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이마에 키스는 노 카운트니까!
여기는 스와지크 공주, 즉 내 전용의 방.
책상 위에 둔 메모장을 가만히 바라보고, 나는 한줄 한줄 표시를 넣어 간다.
무슨 메모냐고 말하자면, 일기에서 꺼낸 스와지크 공주 글러먹음 리스트다.
그 일기, 읽어 갈 수록 행동이 점점 과격하게 되어 가니까. 읽고 나서 상당히 등골이 오싹해졌다.
일기의 기세로 말하자면 절대로 언젠가 등을 찔리는구나, 고 생각할 정도로.
「이걸로 폐가 되는 명령이나 부탁 따위는 대강 정리되었나아. 개인과의 감정 얽힘은 서서히 개선해 간다고 하고, 임금님과의 관계도 개선하고 싶은걸. 삐걱거리는 가족은 싫으니까」
라고는 해도, 아직 한번도 임금님을 만난 적도 없다.
그렇지만 솔직히, 의붓딸이라고는 해도 딸이 물에 빠졌으니까 문병하러 오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야.
상대가 오지 않으면 이쪽이 다가갈 뿐.
라고는 해도, 임금님이 어떤 사람일지 모르므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참.
이건 미샤에게 묻기보다, 페이 오빠에게 자연스럽게 묻는 편이 나으려나.
생각에 빠지고 있자, 문이 조용하게 노크되었다.
「네, 들어오세요」
「여어, 내 사랑스러운 공주님. 기분은 어떠시려나?」
「일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페이 오라버니」
최근에는 페이 오라버니의 기분나쁜 대사에도 상당히 내성이 붙었다, 고 할까 익숙해졌다.
그러니까 방에 들어온 변태 로리성애자를 웃는 얼굴로 환영할 수도 있게 된 거다.
이거 굉장한 진보 아냐?
라니, 쓸모없는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건 구조선.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 온 겁니다.
「일 말이니? 네가 어제 성대하게 늘려준 덕택에 수면이 부족하지만, 대체로 정리되었어」
「아, 아하하. 그건 폐를 끼쳤네요」
「아니, 상관 없어. 어제같은 일이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이야. 라고 할까, 어째서 지금와서야?」
책상을 빙 돌아 내 등쪽에 있는 창가에 앉는 페이 오빠.
페이 오빠는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지만, 눈에 힘이 빠지지 않았으므로 어쩐지 무서운 인상을 받는다.
어라? 페이 오빠는 이런 속 검은 캐릭터였나?
확실히 어제 바깥 사람의 행동을 단번에 행동 수정했으니까, 이전을 아는 사람이라면 의문으로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 렇네요. 저는 이전부터 주위에 여러가지로 터무니없는 것을 말했습니다. 그건 스스로도 희미하게 느끼고 있었던 거에요. 이번에 자신이 죽을 뻔 해서 여러 사람이 필사적으로 도와줬다는 일을 듣고, 이런 고집쟁이인 저로서는 안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태어났어요」
「과연. 그래서 지금까지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도 글렀다고 생각한 점을 다시 고치고 있다는 걸까」
「네. 그 말대로에요. 이전의 저는 타인이 바뀌지 않으니까 자신도 바뀌지 않는다고 하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바뀌길 바란다면, 우선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의자를 휙 돌려, 옆에 선 페이 오빠를 올려다본다.
내 말에 놀라고 있는지,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페이 오빠.
얼짱이 멍해하는 표정이라는 것도 상당히 사랑스러운 거구나.
......라니, 지금 나는 뭘 생각했지!
남자의 얼굴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다니 있을 수 없다.
이, 이, 이건 뭔가의 실수입니다. 수정을 요구합니다!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몸을 숙이는 나.
위험해애, 너무 부끄러워서 귀까지 뜨거워져 버렸어.
이건 그건가. 정신이 몸에 끌려간다는 거려나.
그러면 나는 머지않아 귀여운 여자애를 봐도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고, 어딘가의 남자에게 욕정한다든가 그런 건가?
그건 그것대로 여러가지로 힘들어요. 내 남자로서의 프라이드적으로!
페이 오빠를 곁눈질로 살짝 엿보자, 어쩐지 엄청나게 미적지근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으와아, 절대로 뭔가 착각되었어!
모에한걸, 이라던가면 가볍게 죽을 수 있다.
라고 할까, 시스콘 로리변태는 죽으면 되는거야, 그렇지. 말살하자!
라던가 적당히 사고가 폭주 상대가 되었을 때, 머리 위에 탁, 하고 손이 얹혔다.
데워진 내 머리에 얹혀진 페이 오빠의 손은 굉장히 서늘해서 기분 좋았다.
