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주방의 한쪽 구석에서, 나와 보먼, 거기에 이름도 모르는 동양틱 미소녀 메이드씨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우리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니나가 일을 하며 이쪽을 째려보고 있다.
아, 찢어진 스커트는 니나의 낡은 걸 빌리고 있어서 팬티 노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힘차게 주장해 둔다.
단지, 코피로 더러워진 팬티까지는 바꿀 수가 없었다.
니나에게 빌린다고 해도, 피부에 직접 대는 것이니까 어쩐지 모르게 꺼려진다.
빌려주는 니나도, 공주님에게 빌려드릴 수 있는 속옷은 없습니다, 라고 기세 좋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고.
이러저러해서 스커트만은 입었지만, 아래는 노 팬티라는 남자가 알면 기뻐할 듯한 상황에 빠져있다.
스커트 자체는 무릎 아래까지 충분히 오니까, 바람으로 벗겨진다는 에로 이벤트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만이 유일한 구원인가.
「그래서, 공주님은 어째서 이런 시간에 이런 장소에서 시녀를 한 명만 데리고 걷고 계신가요?」
「아, 아니, 그」
시선이 왔다갔다하는 내 태도에, 자연스럽게 보먼의 표정이 험악해진다.
어떻게 얼버무릴까 하고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자, 그의 시선이 내 허리에 걸쳐져 있던 녹슨 검으로 향한다.
어떻게든 보이지 않으려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엉덩이 쪽으로 숨기자, 보먼의 손이 다가와 내 검을 가져갔다.
잠깐, 여성의 엉덩이에 손을 대는건 성희롱이라니까!
「거기에, 이런 검 따위를 꺼내셔서...손질도 되지 않아서 도신도 너덜너덜하지 않습니까」
「아, 아니, 그, 그건 호신용으로.......」
「호신용? 이거에 비하면 요 근처에 떨어져 있는 막대기를 드는 편이 낫다고요?」
내가 아무리 힘을 써도 빠지지 않았던 칼을, 아주 간단히 뽑아낸다.
그 장단에 맞춰 칼집 안에서 싫은 소리가 나, 뽑아진 붉게 녹슨 도신은 전체의 2/3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보먼은 더욱이 그 도신을 가볍게 요리용의 큰 돌에 가볍게 부딪혔다.
그러자, 검은 간단히 와장창 부러져, 손에는 자루만이 남았다.
뭐야, 그 설탕 과자같이 부서지는 건.......
잔해를 밟고, 보먼이 나에게 다가온다.
「설명, 해 주실 수 있으시죠?」
「어라어라, 숨길 정도의 일이 아니라고요? 단순한 사람 찾기라고 공주님은 말씀하고 계셨는걸요」
「사람 찾기?」
내가 보먼의 질문에 대답을 망설이고 있자, 옆에서 메이드씨가 갑자기 참견해 왔다.
황급히 메이드씨의 입에 양 손을 대고 입막음을 시도하려 했지만, 보먼에게 이마를 눌려서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할까, 한 나라의 공주님에게 그 취급은 아니라고 생각해!
「사람 찾기라니 무슨 소린가요?」
「네에, 어쩐지 나쁜 사람들에게 시녀씨가 납치된 것 같아서, 그걸 근위씨나 군인씨들보다 먼저 찾아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공주님,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죠?」
「아, 아하, 아하하하하」
눈을 가늘게 뜬 보먼이 노려보고, 일그러진 웃음밖에 지을 수 없는 나.
뭘 멋대로 폭로하는거야, 깜장 메이드씨!
이제 시치메 뗄 수도 없어져서, 중얼중얼 보먼에게 아니스 사건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과연. 맥락은 대체로 알았습니다. 그러면 위사들보다도 먼저 아니스씨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는 것이군요?」
「응. 뭐 그런 건데.......」
「아직 뭔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까?」
「으응, 그런 건 없는데. 나로서는 그다지 관련되지 않기를 바라」
조금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를 보고, 보먼은 크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쩐지 엄청난 기세로 기막혀하는 느낌이 든다.
그 포즈인 채, 낮은 목소리로 보먼이 나에게 물었다.
「혼자 가서 뭘 할 수 있습니까?」
「에, 응. 아니스를 찾아내서 돌아오도록 설득할까 싶어서」
「설득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기 보다도,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까?」
「그, 그건......노력한다고 밖에는」
「바보군요? 네에, 공주님은 바보죠?」
「잠깐! 화, 확실히 스스로도 생각 없다고 생각하지만! 도망치는 속도만큼은 자신 있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도망칠거고!」
「그런 자신에게만 좋은 상황이 될 리 없잖습니까」
나도 어쩌면 좋을지 정도는 생각했고 말이지, 단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고.
