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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미 세레나데

黄薔薇小夜曲


원작 |

역자 | 淸風

3. 에리코의 충격


 요시노 쨩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장​미​관​의​ 일을 하면서 에리코는 손녀인 요시노의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의해서 살피며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레이가 검도부 동아리 활동에 가 있지만, 그 외의 인원은 모두 모여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로 요시노와 에리코는 옆자리에 앉는다. 특별히 요시노가 에리코를 따른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아마도 소거법으로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겠지. 레이가 없으니까 레이의 언니인 에리코의 곁이라는 식으로. 그 자체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 언뜻 살피기에는 그리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차분하지 못하다고 할까, 주의가 산만하다고 할까. 보통 일반적인 일을 할 때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오늘은 에리코가 여러 차례 자그마한 실수를 지적하고 있다.

 ​처​음​에​는​ 몸이 나쁘지 않나 의심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레이가 없기 때문일까. 그래도 지금까지 레이가 없을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코도 눈치채고는 있겠지만 아무 말도 해 오지 않는다. 황장미의 일이라면 그 안에서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거다. 레이가 없는 지금은 에리코가.

 자, 어떡할까. 하고 에리코가 고민하자 딱 잘됐다고 할까, 요시노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고 자리를 비웠다. 에리코도 “아, 나도.” 라고 말하고 요시노를 쫓아갔다. 요시노는 한 번 슬쩍 에리코쪽을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잠깐 기다려, 요시노 쨩. 같이 가자.”

 ​장​미​관​을​ 나서서 말을 걸었다. 물론 화장실에 함께 가는 게 목적은 아니다.

 ​요​시​노​의​ 걸음걸이는 느긋해서 두 사람은 얼마 안 가 나란히 걷게 되었다.

“화장실 정도는 저 혼자서도 괜찮아요.”

“어머, 나는 순수히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뿐이야.”

 ​순​수​하​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도 뭔가 이상하지만.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서 요시노를 보고, 에리코는 다시금 귀여운 여자애구나 하고 생각한다. 큰 눈, 기다란 속눈썹, 하얀 피부, 화사하고 살짝 건드리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섬세한 인형 같다. 머리를 땋아 내린 게 이 정도로 잘 어울리는 애도 없겠지.

“뭔가 할 이야기라도 있나요?”

 앞을 보는 채로 요시노는 입을 연다.

 전에 없이 공격적인 말투에 에리코는 약간 놀랐다.

“오늘은 어떻게 된거니? 주의력이 빠진 것 같은데.”

 ​에​리​코​는​ 꾸밈없이 물어보았다. 요시노에게는 빙 돌려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게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죄송해요.”

“그다지 화내고 있는 게 아니야. 어떻게 된 걸까 해서.”

“…….”

“혹시나 레이가 없어서 그래?”

“그런 거 아니에요!”

 ​생​각​외​로​ 강한 요시노의 반론에 이게 정답이었다는 걸 에리코는 깨닫는다. 요시노는 날카로운 눈길로 에리코를 올려다본다. 무심코 그 촉촉한 눈동자에 빨려들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희들이 강한 연으로 묶여 있는 건 알고 있을 셈이야.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상대에게 지나치게 기대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뭐…….”

“상대가 없는 것만으로도 상태가 이상해지는 건 의존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저, 저는 그런, 레이 쨩에게…….”

 ​에​리​코​는​ 요시노를 꾸짖을 생각이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한 번 제대로 말해두는 쪽이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래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사회에 나갈 걸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될 거라고. 에리코는 자신도 아직 사회에 나간 적 없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라는 건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는 언니잖아.”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마디를 꺼내 버린다.

“언제까지나 레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야.”

 바람이 지나간다.

 교사로 들어서기 직전에 두 사람은 멈춰 서서 마주 본다.

“저, 저는……”

 ​요​시​노​가​ 뭔가를 말하려고 한 그 순간.

“……읏!!”

 갑자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요시노가 가슴을 억누르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요시노 쨩?!”

​“​으​…​…​읏​…​…​으​윽​…​…​!​!​”​

 ​요​시​노​의​ 가련한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몸이 조금씩 떨린다. 순식간에 이마에서 뺨이 보슬보슬 배어 나와 앞머리가 달라붙는다. 앞으로 숙인 채로 참아내기 어려워진 듯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요시노 쨩, 괜찮아?! 정신 차려!”

 ​당​황​하​며​ 요시노의 등을 문지르지만 에리코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에​리​코​는​ 요시노의 몸에 대해 가볍게 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레이에게서 요시노의 몸에 대해 들었고, 체육은 언제나 견학, 학교도 쉬기 십상에, 때때로는 발작을 일으킬 때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발작의 순간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리코 자신은 감기 정도는 걸려본 적 있지만 큰 병이 걸려본 적은 없기에, 어차피 어떻게든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뿐인 거다. 남의 일로써.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고통에 몸을 비트는 요시노를 보고 에리코는 그런 자신의 인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힉​…​…​…​…​응​”​

 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괴로운 거다.

 아니, 괴롭다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에​리​코​의​ 팔을 움켜쥐는 힘이 평소의 요시노를 보고선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강하다.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릴 것만 같지만, 요시노의 고통과 비교하면 한참 아래가 아닐까.

“…………도와줘, 레이……쨩.”

 짜내는 듯한 요시노의 목소리. 무심코 듣고 있던 에리코 쪽이 숨이 막힌다. 그리고 한층 더, 요시노의 마음 깊숙한 곳의 비통한 소리가 성대를 통해 빠져나온다.

“……죽고 싶지 않아…… 레이 쨩…….”

 그 한 마디에 에리코는 자신의 인생이 뒤집히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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