던 공주님과 2, 3마디를 주고받은 후, 오물을 취급하는 듯한 느낌으로 성 밖에 던져졌다.
물론 기사도 될 수 없었고, 이 후 왕궁에도 다가오지 말라고 단언된다는 덤을 붙여서다.
......왜 이렇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