그래도 페이 오빠들에게 의지하면 아니스 사망 플래그가 서고, 보먼이나 친밀한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면 그 사람들에게 위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상처입히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한 괴로운 선택이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잘도 바보를 연호하는 보먼에게 나는 조금 화났다.
「그건 나도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데도 전하나 근위의 여러분은 커녕 저의 조력까지 거절하다니, 그건 자살 지망이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당연히 바보입니다!!」
「바, 바보바보 그러지 마! 그런 건 알고 있다고 했잖아! 그래도 아니스도 페이 오빠도 스비타나 라이라들도, 물론 보먼이나 니나도 미샤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니까 혼자서 하려고 생각하는거야」
콧김을 뿜으며 서로 노려보는 우리들의 사이에 갑자기 거친 손이 끼어들어왔다.
손의 주인을 보자 이 가게의 대장이었다.
기세가 꺾인 나와 보먼은 조금 거북한 듯이 대장과 상대를 번갈아 봤다.
낙담한 표정의 대장이 한 마디 중얼거렸다.
「시끄러, 장사 방해다. 싸울거면 딴 데 가라고」
「대장! 지금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참이에요.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니까 시끄럽다고 하고 있잖냐」
문답무용으로 꿀밤을 맞아 물리적으로 입을 다무는 보먼.
양 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웅크려 앉는 보먼을 무시하고, 대장이 내 눈 앞까지 다가왔다.
한 손에 엄청나게 예리해 보이는 부엌칼을 들고 있으니까 엄청 무서운데.
「미안하지만 이야기는 어느 정도 들었다고. 너, 정말로 소문의 만행공주님이냐?」
「뭐, 일단 그런 걸로 되어 있어요」
「확실치 않은 대답이구만. 뭐, 됐어. 사람을 찾는다면 쓸데없이 거리를 방황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그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아가씨, 사람을 찾는데 필요한 게 뭔지 아나?」
부엌칼로 어깨를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며 무서운 얼굴로 비웃는 대장.
대장은 어딘가의 악역 보스 캐릭터인가요?
라니, 시시한 건 뇌 구석에 몰아넣고 대장의 질문의 대답을 생각해본다.
일본에서 사람을 찾는다고 하면, 가두 전단지 돌리기, TV로 수색의뢰, 나머지는 유명한 점쟁이나 초능력자, 원 FBI 수사관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온다.
거기서 나오는 대답은.
「정보인가요?」
「그래. 쓸데없이 움직였다고 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 그러면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고 남을 움직여 정보를 모으는 편이 정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만」
「그렇게 말은 합니다만, 저에게 그런 정보를 모을 힘은 없어요. 거기에 페이 오빠에게 의존할 수는 없고.......」
확실히 대장이 말하는 대로지만, 나에게 정보 수집 수단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무모한 행동따윈 일으키지 않는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의지할 수 없다. 지금 내 상황을 다시 알게 될 뿐이다.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나에게 대장은 씨익 웃고 턱으로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끝에는 카운터가 있고, 그 너머에는 아직도 드문드문이지만 손님이 있는 홀이 보인다.
의미를 몰라서 대장을 돌아보았다.
「모르는건가?」
「에에, 전단을 가게에 붙인다, 라던가요?」
「하, 그런 걸로 사람은 움직이지 않아. 네가 진심으로 그 아니스라는 시녀를 찾고 싶다면, 너 스스로가 고개를 숙이고 물으러 돌아다니면 되는거지」
「대, 대장! 공주님에게 그런 게 될 리가 없잖아요!!」
「그, 그, 그래요! 그런 무모한 짓을 해서 만에 하나 왕궁에 들키면 엄청난 일이 되어버려요!」
대장의 제안을 듣고 있던 보먼과 니나가 둘이 동시에 거품을 물고 반대 의견을 소리친다.
뭐, 보통 한 나라의 공주님에게 그런 일을 시킬 리도 없으니까, 보먼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해도 된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것은 평범한 공주님이 아니니까.
바깥 사람이라면 이런 일은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의 이야기라면 나에게 있어서는 전혀 문제 없는 이야기다.
내 눈빛이 바뀐 것을 본 대장은 만족스럽게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격렬하게 대장에게 불평하는 둘을 밀어내고, 나는 대자엥게 다가가 물었다.
