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새카만 어둠 속, 푹신푹신 떠도는 내 의식.
전혀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 있는 것 같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손이나 다리를 움직여 보지만 아무 반응도 없고, 오히려 손발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소리를 내려 해도, 물론 나오는지 어떤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 있는 것 만은 제대로 자각할 수 있었다.
대체 어느정도 어둠 속을 떠돌고 있었을까?
어둠 속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으므로 주위를 둘러보자, 희미하게 가는 선 같은 빛과 거기서 흘러 떨어지는 작은 소리를 깨달았다.
뭘까?
그렇게 생각해 빛에 가까워지려고 나는 손발을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어떤 감촉도 실감도 느껴지지 않지만.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 차츰차츰 의식이 빛으로 다가간다.
조금씩 커지는 가슴의 고동.
그렇지만 빛에 가까워짐에 따라, 내 몸이 차가워지는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숨이 막힌다.
들리던 소리도 점점 소음에 가까운 레벨이 되어오고, 솔직히 머릿속이 웅웅 메아리치고 있다.
으엑, 토할 것 같아.
한층 더 의식이 부상한다.
나는, 조금 전부터 들리던 소리가 누군가의 외침이라는 것을 드디어 깨달았다.
「빨리 타올과 옷을 가져와! 젖은 채로는 체온이 내려갈 뿐이야!」
「아직 숨은 되돌아오지 않는건가? 상당히 시간이 지났다고!!」
「시끄러워!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것보다도 빨리 의사를 데려와!!」
여러 사람의 거친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쓰러졌나? 아니면 빠졌나?
그래도, 솔직히 시끄럽다.
아, 머리가 웅웅 울린다.
「제기랄, 다시 한 번 호흡을 불어넣는다고!」
그런 목소리와 함께 내 입술에 미지근한 뭔가가 밀어닥친다.
한번에 옮겨지는 대량의 공기.
옮겨진 공기가 폐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자, 가슴 안에서 미지근한게 역류해서 목을 유린한다.
「으웨엑」
단번에 가슴에 걸려 있던 뭔가를 토해내자, 굉장한 꼴이 되었다.
눈물도 콧물도 멈추지 않는다.
주위 소리가 한층 더 시끄러워졌지만, 그런 거에 신경쓸 정도의 여유따윈 없었다.
격렬하게 반복되는 구토와 기침에 횡경막이 경련을 일으켜, 죽을 정도의 괴로움에 발버둥친 결과, 나는 간단하게 의식을 놓아버렸다.
얼마나 암흑 속을 헤매었을까.
다시 내 의식은 암흑 밑에서 떠올랐다.
이번에는 죽을 정도의 괴로움과는 전혀 관계없이, 온화하게 눈을 떴다.
잠시 초점이 맞지 않는 시야에 고생했지만 얌전히 기다리고 있자 곧장 초점이 맞았다.
「모르는 천장인데」
그런 약속된 대사를 말하고, 내 현 상황을 파악해 본다.
우선, 모르는 천장. 깨끗한 샹들리에 with 양초. 그리고 생각보다 멀리 떨어진 커다란 창문.
벽은 새하얗고 얼룩 하나 없으며, 벽에서 튀어나와 있는 앤틱크적인 촛대는 비싸 보인다.
푹신거리는 배게에, 풀을 먹인 시트.
일류 호텔 침대에서 잠자는 느낌이다.
아직 머리가 조금 어질거리지만, 그래도 처음 눈 떴을 때보다는 훨씬 기분이 좋다.
「목, 마른걸.......」
살짝 중얼거린 혼잣말에 위화감을 느낀다.
어라? 내 목소리는 이렇게 톤이 높았었나?
그렇게 생각해 머리를 긁으려 하자, 든 손에 걸린 팔락거리는 무언가.
「으와, 무쟈게 예쁜 머리칼이구마안. 은빛 머리카락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원래부터 내 목소리는 여자애 같다고 친구에게 자주 놀려졌지만, 지금 들린 목소리는 여자애 그 자체였다.
살짝 목을 누르면서 성대를 진동시켜 본다.
「아, 아. 응, 역시 내가 말하는 걸로 틀림없나」
일단 목소리 문제는 뒷전이다.
그것보다도 내 눈 앞에서 팔락거리는 은빛 머리카락쪽이 신경쓰인다.
허리까지 오는 펴진 머리카락을 한 움큼 떠올려, 눈 앞까지 가져와 문질문질 관찰한다.
촉감이 좋고 굉장히 매끈거리면서 부드럽고, 큐티클이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반짝거리며 반사하고 있었다.
거기에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나서, 뭐라고 할까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더 놀란게 머리카락을 신기한 듯이 만지는 내 손이다.
정말로 뱅어처럼 가느다랗고 섬세할 것 같은 손가락에 연분홍색의 예쁘게 다듬어진 손톱.
적어도 내 손가락은 이렇게 깨끗한 손이 아니라는 것 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흉부에 느껴지는 지금까지 없었던 무거움.
크게 움질일 때마다 포용하고 떨리는 그 물체는, 언뜻 보기에 냉정하게 보이는 내 SAN수치를 갉작갉작 깎아내 준다.
그건 인정사정이 없구만.
확인할 것도 없이 내 남자로써의 소중한 게 없어지고 있는것도 느꼈고, 뭔가 이상한 상황에 빠진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 들어맞는 말이 하나,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TS냐고. 좀 봐 줘」
소설이나 만화로 친숙한 성전환이라는 녀석.