덕분에 조금 냉정하게 될 수 있었던 건 감사하고 싶지만, 그렇게 몆 번이나 쓰다듬지 않았으면 한다. 부끄럽잖아.
「그거, 너 혼자서 생각했니? 그, 누군가 그렇게 가르쳐 준 사람이 있는거니?」
「......아뇨, 기본적으로는 저 혼자의 생각입니다. 여러가지로 냉정하게 되면 할 게 보여 왔다고 할까, 그런 거라고 생각해 주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그 생각에 도달했다면 그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 때문에 뭔가 행동을 일으킨 건 존경하기에 걸맞아」
「아뇨, 그렇게까지 칭찬받을 정도의 일은......」
「단지 말야.......」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손이 딱 멈춘다.
뭘까 싶어 올려다보자, 그곳에는 웃는 얼굴로 검은 오라를 쏘아대고 있는 페이 오빠가 있었다.
으와아, 어째서 그렇게 화내는거야!
좋은 짓 했다고 생각했다면, 칭찬한 만큼 해 주세요~
「뭔가를 한다면, 나와 제대로 상담하고 나서 했으면 해. 철아로 일하게 된다던가, 무슨 장난일까 싶었잖아」
「히이잇, 죄, 죄송합니다, 페이 오라버니. 라고 할까, 머리 아파요! 빙글빙글 그만둬 주세요~」
잠시 눈물을 띠고 항의하는 나를 무시해, 페이 오빠는 검은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계속 빙글빙글 돌렸다.
「페이 오라버니, 묻고 싶은게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응? 뭐니」
「그, 저, 사고가 있은 후 한 번도 아버님과 만나지 못했습니다만, 어느 타이밍에 인사하러 가면 될 지......」
빙글빙글 당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초리에 눈물이 고인 채 곤란한 얼굴로 페이 오빠를 올려다본다.
나로서는 부모라면 딸의 병 쾌유 축하 정도라면 당장 오면 될텐데, 정도의 느낌이지만.
페이 오빠는 조금 전의 검은 미소에서 표변해, 내 얼굴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잠깐, 부끄러우니까 그만뒀으면 한다.
이렇게 타인에게서 물끄러미 보아지는 경험이라는 게 없어서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잖아.
하지만 나에게는 곤란했을 때의 일본인 영혼이라고 할까, 최종오의가 있다.
그래. 일본인을 몰아세웠을 때나 반응이 곤란했을 때 발동한다고 하는 전설의 기술,『가짜 웃음』이다.
스스로 말하기도 뭣하지만, 거울을 보지 않았으니까 상당히 기분 나쁠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방긋 웃는 미소녀를 상상해서 머리가 조금 아파지지만 거기는 무시.
어라? 페이 오빠 시선을 돌렸군요.
크크크, 자연계에서는 시선을 돌리는 쪽이 싸움에 진 개라는 규칙이 있지 말야.
「그렇지, 아버님도 슬슬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신 것 같고, 오늘 저녁 식사는 가끔 3명이서 모여 먹도록 할까」
「......네. 저에게 의견은 없습니다」
바보같은 사고가 중단되었지만, 페이 오빠의 제안은 그야말로 바라고 있던 것.
쾌히 승낙하자, 페이 오빠도 눈을 가늘게 뜨고 웃어 주었다.
「그러면 나중에 스비타에게 그렇게 전해 두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아, 그렇네. 자세한 건 나중에 내가 전할 테니까, 나중에 스비타가 나한테 오도록 전해줬으면 해」
「네, 알겠습니다」
솔직하게 쓰덕이는 내 이마에 페이 오빠는 손바닥을 살짝 눌렀다.
앞머리를 그 손으로 쓰윽 올려 무방비하게 노출된 이마에, 흐르는 듯이 극히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밀어붙인 페이 오빠의 입술.
몆 초간 얼어붙는 내 뇌와 몸.
뭘 하 신 건 가 요 ?
「그러면 안녕, 내 사랑스러운 공주님. 저녁 식사는 힘껏 꾸미고 오면 돼. 분명 아버지도 깜짝 놀라겠지」
비지땀을 줄줄 흘리는 나를 냅두고, 페이 오빠는 방에서 잽싸게 나가 버렸다.
아니, 나가 주는 편이 좋지만 말야.
이마라고는 해도 남자에게 키스당한 충격과, 그 감촉을 멍하니 받아들이고 있는 자기 자신이 있다는 2중의 쇼크에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으와~ 으와~ 이건 그거야, 바깥 사람의 마음을 몸이 질질 끄는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남자한테 두근거린다니, 죽어도 있을 수 없으니까 말이지!