「고개를 숙이는 정도는 문제 없어요. 아니스가 그걸로 발견된다면, 저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보일거에요」
「그런가. 공주님이 거기까지 말한다면, 우리 가게에서 일하라고.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은 행상인이나 모험자같은 녀석이 많지. 가운데에는 제대로 되먹지 않은 녀석도 있으니까, 정보를 모을 장소로서는 최적이다」
「대장! 그러면 공주님을 노리는 녀석들이 몰려오면 어쩔건가요?!」
「아앙? 너 공주님을 끝까지 지킬 자신 없냐? 그만큼이나 바보라던가 뭐라던가 말하던 네가」
달려들고 만 보먼이 대장의 그 한마디에 끙끙거리며 입을 다문다.
뭐, 보먼은 거기서 자신 없다고 말할 타입은 아니니까, 저렇게 반론되면 대장의 제안에 따를 수밖에 없지.
그런 둘의 대화를 제쳐두고, 나는 뱃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무언가에 몰래 등을 떨었다.
나에게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걸로 아니스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게 무사의 떨림이라는 녀석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라? 그런데 그 깜장 메이드씨, 어디로 갔을까?」
어느샌가 없어진 그 깜장 메이드씨를 찾았지만, 그녀는 이미 가게의 어디에도 없었다.
이름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뭐, 돌아갈 때 그 교회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문제 없겠지.
어두운 거리 안에서, 지붕 위에 두 개의 메이드복을 입은 인형이 안치되어 있었다.
하나는 초록 머리카락에 몸집이 작고 어린 소녀의 인형.
그 모습은 교회 헛간에 있던 그 비스크 돌과 같다.
또 하나는 동양계에 조금 어른스러운 생김새를 가진 소녀의 인형이다.
어딘가 나긋나긋한 느낌에, 졸려 보이는 눈이 인상적이다.
두 인형은 달라붙듯이 몰래 지붕 구석에 걸터앉아, 새의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게, 지금의 스와지크인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창가에서 말다툼을 하는 스와지크 공주와 보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뒷문에서 검은 머리카락의 시녀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몰래 이곳을 떠나는 것 같다.
두리번거리며 근처를 둘러보고,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어둠에 녹아들려 하는 그녀를, 인형들은 감정이 없는 유리 눈동자로 가만히 바라본다.
그것은 무언가를 기록하듯이, 혹은 깊게 묻힌 기억과 대조하듯이.
「아직도 미로 안을 헤메고 있는건가......루나」
「만일 그렇다면, 분명 또 공주님의 생명을 노리러 오겠죠. 저 아가씨는」
「하하하, 죽은 것은 이제 죽을 수 없어, 누구도 말이지」
「그렇네요. 죽은 것을 소생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듯이, 그것은 당연한 것. 그런 당연한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인간이라는 것은 어리석게 만들어져 있는 듯 하군」
「네에, 살아있는 한 그들은 분명 계속 어리석게 지내겠지요」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소녀의 등에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둘.
거기에 소리도 없이 에이프런 드레스는 입은 세 개 째의 인형이 나타났다.
생기를 잃은 금발의 머리카락을 바람에 나부끼며, 손에 든 창의 자루를 살짝 지붕에 내려놓는다.
갑자기 나타난 세 개 째에 놀라지도 않고 시선을 돌리는 두 인형과, 두 인형의 앞에서 머리를 숙이는 세 개 째.
「이제 조정은 끝난건가?」
「네. 고생했습니다만,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게는」
「그런가. 그러면 이제 가는거군?」
「네. 제가 지키고 싶은 것은 공주님 뿐이므로」
「그런가. 그다지 나에게 거절하러 올 필요도 없었지만. 뭐, 조심해서 가도록. 마력의 보충을 잊지 말라고」
「네. 배려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경어따위 필요 없다고 하는게 의리있는 녀석이군, 미샤」
그런 중얼거림에, 미샤는 쓴웃음을 짓고 지붕 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아무래도 아래쪽에서도 이야기는 끝난 것 같아서, 보먼과 스와지크 공주가 함께 거리 한가운데로 사라져 가는것이 보인다.
아마도 늦어지기 전에 스와지크 공주를 성으로 보내는 것일 것이다.
「그러면, 나도 조금 전의 헛간으로 돌아갈까 싶다. 순조롭게 왕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스와지크의 호위무사 정도는 생길 테고」
「죄송합니다」
「상관없어. 결국은 자신의 엉덩이를 닦는 거니까, 네가 사과할 필요따윈 없다」
「.......」
그렇게 말하고 녹발의 인형은 일어서서, 움직이지 않는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흑발의 인형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본다.
줄곧 변하지 않았던 두 인형의 표정이, 달빛 때문인지 미소지은듯이 보인다.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서로를 위로하는 듯한 그 표정은, 도저히 인형이 지을 수 있을 것이 아닐텐데 두 인형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인형인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