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이제 남에게 맡겨둘 수 없어!!
나는 해가 떨어져 어슴푸레해진 복도를 콧김을 뿜어대며 페이 오빠의 집무실로 향했다.
도중에 위사나 붉은 갑옷을 입은 병사씨와 엇갈렸지만, 내 험악한 얼굴에 아무도 말리려 하지 않았다.
뭐, 말려도 억지로 지나갈테지만.
뭘 그렇게 안색을 바꾸는가 하냐면, 아니스의 건, 스비타에게서 들어 버렸어.
아니스가 스스로 탈옥할 리도 없고, 15명이나 그걸 위해 죽일 애가 아니다.
괜찮다고는 생각하지만, 페이 오빠에게는 제대로 그 근처를 확인해 두지 않으면 다음에 만회가 되지 않아도 안 되고 말이지.
나는 노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페이 오빠의 집무실에 난폭하게 난입했다.
방 안쪽, 큰 책상에 기대듯이 페이 오빠는 복잡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페이 오빠와 붉은 갑옷을 입은 와일드 핸섬한 기사가 갑자기 나타난 나에게 깜짝 놀라 이쪽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니, 스와지크?」
「페이 오라버니, 아니스에 대해 언뜻 들었는데요」
「뭣, 어째서?! 아, 아니.......」
페이 오빠가 당황하는걸 보면, 아니스에 대해 나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고 이해했다.
응. 스비타에게는 감사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일이 끝났을지도 모르니까.
분위기를 가다듬으려 하는 페이 오빠의 옆에 가서, 나는 아래에서 그 얼굴을 조금 노려보는듯한 느낌으로 올려다보았다.
페이 오빠는 아주 잠깐의 시간으로 동요로부터 회복해,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우면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스와지크,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우리들이 제대로 널 지켜보일테니」
「그런 걸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 페이 오라버니. 아니스는 어떻게 되었나요? 어쩔 작정이죠?」
아마도 적당한 걸 말하고 되돌려보낼 생각이었을 페이 오빠는, 내 추궁에 띠우고 있던 미소를 굳혔다.
그래도 페이 오빠는 다소 딱딱하게 웃으면서, 내 머리에 손을 탁 얹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반드시 우리들의 그녀가 있는 곳을 찾아내 보일테니까. 그러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그.러.니.까! 그게 안심할 수 없는거에요! 아니스를 붙잡는다니 어째서인가요?」
「네게 원한이 있어서 탈옥한거야. 아니스를 빨리 잡지 않으면 언젠가 네게 위해를 가할지도 몰라, 라는 건 이해해 주겠지?」
「어째서 벌써 범죄자 취급인가요? 거기가 납득가지 않아요!!」
서로 노려보는 나와 페이 오빠의 사이에, 쓱, 하고 하나의 손이 끼어들었다.
방해되는 손의 주인을 보자, 조금 전 페이 오빠와 말하고 있던 붉은 갑옷의 기사였다.
붉은 더벅머리에 작은 상처투성이인 적동색 얼굴. 고양이과를 방불케 하는 날카로운 눈동자에 덧니가 살짝 보이는 커다란 입.
어딜 어떻게 봐도 백전연마의 전사라는 느낌이다.
그는 손 뿐만이 아니라 그 커다란 몸을 나와 페이 오빠의 사이에 끼어넣었으므로, 무심코 세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 버렸다.
어쩐지 묘하게 진 느낌이 들어서, 찌릿, 하고 붉은 기사를 노려보았다.
「죄송합니다만 공주님, 이것은 근위와 제 1군인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지휘권을 가지지 않은 외부인에게 참견을 받으면, 굉ㅡ장히 폐가 됩니다만?」
「어떤 임무?」
「하? 지휘권도 없는 당신에게 어째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만」
얄밉게 귀에 새끼손가락을 쑤셔넣고 후비적거리는 붉은 기사.
어째서 이 녀석 이렇게나 싸울 기세냐고.
거기에 묘하게 얕봐지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기분나쁘다.
이빨을 꽉 물고, 그 분노를 아랫배에 밀어넣었다.
「아, 아니스는 제 전속 시녀였던 자에요. 저에게는 알 권리가 있을 터에요」
「알 권리? 하, 뭡니까 그건. 권리라고 하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를 방해할 정도로 대단한 건가요?」
여기까지 명백하게 조소와 반항이라는 것을 바로 정면에서 처박아 온 상대는 아니스 외에 처음이다.