대체 뭐가 어째서 이렇게 되었나.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 침대에 웅크리지만, 거기서도 이른바 여자애 냄새가 추격하듯이 내 비강을 간질였다.
응. 어쩐지 여자애 방에 처음으로 들어갔을 때의 일을 떠올려냈다.
빨갛게 뜨거워지는 양 뺨에 당황하면서도, 침대 위에서 한바탕 몸부림쳤다.
그러자, 방문이 조심스럽게 노크되는게 핑크로 물든 내 뇌에 들린다.
그건 그런가.
누가 나를 여기에 데려놓아 놨다면, 당연히 그 누군가가 접촉을 해 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으니까.
침대 위에서 웅크리면서, 문을 가만히 바라본다.
누가 들어와도 좋도록 경계하며 계속 보지만, 전혀 아무도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잠시 후 다시 한 번, 같은 리듬으로 노크가 반복되었다.
「에, 부디?」
조심조심 목소리를 낸다.
그러자 거의 소리도 내지 않고 3M는 있을 것 같은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문 너머에 서 있던 건, 이런 이야기에 따라오는『메이드』씨였다.
「실례합니다, 공주님」
에이프론 드레스로 불리는 옷을 입은 빛바랜 금발의 여성(아마도 18, 19세 정도려나)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깨끗한 에메랄드 그린의 눈동자가 굉장히 아름다워서, 화장을 하지 않고도 날카로운 생김새의 메이드씨에게 나는 볼을 붉힌 채 숨을 삼킨다.
턱 근처에서 깨끗히 잘린 머리카락은, 그녀의 의연한 표저에 굉장히 어울렸다.
그녀를 정신없이 보고 있자, 메이드씨의 예쁜 손이 내 볼에 살짝 닿았다.
그 손가락이 뺨을 타고 턱 밑에 오자, 살짝 억지로 위를 보게 되었다.
키스를 합니다, 라고 갑자기 들어도 네, 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는 분위기와 자세에 내 심장은 두근두근이다.
무심코 눈을 감는다.
이게 내 퍼스트 키스인가 생각하자, 머릿속이 혼란되어서 시트를 꽉 쥘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눈 앞의 메이드씨의 존재가 멀어진다.
헛발질을 한 듯한 감각에, 나는 의식하지 않고 소리를 냈다.
「앗.......」
「? 무슨 일이신지요, 공주님」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가요. 상당히 상태가 좋아지신 것 같은 용태십니다만, 만일을 위해 의사를 불러 두겠습니다. 잠시 그대로 기다려 주십시오」
당황하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몸을 돌린 메이드씨지만, 등을 돌린 한순간, 그녀의 볼이 붉게 물들고 눈동자에 물기를 띤 듯이 보였다.
설마 그녀도 기대한 걸까, 같은 바보같은 걸 생각하며 일단 상황도 모르므로 의사가 오는 걸 기다렸다.
어쩌면 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힌트건 해결책이건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다지 기다리지 않고 다시 문이 노크되었다.
「네, 네에. 부디」
「실례합니다, 공주님. 닥터 게로를 데려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스와지크님」
공손히 머리를 숙이는 것은 만화에서 볼 듯한 중세 귀족이 입은 의상이다.
단지 유감스럽게도, 중세 귀족 의상은 의상이어도 호박 바지에 촛대같은 어깨뽕, 거북이 목 같은 깃이다.
흰색을 기본으로써 곳곳에 푸른색의 강조가 들어가고 있지만, 그 강조법이 한층 더 나쁘게 눈에 띈다.
시무라 켄이 백조 머리를 고간에 붙이고 콩트에 나올 것 같은 꼬라지다. 라고 말하면 알 수 있으려나.
그리고 머리에 슬쩍 얹힌 모자.
분명하게 사이즈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그런 불쌍한 꼬라지를 하고 있는게 의외로 나이먹은 노인이었다.
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꾹, 하고 아랫배에 힘을 넣어 웃음을 참았다.
그런 나를 눈치챈 모습도 없이 둘은 솜씨 좋게 침대 주변에 다양한 도구를 늘어놓는다.
「자아, 스와지크님. 기분은 어떠신지요」
「에에,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겨드랑이가 따끔거리며 아픈 정도려나요」
「과연. 현기증이나 구토는?」
「일어나는 도중 현기증이 있었던 정도고, 그 뒤는 별 일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옷을 벗어주세요」
「아, 네」
들은 대로 유카타같은 비단 웃옷을 벗었다.
옷 아래에 숨겨져 있던 것은 새하얀 피부.
크지도 작지도 형태 좋은 흉부(흉부라고 하면 흉부다).
더욱 그 아래에, 하복부가 가슴 사이로 보인다.
아, 머리카락이 은빌이기 때문인가. 같은 바보같은게 뇌리를 지나친다.
그 모든게 초심자인 나로써는 너무 자극적이고, 코 안쪽이 어쩐지 뜨거워져 버렸다.
「-----------!!」
뒤에 대기하고 있던 금발 메이드씨가 내 얼굴을 보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뭔가 이상한 짓을 했나?
같은걸 생각하고 있자, 할아버지가 받침대 위에 있던 흰 천을 건네주었다.
「그걸로 당분간 코를 눌러주세요」
「녜헤?」
그렇게 듣고, 그제서야 내가 코피를 흘리고 있던 걸 깨닫는다.
얼마나 동정새끼(체리보이)냐고,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