「나, 나, 나, 나는 호모가 아냐아아아아아아아!!」
『BL은 호모가 아냐, 형』이라는 일본의 귀신 여동생(건덕 부녀자)의 목소리가 들린 건, 분명히 내 뇌가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할까, 나는 지금 여자니까 BL도 호모도 아니지만 말야!
응. 억지야. 나쁘냐고 이런 제기랄.
*****
방에서 한 걸음 밖에 나오고, 자기 자신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난다.
아니, 그건 순수한 사람을 속이고 있다는 죄악김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만행공주를 순수한 사람이라고 느낀 자신의 감성에 놀라지만, 그녀의 행동이나 반응은 악의가 없다. 좀 더 스트레이트하게 말하자면 타애없는 것이다.
요 근처의 하급 귀족 아가씨들과 전혀 다르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싫은 거군.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것도.......」
스와지크는 자신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걸 실행하고 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어떠냐고 따진다.
그녀가 바뀐 걸 인식하고 실감해도, 이전의 스와지크가 어두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건 비난의 시선인까, 아니면 원한인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보고를 위해 폐하의 집무실로 서두르는 내 앞을 한 명의 남자가 가로막았다.
나보다 머리 하나 만큼 클 남자가 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기 때문에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어 있다.
거무스름한 피부에 깊은 적색 머리카락. 대조적으로 코발트 블루로 빛나는 눈동자.
단련된 체구는 옷 아래에서도 그 존재감을 호소하고 있다.
깊은 와인레드의 의상에 몸을 감싼 그 남자는, 친 제국파의 주축을 이루는 거두.
「이거야 페이탈 전하. 오랜만이옵니다」
「......오랜만이군, 토스카나 경. 나에게 무슨 용무지?」
「아뇨, 공주 전하의 기분을 살피려 찾아뵌 것 뿐입니다. 슬슬 몸 상태도 회복되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아직 허가할 수 없다. 앞으로 며칠은 기다려라」
「과연, 요전날도 같은 걸 사자에게서 들은 것 같습니다만. 앞으로 며칠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얼마가 될까요」
「추후 닥터에게 연락을 넣도록 하게 하지」
「배려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하옵니다」
「상관 없다. 그러면 나는 서두르고 있으니 여기서 실례하지」
무릎꿇고 있는 그의 옆을 빠져나갔다고 생각했을 때, 등 뒤에서 토스카나 경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그 음색은 방금 전의 은근한 느낌이 아니라, 어딘지 도발적인 걸 느끼게 한다.
「그렇죠. 그러고 보면 어제 공주 전하는 또다시 정무관을 소란스럽게 하셨다던가요」
「그게 어쨌지」
「아뇨, 내린 명령을 곧장 바꾸는 공주 전하의 행동에 조금 의문을 가졌으므로......설마라고는 생각합니다만, 누군가가 공주 전하를 유도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군요」
그의 말에 무심코 발을 멈추어 버린다.
여기서 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시하고 떠나기엔 넘길 수 없는 발언이기도 하다.
「호오, 뭘 생각해서 그런 짓을?」
「네. 실은 시녀 한 사람에게서 그런 소문을 들어서 말이지요. 어쩐지 낙수 사고 이후, 공주 전하에게는 기억을 잃고 있었던 듯한 시기가 있었다던가」
「닥터 게로가 말하기에 기억이 혼란이 있었다는 건 듣고 있다. 다만 기억상실에 걸렸다면, 어제같은 짓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러니까 누군가가 공주님을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참지 못하고 돌아봐, 토스카나 경의 등을 노려본다.
말하고 싶은 건 알고 있다.
이 남자는 우리들이 스와지크를 유도해, 그녀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라고 말없이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경은 무슨 말을 하고 싶지」
「아뇨, 시녀 한 명이 요 며칠, 밤마다 밤마다 공주님과 밀회를 하고 있다든가. 어찌봐도 수상스런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전하」
「호오, 그건 나도 금시초문이군. 그런 사정을 나보다도 먼저 알고 있는 경도, 내가 보자면 충분히 수상하다만?」
「이건 장난스런 소리를. 저는 단순한 풍문을 전하에게 전했을 뿐.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의심 암귀에 빠지는 어중이떠중이도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노파심에서 나오는 충고이옵니다」
「그런가. 그건 수고스럽겠군. 충고 감사한다. 그러면」
어중이떠중이의 필두가 뭘 말했는가 싶은 생각을 억누르며, 나는 이곳을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려 했다.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생각했다는 스와지크.
그런 그녀의 소원을 들으면서, 어떻게 그녀의 마음에 비집고 들어갈까 생각하는 자신.
스와지크를 옹호하면서도 정쟁의 수단으로써 이용하려는 토스카나 경.
「하, 나도 토스카나도 한 패거리잖나. 하하하하」
내 메마른 웃음소리가 어둡고 긴 복도에 조용히 가라앉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