그리고 그의 빤히 보이는 악감정에, 나도 분노를 가지고 맞서버렸다.
이 사람들에게 맡기면, 분명 아니스는 살해당해 버릴지도 모른다.
레이첼 때와는 또 다르지만 분명히 최악의 결과가 된다는, 그런 예감이 내 몸을 달려갔다.
「페이 오라버니! 페이 오라버니는 제대로 약속해 주셨죠? 레이첼의 전철은 밟지 않겠다고」
「웃기지 마! 그 레이첼을 죽인 건 너잖나! 그 입으로 네놈은 뭘 지껄이는거냐!!」
멱살을 꽉 잡혀서 억지로 들어올려졌다.
순간 목이 졸려 숨이 막혀, 얼굴이 붉어져간다.
괴로워하는 내 이마에 이마를 부딪히고, 붉은 기사는 커다란 목소리로 마구 고함쳤다.
「애초에 그 아니스라는 시녀의 친구가 죽었던 것도, 네놈이 있었기 때문이잖냐! 뭘 외부인 주제에 페이에게 설교를 하는거냐고!!」
「그만둬라, 크라우!」
「너도 너야 페이! 언제까지나 그런 창녀가 낳은 오물에게 알랑거릴거냐. 볼프가의 위광을 등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쓰레기 따위, 잽싸게 친가로 돌려보내면 좋잖냐!! 이 나라는 우리들만으로도 충분히 지켜나갈 수 있어!!」
「아무리 사촌이라고 해도, 말해서 되는 것과 안 되는게 있다고, 크라우. 거기에 그대로라면 스와지크가 죽어버려」
호흡을 거의 할 수 없어서 의식이 몽롱해진 나를 보고, 크라우라 불린 붉은 기사는 짜증내며 손을 놓았다.
나는 무심코 웅크려 앉고, 허덕이면서도 폐 가득 숨을 들이킨다.
죽을 정도의 답답함과 자신과는 무관계한 부분을 잔뜩 들어서, 원통한 눈물이 흘렀다.
쓰러진 내 곁에 황급히 비비오씨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듯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비비오씨의 손을 넌지시 밀고, 떨리는 무릎게 힘을 넣으며 겨우 일어섰다.
한순간 휘청거리자, 비비오씨가 바로 한쪽 겨드랑이를 잡고 몸을 지탱해줬다.
이번은 손을 뿌리치지 않고 그녀의 호의를 받기로 했다.
「당신에게 뭐라고 듣건, 나는...그래도 아니스를 돕고 싶어」
크라우는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와 간단히 머리카락을 쥐어채, 그대로 나를 복도까지 질질 끌고갔다.
복도에 나오자, 힘차게 마루에 내던져졌다.
넘어지는 와중에 나는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혔는지, 의식을 잃어버렸다.
「기분나빠. 다른 녀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내숭이 통할거라 생각했나? 나는 너 따위가 생각하는대로 되지 않아」
희미해져 가는 의식 안에서, 크라우의 그 말만이 제대로 들려왔다.
문득 눈을 뜨자, 그곳은 평소의 침대 위였다.
일어나려 하자, 머리가 웅웅 흔들려서 기분이 나빠졌다.
내 기척을 눈치챘는지 누군가가 내 등을 살짝 받쳐주었다.
「아, 미안해. 고마워」
「정말이지, 괜찮니, 내 귀여운 공주님?」
「에? 페, 페이 오라버니?」
「조금 전은 심한 일이 되어서 미안했어」
그렇게 말하고, 페이 오빠는 내 머리에 감겨진 붕대를 살짝 어루만졌다.
둔한 통증은 아직 있었지만, 얌전히 있으면 그리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말로 난폭하게 다뤄졌는걸. 저런 취급은 남자였을 때에도 그리 없었던 느낌이 들어.
「크라우는, 네가 바뀌었다고는 몰라. 그러니까 네가 말한걸 진짜【스와지크 공주】가 말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걸로 인내가 다한 것 같아」
「...그래도, 왕녀님을 대하는 취급이 아니었지」
「뭐 그렇지. 저 녀석은 성격이 급해서 곤란해. 거기에 이전에는 저렇게 되는걸 서로 예측할 수 있어서인지, 철저히 서로 피했고 말이지」
「그런가. 내가 어슬렁거리고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하니까 화난건가」
「뭐, 그런거지. 저 녀석도 왕족 끄트머리야. 용서해 주지 않을래?」
「......당한 건 용서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분명 바깥 사람이 해 온 걸 생각하면 어쩔 수 없...으려나?」
페이 오빠는 쓴웃음지으며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으응~ 남자가 쓰다듬어도 기쁘지 않지만, 그래도 뭐. 지금은 뭐라고 할까, 신경써주는 분위기 같으니까 그다지 싫은 기분이 되지는 않는다.
「일단 저 녀석에게도 제대로 말해뒀어. 이제 크라우가 나서서 네게 다가갈 일은 없어」
「응ㅡ 그렇네. 나도 아픈 꼴은 이제 당하고 싶지 않고. 지금은 그걸로 됐나」
「저 녀석 대신에 사과할게. 정말로 미안했어」
「페이 오라버니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응, 이번 일은 나도 부주의했다는 걸로」
「고마워」
내 얼굴 옆에 나란히 달빛이 비춰지고 있는 페이 오빠의 얼굴이 굉장히 아름답게 미소짓고 있었다.
으와, 이게 얼짱 파워인가.
남자인 나도 조금 두근거리니까, 이거 여자애면 한방일지도 몰라.
조금 뺨을 붉히고 곁눈질로 훔쳐보고 있는걸 눈치챘는지, 페이 오빠가 이런, 하는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부끄러워 하는 얼굴을 보이는게 부끄러워서, 나는 목이 빠직, 소리가 울릴 정도의 기세로 딴청을 부렸다.
「무슨 일이니, 너? 어쩐지 얼굴이 붉은 것 같은데, 열이나도 나는거니?」
「아, 아니,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열을 재려 하는 손을 양 손으로 가슴에 밀고, 위험을 긴급회피!
지금 얼굴을 만져지면 어쩐지 여러가지로 질 것 같다.
「그, 그, 그런데 페이 오라버니! 아니스는 어떻게 할 거야? 조금 전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으니까」
「아, 에? 아, 아니스인가. 응. 아니스구나」
「?」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니스는 지금 제 1군의 인원을 사용해서 시내를 수색중이야」
「혹시 지명수배 같은 느낌?」
「지명수배라는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범죄자를 뒤쫒는다는 의미로 말한다면 그렇게 되지」
나는 페이 오빠에게 상반신을 꼬듯이 뒤돌아보았다.
어째서인지 새빨간 얼굴을 한 페이 오빠가 당황한 듯이 고개를 돌렸다.
「페이 오라버니! 아니스는 범죄자가 아냐! 나쁜 녀석들에게 데려가진거야,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하지만 말이지, 네 온정을 상대가 올바르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타인을 너무 신용하는게 아닐까」
「어째서야!」
「네 의향도 있어서, 처음은 지하 감옥에서 곧장 레오의 저택으로 옮길 생각이었어. 스와지크를 밀어뜨린 시녀에게 우리가 했던 것 처럼」
거기까지 말하고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이 된 페이 오라버니.
분명 페이 오라버니니까 아니스에게 직접 그걸 말하러 갔음에 틀림없다.
아마도 그 때의 대화를 떠올려내고, 이런 표정을 지은거겠지.
아니스, 대체 페이 오라버니에게 뭘 말한거야.
「거부했어?」
「그래. 너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말이지. 그러니까 저건 네가 아는 아니스·라보니트가 아니야」
「...그건 아냐, 페이 오라버니. 아니스는 아니스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 그거야, 지금은 자신을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미샤가 살아 있다고 알면 이런 짓은 하지 않게 돼」
「거기에 대해서는, 내 생각이 짧았어. 너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곧장 그녀에게 가르쳐 줘야 했어. 레오의 저택에 옮기고 스파이가 없는 곳에서 사실을 말할 생각이었지. 상대에게 선수를 치게 한 건, 틀림없이 내 미스야」
분한 듯이 내 양 손 안에서 굳어지는 팔을, 나는 천천히 아이를 어르듯이 두드렸다.
분명 페이 오빠는 너무 성실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라면 분명 다른 누군가의 탓으로 도망치는 거라도, 페이 오빠는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문제라고 바보같이 솔직하게 정면에서 궁리하는거다.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노블레스·오블리주라는 것임에 틀림없겠지.
내가 페이 오빠만할 나이에는, 분명 학교에 다니며 세상따윈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바보짓을 해댔다.
그러니까 페이 오빠도, 조금 더 어깨의 힘을 빼면 좋을텐데 싶을 때가 있다.
「그, 그, 뭐야」
「응? 뭐야, 페이 오라버니」
「스, 슬슬 손을 떼 줬으면 하는데. 그, 여, 여러가지로 곤란해」
「아, 응. 미안 미안」
그야 손을 잡힌 채면 곤란하지, 미안미안해~
나는 웃으면서 페이 오빠의 손을 떼고, 수줍음을 감추려고 슬쩍 아래를 보았다.
어쩐지 갑자기 페이 오빠가 힘차게 고개를 돌렸는데, 남의 얼굴을 보고 그건 실례라고 생각해!
불평하려고 몸을 내밀자, 머리가 어지러워 눈이 조금 돌아갔다.
페이 오빠가 제대로 날 받아줘서 어떻게든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짐승같은 방금 전 녀석. 얼마나 힘껏 나를 바닥에 처박은거야!
나는 욕을 마음 속에서 해대면서, 페이 오빠에게 받쳐지는 채 현기증이 낫는 걸 가만히 기다렸다.
체감 시간적으로는 꽤 길게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3분 정도 가만히 있었다.
간신히 현기증이 잦아들어, 지금 내 꼴을 알아차렸다.
달빛이 비추는 어슴푸레한 방 침대 위에서, 아무래도 나는 페이 오빠에게 어느샌가 기댄 모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남자인 채인 나라면 조금 곤란한 씬이지만, 지금은 자타공인 여자아이.
조금 정도라면 문제 없다, 는 걸로 해 두자.
「아니스는, 선처할 생각이야」
「응. 알겠어」
페이 오빠는 아마도 힘껏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말해주는거다.
주위의 일이나 나, 그리고 아니스도 열심히 생각해서.
등에 닿는 페이 오빠의 얼굴을 보려고 머리를 뒤로 돌렸다.
남이 보면 페이 오빠의 쇄골에 얼굴을 문지르며 어리광부리듯이 보이는 자세다.
애초에, 나에게 그런 자각은 요만큼도 없지만.
그런 나를 본 적도 없는 상냥한 눈동자로 내려다보는 페이 오빠.
「페이 오라버니?」
「아, 아니. 생각을 했어」
「생각?」
「그래. 진짜 스와지크도 너처럼 마음을 열어줬더라면, 나는.......」
「?」
멍해하는 내 표정을 보고, 정말로 아름다운 미소의 페이 오빠에게 나는 무심코 가만히 보고 말았다.
제길, 얼짱은 비겁해!
웃고 있는 페이 오빠에게, 분해져서 얼굴을 맞대고 비난하는 나.
그 내 얼굴을 뒤에서 살짝 양 손을 감쌌다고 생각하자, 살짝 입술을 겹쳐왔다.
엄청난 사건에 나는 언 것 처럼 될 수밖에 없어서, 머릿속이 패닉상태가 되어있다.
페이 오빠는 왜 나한테 키스하고 있는거지?
라고 할까, 나는 남자...아, 아니었지.
이건 어떤 의미야? 우정의 증거? 친애의 표현?
어째서 키스된 채로 있었던거지. 적어도 1분은 움직이지 않았던 거 아닌가? 아니, 좀 더 했을지도 모른다.
「미안해. 이럴 생각은 아니었어.......」
「아, 으, 응」
천천히 나에게서 얼굴을 떼어놓으며, 겸연쩍다는 듯이 변명하는 페이 오빠.
나도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미묘한 공기를 뿌리치듯이, 페이 오빠가 기세 좋게 일어섰다.
「나, 나는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으, 응. 그렇네」
「오늘은 천천히 잘 자」
「...ㄴ, 네. 페이 오라버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도망치듯이 나가는 페이 오빠의 뒷모습을, 얼굴을 붉힌 내가 배웅한다.
뭐야 이 BL 시츄에이션.
아니, 나는 지금 여자아이니까 BL도 아닌건가......
지, ZI, ZIN정HA자 나!
그거야, 지금 건 사고야! 그래. 나가자마자 마주치는 교통사고야아아아아아아!!
잠시 침대 위에서 몸부림치던 나였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건 까먹지 않는다.
찾아내는 대로, 디~스트로이~ 밖에 없는 녀석이고 말야.
휘청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나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일어섰다.
갈이입고 나서 조금 돈을 들고, 숨겨 둔 랜턴을 들고 나는 그 비밀 통로로 향했다.
그래. 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아니스를 찾아내고, 비극의 근원을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비밀 문 입구 앞에 서서, 그렇게 단단히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